Innovation Toolkit for Practitioner

혁신 비결? 조바심 버리고 충분한 통찰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이 조직에 딱 맞는 혁신 방법론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론이든지 간에 성공률을 높이려면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충분한 통찰을 얻어야 하고, 둘째, 확장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최대한 많이 발견해야 하며, 셋째, 혁신을 완성하기까지 방법론을 유연하게 수정하면서 적용해나가야 한다. 혁신을 추진하면서 기업이 자주 빠지는 함정에도 주의해야 한다. 경영진의 지나친 간섭,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회사의 폐쇄적 태도,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해 안달하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혁신에 정답은 없다. 혁신 방법론을 익히고 적용하다 보면 조직 문화와 직원 행동이 바뀌고 혁신의 성공률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최근 2년 만에 다시 방문한 상하이에서 필자가 발견한 가장 큰 변화는 자전거였다. 2015년 8월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오렌지 휠(wheel)의 모바이크 자전거가 도로를 점령했다. 3년 전에는 택시 앱인 디디다처가 거리 풍경을 바꿨었다.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줄었고, ‘예약’ 표시등을 켜고 달려가는 빈 택시들이 늘었다. 그리고 1년 반 전에 모바이크가 도시 전체의 풍경을 한 번 더 크게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오토바이 주차장만 있었는데, 이제 오토바이 주차장보다 두세 배는 큰 공유 자전거 주차장들이 들어서고, 원색의 자전거들이 오토바이들과 함께 가장자리 도로를 줄지어 달린다. 모바이크 이전에도 시에서 운영하는 대여 자전거가 있었지만 ‘아무 곳에서나 편하게 타고 아무 곳에서나 반납할 수 있는’ 자전거는 없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편리함에 대한 통찰과 운영에 대한 몇 가지 통찰들, 예컨대 보증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 정보를 통해 신용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통찰이 결합하면서 중국의 공유 자전거 업체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이후 이렇다 할 스타가 없던 공유 경제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 우산, 농구공, 핸드폰 충전 배터리 등 다양한 물건을 앱으로 빌려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한편 공유 자전거 업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앱과 자전거에 존재하던 오류와 미비점을 재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필자는 필자가 배우고 사용한 혁신의 공식을 독자에게 소개했다. 이 공식은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었다기보다는 오랜 경험에서 발견된 것이다. 필자가 일했던 혁신 전문 컨설팅사인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는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고객사들과 함께 기업 내에 혁신의 기반을 만들고 신사업, 신제품을 만들어 혁신을 일으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통찰을 통해 시도-실패-개선의 반복(iteration) 과정을 거쳐 다듬은 혁신의 공식이 바로 4I였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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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공식, 4I

혁신의 공식에서 4개의 I가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연결된 것은 4개의 I 중 어느 하나라도 0이면 혁신도 0이 되기 때문이다. 즉, 혁신을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정의와 통찰, 아이디어, 실행의 요소들이 모두 필요하다. 동시에 각각의 I를 더 잘 수행할수록 혁신의 효과도 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모바이크의 혁신을 4I로 정리해 보자. (외부자의 관점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 있다.)

● 정의하기: 모바이크는 적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찾기로 했을 것이다. 우버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버의 자전거 버전’을 만드는 것으로 혁신을 정의했을 수도 있다.

● 통찰: (1)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정해진 장소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해야 하는 규칙이다. 정해진 곳을 찾아서 걸어가는 것도 귀찮지만 반납하러 가기는 더 귀찮다. 그리고 반납을 늦게 하는 경우에는 엄청난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 (2) 우버가 사용한 GPS와 앱 기술을 이용하면 가까운 자전거를 찾고 자전거를 이용한 거리나 시간에 따라 합리적인 요금만 징수할 수 있다. (3) 카셰어링 기술을 활용하면 자전거도 앱으로 열고 잠글 수 있을 것이다.

● 아이디어: 카셰어링의 자전거 버전을 만들자. 앱으로 가까이에 있는 자전거를 예약하고, 앱으로 자전거의 잠금을 풀어서, 필요한 만큼 이용하고 이용한 시간에 따라 비용을 내게 한다.

 실현하기: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젊은 층이 많고 평지인 상하이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전거와 앱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상하이에서 사업이 안정되면 비슷한 1성 도시들로 사업을 확장한다. 이후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의 대도시로 확장한다.

4I가 혁신에 매우 유용한 이유는 각각의 I가 경영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의하기 단계에서는 성공의 비전(Vision of Success, DBR 173호 “혁신의 성공 원한다면 ‘지혜의 창’과 ‘성공의 비전’ 활용하라” 참고), 안과 밖(Hot or Not, DBR 177호 “내일 혁신 원하면 오늘 행동 시작하자… ‘주제의 사다리’와 ‘안과 밖’ 게임으로” 참고) 등의 방법론을 가지고 혁신의 목적, 지향점이 무엇이며 혁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정의할 수 있다. 통찰에서는 실마리(clue)를 수집하고, 실마리들을 서로 연결하고 충돌시켜 기회의 플랫폼(opportunity platform, DBR 191호 “실마리를 엮어 공감의 이야기를 만들자. 통찰을 뽑아내는 ‘마법의 순간’이 온다” 참고)으로 정리한다. 아이디어에서는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통해 기회의 플랫폼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뽑아내고, 이 아이디어들을 열정 평가(passion-o-meter, DBR 212호 “수십 개 아이디어를 5개로… ’실행계획’ 얻은데다 ‘혁신연습’까지 덤!” 참고)를 통해 선별하게 된다. 선별된 아이디어는 실행하기 단계에서 현실화(realness) 과정을 거쳐 구체화되고, 전문가와 소비자를 초대해서 진행하는 핫숍(hotshop, DBR 225호 “면도기 켜면 ‘스포츠카 엔진소리’ 왜라는 질문이 혁신을 만든다” 참고)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개선하고 테스트하게 된다.

 

성공적 혁신을 위한 황금률

이처럼 4I가 혁신에 유용하긴 하지만 이것만이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시중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혁신 방법론이 많이 존재한다. 어떤 방법론을 활용하든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요소가 있다. 바로 통찰, 확장적 사고, 유연하면서도(flexible) 반복적인 과정이다. 이런 요소들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더라도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 통찰을 충분히 찾기

맛있는 요리도 좋은 재료에서 시작되듯이 혁신도 혁신의 재료가 되는 좋은 통찰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것을 듣고 관찰해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혁신을 만드는 방법론을 따를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이 통찰 부분이다. 혁신의 주요 과정을 5일 같은 단기간에 진행하더라도 반드시 이전에 충분히 다양한 잠재 고객과 전문가를 만나서 통찰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존에 혁신을 추진한 직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통찰과 여러 보고서에 담겨 있는 정보들을 잘 모아서 혁신의 재료로 준비해 두는 활동도 수시로 진행해야 한다.

혁신 팀을 구성할 때는 되도록 다양한 배경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을 섞어서 더 많은 통찰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을 만들 때 처럼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통찰을 가지고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갖춘 좋은 팀을 구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2. 확장적인 사고에 집중하기

시중에 열리는 혁신 강좌들을 살펴보면 교육 과정의 상당 부분을 축소적인 사고와 관련된 내용들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즉, 설문 조사 기법 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재무 모델을 만들어 사업성을 예측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이런 축소적인 사고 과정은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너무나 익숙하고 잘하는 부분이다. 혁신 방법론은 확장적인 사고와 축소적인 사고를 반복적으로 하게 만들어야 하고, 특히 확장적인 사고를 충분히 하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혁신의 목표를 정의할 때는 확장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들을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최대한 많이 발견해 내야 한다. 그 후에 축소적인 사고를 통해 혁신의 목표를 잘 정제된 한두 문장으로 정의한다. 통찰을 모을 때도 최대한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 실마리(clue)를 모두 긁어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의 편린들이 이런 방향, 저런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충돌하게끔 만드는 확장적인 사고 과정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 이후에 축소적인 사고를 통해 실마리들을 더 굵직한 통찰들로 해석해 내는 과정이 진행된다.

아이디어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사고로 아이디어를 키우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고, 쓸모없는 공상만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확장을 충분히 해야 좋은 씨앗, 나쁜 씨앗이 다 모이게 되고, 우리는 그 씨앗을 어느 정도 키워 본 후에 떡잎을 보고 될성부른 나무를 하나둘씩 추려갈 수 있게 된다. 아이디어를 추릴 때 필요한 시장성 파악, 재무적인 분석 같은 일은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재무팀, 시장조사팀)이나 전문 기업들(회계법인, 시장조사 기관 등)에게 맡겨도 된다. 확장적인 사고 과정은 남에게 맡기기가 어렵지만 축소적인 사고 과정은 남에게 쉽게 맡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확장적인 사고에 집중해 혁신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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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연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혁신을 지속하기

혁신은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가설적인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게 혹은 만질 수 있게 현실화해 이를 테스트해보고, 다시 더 나은 혁신을 위해 관찰을 시작하는 무한 반복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과정을 뒤로 돌려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만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찰을 충분히 했다면 관찰을 굳이 더 할 것이 아니라 관찰에서 얻었던 실마리들에 대해 다시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를 충분히 만들었다면 이번 아이디어가 실패했을 때, 빨리 좋아 보이는 다음 아이디어로 넘어가거나 실패한 아이디어에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절대로 기계적으로 방법론만 따라서는 안 된다. 어떤 방법론을 한번 따라 해봤다고 해서 혁신이 될 것이라고 과신해서도 안 되고, 한번 해 봤는데 안 되는 것 같다고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방법론에서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잘 골라내야 하고, 자사의 사업과 조직 문화에 적합하게 방법론을 수정·적용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혁신의 함정

혁신의 황금률과 반대로 혁신을 망치는 지름길도 존재한다. 필자는 혁신에 실패한 다수 기업 사례에 주목한 결과 가장 치명적인 혁신의 함정 3가지를 발견했다. 바로 경영진의 지나친 간섭, 기업의 폐쇄적인 태도, 조바심이 함정이다.

1. 경영진의 지나친 간섭

혁신에 실패한 기업들을 보면 매니저와 경영진이 너무 큰 권한을 마음껏 휘두르는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혁신팀을 구성하는 과정부터 아이디어를 만들고, 테스트를 하고, 실제 출시를 하는 과정까지 경영진의 성향과 생각이 너무 과한 비중으로 작용한다. 물론, 대주주나 경영진이 혁신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권한이 이사회를 통해, 혹은 팀과의 수평적인 논의를 통해 행사 될 때, 혁신은 지속될 수 있다. 내가 지금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드는 혁신이 만약 다른 사람들이 밀실에서 내리는 결정에 의해 중단되거나 방향이 변질될 수도 있다면 누가 그 혁신에 모든 것을 걸겠는가?

구글에서 자주 사용하는 격언 중 “히포(하마)의 말을 듣지 말라(Don't listen to the HIPPOs)”는 말이 있다.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이 오래전 그의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도 소개한 문구인데, 여기서 히포는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Paid-Person's-Opinion)을 의미한다. 즉, 직급이 높은 상급자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네 생각을 이야기하고 팀으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라는 말이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와 더불어 구글을 다룬 인기 도서인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는 혁신과 관련된 많은 비밀들이 소개돼 있다. 그중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새겨들어야 할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그것은 “매니저의 권한을 축소하라”다. 이 책들에 소개된 대로 구글은 매니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권한 중 중요하지 않은 권한들은 과감히 없앴다. 채용, 인사 평가 등 중요한 권한들은 투명한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하되 최종 결정은 위원회 등을 통해 결정하게 설계함으로써 매니저가 독단적으로 채용이나 인사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매니저의 권한이 축소된 상황에서 조직은 언제나 매우 수평적이고 열린 문화 속에 운영되고, 이는 혁신이 필요한 순간 크나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혁신에 대한 전체적인 목표와 예산, 일정이 정해진 이후에는 혁신이 경영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행되도록 보호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구글이 그렇듯이, 평소 모든 업무에서 직원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사내 제도들을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고치기 어렵다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작은 조직부터라도 시범적으로 제도들을 고쳐 보기를 권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진도, 제대로 직원을 채용한 회사라면 팀보다 뛰어나기가 어렵다. 경영진이 부재한 시기에 오히려 혁신적인 제품이 출시되고 주가가 오른다는 ‘웃픈’ 얘기를 경영진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2. 기업의 폐쇄적인 태도

혁신을 망치는 두 번째 이유는 모든 혁신을 우리 회사 혼자서 하겠다는 폐쇄적인 태도다. 중요한 혁신일수록 기업들은 혁신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지켜서 이를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것은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그렇다고 기밀 보안을 위해 혁신의 과정을 100% 사내 인력과 사내 자본만으로 진행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힘으로 혁신을 끌고 오다가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전문성이 부족해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혁신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다.

회사 밖에도 비밀을 지키면서 혁신을 같이 추진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있다. 우선, 다른 기업들이다. 기업 대 기업으로 법적인 계약들을 맺으면 혁신의 노력, 리스크 및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다. 특히 기존 기업들과 스타트업 기업 간 협력이 최근 많이 늘고 있다. 자사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일부 지분을 투자하고, 투자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혁신 프로젝트들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당장 스타트업과 혁신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을 통해 해당 영역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배울 수 있고 스타트업의 문화를 비롯한 여러 장점들도 배울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연구소, 학계, 연구 단체나 커뮤니티에서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산학협동은 오랫동안 진행돼왔지만 협업의 대상이 전 세계로 넓어지고 있는 게 최근의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가 혁신을 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전문가를 찾음으로써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연구 단체들 중에는 오픈 소스를 배포하고 열린 협력을 통해 연구를 발전시키는 곳들이 많다. 이러한 영향으로 구글 등 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분야의 연구 결과와 소프트웨어들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외부에 존재하는 자원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활용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광활한 인터넷에서 공개된 신기술을 리서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앞서 살펴본 스타트업, 연구소, 학계와 함께하면 된다. 혁신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기업 일선에서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만든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협업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최근까지 혁신적인 기업에서 근무했던 전문가가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3. 조바심

혁신은 신대륙 탐험에 가깝다.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탐험에 나서 보면 거의 대부분이 계획하고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 정해진 코스란 없고 물길은 시시각각 변한다. 거긴 줄 알았던 목표점은 가 보니 우리가 원했던 목표점이 아니다. 신속히 새로운 목표점을 잡고 다시 떠나야 한다. 신대륙을 한 번 찾았다고 해서 탐험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곳에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울 때까지 탐험은 반복돼야 한다. 그래서 조바심을 내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충분히 갈 데까지 가 봐야 한다. 그리고 혁신을 끝내야 할 때는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잘 끝내는 것이 다음 혁신을 위해서 중요하다.

조바심을 억누르고 혁신을 충분히 시도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시작하기 전에 혁신의 목표와 계획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우리가 성취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중간중간 점검을 해야 할 지점(milestone)은 어디이고, 그 지점에서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실패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즉, ‘A라는 중간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가 실패했다고 가정하면, 과연 무엇 때문에 실패했겠는가?’ ‘B 지점으로 가는 중에 실패한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실패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A 지점에서 실패하면, 그다음 우리가 취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그곳에서 이 탐험을 중단할 것인가’ ‘B지점에서 실패한다면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질문들을 팀이 함께 모여서 진솔하게 고민해야 하고, 경영진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완벽한 계획은 아니지만 혁신의 목표점을 정의하고 실패에 대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면 실제 탐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조바심을 이겨낼 수 있다. 중간에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우리가 예상을 한 문제이거나 예견했던 것보다는 덜 심각한 문제일 것이므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혁신이 중간 지점에서 실패한다 해도 다음에 취할 행동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얼른 실패(fail fast)하면 된다. 이 실패가 약이 돼서 다음 탐험 혹은 다른 탐험에서는 언젠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이것이 조바심 없는 혁신의 모습이다.

2015년 3월부터 2년여에 걸쳐 필자가 배우고 사용했던 혁신의 여러 방법론 중 가장 효과적이고 적용이 쉬운 것들만 추려서 소개했다. 방법론은 혁신을 시작하기 쉽게 만들고 혁신의 성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방법론만 가지고 혁신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늘 살펴본 혁신의 함정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혁신의 바른 행동들을 직원 개개인이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 방법론을 익히고 적용할 때 조직 문화와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노력도 함께하길 권한다.

김경훈 구글 상무 harrisonkim@google.com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사무소와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장 전략 수립, 마케팅 전략 수립, 변화 관리 컨설팅,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현재는 구글 서울 사무소의 구글 마케팅 솔루션 본부를 이끌며 국내 기업들이 혁신적인 디지털/모바일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