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훔쳤다 양자컴으로 공격 우려”
SKT, 양자키분배 안정화 기술 집중
KT, 장비 자체 개발-성능 고도화… LGU+는 통신지연 관리 표준화
구글-美정부 등도 ‘암호 교체’ 속도
KT 연구원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양자 키 분배(QKD) 장비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QKD는 데이터를 잠그는 암호키를 양자의 성질을 이용해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KT 제공
국내 통신3사가 잇따라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보안 기술 개발에 나섰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 암호체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는 만큼 이에 앞서 양자 기술을 적용해 각 사의 통신망 보안을 미리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 ‘양자컴퓨터 해킹’ 막을 새 자물쇠 경쟁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달 양자 보안 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통신 지연을 관리하는 기술의 국제 표준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2022년 양자컴퓨터가 쉽게 풀 수 없는 새로운 암호인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한 기업용 전용회선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기업용 보안망과 산업용 유심, 계정관리 서비스 등으로 양자내성암호 적용 범위를 넓혔다.
SK텔레콤은 무선으로 ‘양자 키 분배(QKD)’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QKD는 양자 기술을 활용해 누군가가 암호키를 전송하는 과정에 끼어들 경우 이를 알아챌 수 있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현재 반경 30km 범위까지 무선 보안을 지킬 수 있는 QKD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후 위성에 탑재해 적용 범위를 더욱 넓힐 예정이다.
KT는 외국 제품에 의존하는 QKD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T가 자체 개발한 QKD 기술을 국내 장비업체에 넘기면 이 기업들은 실제 통신망에 설치할 수 있는 상용 장비를 생산한다. 관련 장비는 2020년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KT 측은 성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금 훔쳐 두고 나중에 풀 것”… 빨라지는 암호 교체 국내 통신사들이 양자 기술을 활용한 보안 강화에 나서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나올 양자컴퓨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접속이나 금융거래 등을 할 때 사용하는 ‘공개키’ 방식 암호는 양자컴퓨터 등장과 함께 무력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지금은 해독하지 못하는 군사기밀이나 첨단기술 자료를 먼저 훔쳐 저장한 뒤, 나중에 양자컴퓨터로 푸는 방식의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양자컴퓨터 등장에 대비해 암호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구글은 회사 시스템을 양자내성암호로 바꾸는 시점을 2029년으로 정했다. 미국 정부도 주요 연방 시스템에서 암호키를 주고받는 데 쓰는 암호 기술은 2030년 말까지, 전자서명에 쓰는 암호 기술은 2031년 말까지 양자내성암호로 바꾸기로 했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25년 13억∼16억 달러(약 1조9000억∼2조3000억 원) 수준인 세계 양자통신 시장이 2035년 110억∼150억 달러(약 16조500억∼21조9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도 올해 통신, 금융, 교통, 국방, 우주 등 5개 분야에서 양자내성암호 시범 전환을 시작했다. 민간에서는 이미 일부 서비스에 양자내성암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공공과 국방 분야는 보안 인증 절차가 필요한 만큼 전면 전환에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암호 교체가 본격화되면 실제 통신망에서 기술과 경험을 쌓았던 통신사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정환 KT 퀀텀테크연구팀장은 “양자내성암호 기술은 이미 나와 있고 지금은 실제 시스템에 적용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증 절차를 마련하는 단계”라며 “2030년 이후에는 기존 공개키 암호를 본격적으로 바꾸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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