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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팀원이 팀장인 나를 ‘패싱’해요”

김명희 ,김성완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독자 여러분의 직장 내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DBR의 마음 전문가들이 ‘처방’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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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표님이랑 이야기 다 끝났고요, 팀장님은 사인만 하시면 돼요.”

작은 컨설팅 회사에서 한 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입니다. 말이 팀장이지 대표이사는 저의 권한을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 팀원과의 충돌이 대표이사와의 마찰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워낙 소규모인지라 대표이사가 모든 팀의 실무에 깊게 관여하고 팀원들도 대표이사와 긴밀히 소통합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대표이사가 직접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일도 있습니다. 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팀원들이 저에게 따로 대표이사에게 업무를 받았다고 보고를 하죠. 팀장인 저를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저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게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며 꾹 참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팀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것과 팀원이 저를 지나치고 대표이사에게 직접 찾아가 결재를 받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상사들의 업무 지시는 따르지 않고 대표이사의 지시만 일방적으로 따르는 한 팀원이 있습니다. 실무와 관련된 내용도 저와는 전혀 상의하지 않고 대표이사와 직접 상의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상사들도 이 팀원에게 이 점을 계속해서 지적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팀 상사들의 지시는 무시합니다.

연봉 협상 시즌, 기어이 일이 터졌습니다. 보통 연봉 협상은 직속 관리자의 평가에 따라 좌우되죠. 그런데 이 팀원은 이런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고 대표이사를 직접 찾아가 연봉을 인상해달라 요구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표이사가 저에게 일언반구 없이 이 팀원의 연봉을 10%가량 올리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이 팀원은 저에게 사인만 하면 된다면서 연봉 인상 기안 문서를 내밀었고, 저는 반려했습니다. 평소 이 직원의 업무 처리와 근무 태도가 요구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만 따르는 얄미운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업무 미숙으로 수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저질렀으며 수습은 늘 저와 다른 팀원들의 몫이었습니다.

이 팀원은 저의 괴롭힘 때문에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어려워 퇴사를 하겠다며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한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대표이사 역시 다른 직원들과 따로 식사 자리를 가지며 제가 이 팀원을 괴롭히고 있다는 뒷담화를 퍼뜨리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이사가 왜 이 팀원 편에 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사와 부하 직원 모두에게서 왕따를 당했다는 생각에 너무 힘듭니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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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I

유 팀장님 안녕하세요. 사연을 읽어보니 제3자의 시각에서도 대표이사와 팀원의 행동을 납득하기 어렵네요. 팀장의 권한을 대놓고 무시하는 팀원과 이를 오히려 두둔하는 듯 임금 인상 결정까지 독단적으로 진행한 대표이사라니, 그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라도 자존심이 상하고 분노가 치밀 듯합니다. 게다가 권력에 있어 절대적 우위에 있는 대표이사가 팀원과 한편이 돼 공공연하게 팀장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면 직장 내 입지가 걱정되고 불안감도 크겠네요. 이렇게 힘든 상황임에도 회사 생활을 잘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에 사연을 주신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팩트를 말씀드리자면 대표이사가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소규모 회사인 경우 중간에 팀장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적잖이 벌어지곤 합니다. 특히 구성원들의 역할과 권한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거나 절차보다는 효율이 중시되는 조직 분위기에서는 중간에 팀장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번거롭게 여기는 경우가 있어요.

저의 의견을 조심스레 말씀드리자면 팀장님과 대표이사, 그리고 팀원은 위계와 절차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와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팀장님은 원칙과 절차, 권위에 대한 존중,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데 비해 대표이사와 팀원은 상대적으로 효율이나 편의,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팀장님이 두 사람으로부터 무시당하고 공격받는 느낌이 드는 건 팀장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시되거나 존중되지 않는 듯 해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는 의식을 하든 안 하든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갑니다. 마주하는 상황이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에 부합하면 안전함(safety)과 충만감(fulfillment)이 느껴지지만, 존중되지 않거나 무시되는 느낌이 들면 불행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느껴져요. 그래서 회사를 선택할 때 나의 성향이 회사의 조직 문화, 비전,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죠. 회사가 인재를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일과 조직 문화가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요구되는 역할 행동이 직급에 따라 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팀장 직책에서는 원칙을 준수하고 구성원 전체와 합의를 도출하는 역량은 성과를 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유 팀장님이 대표이사와 팀원의 행동이 원칙과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팀장님 입장에서 필요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대표이사는 팀장이나 임원과는 다른 게임의 룰을 가지고 있답니다. 원칙을 준수하는 것보다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이거나 전략적 선택을 하는 역량이 더 요구됩니다. 대표이사가 원칙을 어기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이처럼 양쪽의 입장이 너무 상이해서 꽉 막히고 출구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달리하면 상황 자체가 다르게 인식되기에 전혀 예상치 않았던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재 팀장님의 관점에서 상황을 살펴보면 문제 팀원은 업무 성과도 뛰어나지 않고 부족한 부분도 많죠. 차근차근 일을 배워서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본인의 성과에 부합한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한 처사입니다. 그런데 팀장님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 대표이사와 직접 소통을 하고 있고, 팀장님이 승인하지 않은 임금 인상 건도 대표이사와 직접 이야기해 원하는 바를 결국 얻어냈습니다. 대표이사는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팀장님의 의견을 듣기는커녕 단독으로 팀원의 임금 인상을 결정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팀장님이 팀원을 괴롭히고 있다며 팀장님에 대한 따돌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팀원 역시 적반하장으로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휴직에 돌입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지금 당장은 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두 사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거나, 부서나 회사를 옮기거나, 팀원을 다른 곳에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들 수 있죠.

다음으로 대표이사의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이사에게는 타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창출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복잡한 사고를 통해 창의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역량 등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대표이사가 팀원의 연봉을 올려 주기로 결정했다면 전략적 판단에 기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는 업무 역량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해당 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 임금을 미리 올려 주고라도 이직을 막는 게 나은 선택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와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며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팀원의 허물을 알리면서 잘못을 고치려 하는 팀장님의 행동은 대표이사에겐 위협적이거나 장애 요인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요.

다음으로 문제 팀원의 관점을 살펴보겠습니다. 팀원이 팀장님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와 직접 소통하는 이유는 팀장님의 권위를 무시해서일 수도 있지만 팀장님의 승인을 거치는 경우 결정이 지연되거나 거부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최종 의사결정자인 대표이사로부터 직접 구두로 지시 또는 약속을 받은 경우라면 중간에 팀장님의 승인을 받는 것 자체가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인 관행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요. 또한 대표이사가 평소에 업무를 직접 지시하거나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면 팀장님의 중간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대표이사가 결정한 임금 인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팀장님이 옳다고 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직속 상사로부터 못마땅하게 여겨지고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는다면 팀원 입장에서는 회사 생활을 지속하기가 무척 힘들고 어렵겠죠. 팀원 입장에선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어떤 대안을 생각할까요?

팀장님 외에 다른 관점에서도 현 상황을 재조명해 보았는데요, 이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관점은 무엇인가요? 팀장님이 처음 가졌던 관점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이전 관점이 여전히 가장 마음에 와닿을 수 있고, 새로운 관점이 더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든 팀장님께서 기억하셔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성향을 타고나고, 다양한 가치를 따르며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팀장님처럼 투명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고난 DNA 자체가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경우도 있어요. 나의 프레임에 상대방을 맞추려 하면 이해가 어렵기도 하고 위협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다각도로 상황을 바라보면 이해나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물론 생각이나 관점만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기에 스트레스 대응 전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위협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취하는 대응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1) 맞서 싸워서 상황을 변화시키거나 2)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거나 3)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입니다.

먼저,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대표이사나 팀원과의 대화를 통해 타협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이미 해당 팀원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중간관리자의 결재 라인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와 직접 소통하려 한다거나, 업무 처리와 근무 태도가 미흡해 수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저질렀다는 사실과 관련해 팀원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와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팀원의 얄미운 태도를 고쳐보고자 다른 리더들과 함께 논의하며 팀원의 행동을 개선해보려 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더 시도하고 싶다면 설득 전략을 쓰거나 대화 방식을 바꾸거나, 다른 리더와 연합을 형성해 문제 공론화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결과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조리함을 개선하고 싶다면 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문제는 팀장이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을 때 이길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설령 승소를 한다고 해도 지난한 법정 다툼 과정에서 관계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회사 생활이 지금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질 수 있기에 최적의 대안으로 생각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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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대응 전략은 상황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오사즉승리(惡寺則僧離), 즉 싫은 사람이 절을 떠나는 방법입니다. 조건이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해서 통쾌하게 복수해주면 좋겠지만 더 좋은 회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다른 회사라고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생계도 걱정을 해야 하고 한창 일할 나이에 일이 없어지는 난처한 상황도 감수해야 하기에 당장은 대안이 되기 어려워 보여요. 팀원을 다른 부서로 보낼 수도 있겠네요. 문제는 현재 그 팀원은 팀장님의 괴롭힘 때문에 회사 다니기가 어렵다며 휴가에 들어간 상태이고 대표이사는 이를 여러 사람에게 퍼뜨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팀원이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팀장님은 ‘나쁜 상사’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어요. 게다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됐기에 다른 팀의 리더들이 팀장님이 겪었던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체념하며 지옥 같은 상황을 묵묵히 견디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상황에 대한 관점을 바꾸거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현재의 상황을 리더십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도전이자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에게 리더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결재 라인에서 승인 권한을 갖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답니다. 지위나 권력이 보장돼 구성원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필요한 것은 잦은 대화와 접촉, 공감과 기지에 기반한 상호 신뢰이기 때문입니다. 호감이나 매력도를 이용해서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권력을 ‘준거적 권력(referent power)’이라고 하죠. 팀장님이 중간에서 팀원들의 고민이나 고충을 들어주고 그들의 지원자 역할을 해간다면 팀장님에 대한 팀원들의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팀장님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면 대표이사와의 관계에서도 팀장님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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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제안을 드리자면 먼저 문제 팀원과 수시로 가벼운 대화를 함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1대1 면담을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팀원에 대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정을 알게 되면 공감할 부분도 늘어나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이겠죠. 아이러니하게도 팀장님이 권위나 권력을 강조할 때보다 공감해주고 경청해줄 때 조직 내 팀장님의 입지가 한층 강화됨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지금 팀장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인지, 대표이사와 팀원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인지, 팀장으로서 존경을 받는 것인지를 잘 살펴보면 팀장님에게 가장 맞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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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II

조직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 중 하나가 상사나 직원들로부터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입니다. 같이 고생하고 기뻐해야 할 동료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조직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흐릿하게 만들고 그 상실감은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유 팀장의 사연 중 ‘대표이사와 팀원으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는 표현에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한 팀원이 팀장인 자신과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고, 대표이사와의 연봉 협상 결과를 통보하는 상황에서 어느 팀장이라도 속이 상하지 않을 수 없죠. 때로 현실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과 반대로 가거나 뜻하지 않는 문제로 골머리가 썩곤 합니다. 그럴수록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자기 내부에서 찾고, 타인과 조직, 시스템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유 팀장님께 제안 드리는 첫 번째는 ‘대표이사와 팀원에게서 무시당했다’는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혹자는 ‘상사와 팀원이 팀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어떤 직원과 갈등이 생기게 되면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어지죠. 심지어 회사를 떠나는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설문 조사에서 이직의 핵심 원인으로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을 꼽고 있습니다. 일이 힘든 것은 참아도 사람이 힘든 것은 참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처럼 괴로운 마음이 가득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그레샴(Thomas Gresham)이 말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격언처럼 부정적인 생각은 또 다른 부정적인 생각을 낳습니다. ‘마음 내려놓기’란 억지로 생각이나 감정에서 벗어나거나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냥 마음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구나’라고 알아차리고 생각이 흘러가도록 둡니다. 직장 생활에서 괴롭고 불쾌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괴롭거나 불쾌한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죠.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내려놓는 일이야말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첫걸음입니다.1 마음이나 감정이 자신을 옭매고 있을 때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죠. 마음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변합니다. 때로는 즐거운 마음이, 때로는 괴로운 마음이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일어나죠. 탁월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일이나 관계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보고 다스려야 합니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그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리더십으로 ‘레벨5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레벨5 리더십은 개인의 겸양(Personal Humility)과 전문가적 의지(Professional Will)를 가진 리더를 말합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통제하기는 레벨5 리더십의 개인적 겸양을 형성하는 좋은 습관이 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윈윈(Win-Win)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대가 고 스티븐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대인 관계의 윈윈 관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지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죠. 조직 내에서 윈윈 대인 관계는 성공하는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유 팀장님의 사례에서 팀장의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고 대표이사와 독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팀원과는 어떻게 윈윈 관계를 만들어야 할까요?

윈윈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타인의 욕구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 종종 오해나 갈등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인간 행동의 바탕에는 3가지 욕구가 작용합니다. 첫째, 통제받지 않으려는 욕구입니다. 특히 전문가 집단이나 역량이 뛰어난 직원일수록 이런 경향을 보일 때가 많죠. 둘째, 유대 관계를 과시하려는 욕구입니다. 조직 내외의 특수관계인과 관계가 있는 일부 직원에게서 이런 행동이 종종 나타나죠. 셋째,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에 따른 보상 욕구입니다. 문제 팀원의 경우 이 세 가지 욕구 모두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대표이사와의 관계를 과시하고, 자신의 성과를 보상으로 얻으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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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회사 내에서 잘못된 행동이 누적돼 습관이 됐다면 이를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사람의 행동 변화와 개선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지 않으면 여러 솔루션을 거쳐도 재발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거나 당연시한다면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잘못이나 사고를 개인 차원의 대화가 아니라 공식 회의와 같은 조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죠. 물론 문제 팀원과 1대1 면담이나 대표이사와 팀원이 함께하는 3자 면담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상호 신뢰 관계가 성숙되지 않았다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팀원과 1대1 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말했던 팀원의 기대나 욕구를 파악해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합니다. 팀장의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고 대표이사와 직접 소통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길 원한다면 팀 내 스페셜리스트로 단독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TF(Task-Force)팀을 구성해 팀 업무와 분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팀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무 결과에 대해 평가 보상하는 시스템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갈등으로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면 업무 분리나 팀 이동의 기회를 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대표이사와는 어떻게 윈윈 관계를 만들어야 할까요? 위 사례에서 팀원의 안하무인 격의 행동을 용인한 사람은 대표이사입니다. 많은 경영자가 특정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왜 일부 직원에게 이 같은 행동을 할까요? 그 사람을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리더들을 코칭하다 보면 경영자들은 “그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일부 스타 플레이어가 언제나 믿을 수 있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한 것 입니다. 경영자들도 그러한 의사결정 방식이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조직에 미치는 피해보다는 득이 많다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상사들의 행동과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상사와의 윈윈 관계도 상사의 니즈와 욕구를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문제 팀원과 대표이사의 행동을 탓하기보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았다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의 의사결정 최종 권한은 대표이사에게 있습니다. 만약 대표이사의 연봉 10% 인상 결정이 사실이라면 팀장 입장에서 거부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대표이사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팀장을 의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대인 간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시간과 노력, 결과물이 필요하죠. 대표이사가 기대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유 팀장님의 사례에서 가장 아픈 고리는 대표이사도, 문제 팀원도 아닌 다른 팀원들과 관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문제 팀원의 잘못된 태도나 미숙한 업무 수행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리더로서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죠. 문제 팀원의 행동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다른 팀원들도 팀장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입니다. 오히려 문제 팀원과 잦은 불화나 갈등은 다른 팀원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문제 팀원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따르지 않는 지시를 반복하거나 감정적 대응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조직 내 인간 행동의 진정한 변화는 조직과 시스템 차원에서 일어납니다. 특히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는 체계나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 직원의 독단적인 태도나 규율을 벗어난 행동이 관행처럼 이뤄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내 중요한 의사결정은 공식적인 회의체를 통해서 토론하고 결정하는 문화로 이뤄져야 합니다. 조직 내 중요한 업무가 공식적인 회의체를 통해 공유될 때, 개인의 일탈적 행동은 최소화되고 원활한 업무 수행이 이뤄집니다. 조직 차원의 회의에서 팀원의 일탈적 행동이나 잘못된 태도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업무 지시나 보고가 쌍방향으로 이뤄지며 조직 차원에서 결정되는 관행이 만들어지죠.

아울러 명확한 성과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자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많은 기업에서 평가 보상 제도를 만들었지만 경영자의 독단적인 결정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차 평가자와 최종 평가자로 이어지는 평가 보상 프로세스를 준수해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팀원은 대표이사와 직접 연봉 협상을 한 뒤 연봉 인상 문서를 내밀었다고 했습니다. 만약 평가 보상 프로세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와 1대1 연봉 협상으로 결정했다면 조직의 절차를 어겼다고 문제 제기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의 결정이므로 결정을 뒤집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나 정해진 프로세스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할 수는 있겠죠.

이러한 제도가 단단히 굳어지면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행동도 조금씩 변합니다. 모든 제도나 업무 관행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추진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변화가 축적되는 과정 없이 곧바로 변화의 결실을 얻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추운 바람과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어우러져야 단맛 가득한 사과를 먹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팀원의 문제가 조직에서 팀장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중차대한 문제라면 조직을 옮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내가 일하는 이유가 문제 팀원을 통제하고 팀장의 권위를 인정받는 것만은 아니겠죠. 대표이사가 자신을 뽑았던 이유, 팀장에게 부여된 과업, 동료나 고객들의 기대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돼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규정합니다. 어쩌면 한 팀원과의 갈등이 없었더라도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나 관계는 항상 변하기 마련입니다. 특정한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감정이나 생각이 계속 바뀐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겠죠.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감정이나 생각은 결국 들어왔다가 나가는 바람일 뿐입니다. 조직 생활은 때로는 맞바람을 맞기도 하고 순풍을 타고 쾌속 질주하기도 합니다. 변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과 타인이 모두 윈윈하는 길을 찾는다면 삶은 순풍을 만난 돛단배와 같을 것입니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인피니티코칭의 대표 및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 coach@tongcoaching.com
김성완 대표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에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정리=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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