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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제약 빅데이터 활용사례

부종완화제를 멍치료제로 리포지셔닝 26억 건의 데이터에서 보물을 찾다

이방실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태영(성균관대 글로벌경영 4학년) 씨가 참가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멍 없애는 약’ ‘멍 없애는 연고’ ‘멍 빨리 없애는 법등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일반의약품(OTCOver-the-counter drugㆍ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의약품)이 하나 있다. 바로 유유제약의베노플러스-이다.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는멍 치료제’. 주요 타깃 고객은 미용과 성형에 관심을 많이 갖는 20∼30대 성인 여성들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유유제약은 베노플러스-겔을진통소염제로 구분해 놓고 판매했다. 영업사원들이 약사들에게 소개할 때에도멘소래담류의 제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나마 차별점으로 내세운 건피부 자극이 적으니 아기들처럼 민감한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정도였다.

 

베노플러스-겔의 매출액은 근 10년 넘게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멍 치료제라는 신()시장을 개척한 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50%나 늘었다. 타깃 고객층을 아이들에서 성인 여성으로 바꾸고 단순 의약품을 넘어 미용에도 도움이 되는 뷰티 상품으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한 덕택이다.

 

베노플러스-겔의 리포지셔닝 전략 뒤에는 빅데이터 분석의 공이 크다. 무려 26억 건에 달하는 소셜네트워크 데이터 분석을 통해 멍이 들면 계란으로 문지르거나 소고기를 갖다 붙이는 등 민간 요법에만 의존하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파악했고 이를 통해 멍 치료제라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겔 리포지셔닝 성공 사례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 도입

 

유유제약의 빅데이터 마케팅 도입 뒤에는 3세 경영인 유원상 상무의 역할이 컸다. 유원상 상무는 1941년 유유제약의 전신인 유한무역을 창립한 고() 유특한 회장(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막내 동생)의 손자이자 유승필 현 유유제약 회장의 장남이다. 유원상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에서 영업사원(뉴욕) 및 교육 담당자(싱가포르) 4년간 경력을 쌓은 후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2008년 회사에 합류했다.

 

 

유원상 상무가 입사한 그해, 공교롭게도 유유제약의 매출액(3월 결산법인) 738억 원(2007 41∼2008 331)에서 450억 원(2008 41∼2009 331)으로 무려 39%나 급감했다. 회사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주력 전문의약품(ETCEthical drugㆍ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 ‘타나민(순환장애 치료제)’이 건강보험급여에서 제외되면서 타나민 단일 품목 매출액만 무려 70%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 상무는 이를 계기로 보험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OTC 사업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ETC의 경우 보험급여 지급 여부는 물론 약가 등 정부의 정책 방침 변경에 따라 취약성이 클 수밖에 없다. 2007년 기준으로 유유제약 전체 매출액 중 ETC가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했다. 한마디로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컸다. 점점 악화될 게 뻔한 ETC 사업부의 열악한 마진을 상쇄하고 매출액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OTC 사업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대부분 사업 구조가 ECT에 집중돼 있던 유유제약은 그동안 의사와 약사, 혹은 내부 R&D 인력이나 영업사원들의 조언과 경험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왔다. 시장 조사라고 해 봤자 의약품 통계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비스트(UBIST) IMS로부터 업체별 제품 판매 데이터를 구입해 경쟁사 매출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최종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환자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OTC라고 해도 영업사원들이 접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사다 보니 대부분 경영진은 일반 대중들의 니즈를 굳이 파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OTC 역시 크게 봐선 ETC처럼 B2B 영역(약사 대상)이나 다름없다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유원상 상무의 생각은 달랐다. 최소한 OTC는 최종 소비자인 일반 대중들의 니즈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과거처럼 전통적인 B2B 고객 집단(의사 및 약사)이나 내부 인력(R&D, 영업) 중심의 공급자적 시각을 견지해서는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일반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영대학원에서 데이터마이닝 관련 수업을 들으며 빅데이터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창구로 소셜미디어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들의 니즈뿐 아니라 숨어 있는 욕구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보고(寶庫)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원상 상무는전통적인 시장 조사는 현재 존재하는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시장에 대해서는 말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방대한 소셜미디어를 분석하면 소비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데에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국내 제약업계 최초의 빅데이터 마케팅은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소프트웨어로 약을 팔겠다고?” 조직 내 반발 극복

 

유원상 상무가 처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보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유승필 회장을 포함한 대부분 경영진은소프트웨어로 무슨 약을 팔겠다는 소리냐면서 강력하게 반대했다. 다들 “SNS에서 떠도는 댓글 따위를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들이었다. 어차피 OTC도 약사에게 파는 것인데 약사나 의사도 아닌 일반인들의 생각을 왜 알아봐야 하며, 더더구나 그걸 위해 왜 쓸데없이 생돈을 써야 하냐며 반발하는 이들도 많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제약회사가 어디 있느냐며 실제 사례를 가지고 와 보라고 다그치는 임원들도 있었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유원상 상무는 반대하는 경영진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빅데이터의 위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트위터 같은 SNS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하고 정확한 소비자들의 심정을 파악해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예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장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전문업체인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을 찾아가 아주 간단한 수준에서 베노플러스-겔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빅데이터라는 생소한 아이디어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임원진에게 실제 사례를 들어 효용성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정식 계약을 맺기 전이었지만 다음소프트는 제약업계 최초의 빅데이터 마케팅 적용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흔쾌히 제안에 응했다.

 

유원상 상무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첫 시험 대상으로 베노플러스-겔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OTC 제품과 비교해 봤을 때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었다. 베노플러스-겔은 유유제약이 1988(당시베노플란트-’, 2009년 베노플러스-겔로 제품명 변경)부터 20년 넘게 생산해 온 제품이었다. 하지만 연고 제품을 통틀어 베노플러스-겔 브랜드(베노플란트-겔 포함)를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적었다. (그림 1) 실제로 베노플러스-겔의 매출액은 10년 넘게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절대 매출액 규모도 유유제약의 간판 제품인 비타민C 제제유판씨매출액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이는 바꿔 말해 만약 잘못되더라도 회사 전체 매출액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뜻이었다.

 

단기간에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유판씨 같은 핵심 제품이 아니라 주변 상품인 베노플러스-겔에 주목한 이유였다. 비타민C(유판씨)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영양제이지만 진통소염제(베노플러스-)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각각의 제품 카테고리만 비교해 보더라도 유판씨에서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베노플러스-겔에서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당연히 분석 기간 및 분석에 소요되는 비용에서도 차이가 날 게 뻔했다. 가뜩이나 조직 반발이 큰 상황에서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보다는 작더라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유원상 상무는 베노플러스-겔의 기존 목표 고객군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는부인의 친구가 미스코리아 출신인데 젊었을 때 베노플러스-겔을 써 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과연 어린이를 타깃으로 설정해 놓은 기존 전략이 맞는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실 베노플러스-겔이 과거에 타깃 고객층을 아이들로 설정했던 건 다분히 공급자적인 시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내부 R&D 인력과 영업직원들이 생각하는 본질적인 약효를 중심으로 제품 콘셉트와 타깃 고객층을 설정한 결과였다. 상황은 이렇다. 베노플러스-겔의 주성분은 혈전용해제에 해당하는 헤파린나트륨과 혈관 축소ㆍ보호 물질인 에스신, 소염ㆍ진통 작용을 하는 살리실산이다. 이에 따라 유유제약은 20여 년 전 베노플러스-겔을 처음 내놓았을 때하지정맥류에 따른 부종 완화를 주요 기능으로 삼고자 했다. 그냥 부종이 아니라혈관이상에 따른 부종을 완화해줄 수 있는 매우전문적인 의약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략을 세워놓다 보니 시중에 존재하는 기존 제품 카테고리에 딱히 들어맞는 곳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그나마 가장 근접한 영역이 부기를 빼는 데 도움이 되는바르는 진통소염제였다. 이 카테고리에는 이미 물파스뿐 아니라멘소래담’안티프라민등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는 제품과 브랜드들이 여럿 있는 상태였다. 결국 유유제약 영업사원들은 베노플러스-겔을 멘소래담류의 진통소염제라고 소개하며 약국에 공급했다. 다만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살리실산 성분이 경쟁사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적으니 피부가 민감한 아이들한테 사용해도 좋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이후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바르는 진통소염제라는 제품 포지셔닝은 20년 넘게 아무런 의심 없이 계속 유지돼 내려왔다. 하지만 유원상 상무는 이 기본 전제 자체에 질문을 던졌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혹시 기본 전제가 틀린 건 아닐까? 시장에서 직접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베노플러스-겔에 대해 다음소프트가 약식으로 실시한 간이 분석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베노플러스-겔은 원래 부기 완화 이외에도 멍들거나 타박상, 벌레 물린 데에도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분석 결과, 부종이나 타박상은 정형외과 등 병원 치료에 대한 연관 검색어가 많고, 벌레 물린 데에는버물리처럼 확실히 각인된 브랜드가 있지만 멍에 대해서는 특별히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약이나 연고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키워드 조합 검색을 실시해 본 결과-아이키워드 조합보다-여성키워드 조합이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멍에 대해서는 OTC 가운데 시장을 지배하는 선점 브랜드가 없고 멍에 대한 시장 수요는 아이들이 아니라 여성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는 통찰을 얻게 된 것이다.

 

유원상 상무는 이 결과를 가지고 회장 이하 임원진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설득에 나섰다. “지금까지 베노플러스-겔이 목표로 삼았던 고객군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기존 제품 포지셔닝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객관적 데이터까지 더해지자 반신반의하던 임원들이 하나둘씩 마음을 열어갔다. “이번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배수진까지 치는 3세 경영인의 모습에 결국 유승필 회장도 한번 해 보라고 허락했다. 7개월에 걸친 설득 작업 끝에 얻어 낸 결과였다.

 

경쟁자는 소고기와 계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다

 

유유제약은 다음소프트와 공식 계약을 맺고 2012년 초부터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해 26억 건의 소셜네트워크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결과멍 치료제라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멍 치료 연고가 시중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대부분 사람들은 멍을 없애기 위해 계란이나 소고기를 이용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멍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하면 계란이나 소고기가 연관 검색어로 뜨는 형국이었다. 물론 멍 빼는 연고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체적인 브랜드가 언급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베노플러스-겔은 고사하고 다른 유사 연고제 이름이 언급된 사례도 찾기 힘들었다. 그저약국에 가서 멍 빼는 약 달라고 말하면 됩니다식의 답변만 존재할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민간 요법에만 의지해 멍을 풀고 있었다.(그림 2) 유원상 상무는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노선을 운행하는 항공사의 경쟁자에는 다른 항공사뿐 아니라 KTX도 포함되는 것처럼 베노플러스-겔의 경쟁자도 의약품이 아니라 소고기, 계란이라는 통찰을 얻었다멍을 빼기 위해 민간요법에만 의지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멍 치료를 제품의 핵심 기능으로 삼을 때 가장 시장성이 큰 소비자 집단은 간이 분석에서 나타났듯이 성인 여성들로 조사됐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4000만 건의 블로그를 대상으로 텍스트 마이닝한 결과, ‘-여성키워드 조합이-아이키워드 조합보다 적게는 최소 3.6배에서 많게는 7.7배까지 많았다. ( 1) 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잠재 시장의 크기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 크기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걸 의미했다.

 

특히 멍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위는가리는 일로 나타났다. 다음소프트에서 베노플러스-겔 관련 분석을 담당한 신도용 차장은멍을 가리는 행위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보니 미니스커트나 민소매 옷을 입고 싶은데 무릎이나 팔, 다리 등에 생긴 멍을 어쩌질 못해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다닌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베노플러스-겔을 단순 치료 목적이 아니라 미용 목적으로 포지셔닝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계기다.

 

계절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검색 데이터 트렌드는 이 같은 생각을 더욱 굳혀줬다. 멍에 대한 관심은 노출이 많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겨울방학 시작 시기부터 신학기 개학 전까지에도 여름철 못지 않게 멍과 관련한 검색량이 급증(여름철 검색량의 약 80% 수준)하는 현상을 발견한 것. 원인은 다름 아닌성형 특수였다. 지고은 유유제약 OTC 마케팅부 PM3 수험생이나 대학생들이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성형을 많이 하다 보니 얼굴에 남아 있는 멍과 부기를 제거할 방법에 대한 검색량이 늘어났던 것이라며베노플러스-겔이 지향해야 할 목표 시장은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미용, 더 나아가 성형 시장과도 연관시켜 접근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포지셔닝 후 베노플러스-겔 매출액 50% 상승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유제약은 2012년 여름부터 기존의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우선 베노플러스-겔의 타깃 고객층을 기존 어린이에서 성인 여성으로 바꾸면서 포스터부터 새로 제작했다. 과거엔못난이 인형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놓고아이들 피부에는 부드럽게 감싸주는 베노플러스-겔을 발라주세요라는 문구를 달았다. 반면 일러스트 형식으로 새롭게 바뀐 광고에선 치마를 입은 여성이 멍든 무릎을 보면서이런 멍 같은 경우엔 베노플러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특히 겨울철 성형 수요를 의식해 겨울용 광고 포스터도 따로 제작했다. 성형 후 붕대를 얼굴에 감은 여성이 소고기나 계란 대신 베노플러스-겔을 선택하는 장면을 연출, 수술 후 멍과 붓기를 빨리 빼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고민을 정면으로 다뤘다. (그림 3)

 

 

과거 못난이 인형 광고 포스터의 경우 약국에 붙이거나 약업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게 전부였지만 새로 제작한 광고의 경우 <슈어>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성인 여성들이 많이 보는 패션ㆍ뷰티 잡지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게재했다. 패션지에 광고를 낸 건 72년 유유제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밖에 지하철 차량 내부에도 장기 광고를 게재했을 뿐 아니라 본사 옥외 광고 역시타나민에서베노플러스-로 바꿔 달았다.

 

제품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다. 의약품 분위기가 풍기는 일상적인 연고 디자인에서 립글로스처럼 매끄러운 튜브 형태의 용기로 바꿨다. 제품 포장지에부은 데, 멍든 데, 타박상, 벌레 물린 데순서로 표기 돼 있던 용도 설명도, 부기, 타박상, 벌레 물린 데식으로 순서를 바꿔 멍이라는 단어가 맨 앞에 오도록 다시 디자인했다.

 

당연히멘소래담 아류식판매 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베노플러스-겔은 멍 빼는 데 특효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약사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심지어 이전에는 신경 쓰지도 않았던 성형외과 의사들에게까지 찾아가 제품에 대해 알렸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입소문을 내기 위한 마케팅에도 힘썼다. 의약품 관련 후기를 쓰는 블로거는 물론이고 화장품이나 미용 관련 제품 리뷰를 많이 하는 파워블로거들에게도 베노플러스-겔의 존재를 적극 알렸다.

 

베노플라스-겔의 리포지셔닝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그림 4) 불과 1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50%가 늘어난 것. 박성준 OCT 마케팅팀 과장은요새는 일반 약국은 물론 성형외과나 정형외과에서도 베노플러스-겔에 대한 문의가 올 정도라며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베노플러스-겔의 검색 건수도 부쩍 늘었다. 다음소프트 분석에 따르면, 2012 7월부터 9월까지 베노플러스 검색 건수는 2011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섯 배 넘게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멍 빨리 없애는 법이라는 키워드는 26596건에서 17771건으로 33%가 줄어들었다. 신도용 차장은 이에 대해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사람들이멍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한 대신에베노플러스를 검색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베노플러스-겔의 성공 덕택에 유유제약은 올해 초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주최한1회 빅데이터 활용ㆍ분석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빅데이터로 매출액 증대는 물론 세간의 주목을 받은 유유제약은 앞으로 베노플러스-겔 외에 유판씨, 피지오머 등 다른 OTC 품목에도 텍스트 마이팅 기법을 적극 적용해 OTC 사업을 계속 강화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유유제약은 지난해 중견 제약회사 경력직 영업직원 10명을 신규 채용하며 OTC 조직을 신설했다. 과거 ETC 영업 담당자들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끼워 팔던 OTC를 아예 전담으로 맡아 판매할 인력을 확충한 것이다. 또한 유유제약은 OTC 중에서도 일부 특색 있는 제품의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OTX(의사 처방을 유도해 판매하는 일반의약품) 부서도 신설했다. OTX에서 맡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식물성분 항우울제노이로민이다. 유원상 상무는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부와 20대에게서 우울증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앞으로 노이로민에 대해서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공요인

 

오랜 기간 ETC에 집중해 왔던 유유제약은 전형적인 B2B 영업에 치중해 왔다. 모든 제품 개발은 의사나 약사, 혹은 내부 인력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했다. 특히 ETC뿐 아니라 OTC의 경우도 약품을 소비하는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약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대해 왔다. 제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가 최종 소비자가 아닌 약사였던 것. 하지만 대부분 약사들은멍 빼는 연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약국을 찾는 이들 가운데 멍 빼는 약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유유제약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종 수요자들의 니즈를 직접 파악했다. 그 결과, 기존 고객들(약사들)이 필요하다고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멍 빼는 연고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결국 유유제약은 멍 치료제라는 차별화된 카테고리를 창출해 다른 어떤 제약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공저한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 소개된 제2법칙인영역의 법칙(law of category)’에 충실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OTC 제품 가운데 비교적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퀵윈(quick-win)’ 과제에 집중한 점도 눈에 띈다. 흔히 신사업을 추진할 때 처음부터 굉장한 성과를 내야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새로운 변화와 혁신 뒤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반대를 최소화하면서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처음부터 과대한 목표를 잡기보다는 작은 과제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유원상 상무도 이 원칙을 따랐다. 유원상 상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OTC 사업 강화였다. 최종 목표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베노플러스-겔을 첫 사례로 고른 이유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사실, 위험도를 낮춰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유판씨 같은 핵심 품목을 타깃으로 삼아 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큰 성과를 노릴 것인가는 전략적 판단에 관한 문제다. 위험 부담이 적은 베노플러스 대신고위험 고수익원칙에 따라 유판씨를 가지고 도전해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원상 상무는 쓸데없는 욕심을 버렸고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품목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짧은 시간 안에 큰 무리 없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한 후 과감하게 리포지셔닝 전략을 추진한 것도 주효했다. 유유제약 베노플러스-겔은 오랜 기간 동안 진통소염제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미투(me-too)’ 영업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시장 기회를 찾게 된 이후로는 타깃 고객층을 아이에서 여성으로 바꿨고 광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및 영업 전략도 완전히 바꿨다. 이러한 리포지셔닝 전략 뒤에는 효능 중심(efficacy-driven)의 제품개발 관행에서 벗어나 소비자 니즈 중심(needs-driven)으로 콘셉트를 재정의해 새롭게 시장을 진출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 헤파린나트륨, 에스신 등의 성분 특성에 집착해부종 완화기능을 우선시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멍 빼기효능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 이를 통해 계란이나 소고기만을 답으로 여겨왔던 소비자들에게 베노플러스-겔을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방실 기자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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