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 트로스트 공동 기획 ‘직장인 금쪽이’

직장 상사의 가스라이팅…
무시해도 될까요?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편집자주

회사는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정신 승리’가 요구되는 공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는 회사에서 솔직하게 마음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해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개인을 번아웃으로 이끌고 개인의 직장 생활과 일상생활 모두를 망칩니다. 개인의 마음 문제는 업무 생산성과 조직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집니다. 마음 방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이 온전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마음 전문가를 만나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여러분이 가진 마음의 고민을 DBR와 나눠주세요. DBR는 심리 상담 서비스 ‘트로스트’와 함께 직장인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고민해드리는 새 코너 ‘직장인 금쪽이’를 신설했습니다. 소중한 독자 여러분들의 직장 내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트로스트의 대표 상담가들이 마음을 ‘처방’해드립니다. 오른쪽 QR코드 또는 이메일(dbr@donga.com)을 통해 상담을 의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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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팀원들 모두 김 대리를 보면 답답하대.”

팀을 옮기고 얼마 안 돼 직속 상사인 박 과장님에게 들은 말입니다. 저는 뭐든 꼼꼼하게 더블체크하고 넘어가야 안심이 되는 사람입니다. 철저한 삶의 태도를 지키면서도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새벽 출근,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직속 상사는 ‘느리다’ ‘고지식하다’는 피드백만 반복했고 칭찬 한마디 해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보는 사람에 따라선 답답하게 느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이디어 덕에 팀이 칭찬을 받았을 때도, 박 과장님이 시킨 일을 완벽히 수행해 위신을 살려드렸던 순간에도 칭찬 대신 침묵. 그러다 다음 날엔 “그런데 말야 김 대리는 일하는 스타일은 고지식해”라며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날이 6개월 가량 지속되다 보니 ‘아, 내가 정말 일을 잘 못하나 보다’ ‘이 정도면 내 기준에서도 최선을 다한 건데 뭐가 잘못인 거지? 난 정말 이 팀엔 잘 안 맞는 사람인가 봐’라고 자책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기여하는 몫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직속 상사는 결과와 상관없이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니 억울하기도 하고, 자책감도 커져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 과장님 개인뿐만이 아닌 팀 전체가 나를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피드백까지 받으면 마치 왕따를 경험하는 것 같은 고립감까지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불평을 하기보다 아침잠, 밤잠 줄여가며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평판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자괴감은 커지는데 업무 강도까지 세지니 스트레스 없이 하루를 끝내는 날이 드물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연말 송년회 겸 팀 전체 회식이 있었습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 팀장님이 “김 대리는 어쩜 그렇게 일을 빠리빠릿하게 잘해? 안 힘들어?”라고 여쭈셨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었습니다. 팀장님은 진심으로 제가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과로하는 게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주기까지 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귀가할 무렵, 팀 내 다른 과장님들도 과로하지 말라며 말씀해줬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다른 팀에서 일하는 동기로부터 우리 팀장님이 “젊은 사람 중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친구는 처음 봤다”며 저를 극찬하고 다니는 걸 봤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혹시 저를 답답하게 본 것이 박 과장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인정해주고 있는데 혼자만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거짓말한 것은 아닌지 하고요. 박 과장님 본인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나 봅니다. 다음 날 먼저 제 자리에 와서 회사 내에 몇 명 없는 대학 동문이라 더 챙겨주고 싶어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억울하고 화가 났습니다. 이후 박 과장님이 비슷한 피드백을 던지면 싫은 티도 몇 번 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 말을 잘 들은 덕에 팀장님한테도 인정받은 것”이라며 점점 더욱 많은 일, 더 빠른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요즘 저는 반쯤 포기한 상태입니다. 박 과장님이 무슨 요구를 해도 ‘넵봇(‘넵’+로봇)’처럼 무성의하게 답하고 최대한 제 페이스대로 일하려 합니다. 일이 많은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이런 상사와 함께 일해서는 보람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박 과장님만 저를 안 좋게 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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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 대리님은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인정받아 온 부분에 자부심이 있었을 것 같아요. 모두가 가지지는 못하는 좋은 장점입니다. 그러다 직속 상사에게 이런 자부심에 상처가 될 말을 듣게 됩니다. 팀원들이 모두 김 대리님을 답답하다고 평가한다는 말에 얼마나 속상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심지어 김 대리님은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다시 좋은 피드백을 받기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죠. 사회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많은 직장인은 관계 속에서 성취를 찾습니다. 회사 내에서 칭찬을 받는 게 곧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나를 답답해한다는 피드백은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선 답답하게 느낄 수 있구나’라고 말씀하신 대목에도 시선이 갔습니다. 김 대리님이 상사의 피드백과 그 피드백에 대한 감정을 털어내지 못하는 느낌,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에 대한 평가를 객관화하려고 애쓰면서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까지 느껴졌습니다.

먼저 상사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를 살펴보세요. 자신에게 엄격해지기 이전에 내가 기분이 상했다는 걸 완전히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런 피드백에 화가 나고 상처받았으며 너무 억울하다고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리고 결과를 떠나 회사를 위해 그동안 최대한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고요. 사람들은 몰라줘도 적어도 나는 ‘네가 잘했다는 걸 안다고, 고생했다’고 자신에게 말해주세요.

이제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내려놓고 피드백으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세요. 우선 모두가 당신을 답답하게 생각한다는 말은 당신의 일부 모습만 보고 꺼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말합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모두에게 좋은 말을 들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칭찬이든 걱정이든, 긍정적인 피드백이든 부정적인 피드백이든 모든 말은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연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본인이 일을 더 꼼꼼하게 하는 게 맞는 해결책인지 더 생각해보세요. 답답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방법은 처음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점점 자신을 혹사시키고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도 점점 지치며 기쁨을 얻기 힘들어집니다. 김 대리님은 한마디의 피드백에 매달려서 내가 더 잘하고, 내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이 있진 않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니까요.

어느 날 팀 내 회식에서 김 대리님은 그동안 들었던 직속 상사의 피드백과 전혀 다른 말을 듣게 됩니다. 일을 너무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말까지도 듣죠. 당신은 그동안 직속 상사의 말이 진짜가 아니었음을 직감했고 상사는 제 발을 저리듯이 부자연스럽게 응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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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가스라이팅의 한 종류로 보입니다. 가스라이팅이라 하면 보통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강도 높은 통제를 가함으로써 범죄 수준의 만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회사 상황에서도 나를 믿지 못하고 타인의 지시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가스라이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상사는 지속적인 거짓말로 어떤 이득을 위해 당신을 이용한 것 같습니다.

가스라이팅의 유래를 살펴볼까요. 가스라이팅은 1944년 개봉한 미국의 스릴러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로 가해자가 모든 상황을 조작하고 상대를 흔들며 자신의 영향력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다루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 영화 가스등에서는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이 멀쩡한 아내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며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죠. 남편은 가스등을 일부러 희미하게 한 뒤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면 “당신이 잘못 봤다”고 화를 냅니다. 아내는 점점 자책하게 되죠.

가스라이팅의 진단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대의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입니다. 김 대리님 역시 상사의 요구대로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수행했습니다. 둘째, 오히려 내가 가스라이팅 가해자에게 잘못한 일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김 대리님도 상사의 의견에 일단 자신부터 탓하며 일에 열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죠. 실제 가스라이팅 상황에서는 가해자의 의견에 동조하기 쉽습니다. 즉, 상사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기 전에 그 생각에 동조해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방식으로 가스라이팅이 된 셈입니다. 셋째, 상대에게 본인의 탓으로 느끼게 만드는 말을 듣는 경우입니다. 상사는 회식에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동문이라 챙겨주려고 했던 것이다”라는 말로 김 대리님이 스스로를 더 자책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문제는 소속감과 친밀감 속에서 교묘하게 가해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가스라이팅은 특히 친밀한 관계라도 둘이 동등하지 않고 한쪽이 지배적인 입장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연인이나 부부 관계뿐 아니라 당연히 회사 내에 ‘상사-부하 직원’의 권력 관계에서도 일어나기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우선 상사의 압박과 가스라이팅은 곧 당신이 그만큼 유능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이미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또한 당신은 스스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수동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보세요. 그리고 팀 회식 이후로 상사에게 싫은 티를 냈다고 하셨지만 이제 좀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아마 상사도 당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모범생’ 성향의 당신이 결국은 자신의 말을 따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속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김 대리님이 좀 더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취해야 할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당신이 이 상황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상사는 김 대리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자신만의 생각이 아닌 팀원 전체의 의견이라는 식으로 당신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 끙끙 앓기보다 주변인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타인의 객관적인 의견을 꼭 들어보며 이런 평판을 직접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회사 내에서 같은 편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들어 두세요. ‘진실’을 마주하기 힘들어 소심하게 혼자 어려움을 감내하는 태도를 견지했기에 폭발 직전의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김 대리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팀장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팀 내 인간관계를 조율하는 것 역시 팀장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폭로하듯 지금까지의 마음고생을 밝히면 오히려 직속 상사를 음해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커피 타임이나 정기 미팅 등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됐다면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1대1 미팅을 요청해보십시오. 이때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이런 점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기보다는 ‘이런 점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 이 문제가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의미 있는 문제 제기임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유발하는 활동을 할 경우 가해자가 징계 등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시대인 만큼 회사를 통해 공식적인 항의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메일이나 메신저처럼 기록이 남아 증거가 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노력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회사를 옮기는 것도 감내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 회사에서 자기 의견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계속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게 행복한 일일까요. 부서를 옮기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운 회사라면 팀을 옮기는 것도 방법이겠죠. 입을 닫고 어려움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고통을 무한 반복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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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