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팀원들 모두 김 대리를 보면 답답하대.”팀을 옮기고 얼마 안 돼 직속 상사인 박 과장님에게 들은 말입니다. 저는 뭐든 꼼꼼하게 더블체크하고 넘어가야 안심이 되는 사람입니다. 철저한 삶의 태도를 지키면서도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새벽 출근,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직속 상사는 ‘느리다’ ‘고지식하다’는 피드백만 반복했고 칭찬 한마디 해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보는 사람에 따라선 답답하게 느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아이디어 덕에 팀이 칭찬을 받았을 때도, 박 과장님이 시킨 일을 완벽히 수행해 위신을 살려드렸던 순간에도 칭찬 대신 침묵. 그러다 다음 날엔 “그런데 말야 김 대리는 일하는 스타일은 고지식해”라며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날이 6개월 가량 지속되다 보니 ‘아, 내가 정말 일을 잘 못하나 보다’ ‘이 정도면 내 기준에서도 최선을 다한 건데 뭐가 잘못인 거지? 난 정말 이 팀엔 잘 안 맞는 사람인가 봐’라고 자책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기여하는 몫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직속 상사는 결과와 상관없이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니 억울하기도 하고, 자책감도 커져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 과장님 개인뿐만이 아닌 팀 전체가 나를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피드백까지 받으면 마치 왕따를 경험하는 것 같은 고립감까지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불평을 하기보다 아침잠, 밤잠 줄여가며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평판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자괴감은 커지는데 업무 강도까지 세지니 스트레스 없이 하루를 끝내는 날이 드물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연말 송년회 겸 팀 전체 회식이 있었습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다 팀장님이 “김 대리는 어쩜 그렇게 일을 빠리빠릿하게 잘해? 안 힘들어?”라고 여쭈셨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었습니다. 팀장님은 진심으로 제가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과로하는 게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주기까지 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귀가할 무렵, 팀 내 다른 과장님들도 과로하지 말라며 말씀해줬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다른 팀에서 일하는 동기로부터 우리 팀장님이 “젊은 사람 중에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친구는 처음 봤다”며 저를 극찬하고 다니는 걸 봤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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