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세계 최대 타이어 기업 ‘미슐랭’ 최고경영자 장도미니크 스나르
《“지금과 같은 위기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현재 초긴장 상태에서, 그리고 초단기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감축은 모든 조치 중에서 최종 수단으로만 사용하려고 한다.” 세계 1위를 다투는 타이어기업 미슐랭(한국에선 미쉐린 타이어로 불림)의 장도미니크 스나르 공동 최고경영자(56)는 5일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미슐랭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서 암중모색 기업을 이끌어가야 가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하반기에 가서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역량과 인력을 유지하면서 직원들에게 가장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위기 이후에 대비한 친환경 투자와 신흥시장 진출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경제 회복은 V자형을 보일 것인가, U자형을 보일 것인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몇 개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는 있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업은 결국 여러 개 시나리오에 동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초단기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매주 회의를 열어 재고와 공장을 어떻게 관리할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가 어느 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세계경제가 하반기쯤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의 투자 급감 등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해도 기계를 다시 돌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가, 원자재, 국제운송료, 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등 괄목할 만한 긍정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예고한 경기부양책이 실시된다면 7월쯤 가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까지 고통스러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도처에 퍼져 있는 부정적인 정보에 의해 불안심리가 인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많은 기업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고나 임금 삭감을 발표했다. 다른 길을 없는가.
“다른 길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 미슐랭도 세계 각지의 공장에서 생산을 감축했다. 최근 결정이 아니고 이미 2008년부터 시작했다. 문제는 기업의 역량을 보존하면서도 적절한 재고 관리를 통해 재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미슐랭 타이어의 경우 생산 감소가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직원들에게는 ‘가능한 한 덜 어려운 시기’가 되기를 원한다.”
―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력 감축에 앞서 휴가 의무화 등 법과 사회적 계약에 나와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우선적으로 동원할 것이다. 우리 시나리오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경제 회복이 시작된다. 경험과 노하우가 극히 중요한 산업에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막상 경제 회복이 시작됐을 때 또다시 직원을 채용해 재교육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해고도 물론 가능한 선택사항 중 하나다. 그러나 해고는 다른 모든 조치를 강구한 후에 최종적으로만 사용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과제를 성공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위기 이후’를 위해 미슐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미슐랭에는 어떤 경우에도 바꾸지 않고, 심지어 지금과 같은 위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는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첫째는 상품의 차별화다. 둘째는 신흥국으로의 진출 확대다. 인도 중국 브라질 등에 대해 이미 발표한 투자계획 등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셋째는 그룹의 경쟁력 강화다. 미슐랭은 2년 전부터 세계 타이어산업의 준거가 되기 위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미 세계 각지의 공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환경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슐랭은 위기 이후 유럽 미국 등에서 환경 규제가 입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은 크게 변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소비자는 연료를 덜 소비하는 타이어에 눈을 돌릴 것이다. 어떤 회사는 그 요구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는 반면 어떤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 미슐랭은 15년 전 도로 주행 과정의 저항과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인, 그래서 이산화탄소(CO₂) 방출량을 크게 줄인 환경 타이어를 개발했다. 이 분야에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선두에 있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도로 주행 과정의 저항을 줄이면서 동시에 밀착력을 높이고 소음을 줄인 제품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로 이 일을 해냈다. 앞으로도 기술적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 미슐랭의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은….
“미슐랭의 경우 현재 아시아 시장 비중은 미국이나 유럽시장만큼 크지 않다. 아시아는 성장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그곳에 진출하지 않았거나 진출했더라도 그 규모가 작았다면 성장으로부터 충분히 이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변해야 한다. 미슐랭은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로 가능한 한 빨리 투자를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시장 투자 확대는 앞으로 추진할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다.”
― 한국에서 미슐랭의 실적에 만족하는가.
“한국시장에서 미슐랭의 규모는 작지만 지난 2년 동안 큰 성장을 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슐랭의 품질을 알기 시작한 증거로 보고 있다. 안전도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고 고유가 시대를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의 관점에서도 미슐랭을 발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일본과 홍콩에서 ‘미슐랭 가이드’(미슐랭이 발간하는 식당 평가서)가 나왔다.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과거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체류 기간이 짧아 한국 음식을 제대로 맛볼 기회가 없었다. 난 심판관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도 미슐랭 가이드가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미슐랭 가이드의 전문가 평가는 시간이 걸리고 신중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나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좀 더 인내하며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장도미니크 스나르는
경영학 분야에서 프랑스 최고 그랑제콜인 고등상업학교(HEC)를 졸업했다. 1979∼87년에 석유메이저인 토탈그룹, 1987∼96년에 건축재료회사 생고뱅에서 근무했다. 1996년 알루미늄 회사 페시네그룹에 금융담당 임원으로 합류한 뒤 2004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2005년 미슐랭에 금융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그는 2007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
▼미슐랭은 어떤 회사▼
미슐랭은 브리지스톤과 세계 선두를 다투는 타이어 회사. 여행안내 책자를 발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와 도로 교통지도를 내고 있다.
120년 역사의 미슐랭은 1891년 창업주인 미슐랭 형제가 탈부착식 자전거 바퀴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래 1946년 고무 외에 금속을 사용한 최초의 래디얼 자동차 타이어, 1994년 최초의 친환경 타이어, 1998년 펑크가 나도 주행이 가능한 팍스(PAX) 시스템의 개발까지 끊임없는 기술 혁신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기업.
프랑스 기업다운 감각은 여행과 광고 분야에서도 첨단을 달려 미슐랭 가이드는 이미 1900년 처음 출판됐고 로고에 사용되는 타이어맨 비벤둠(Bibendum)은 그보다 앞서 1898년에 태어났다. 1910년 오늘날과 같은 도로표시판을 최초로 설치한 것도 미슐랭이다.
지난해에는 164억 유로(약 29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제위기로 지난해보다 2.7% 감소한 실적이다. 현재 전 세계 19개국에 12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006년 창업자 가문 출신인 에두아르 미슐랭이 사망한 이후 3인의 공동 최고경영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클레르몽페랑=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