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무선IPTV- 와이브로 서비스 구상… ‘신상필벌’로 공기업 잔재 청산할 것
“KT가 KTF와의 합병으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면 수많은 기업이 그 속에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KT의 역할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이석채 KT 사장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KT, KTF 합병을 통해 국내 IT산업의 르네상스를 불러오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사장은 “KT-KTF 합병 기업이 탄생하면 한국 IT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위기 극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사장이 취임 후 언론매체와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한국의 통신시장에 대해 “전진도 후진도 없이 정체하면서 피해만 커지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塹壕戰)과 같은 양상”이라고 진단하고 “유선과 무선의 통합과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해외 기업들보다 4, 5년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KT-KTF 합병의 효과는 무엇인가.
“합병은 한국 경제발전의 동인(動因)을 제공한다. 방송·통신뿐 아니라 유·무선 통합이 이뤄져야 진정한 융합이 가능해진다. KT는 합병 후 모바일 인터넷TV(IPTV), 와이브로 휴대전화 등 지금까지는 없었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IPTV와 3세대(3G) 통신의 한계를 넘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제조업체, 소프트웨어업체 등 1, 2차 관련 산업에서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소비자의 이익도 커질 것이다. 통신요금을 내릴 자연스러운 기반이 조성되고 더 편리한 서비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 합병이 시장의 경쟁 질서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SK텔레콤에 밀려 열세를 만회하려는 근시안적 차원에서 합병하는 것이 아니다. KT와 국가가 놓친 성장의 기회를 뒤늦게라도 찾자는 취지다. 외국에서도 처음에는 유선과 무선을 나눴지만 이제는 구분에 따른 손실이 커졌다고 봐 합치는 추세다. 세계적 추세를 외면하면 외환위기 사태와 같은 일이 또 생겨날 것이다. 수많은 잠재적 기업이 탄생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국가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 합병 이후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농부는 굶어죽어도 종자를 베고 잔다(農夫餓死 枕厥種子)라는 말이 있다. 투자는 기업의 미래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다만 합병법인은 ‘손 따라 두는 바둑’처럼 관행적인 투자를 없앨 것이다. 또 합병으로 마케팅 분야 1626억 원, 네트워크 분야 485억 원 등 연간 3000억 원의 경영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마련한 재원으로 융합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 액수는 같아도 투자의 질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 와이브로 등 신사업은 시장이 불투명해 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통신 인프라 투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통신업체는 통신망 투자로 돈을 벌지 못한다. 오히려 투자가 기존의 수익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통신망 구축으로 돈을 버는 통신장비업체 등이 함께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 와이브로 투자 참여에 삼성전자나 포스데이타 등을 설득할 계획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하천정비를 하고 있는데 IT 인프라에는 투자를 생각하지 않는 정부도 이제는 나서야 한다. IT 인프라는 다른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더 크다.”
― ‘올 뉴 KT(All New KT)’를 모토로 한 KT 경영혁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 공기업의 잔재를 많이 없애려 하고 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확실히 할 생각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도 잘 대우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면 일을 잘하면 사장보다 월급을 더 받는 임직원도 나올 것이다.”
“장관은 ‘洞서기’되면 곤란… 국가 이익 추구해야”
― 콘텐츠 등 신규 사업과 자회사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자회사는 일부 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등의 정비를 할 것이다. 본사에서 물러난 사람을 자회사에 보내는 관행도 없앨 것이다. 신규 사업 가운데 시스템통합(SI) 분야의 역량을 중점적으로 기르겠다.”
― PCS 사업자 선정 비리 혐의에 대한 명예회복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오늘날 한국의 IT산업이 성장한 것은 내가 장관 시절 초석을 잘 닦았기 때문이라고 자부해 왔다. 그래서 훈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큰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이 사장은 장관 재직 당시 직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2006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는 국무위원은 ‘동 서기’가 아니라고 믿는다. 국무위원은 직권 남용을 두려워하기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국가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명예회복을 했다고 봐주면 다행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직원들이 KT의 변화를 체감하고 국가가 KT로 인해 발전한다고 인정하면 더는 바랄 게 없다.”
○ 이석채 사장은
이석채(64) KT 사장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YS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중반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대통령경제수석 등을 거치며 ‘최고의 경제관료’로 꼽혔다. 이 사장은 1996년 PCS 사업자 선정 당시 직권을 남용해 LG텔레콤이 선정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아 기소돼 2006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10년간 ‘야인’ 생활을 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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