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 성공 요인의 핵심은 관중 감소와 젊은 세대 이탈이라는 위기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경기 운영 및 콘텐츠, IP 비즈니스 전반을 팬 관점에서 전면 재설계했다는 점이다. KBO는 경기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피치클락’과 공정성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고려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 등 야구팬들의 요구를 반영해 경기 운영 제도를 혁신했다. 구장 밖에서는 마케팅 자회사 KBOP를 중심으로 야구 IP 비즈니스를 일상 소비 영역으로 확장했다. 단순히 구단 로고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오덴세, 케이스티파이 등 디자인과 품질이 검증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상품력을 강화해 야구가 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이 밖에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과정에서 숏폼 영상 등 2차 저작물 활용 조건을 고수하며 ‘디지털 빗장’을 풀어 경기 영상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를 구축해 한국 프로야구의 저변을 넓혔다.
2025년 10월 30일 프로야구 KBO 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대전 중구에 위치한 대전한화생명볼파크. 8회 말 한화이글스의 공격이 시작되자 “최!강!한!화!” 구호가 경기장을 흔들었다. 1루 응원석에서는 주황색 깃발이 물결처럼 펄럭였고 한화이글스 팬들은 타월을 들어 올리며 응원의 열기를 더했다. 홈팀 한화이글스의 분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중 분위기가 반전됐다. 9회 초 LG트윈스가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3루 응원석에서 함성이 쏟아지며 LG트윈스 로고가 크게 박힌 유광 점퍼 차림의 팬들은 힘차게 응원가를 따라불렀다.
경기는 LG트윈스가 7대4 역전승을 거두며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 결과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장을 가득 채운 야구팬들의 밀도였다. 구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람객은 “메이저리그(MLB)와 월드 시리즈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모두가 노래하고 소리치며 응원하는 팬 문화는 처음”이라며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라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안고 응원봉을 흔드는 20대 엄마, 구장 내 기념품 숍에서 굿즈를 고르는 초등학생 팬과 “야구장 올 때마다 살 게 늘어난다”고 말하는 40대 아빠까지. 야구장은 더 이상 특정 연령이나 성별의 공간이 아니었다. 구장 내 경험 자체가 관람의 이유가 되면서 야구장은 세대와 취향을 가로지르는 일상적 여가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