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공감
불꽃처럼 타오르는 공감 지속시키려면 ‘감동의 불씨’ 유지하라
Article at a Glance - 혁신
| ‘대학 교수’를 생각하며 상식 문제를 푼 그룹과 ‘훌리건’을 떠올리며 상식 문제를 푼 그룹의 점수는 큰 차이를 보였다. 대학 교수를 생각하기만 해도 사람들은 똑똑해졌고 훌리건을 생각하기만 했을 뿐인데 상대적으로 바보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간의 공감은 ‘거울뉴런’을 토대로 하지만 이보다 더 크고 복잡한 ‘슈퍼 거울뉴런’을 통해 총체적으로 결합한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전 지구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고차원적인 경영 기준을 확립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탑승했던 여객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후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 소식에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내 자식, 내 가족은 아니었지만 모두 가슴 아파했고 매일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방송 채널들은 자체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자제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함께했으며 온 국민의 집단 우울증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모두 웃음을 아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것은 우리가 가진 ‘공감’의 능력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뇌에 다른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모방하는 거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거울뉴런(mirror neuron)’의 힘이다.
공감하는 인간, 호모 엠파티쿠스
“우리는 스스로를 그의 상황에 놓고 상상해 봄으로써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끼고 어느 정도는 그와 똑같은 인물이 된다. 그리하여 그의 감각이 불러일으킨 생각들을 구성해 보고 미약하나마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느슨한 밧줄 위에서 줄 타는 광대를 보는 군중은 자연스럽게 그가 하는 몸짓대로, 그리고 그들이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럴 것이라고 느끼기라도 하듯 몸을 뒤틀고 꼬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 A. 스미스 <도덕 감정론> 중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통찰력을 보였던 애덤 스미스는 ‘공감하는 인간’에 대해 이미 두 세기 전에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공감이라는 현상에 신경생물학적 기전이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상대방의 동작을 모사하는 ‘동작 모방’을 통해 긴장 상황에 있는 타인을 보기만 해도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도덕 감정론>에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풀었다. 인간의 이런 특징을 빗대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고 부르기도 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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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감능력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공감능력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발달한다. 공감능력 발달에 중요한 시기는 유아기며 공감적 관계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부모다. 아기들은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 아기들이 감정적 동요를 겪을 때 부모가 세심하고 호의적으로 살펴봐주는 과정을 통해 아기들은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아기의 감정 상태에 맞는 적절한 보살핌을 받으면 아기와 부모 모두의 뇌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옥시토신, 도파민, 엔도르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유년기에 부모와 친밀한 공감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기의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 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이 아이는 일생 동안 친밀한 공감관계를 추구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정서적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는 소시오패스(sociopath)나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같은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공감은 인간이 인간답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은 자폐증과 비슷한 발달장애의 하나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겪어본 사람들은 “왜 그 사람은 내 감정을 알지 못할까요?” 또는 “왜 그 사람은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라고 말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중에 공감하는 얼굴 표정이나 그에 따른 몸짓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있는 것 또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화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대인관계에 관심은 있지만 상호교류가 잘되지 않는다. 이 증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과 감정 사이에 단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감정적 공감(emotional empathy)에서의 단절이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뇌는 공감 상황에서 일반인과 비교해 뇌의 활성화 정도가 절반 이하로 낮다.
그림 1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의 뇌와 보통 사람의 뇌
이런 단절은 뇌의 공감회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난다. 우리 뇌의 공감회로는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에 설치된 전구들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느껴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은 다양한 회로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잘 작동돼야만 가능하다. 여러 회로들 중 하나에만 문제가 생겨도 공감능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공감은 ‘마음읽기’ 능력에 기초를 둔다. 이 능력의 이론적 토대인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4∼5세부터 마음읽기 능력이 발달하는데 이 시기 아이들이 마음읽기 능력을 습득하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아이가 제대로 된 마음읽기 능력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면 사회생활의 복잡한 상황에 더욱 잘 대처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론은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기술이다. 마음이론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을 부여해주는데, 그것은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서 물러나 거리를 둔 채로 이 세상을 사심 없이 바라보게 하는 능력이다.”2
마음읽기와 공감능력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잘 발달된 마음읽기 능력과 그에 따른 공감능력은 사회생활의 엄격함과 복잡함에 대처할 수 있는 유능한 사회인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그림 2 파르마의 원숭이
마음의 거울? 뇌의 거울!
공감능력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다. 거울뉴런 이야기는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시작된다. 파르마의 지아코모 리졸라티(Giacomo Rizzolatti)가 이끄는 신경생리학자 팀은 원숭이 뇌에서 F5라고 표시되는 영역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영역은 전운동피질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영역 안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영역에는 쥐기, 들기, 찢기,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기 등 손이 하는 사실상 모든 행위들을 전문적으로 부호화해서 인식하는 뉴런들이 수백만 개나 들어 있다. 어느 날 신경생리학자 비토리오 갈레세(Vittorio Gallese)가 평소처럼 실험실을 지키고 있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의자에 앉아 다음 과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토리오가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원숭이 뇌 안에 심어 놓은 전극과 연결된 컴퓨터에서 신호음이 들렸다. F5 영역에 있는 관련 세포에서 흘러나오는 신호였다. 비토리오는 그 반응에 의아해 했다. 원숭이는 아무 것도 쥐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쥐는 행위에 관여하는 뉴런이 반응한 것이다. 거울뉴런이 처음으로 존재를 알린 사건이었다.
이후 이와 유사한 뉴런이 인간의 뇌에서도 발견됐는데 이 뉴런 회로는 우리가 상대방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활성화됐다. 즉 어떤 사람이 축구공을 찰 때, 누군가 차고 있는 공을 볼 때, 공을 차는 소리를 들을 때, 심지어 ‘차다’라는 단어를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울뉴런은 반응을 보였다. 즉 우리의 뇌는 줄곧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데 심지어 그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인간의 거울뉴런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하면서 후기 연구에서는 거울뉴런이 행동 모방뿐 아니라 감정 모방에도 개입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나의 거울뉴런이 반응하면서 내게도 행복감이 전이되고 마치 나도 행복한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즉 인간은 거울뉴런을 통해 타인의 기쁨이나 고통을 모방하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느끼며 진심으로 그 감정을 공유한다. 이것이 인간을 공감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기제다.
광고를 보고 있는 시청자의 뇌 안에 거울뉴런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보면 어떨까? 광고 속 모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뇌 안의 거울뉴런들은 모델의 행동을 모사하면서 그의 행위를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거울뉴런 영역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상대방과 나를 동일시하거나 그에게 친근함을 느낄 때 더욱 활발해진다.3 특정 신용카드를 소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 활동을 영상화한 실험을 살펴보자. 실험 대상자들에게 한창 쇼핑 중인 사람의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의 일부에는 오른쪽 아래 구석에 해당 신용카드의 로고가 표시돼 있었고 나머지 사진에는 아무 표시가 없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거울뉴런은 카드 로고가 있든 없든 그 활성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소지한 사람들은 로고가 없는 사진을 볼 때보다 로고가 있는 사진을 볼 때 거울뉴런의 활동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사진 속 인물이 해당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행동을 단순히 모사한 데 따른 결과는 아닐 것이다. 카드를 소지한 실험 대상자는 사진 속 카드사 로고를 통해 사진 속 인물과 자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동일시하며 친화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식으로 광고와 마케팅을 추구해야 할지에 유의한 시사점을 준다.
슈퍼 거울뉴런으로 얽혀 있는 인간의 뇌
인간의 뇌는 거울뉴런을 발견하게 한 마카크 원숭이(Macaque monkey)보다 4배는 더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인간에게 행동의 모방이란 원숭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좀 더 복잡한 모방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간의 모방이 얼마나 더 복잡하고 다단한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 중 한 집단은 지성을 연상하게 하는 대학 교수에 대해 생각하며 떠오르는 것을 적으라는 요청을 받았다. 다른 집단은 어리석음을 연상시키는, 파괴적인 무법자 축구광에 대해 떠오르는 것을 적으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후 두 집단은 모두 ‘일반 상식’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대학 교수를 떠올리라고 지시받았던 첫 번째 그룹이 축구광을 떠올려야 했던 두 번째 그룹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학 교수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똑똑해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반대로 축구광에 대해 생각하기만 했을 뿐인 두 번째 그룹은 상대적으로 바보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모방은 단순 행동 모방을 뛰어넘어 다소 복잡하고 미묘한 과정을 포함한다. 파르마에서 발견된 원숭이의 거울뉴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원숭이가 단순히 행동을 모방하는 데 그쳤다면 인간은 개념이 가진 속성이라는, 좀 더 추상적인 수준에서 모방을 시행했으며 그것은 인지처리과정에까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고차원적으로 복잡한 형태의 추론을 동반한 모방을 위해서는 더 넓은 개념의 거울뉴런계가 필요하다. 또한 거울뉴런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상위의 거울뉴런도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슈퍼 거울뉴런이라고 부른다.4
이 같은 슈퍼 거울뉴런은 대체로 전두엽에 위치한다. 전두엽은 대뇌 반구의 일부로 중심구보다 전방에 있는 부분으로 기억력이나 사고력 등의 고등 행동을 관장한다. 포유류 중 고등한 종일수록 전두엽이 잘 발달돼 있고 특히 인간은 이 부위가 현저하게 발달해 있다. 슈퍼 거울뉴런은 전두엽 및 전두 거울뉴런 영역과 연결된 뇌의 영역에 분포한다. 그 위치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슈퍼 거울뉴런은 거울뉴런 중에서도 고차원적인 역할을 해낸다. 전두엽에 존재하는 슈퍼 거울뉴런 덕분에 인간은 원숭이와는 차별된 고차원적 공감을 할 수 있다. 즉 단순한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방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나 개념의 속성을 추론하고 처리하며 섬세하고도 고차원적인 모방이 가능하다. 모방을 창조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것처럼 인간은 모방을 통해 지식과 삶을 발전시켜왔고 이를 위해 매우 고차원적이면서 섬세한 모방이 필요했는데 인간의 뇌가 그것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은 슈퍼 거울뉴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뇌의 작용에서 흥미로운 것은 뉴런이 우리 자신과 유사한 심리상태를 가진 다른 존재의 행동을 볼 때만 공감하는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CSR, 소비자의 공감 스위치를 켜다
공감은 마치 찰나에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다. 불꽃같은 공감은 순간적으로 무섭게 타오르고 주의를 이끌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순간을 놓치거나 지나치면 금방 잦아든다는 단점이 있다. 공감의 순간을 길게 유지하고 나아가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뜨거운 불꽃을 만들어낸 불씨를 따뜻한 온도로 감싸 안고 오랫동안 지속시켜야 한다. 소비자가 기업의 광고나 단발성 마케팅 활동을 보고 공감했더라도 그 후 ‘슈퍼 거울뉴런’이 위치한 전두엽의 활성화를 통해 사고를 도약시키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광고를 보고 느끼는 일순간의 재미나 흥미, 그 이상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일반 거울뉴런이나 편도체에서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공감을 시작으로 전두엽에서의 고차원적 사고를 통해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단행하는 수준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뇌의 작용에서 흥미로운 것은 뉴런이 우리 자신과 유사한 심리상태를 가진 다른 존재의 행동을 볼 때만 공감하는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뉴런은 어떤 대상이 자신과 같은 심리적 속성을 가진 개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그 대상의 움직임을 바라볼 때는 공감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세월호 사건에 가슴 아파하는 만큼 아이티 지진이나 중동지역의 내전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기업이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첫걸음은 잦은 노출 등을 통해 친숙도를 높이고 타깃 소비자와 같은 심리상태를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소비자는 해당 기업이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주체일뿐더러 같은 영역에 속한 동지라고 느낄 때 더 쉽고 강하게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위와 같은 공감의 특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CSR은 기업이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면서도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펼치는 각종 활동을 말한다. 기업의 제1 목표는 이익추구인데 왜 비용과 자원을 써가며 사회적 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원숭이처럼 단순하고 좁은 뇌 회로를 갖고 있지 않으며 특히 이 시대의 소비자는 높은 지식수준과 고도화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값싸고 질 좋은 제품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신발 하나를 사는데도 가치관을 표현하고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의미를 찾고자 한다. 또한 기업이 선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만이 아니라 기업의 탄생 배경, 목적, 기업이 추구하는 모든 활동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관찰하고 복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기업은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는 시대다.
원숭이가 가진 거울뉴런이 손거울이라면 인간이 가진 슈퍼 거울뉴런은 방 전체를 비출 수 있는 전신거울이다. 원숭이의 거울뉴런은 단지 나와 상대방의 모습만 비춰 그 대상의 움직임만 포착할 뿐이다. 그 배경이나 원인 따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슈퍼 거울뉴런은 대상을 포함한 주위 배경과 맥락까지 비출 수 있기 때문에 기업 행동의 원인이나 배경 모두를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의 경영 기준이 이전과는 달라야 하는 이유다. 기업은 기업의 경영진이나 직원은 물론 소비자와 그 가족까지 고려해 전 지구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고차원적 경영 기준을 확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슈퍼 거울뉴런을 총체적으로 자극해 진정성 있는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더 높은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자발적인 기준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기업 스스로 소비자에게 존경과 공감의 대상이 될 때 비로소 공감신호가 장기간 꺼지지 않고 지속되면서 기업이 하나의 인격체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앞으로는 더더욱 이러한 공감의 철학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박민지성균관대 경영대학 석사 과정 blessedjia@hotmail.com
양승은 성균관대 경영대학 박사 과정 glias@daum.net
이은주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elee9@skku.edu
이은주 교수는 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마케팅 Ph.D. 및 소비자 유통 Ph.D.(dual Ph.D.)를 받았고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및 광고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 미국 소비자학회 최우수 박사논문상을 수상했고등 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