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로보월드’에서 브릴스가 산업용 로봇을 전시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17개국 402개 기업이 참가해 제조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 기술 등을 선보였다. 브릴스의 산업용 로봇이 전시된 모습.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지난해 중국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약 35만4000대로 한국(약 3만 대)의 12배에 달했다. 중국이 세계 신규 설치량의 59%를 차지하며 로봇 시장을 키우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설치 대수가 1% 줄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자동화 기반을 갖춘 한국이 새로운 로봇 수요를 확보하고 해외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로봇기업들이 기술력과 상용화 가능성을 선보이는 ‘2026 로보월드(ROBOTWORLD 2026)’가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7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17개국 402개 기업이 참가해 1198개 부스를 운영한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인공지능(AI), 제조 자동화부터 로봇 핵심 부품까지 최신 기술을 소개한다.
● 중국은 로봇 설치 20% 증가…한국은 왜 제자리걸음일까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9월 발표한 ‘세계 로봇 보고서 2026’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약 60만3000대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세계 공장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도 500만 대를 넘어섰다.
중국의 신규 설치 대수는 전년보다 20% 증가한 35만4000대였다. 이 가운데 중국 로봇 제조업체가 공급한 제품은 약 19만5000대로 자국 시장의 55%를 차지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로봇 수요국인 동시에 자국 제조업체의 주요 판매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의 신규 설치 대수는 약 3만 대로 전년보다 1% 감소했다. 세계 4위 시장을 유지했지만 2019년 이후 연간 설치 규모는 3만1000대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다만 신규 설치 대수만으로 기술력의 우열을 판단할 수는 없다. 중국은 제조업 규모가 훨씬 크고, 국가마다 기존 자동화 설비의 보급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 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에서 세계 1위다. IFR의 2024년 통계 기준 한국의 로봇 밀도는 1220대로, 제조업 근로자 약 8명당 로봇 한 대가 가동되는 수준이다. 이미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기존 제조 현장을 넘어 새로운 활용 분야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 중국 휴머노이드 한국에 상륙…국산 로봇 경쟁력은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로보월드’에서 삼현, 씨에엘로보틱스 사족보행 로봇이 시범을 보였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올해 로보월드에는 중국 로봇기업들이 참가해 국내 기업들과 기술을 선보인다. 부스터로보틱스와 파시니가 전시 부스를 마련했으며, 유니트리와 애지봇, 유비테크의 로봇도 국내 공급기업을 통해 소개됐다. 일본 화낙(FANUC)은 산업용·협동로봇 기술을 전시했다.
국내 기업들은 피지컬 AI와 제조 자동화, 핵심 부품을 내세웠다. 피지컬 AI는 AI가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제 움직임이나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모바일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을, 뉴로메카는 피지컬 AI 기반 작업 기술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선보였다. 로보티즈와 에이로봇, 티로보틱스 등도 제조·물류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과 구동 기술을 소개했다.
제조 자동화 분야에서는 DN솔루션즈가 공작기계에 가공 소재를 넣고 완성품을 꺼내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머신텐딩’ 솔루션을 출품했다. 브릴스는 검사·이송·가공 등 공정별 요구에 맞춰 구성할 수 있는 로봇 모듈화 플랫폼을, 삼현은 고하중 AI 자율주행 로봇 ‘볼덤(BOLDUM)’을 전시했다.
핵심 부품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알렸다.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는 정밀감속기와 액추에이터 등을, 알에스오토메이션은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서보 드라이브와 모션 컨트롤러 등을 선보였다.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 속도를 낮추고 힘을 높이는 부품이며,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등을 움직이는 구동장치다.
휴머노이드의 상용화에는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다. 전시장에서 사람처럼 움직이는 것과 실제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반복 작업의 성공률과 안전성, 도입 비용, 유지보수 부담 등이 산업 현장 도입을 결정한다. 기술 시연을 실제 납품과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 기술 전시 넘어 수출·투자 유치…실제 계약으로 이어질까올해 로보월드는 기업들의 해외 판로 확보와 투자 유치에도 중점을 뒀다. 기술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외 수요기업과 로봇 제조업체를 직접 연결한다는 취지다.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수출상담회에는 동·서아시아와 북미, 서유럽 등 해외 수요기업 100여 곳과 국내 로봇기업 150여 곳이 참여한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는 구매 의향이 높은 해외 바이어 약 100명을 초청해 일대일 상담을 지원한다.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2026 로보월드’에 전시된 나우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국내 대·중견기업 수요처 30곳과 로봇 공급기업 50곳이 참여하는 구매상담회도 마련됐다. 기업들이 실제 생산·물류 현장에 필요한 로봇을 검토하고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6일에는 ‘AI·로봇 글로벌 스케일업 데이’가 열린다. 기존 스타트업 중심 투자 유치 행사를 성장 자금이 필요한 AI·로봇 중소기업까지 확대했다. 해외 벤처캐피털(VC)과 인수합병(M&A) 전문기관,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하며 미국 VC 5개사도 참석을 확정했다.
해외 기업과의 기술 교류도 이뤄진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국제로봇비즈니스 컨퍼런스에 참여한다. 캐나다에서는 10개 기업으로 구성된 사절단이 방문하고, 인도 스타트업 5개사도 처음 참가한다.
이날 개막식에서 오준호 한국AI·로봇산업협회 회장은 “로봇 하드웨어와 핵심 부품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AI와 로봇 기술을 융합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외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고 유망 기술의 사업화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은 “우리나라는 풍부한 제조 데이터와 우수한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로봇산업이 가진 잠재력이 빠르게 실현돼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의 역량을 활용해 우리 국방에도 로봇이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로봇 보급을 확대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 수요와 해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로보월드에서 선보인 기술이 실제 구매 계약과 수출, 투자 유치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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