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단계별로 성과 지표 달리하고
AI·사람 성과, 주체별로 따로 재야
Article at a Glance
AI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성과의 증거를 제시하는 곳은 드물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AI 이전의 잣대로 AI 이후의 일을 평가하는 방식에 있다. AI 시대의 성과평가는 도입 단계에 맞춰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도입 초기에도 재작업률과 업무 품질, 재설계 실행률 같은 관찰 가능한 성과는 측정하되 즉각적인 재무 수익까지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 AI 에이전트의 성과와 개인의 기여, 사람과 AI의 결합 성과를 구분해 측정하고, 성과는 과업 단위로 한 번만 재되 개인에게는 개발·운영·사용의 역할별 기여로 인정하며, 에이전트의 성과는 반드시 사람의 책임과 연결해야 한다. 기업은 역할을 먼저 재정의하고 성과의 증거를 쌓은 뒤 평가와 보상 제도를 단계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해에는 기록과 별도 포상으로 인정하고 공식 평가 반영은 측정 기준이 마련된 뒤에 시작한다. 나아가 AI 위임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력과 검증 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AI 없이 점검하고 스스로 설명하는 일을 평가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연말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팀장들이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한 팀에 두 명의 팀원이 있다고 해 보자. A는 올해 AI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서와 분석 자료를 작년의 세 배 가까이 쏟아냈다. B는 산출물이 A의 절반에 못 미친다. 대신 AI가 뽑아 준 수치의 출처를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팀 보고서에 들어갈 뻔한 오류 두 건을 잡아냈다. 기존 평가표로 채점하면 A가 앞선다. 목표 달성률, 처리 건수, 속도 같은 지표가 모두 A의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팀장이 다음 해에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데이터·AI 리더십 자문가 랜디 빈은 이 장면을 ‘성과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AI에 크게 기대는 직원은 매우 생산적으로 보이는 반면 산출물을 꼼꼼히 검증하며 오류를 고치는 직원은 효율이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에 가치를 더하는 쪽은 오히려 후자일 수 있다.
1
생산성과 목표 달성, 효율이라는 AI 이전의 잣대로 AI 이후의 일을 재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다.
AI 위임을 설계하는 기업이 평가를 어떻게 다시 짜야 하는지를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눠 살펴보자. 하나는 AI 전환 과정에서 평가 설계를 왜 새로 해야 하고 도입 단계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고, 다른 하나는 AI가 일을 하거나 AI를 활용해 결과를 냈을 때 그 성과를 누구의 것으로 보고 무엇으로 평가할지다. 더불어 AI에 일을 맡기는 사이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잠식되지 않도록 평가에 심어 둘 장치도 함께 짚어볼 예정이다.
도입은 끝났는데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이유 2025년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AI를 한 개 이상의 업무에 쓰는 기업은 열에 아홉에 달한다. 그러나 AI가 이익에 의미 있게 기여했다고 답한 기업은 20곳 중 1곳 남짓(6% 안팎)에 머문다.
2
한국의 숫자는 조금 더 극적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생성형 AI 활용률이 미국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2026년 6월 발표한 후속 분석에서는 AI로 주당 약 1.5시간(전체의 4% 안팎) 업무 시간이 줄었지만 그렇게 아낀 시간이 실제 업무 처리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상관계수 0)는 결과를 내놨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