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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허원진 마이리얼트립 CTO

AI 위임이 성과로 이어지는 비결은
직원이 ‘해도 되는 일’의 범위 넓히는 것

박은애 | 452호 (2026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마이리얼트립은 AI 활용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 자체를 바꾸는 AI 네이티브 전환을 추진했다. 전 구성원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데서 출발해 개발·기획·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업무 권한과 평가 기준을 재설계했다. 또 AI가 과거의 의사결정과 관련 자료, 코드 등 회사의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 지식 저장소인 ‘세컨드 브레인’을 구축했다. 개인에게 흩어져 있던 정보와 노하우를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해 다른 구성원도 기존의 경험과 해결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는 일부 구성원의 실험을 넘어 일상 업무에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직무별로 역할이 나뉘어 있던 조직에서 구성원 누구나 제품과 사업에 필요한 문제를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조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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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진 CTO는 삼성전자와 SAP 등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개발 경력을 시작했다. 2023년 마이리얼트립에 합류해 서비스와 기술 간 협업 체계를 다듬었다. 2024년부터 고객 서비스 운영 담당 자회사인 AICX의 CTO를 맡아 챗봇과 콜봇을 자체 개발·도입하며 AI 상담 체계를 구축했다. 2026년 3월에는 마이리얼트립 CTO에 선임돼 전사 AI 네이티브 기술 역량 강화를 이끌고 있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의 경영진이 모여 앱 서비스 화면을 살펴보던 중 한 참석자가 물었다.

“이건 누가 넣었죠?”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업데이트였다. 경영진이 구상한 방향과 다른 부분도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담당자를 불러 변경 경위와 승인 여부부터 확인할 상황이다. 하지만 마이리얼트립에서는 서비스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만 확인한 뒤 넘어간다. 이런 일은 이 회사에서 종종 일어난다. 보안 사고나 법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일이 아니라면 구성원 누구나 별도의 결재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이 올해 초 선언한 ‘AI 네이티브(Native) 조직’ 전환의 핵심이 이 장면에 담겨 있다. AI로 기존 업무를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확장한 개인의 역량이 실제 조직 성과로 이어지도록 업무와 권한의 배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다. 그 중심에는 두 가지 위임이 있다. 하나는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을 AI에 맡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의 도움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구성원에게 그만큼의 판단과 실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직무의 경계를 허물고 결재 단계를 줄이되 보안이나 법적 위험이 큰 업무에는 별도의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AI에 대한 위임과 사람에 대한 권한 위임, 자율과 통제를 함께 설계한 셈이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는 모바일 시대에 한발 늦게 대응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2012년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한 이동건 대표는 여행처럼 구매 금액이 큰 상품은 모바일보다 PC에서 구매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으로 앱 출시가 2~3년 늦어졌고 뒤늦게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를 교훈 삼아 2022년 말 챗GPT가 등장하자 업계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AI 여행 플래너를 선보였다. 그러나 서비스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이에 2024년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으로 확산되자 개별 서비스의 기능 개선을 넘어 조직 전반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혁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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