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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경영 패러다임

김남국 | 144호 (2014년 1월 Issue 1)

 

자고나면 쏟아지는 신제품들의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닐슨베이시스와 언스트앤영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시되는 소비재 신상품 중 95%는 실패를 맛봅니다. 유럽에서도 90%가 실패합니다. 한국 중소기업의 신제품 성공 확률은 ‘1990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첨단 신상품 기획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치밀하게 준비해도 이처럼 실패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력한 원인 중 하나는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감정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입증됐습니다. 종양 제거로 감정이 마비된 사람들은 최고의 이성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자체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감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예인에 대한 선호도가 신체의 비율이나 역량 등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근거로 형성되는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순간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의해 호불호가 결정됩니다.

 

감정이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금까지 비즈니스맨들은 이성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성을 중시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디자이너나 예술적 감각, 혹은 직관이 뛰어난 직원들은 비과학적이고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곤 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는 사장되기 일쑤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이성과 감정의 잣대를 별개로 활용해보면 흥미로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이성으로 판단해보면 생산량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 유럽과 미국 기반 회사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등 긍정적 측면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과 직관으로 생각해보면고급 차와 싸구려 차를 함께 파는 회사?’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실제 이 M&A는 경영 역사상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과거 안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브랜드 볼보가 스포츠카나 컨버터블을 내놓으면서 성능 등 다른 요소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한 것도 이성적 판단에 따르면 안전이란 하나의 가치보다 여러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안전한 차를 만드는 회사라면 성능도 좋고 연료 효율도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성능 측면에서 훌륭한 경쟁자가 존재한다면 안전이란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감정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전략 초점이 흐려진 볼보는 위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한국 조직의 고위 경영자들은 대체로 이성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90% 이상의 높은 실패율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감정의 힘을 확인하고 감정의 판단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감정으로 움직입니다. 아무리 좋은 성능과 기능을 가졌더라도 감정적 호감을 사지 못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성과 감정은 보완재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MBA스쿨에서는 이성 만능주의를 주입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선도기업이 되려면 이성과 감정의 조화를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가 감정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경영학에서 감정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계기로 이 분야의 연구가 촉발되고 다양한 인문학적 통찰이 더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감정경영의 새 패러다임을 한국 기업이 주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쫑표(2010).ai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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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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