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빅뱅 시대 선도 위한 기업 전략

폭발적 기술발전 시대, 승자의 모습? 연결하고 조정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218호 (2017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3D 프린팅 등 다양한 기술들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술 빅뱅 시대’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불러올 것이다. 미래 비즈니스 세계에 부상할 핵심 고객 가치는 다음과 같다. 1)개인화, 맞춤화 2)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연결 및 연속성 추구 3)‘대리인(Agent)’을 통한 위탁 확대. 그렇다면 이 같은 미래에 승자가 되기 위해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일까. 필자는 시장 감지(Market Sensing) 능력, 지식 창출 시스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속한 자원 확보 능력을 갖춰야만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 혁신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편집자주

이 원고는 LG경제연구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를 맞아 펴낸 미래보고서 <빅뱅 퓨처>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067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 생활과 기업 비즈니스 세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던 기술을 꼽으라면 디지털 기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 혁명은 1946년 세계 최초의 진공관식 컴퓨터인 ‘애니악’이 개발된 이후 1970년대 반도체 혁명, 1980년대 PC 혁명 등을 거쳐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인터넷과 디지털 방송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후 광대역 통신 네트워크의 확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혁명과 컨버전스가 멀티미디어화 및 정보화, 나아가 스마트화라는 변혁을 촉발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전자기기는 다기능·고성능화되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디지털 카메라 및 캠코더, 게임기, MP3플레이어, 각종 DVD 관련 기기, PDA 등 다양한 디지털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번성과 쇠퇴를 반복해온 한편 PC, TV, 스마트폰 등 주력 디지털 제품들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제 우리 생활과 비즈니스 현장 깊숙이 자리잡게 됐다.



향후 10년, 대변혁 예고하는 기술 빅뱅 시대

다가오는 미래에는 디지털 기술을 초월한 다양한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올 기술 빅뱅 시대의 핵심 기술은 아래와 같다.

1) 인공지능: 우선 사전적 센싱과 상황 인지를 통해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선제적(Proactive) 예측과 제안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의 수많은 연결이 만들어낸 천문학적 규모의 빅데이터가 지닌 거대한 잠재력이 ‘딥 러닝’이라는 혁신적 알고리즘을 만나면서 사람의 뇌를 닮은, 아니 더 똑똑한 기기의 출현이 예상된다. 향후 15년 이내 인공지능이 탑재된 컴퓨터 1대가 1초 동안 계산하는 양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뇌를 동시에 활용한 것을 능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은 인간과 같이 학습하고 지능을 구현하는 논리적, 이성적 사고를 넘어 직관력,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예술, 문화 등과 같은 분야에서 작가로 활동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두뇌나 정신을 대신할 똑똑한 기계, 또는 지능적 소프트웨어의 등장은 수만 년 인류 역사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2) 로봇: 인공지능 기술 혁신과 맞물려 로봇 기술의 발전도 예상된다. 아직까지 로봇은 자동차 공장 등 생산 현장이나 인명 손실이 우려되는 위험한 전쟁터 같은 곳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 욕구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가운데 결국 그 궁극적 종착점은 바로 인간과 꼭 닮은 개체를 만들어 자신의 노동을 대체시키고 여러 가지 즐거움을 제공받는 것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 오감인식, 나노 액추에이터 기술 및 지능형 소재 등의 기술 발전이 계속되면서 인간의 사고, 인간의 감각, 인간의 근육 또는 섬세한 육체 등을 그대로 구현한 휴머노이드 타입 로봇의 출현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은행, 쇼핑몰, 식당, 호텔, 용역, 청소, 배달 등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업종이나 교육 현장에서의 대리 교사, 가정에서의 보육, 집사, 엔터테인먼트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로봇의 활용이 확산될 것이다. 로봇 덕분에 사무실의 단순 작업이나 지루한 가사 노동, 위험한 사건·사고 현장 등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보다 중요한 일에 몰두하거나 여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로봇의 확산은 인간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노동 시장, 사회 윤리, 법·제도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3) 사물인터넷(IoT) 기술: 향후 10여 년은 기기 간 연결(M2M·Machine to Machine)이 강화되면서 인간, 기기, 사물, 시스템 간 이음새 없는 초연결(Hyper Connection) 환경이 크게 확산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열어갈 세상의 모습은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센서를 통해 사람이 사물의 모든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 안 우유팩에 우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인지 굳이 냉장고 문을 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음식물 내의 유해 성분이나 집 안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농도도 가정 내 디스플레이 스크린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사물에 사람의 명령이 전달돼, 즉 사람이 사물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 자동차를 미리 문 앞에 대기시켜 놓을 수도 있고, 가정 내 침실, 주방, 거실, 욕실 등의 각종 가구나 기구, 커튼, 조명 등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보다 먼 미래의 사물인터넷 세상은 인간이 손가락 하나 또는 말 한마디로 마치 초염력을 쓰듯 모든 사물들을 부리고 사물들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사람과 사물 간 연결을 넘어 사물과 사물의 연결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사물이 스스로 판단해 사람이 원하는 형태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TV 시청 환경을 예로 들어보자. TV 앞에 서면 자동적으로 해당 사용자를 인식하고, 학습을 통해 축적된 시청 패턴을 분석해 그 사람이 선호하는 동영상물이나 콘텐츠를 추천하고, 평소에 관심이 큰 분야에 대한 인터넷 정보 사이트에 자동 접속해준다. 또한 오감 센싱으로 사람의 체온, 뇌파, 홍체 등을 감지해 감정 신호 및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한 후 이용자의 감정 상태를 감안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기도 할 것이다.

4) 가상현실: 디지털 전자기기 등 가상공간을 통해 실제보다 더욱 생생하게 구현하는 초현실(Hyper Real) 기술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초현실 기술을 통해 구현된 가상현실은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한 더욱 실감나는 체험을 만끽하게 해줄 것이며 입체적인 진단과 정밀한 분석, 재미(Fun)의 극대화 등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초현실 기술은 현재 시청각 중심의 몰입도 증대 측면의 기술 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인간이 현실세계에서 경험하는 모든 감각을 가상 공간 안에서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촉감, 향기, 맛 등 오감체험 기술, 지능형 및 바이오 센서 기술, 3차원 홀로그램 구현을 위한 광학기술 등의 발전이 이를 촉발할 것이다. 초현실 기술은 오감 체험이 가능한 가상 온라인 쇼핑, 테마파크의 놀이기구 체험, 번지점프, 해저 및 오지 여행 등 여가나 엔터테인먼트 분야, 원격 진단과 가상 수술 등 의료 분야, 3D 가상 도면을 활용한 건축 설계 분야, 유적지 탐사, 박물관, 미술관 체험, 역사 현장 체험 등 교육 분야, 그 밖에 군사 및 산업 분야 등에서 널리 적용될 수 있다. 학교 국사 교육 시간에 ‘명량 해전’ 속으로 들어가 전장의 열기와 피해를 생생히 체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며,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를 가상현실 기술로 분석해 사고 상황을 완벽히 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 시 촉각 센싱을 통해 구매 대상의 질감을 실제로 느껴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5) 미래 자동차: 인간의 이동을 담당하는 교통 수단 측면에서는 환경과 안전이 강조되는 가운데 초고속화와 개인화, 지능화의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계속될 것이다. 특히 교통수단의 대명사인 자동차 분야에서 안전에 대한 규제 강화와 기술 발전으로 궁극적으로 사고를 내지 않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고성능 센서, 외부 연결을 위한 텔레매틱스(Telematics) 기술, 인공지능을 통해 외부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인식하고 판단해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센서의 정밀도 향상, 신뢰성 높은 알고리즘의 개발, V2X(Vehicle to everything, 운전 중 도로 인프라 및 다른 차량과 통신하면서 교통상황 등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기술) 인프라 확산 등을 통해 2020년경 완전 자율주행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편화는 운전자의 편의성 향상과 교통사고의 소멸뿐만 아니라 교통 체증 문제의 감소, 1∼2인승 자동차의 보급 확대 등 교통 시스템 전반의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6) 3D 프린팅: 재료를 자르거나 깎는 전통적인 절삭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 대신 재료를 한 층씩 인쇄하면서 쌓아 올리는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 방식의 3D 프린팅 기술은 최적화된 고객별 맞춤형 생산을 통한 다품종 소량 생산과 개인 생산자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이러한 3D 프린팅과 더불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제조업 전반에 함께 적용되면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인더스트리 4.0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기술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미래의 공장은 단지 제조시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장의 중앙 시스템은 소비자 및 외부 협력 업체 등 밸류체인의 모든 객체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다. 모든 생산 활동은 수많은 센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공장의 중앙 서버에 위치한 인공지능은 마치 개인 비서처럼 개별 소비자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맞춤형으로 제품을 기획, 생산한다. 이처럼 미래의 공장은 초연결성, 스마트화, 개별 맞춤형 생산이라는 특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인간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물과 식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관련 분야의 다양한 실험,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고 더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할 유전자 치료와 인공장기 등 생명과학과 의료 분야의 혁신, 그리고 인류를 화성 또는 그보다 더 먼 우주로 데려갈 우주 항공 분야의 원대한 도전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미래 세상으로 가는 여정 도처에서 우리 인류는 기존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놀라운 과학기술의 혁신 성과를 일상적으로 접하게 될 것이다.


069

기술 빅뱅의 파급 효과

미래 세상을 지배할 혁신 기술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인간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우리 생활의 풍경을 크게 바꿔놓고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기술은 인간의 편의성 향상과 생활상 생산성 극대화를, 가상현실은 고차원 엔터테인먼트의 향유를, 유전자 치료와 인공장기 등은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구현하는 데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인간 생활의 변화는 결국 경제, 정책, 사회, 문화 등에 큰 영향을 미쳐 새로운 시대상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세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기술 혁신은 산업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오면서 기존 산업을 변화 또는 와해시키는 한편 신산업을 창조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지형을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디지털 기술 혁신이 브라운관 TV, 워크맨, VTR 또는 VCR,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유선전화, 종이신문 등의 산업을 쇠퇴 또는 소멸시켰다. 반면 LCD TV, MP3플레이어, IPTV, 디지털 카메라 또는 카메라폰, 휴대폰, 온라인 매체 등의 사업 또는 산업을 탄생시켰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다가올 기술 혁신이 초래할 세상의 변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혁의 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과 경쟁 방식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가올 기술 빅뱅 시대를 선도할 혁신 기술 후보들에 대한 점검을 통해 직접 개발·사업화하거나 이를 자신의 경쟁력 강화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잠재적 혁신 기술의 현실화를 위한 전략적 대응

물론 뉴패러다임을 몰고 올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라고 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용화돼 실제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혁신 기술이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적으로는 최초 개념 단계에 있는 기술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R&D 활동과 투자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기술 자체의 혁신을 달성했더라도 시장 창출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적용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해당 기술을 활용해 어떠한 콘셉트의 상품을 만들어내고, 어떠한 방법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어떠한 전략으로 시장에 확산시키는지에 따라 그 파급력에 차이가 나게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경우 21세기 최고의 혁신 제품이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과 기업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전에도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라는 유사한 기능과 성능의 제품이 존재했다. PDA 역시 OS(Operating System)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스마트폰과 많은 기능이 유사했지만 세상에 미친 파급력은 제한적이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주요 스마트폰 사업자들이 OS 플랫폼에 기반한 소위 생태계(Eco-system) 전략을 펼쳐나갔기 때문이다. 기술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많은 제조사들이 자사 OS를 채택하게끔 했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꾸준히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응용프로그램 등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개발도구의 집합) 등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도 결국 기업들의 참여 방식에 따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속도와 힘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하나의 기업이 앞서 설명했던 모든 기술들을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사업과 연관된 기술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기술 융합 트렌드가 본격화되면서 특정 기술 개발에 복합적인 역량이 요구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로보틱스의 경우 본원적인 물리, 기계 구동 기술 외에도 정교한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3D 프린터 역시 정밀한 분사 기술 못지 않게 첨단의 원재료 제조 공법이 중요하다. 이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핵심 역량, 그리고 미래 전략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각 기술들에 선택적,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들이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면서 동반적으로 진화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래의 헬스케어 서비스에서도 신체 정밀 계측에는 센서 기술이, 이러한 정보를 분석할 때는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각 기술 간의 선후 관계와 진화 방향을 명확히 예측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핵심 기술이 무엇이 될지 파악하는 혜안이 필요한 것이다.


070




혁신 기술의 성공적 활용을 위한 대응 방안

먼저 해당 기업의 사업과 상품화에 직접 연관되면서 자신의 보유 역량과도 유사한 기술들은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주도적인 개발과 내재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게임 개발사, 영화 제작사와 같은 콘텐츠 기업들은 향후 증강현실,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이 필수 역량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단지 PC 모니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투, 모험 등을 체험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가 확산되면서 유저들의 실생활과 게임 내용이 긴밀히 결합되고 있다. “Zombies, Run!”과 같은 게임은 유저들이 이어폰을 통해 적의 위치를 소리로 파악하고, 직접 도망 다니면서 게임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트렌드를 볼 때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의 기술은 궁극의 몰입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콘텐츠 관련 기술의 자연스런 진화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향후 경쟁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자신의 사업과 연관성은 높지만 보유 역량과는 많이 상이하거나 향후 진화 방향이 불확실한 기술들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전면적 투자를 통한 개발보다는 여러 협력 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한 선택적인 대응이 적합할 수 있다. 앞서 소개했던 뇌 과학 기술은 의료 영역뿐 아니라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산업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헤드셋을 쓰고 주변기기를 제어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도 분명히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제조기업이나 IT 기업들이 뇌 과학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기는 어렵다. 의료의 영역인 뇌 과학 기술은 높은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안전, 규제 등의 이슈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뇌 과학 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나 의료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기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접 상품화, 사업화하지 않더라도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활용 영역과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혁신 기술을 잘 선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에서 다룬 혁신 기술들의 상당수는 산업 유형에 관계없이 상품기획, R&D, 조달 공급망, 생산, 유통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활용돼 사업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거나 비즈니스를 재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 당시에도 인터넷 포털이나 쇼핑몰과 같이 이를 직접 사업화로 연결시킨 기업도 있었으나 IT 시스템 구축을 통해 SCM(공급 사슬망 관리)이나 CRM(고객관계관리)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경쟁력 향상에 활용한 기업들도 많았다. 향후에는 특히 IoT 기술이 센싱과 실시간, 쌍방향 네트워킹 등의 효과를 통해 그러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멘스의 암베르그(Amberg) 공장과 같이 고객의 주문에 따라 자동으로 조립 순서와 부품이 바뀌는 스마트 공장에서도 IoT 기술이 핵심이다. 일본 도레이(Toray)사가 소매 단계의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 고객을 위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IoT 기술이 근간이 된다. 그외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술 역시 다양한 산업의 가치사슬에 적용돼 고객의 문제점을 미리 발굴, 맞춤화된 해결책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핵심 역량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외부 협력을 통해서 조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차별화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자사가 직접 사업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외면할 경우 미래 비즈니스 경쟁에서 도태될 수도 있음을 깊이 각인해둬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생활에는 ‘늘 충족되지 않는 니즈(Pain Point)’와 ‘잠재돼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니즈(Unmet Need)’가 존재한다. 그리고 학계나 과학자들에 의해서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거나 잠재 니즈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혁신 기술의 개념이 만들어진다. 이후 세상의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전략에 따라 필요한 혁신 기술을 발굴해 직접 또는 협력해서 개발을 진행한다.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기술의 완성도가 확보된 이후 상품화를 통해 실제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아예 시장 창출에 실패하는 기술도 있고, 한 시대를 풍미하는 혁신 상품을 창출하는 기술도 있다. 기술의 시장 창출 성공과 실패에는 기술의 완성도 자체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실제 요구 수준과의 적합성, 공급자 및 파트너 생태계의 구성 여부, 적정 타이밍 여부, 즉 해당 시기의 주변 인프라 여건 등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위대한 개념의 기술이더라도 이를 사업화하는 기업 또는 기업군이 전략적 선택에 소홀할 경우 사업 및 일상의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혁신 기술의 최초 개발과 선발 진입한 기업이 해당 시장의 지배자가 못 되는 사례가 허다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이 기술이 실제 혁신으로 이어지는 성공 방정식이며, 이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다.



미래 세상의 핵심 가치

인공지능, 로봇, 초현실 기술,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유전자 치료 등의 기술 혁신이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미래 비즈니스 세계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미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기존 가치와 질서의 파괴 및 변형, 기존 가치와 질서 간 융합, 새로운 가치와 질서의 창출 등이 거듭되면서 결국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고객 가치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상황을 주도하는(Proactive) 개인화, 맞춤화’ 경향이 미래 고객 가치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 간 동질성이 약화되고 고객 니즈의 세분화가 급진전되면서 대량 소비 시장이 쇠퇴하고 진정한 개인 가치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 혁신이 이를 촉발할 것이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센싱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달로 고객의 니즈나 문제점을 미리 알아내어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며 3D 프린팅 기술이나 공정 시스템 혁신으로 하드웨어의 비용효율적 개인 맞춤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연결 및 연속성’의 추구가 미래 고객 가치 중 하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세상에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해소하는 초연결(Hyper Connection) 기술들이 보편화되면서 사람, 사물, 정보의 이동과 연결이 자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물의 경우 자율주행 자동차, 초음속 여객기, 진공튜브열차, 드론, 1인용 교통수단 등의 기술 혁신에 힘입어 이동 속도가 높아질 것이다. 정보 이동 측면에서는 사물인터넷 인프라의 확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마트기기 간 연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속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논스톱(Non-Stop) 또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추구하게 되면서 개별 제품과 서비스의 단독 가치보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간 연결이나 조합 가치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다.



미래 세상의 고객 가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대리인(Agent) 또는 위탁’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효과적 시간 사용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극대화되고 소위 ‘귀차니즘’의 만연,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일상생활의 위탁과 같은 대리, 대행 니즈가 크게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보다 발전하고 융합돼 사용될 경우 이러한 ‘대리인’ 트렌드를 더욱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집안일을 돌보는 집사 역할을 하거나 모든 출장 일정을 대신 준비해주는 개인 비서 역할을 해주는 지능형 에이전트의 출현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비즈니스 세계, 승자의 요건

위에서 살펴본 ‘상황 주도적인 개인화, 맞춤화’ ‘연결 및 연속성’의 추구, ‘대리인을 통한 위탁’ 등 미래의 고객 가치를 고려할 때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생태계 전체를 상호 연결시켜 조정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지극히 개인화된 고객들의 니즈를 맞춤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외부 자원과 파트너들을 활용해 최적의 융합 상품을 창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조직문화를 바꿔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기술이나 시장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차별화된 변화의 방향을 미리 포착한 후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시장 감지(Market Sensing) 능력이 구축돼야 한다. 어디에, 어떤 기술 및 사업 콘셉트 또는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폭넓은 검색 및 발굴 네트워크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또 고객과의 무수한 접촉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보다 맞춤화된 가치를 포착하는 채널 구축 또한 필요하다. 더불어 남들과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 즉 포착된 기술 및 사업 아이디어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를 제대로 판별하거나 남들이 외면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숨어 있는 차별적 가치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IBM의 ‘Innovation JAM’, GE의 ‘Idea Competition’ 등 온라인상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인력들의 참여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집(Idea Gathering)하는 집단 지성 프로그램은 좋은 예이다.

둘째, 감지된 여러 정보들을 융합해 새로운 통찰을 얻어내고, 포착된 기술이나 시장 변화의 신호를 지식화해 이를 실제 사업 혁신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발굴된 기술 및 사업 아이디어의 본질과 차별성을 잘 이해하는 한편 해당 기업 비즈니스의 고객 및 시장 요구에 맞게 적절히 변형하고 맞춤화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고객 가치를 찾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적정 제품 및 서비스의 구성과 프로세스 설계, 실행을 위한 핵심 자원 및 인프라 확보 등 비즈니스 모델 구축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큰 맥락에서 해석, 추론, 예측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조직원들 간의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되고 내부 통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문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긴밀하고 폭넓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필요한 핵심 역량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조직 내부의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활성화시켜 내부 자원 간 협업을 촉발하고 필요한 자원을 신속히 재배치(Re-allocation)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오픈 커뮤니케이션과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 활동, 사내 집단지성 활용 등을 통해 유연한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동료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고 평가하는 IBM의 ‘Think Place’ 포럼, 상호 간 협업을 통해 성과에 기여할 경우 보너스를 제공하는 구글의 ‘Peer Bonus’ 제도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나아가 외부의 다양한 공급자, 파트너와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필요한 외부 자원을 신속히 규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갈수록 세분화돼 가는 고객 니즈와 가치 충족을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넘어 크라우드 컬래버레이션(Crowd Collaboration, 수많은 공급자, 파트너와 소비자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가치를 공동 창출하는 방안을 기업 내부에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기술 혁신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다양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기존 틀을 벗어나 남들과 다른 시각 및 통찰을 확보하고 외부 자원을 ‘내 것처럼’ 활용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조준일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 jicho@lgeri.com

조준일 수석 연구위원은 경북대 경제학과 석사를 마치고 LG경제연구원에서 20여 년 동안 일해왔다. 주 연구 분야는 전자, 통신, 부품 산업 경쟁 전략, 신사업 및 비즈니스 모델, 미래 비즈니스 트렌드 등이다.


생각해볼 문제


1 인공지능, 로봇, 초현실기술, 사물인터넷 등 기술 빅뱅시대를 불러올 혁신기술 가운데 당신 조직의 사업과 상품화에 가장 밀접한 기술은 무엇인가. 해당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펴고 있나.


2 기술 빅뱅시대에는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는 방식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보유하는 신기술을 외부와 공유하는 게 맞을까’에 대한 우려 등 기업 경계를 넘나드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