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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Market Strategy

非시장 전략의 핵심은 정치. ‘도덕적 의지’가 리스크 줄여

문정빈 | 218호 (2017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민주주의적 시장경제에서 기업 부문과 정부 부문, 그리고 시민들은 서로 정치적 영향을 주고받는다. 기업과 정부, 시민 간의 상호작용 방식과 이에 따른 정치 전략은 네 개로 구분할 수 있다. 정책 변화에 따른 비용과 혜택을 나누는 범위에 따라 이익집단 정치, 고객형 정치, 창업형 정치, 다수결 정치로 나뉘어진다. 이러한 네 가지 정치 전략 형태는 이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의 조직화 정도에 따라 가변적이다. 이러한 정치전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태적으로 파악하는 툴로 ‘정책윈도 모형’을 제시할 수 있다. 기업들은 각자 처한 위치와 이슈의 내용, 여론의 흐름에 따라 네 가지 정치 전략과 정책윈도를 염두에 두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편집자주

기업 성공의 기회와 실패의 위기는 반드시 ‘시장’에서만 나타나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때론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와 규제가 새로운 기회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기업가들이 ‘비시장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문정빈 교수가 ‘Non-Market Strategy(비시장전략)’를 연재합니다.



들어가며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에 위치한 샌디훅초등학교에 무장괴한이 침입해 스무 명의 어린 초등학생과 여섯 명의 선생님들을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총기 사건이 빈발하는 미국에서도 이 사건은 천진난만한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타깃이 됐다는 점 때문에 특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와 관련된 논란이 재점화돼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모든 총기 구매자의 범죄경력을 체크하게 만드는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다. 전 국민의 85%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이 법안은 그러나 끝내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2012년 11월에 무난히 재선돼 총기 규제 강화를 집권 2기의 주요 안건으로 삼았던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총기산업 로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기업의 정치활동 참여는 선거 및 주민투표 과정에의 참여, 입법과 규제 과정에의 로비, 이익대변(advocacy)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위의 예에서는 총기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미라이플협회(NRA)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871년 설립돼 500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NRA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익단체로 꼽힌다. 하나의 산업에 불과한 총기산업이 국민 대다수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 수립을 저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이번 호에서는 비시장전략 중에서도 정치전략, 특히 공공 부문에서의 정치전략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흥미로운 미국 사례 하나를 더 들여다보자.

사례 캘리포니아 주민투표 제안 37호(Prop 37): 유전자 변형 식품 정보 공개 이슈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유전자 변형(GM) 식품에 관한 정보 공개를 두고 주민투표가 있었다. 환경 전문 변호사인 제임스 휘튼(James Wheaton)이 발의한 이 제안의 핵심 내용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동식물을 원료로 만든 식품의 경우 이 사실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제품에 표시해야 하며 동시에 광고나 제품 포장에 ‘자연산(natur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내세운 이 제안은 유기농소비자기금 등 시민단체와 네이쳐스패스(Nature’s Path)와 같은 GM을 거부하는 식품회사들의 지원을 받았으며 몬산토(Monsanto), 듀퐁(Du Pont), 다우농업과학(Dow Agrisciences), 신젠타(Syngenta), 바이엘(Bayer), 펩시(Pepsi) 등의 식음료 및 제약 대기업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양측은 언론을 통해 열띤 홍보전을 펼쳤는데 Ballotpedia에 따르면 찬성 측은 총 870만 달러(약 100억 원), 반대 측은 총 4570만 달러(약 525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한 주의 단일 주민투표 안건으로서는 매우 규모가 컸던 셈인데 찬성 측의 선거자금 모금 액수도 상당하지만 반대 측은 실로 엄청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몬산토가 810만 달러(약 93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찬성 측 전체에 버금가는 규모를 지원했고 듀퐁, 펩시 등도 2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식료품제조업협회(Grocery Manufacturers Association)의 경우 반대 측에 네 번째로 많은 금액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대표이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이런 제안이 통과돼 법률이 제정되게 되면 다른 주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고, 50개 주의 각각 다른 법과 규정들을 따르느라 식료품 제조사들의 원가가 크게 상승하고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걱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 비춰볼 때 제안 37호는 정책변화로 인한 비용을 집중적으로 부담하는 소수의 기업과 단체가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서는 ‘창업형 정치’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창업형 정치’ 등 기업 정치의 다양한 분류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논의하겠다. 어쨌든 제안 37호를 둘러싼 광고들을 보면 특히 반대 진영에서는 “이 제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거주민 가구당 식료품비가 400달러 오를 것”이라는 식의 광고를 내보냈는데 소비자의 알 권리와 감성에 호소하는 찬성 진영의 광고에 비해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컸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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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민투표가 결정되고 선거가 있기 한 달 반 전까지는 제안에 대한 찬성 측 지지율이 60%를 웃도는 선에서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됐으나 막판에 반대 진영의 광고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지지율이 극적으로 뒤집혀 결국 48.6%대51.4%로 제안이 부결됐다. 동시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결과는 캘리포니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에 60%대37%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지지층이 비교적 유전자 변형 식품 반대나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반대 측의 선거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식음료 제조사들은 비교적 큰 선거비용을 치르기는 했지만 목표로 했던 제안의 부결을 성사시키면서 현상유지에 성공하게 되고, 이는 4년 뒤 2016년 선거에서 이와 유사한 주민투표 제안이 다시 없었다는 점에서 반대 측의 위력을 널리 알려 중장기적인 세력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 사례는 ‘정치적 의제로서의 기업 관련 이슈’가 어떻게 촉발되고 기업의 정치전략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정치전략에서 기업이 왜 많은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사례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4개의 정치전략

민주주의적 시장경제에서 기업 부문과 정부 부문, 그리고 시민들은 서로 정치적 영향을 주고받는다. 시민들은 주권을 행사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들을 감시하며 정치적 지지 및 반대의사를 표현한다. 이렇게 선출된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어떤 이슈들에 대해서는 여론을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정부는 기업 활동에 대해 입법과 행정 규제를 통해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들은 스스로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얻기 위해 인물과 정보에 투자한다. 기업과 시민 사이에도 상호작용이 있으며, 기업은 광고 및 홍보 활동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높이려 하고, 시민들은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며 불매운동 등을 통해 의사를 표현한다. 이를 4시장 모형을 이용해 얘기하자면 기업이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서 소비자 대중을 대상으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투자하고, 정부를 대상으로 정통성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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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문과 기업 부문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공익이론(public interest theory)과 다원주의론(pluralist theory)이 있는데 공익이론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실패를 교정해 시장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평가도 효율성에 기반한 규범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하며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을 구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원주의론에서는 이와는 달리 정부 정책이란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선호를 반영해 형성된다고 보며 정책의 수혜자가 있는 반면 정책의 피해자도 존재함을 강조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실증적인 입장을 띠며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비용을 지불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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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빈

    문정빈jonjmoon@korea.edu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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