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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강남스타일

진입장벽 낮춘 ‘말춤’세계를 사로잡다

이방실 |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태용(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09 1031, 대한민국 음악계에 낭보가 들려왔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원더걸스의노바디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00’에서 76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었다. 2009 6월 노바디 영어 싱글 발표 후 약 4개월 만에 거둔 성과였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핫 100 진입에 성공한 뉴스였기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원더걸스는 당시 미국의 인기 아이돌 밴드인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 투어 오프닝 공연을 맡아 노바디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멤버 전원이 두 달 간의 투어기간 내내 매일 10시간씩 흔들리는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며 돌아다녔다는 소식에 한때부당 대우논란까지 일 정도였다. 당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원더걸스의 로드 매니저를 자청, 멤버들의 뒷바라지에 몸소 나서며 노바디 홍보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12 913.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싸이의강남스타일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 64위로 진입, 원더걸스의 기록을 깨트렸다. 100 진입 이전까지 그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한 건 음악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인 VH1의 아침 프로그램(823) MTV VMA(Video Music Award) 행사(97), NBC ‘엘렌 드 제너러스 쇼(911)’에 출연한 게 전부였다.

강남스타일의 순위는 그 이후로도 수직 상승, 급기야 2주 뒤인 927일에는 빌보드 차트 2위에 등극했다. 한국인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빌보드 차트 10위 권 내에 진입한 건 1894년 시작된 빌보드 11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단 1주일 만에 빌보드 차트 순위에서 탈락한 것과 달리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노바디와 비교해 강남스타일이 이처럼 단숨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2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환경 변화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우선 지금은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SNS가 활성화돼 있다. 최근 1∼2년 사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에 이르기까지 ‘K(K-POP)’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기본 토양이 갖춰진 덕에 싸이는 글로벌 무대에 진출함에 있어서 원더걸스를 포함해 이전의 한국 가수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남스타일의 인기 원인은 싸이라는 가수 자체의 독특한 캐릭터와 흥겹고 신나는 음악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마케팅의 기본인 4P의 첫 번째 요소인제품(Product)’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변화된 미디어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SNS를 통한 사전 마케팅에 주력한 YG엔터테인먼트의 치밀한 전략이 더해지면서 강남스타일은 메가톤급 폭발력을 더해갈 수 있었다. DBR이 기존 K팝과 차별화된 싸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SNS 사전 마케팅 통해 확산 모멘텀 창출

현재 음반 미디어 시장이 예전처럼 TV 방송과 아날로그 음반 판매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좌우됐다면 지금과 같은싸이 광풍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 들불처럼 확산될 수 있었다. 이는 2009년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환경 변화다.

2009년 당시 JYP엔터테인먼트는 원더걸스의 음반 홍보를 할 때 철저하게아날로그방식을 따랐다. 우선 미국 내 인기 아이돌 그룹의 북미 투어에 동참해 관객들과의 접점을 가능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순회 공연 중간중간 멤버들은 공연장 밖에서 스피커와 마이크 하나 놓고 팬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고 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홍보하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CD 판매는 일반 CD 매장이 아닌 초등학생들이 잘 가는 의류 매장으로 정했다. 가격대는 디지털 음원과 같은 가격인 1달러로 책정했다. 원더걸스의 주요 팬층을 10대 초중반의 초등학생으로 설정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요약하면, JYP는 온라인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프로모션 방식보다는 전통적인 음악 홍보 형태인 아날로그 방식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달랐다. 물론 SNS가 지금처럼 성숙하지 못했던 2년 전엔 JYP의 아날로그적 접근법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YG SNS의 진화로 인해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향후 미디어 시장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싸이의 6집 앨범싸이육갑(6)’ 발매 전부터 SNS를 통한 사전 마케팅에 주력했다. 신곡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서였다.

우선 음원 공개 시기는 714일 토요일 자정에서 15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정했다. 이후 D-데이 기준 역순으로 순차적인 사전 마케팅 활동을 기획했다. , 음원 공개 4일 전인 711일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노홍철, 유재석, 현아가 연이어 등장하는 모습을 29초로 짧게 편집한 티저(teaser)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어 712일에는 유재석과 싸이가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을 간추려 24초짜리 2차 티저 영상을 배포했다. 싸이만 단독으로 나온 장면이 아니라 유명 스타들과 싸이가 함께 나온 영상 부분만 선별해 티저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후 D-데이 이틀 전인 713일에는 스타들의 응원 멘트를 릴레이 형식으로 편집한 123초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빅뱅, 2NE1 등 싸이와 같은 YG 소속 동료 가수와 티아라, 바비킴, 김장훈 등 타 기획사 소속 가수는 물론, 고현정, 차승원, 하지원, 이경규, 정형돈, 김제동, 박지성 등 연예인부터 스포츠 선수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축하와 격려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강남스타일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드디어 음원 공개 예정일인 715, YG엔터테인먼트는멜론(www.melon.com)’ 등 주요 디지털 음악 사이트에 음원을 공개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싸이의 TV 출연과 2차 응원 멘트 동영상 업로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공개를 동시에 추진했다. 통상 기획사에서 음원 공개 시기와 함께 중시하는 의사결정 사항은 뮤직비디오 공개 타이밍과 TV 음악방송 출연 시기다. 특히 요즘처럼 가수의 음악성뿐 아니라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상황에서는 뮤직비디오 공개 시기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효정 YG엔터테인먼트 M&C(Marketing and Contents)팀 매니저는뮤직비디오 공개 시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디지털 음원과 함께 공개하기도 하고 음원보다 먼저 알리기도 한다하지만 싸이 6집 앨범의 경우 홍보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같은 날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음원 공개를 한 715, 음악방송인 ‘SBS 인기가요에 싸이를 출연시켰고 같은 날 유튜브에 뮤직비디오와 2차 릴레이 응원 메시지 동영상도 함께 올렸다.

YG엔터테인먼트는 여세를 몰아 UCC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작업에도 들어갔다. SNS의 급성장으로 인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미디어 환경하에서는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입소문을 최대한 활용(viral marketing)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YG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의 게시물 공유 서비스에 주목했다. 판은 네티즌들끼리 문화나 뷰티, 여행, 요리 등 다양한 주제물에 대한 게시물들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효정 매니저는판은 카페와 블로그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고 사용자층의 폭도 넓은 편이라며싸이와 판을 합쳐 부르면싸이판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 낼 수 있어서싸이 강남스타일 따라잡고 싸이판 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UCC 콘테스트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UCC 콘테스트 기획 및 준비는 715일 이전부터 시작했지만 실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건 음원 공개 후 4일 뒤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패러디 영상을 만들도록 사용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뮤직비디오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노출 시간이 필요하지만 1주일 이상 시간이 흐르면 신선도가 떨어져 UCC 콘테스트의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드디어 719, 이른바싸이판’ UCC 콘테스트가 공개됐다. 이벤트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홍대/신촌/대구/울산 등 전국 각지의 스타일을 뽐내는 동영상들을 판에 올려 인기작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는 콘테스트 최종 우승자에게 상품으로 사이판 여행권(2)을 내걸었다. 이효정 매니저는싸이라는 뮤지션이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유머와 개그 코드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싶었다전국 각지의 스타일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는 패러디 동영상 창작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선물 하나에도 웃음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림 1)

UCC 콘테스트는 시작한 지 2주 만에 홍대/신촌/인천/청주/강원/대구/울산스타일 등 전국 각지의 스타일을 뽐내는 90여 개의 패러디 영상들이 올라올 만큼 인기를 끌었다. 특히 사투리로 개사한대구스타일영상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1위를 차지했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싸이가 직접 인기를 얻고 있는 동영상에가사센스 굿! 실시간 검색어 1위의 위엄이란 감상평을 남기는 등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과 참여도 역시 높아져 갔다. 특히 지역 중심으로 나눠 놓은전국구스딸외에 다른 패러디 영상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 아줌마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줌마스타일’, 기숙사 생활을 담은기숙사스타일등 다양한 주제의 UCC 콘텐츠들도 올라왔다. 원작 뮤직비디오 못지 않게 웃기고 위트 넘치는 콘텐츠들이 등장하며 입소문을 더해갔다.

이처럼 각종 ‘OO스타일영상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인기 역시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효정 매니저는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수십억 건에 달한다입소문을 낼 수 있는 진앙(epicenter)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못하면 주목받기 힘든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싸이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채널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초기 싸이판 UCC 콘테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기획사의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력

715일 음반 발매를 시작한 YG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싸이와 함께 강남스타일을록본기 스타일로 개사해 일본어 버전의 노래를 들고 9월 즈음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많은 K-POP 스타들이 추구하는현지화전략에 맞춰 문화적 정서가 비슷한 일본 시장에 우선 진출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미 한 해 전 한류 확산 흐름에 따른 소속 가수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일본 최대 기획사인 에이벡스와 공동 레이블 YGEX까지 창립해 놓은 터였다.

 

하지만 8월부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강남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자 일본 진출 계획을 전면 수정, 미국 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정적 계기는 세계적인 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발굴한 31세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의 트위터 멘션이었다. 그는 81일 자신의 트위터에어떻게 내가 이 친구와 계약을 안 했지?(How did I not sign this guy!?!??!)”라는 멘션을 남기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링크했다. 그날 당장 SNS상에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대한 언급은 1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강남스타일이국내용 동영상을 넘어글로벌 뮤직비디오로 발돋움하게 된 순간이었다. 스쿠터 브라운 이후 해외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멘션도 줄을 이었다. 특히 힙합 뮤지션인 티페인(T-Pain)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MV”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YG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에 비해 최근 3∼4년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었다. 소속 아이돌 그룹도 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있을 뿐 유럽이나 중남미에도 상당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SM 소속 가수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물며 최대 시장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음반 시장에서의 지명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G엔터테인먼트는 당초 계획을 수정하고 일본이 아닌 미국 시장 진출을 택했다. 물론 스쿠터 브라운 측이 먼저 YG 측에 연락을 취해 싸이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싸이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획사 차원의 빠른 의사결정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유튜브 시청자들의 폭발적 반응과 지금까지 K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미국에서의 관심에 주목하고 당초 일본 진출 전략을 전격적으로 수정했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 현지 법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전문업체와의 파트너십 체제를 구축했다. , 싸이의 매니지먼트 계약은 스크터 브라운이 설립해 저스틴 비버 등이 소속돼 있는 스크터브라운프로젝트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음반 유통 계약은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각각 맺고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시장 내에서의 부족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고집 피우는 대신 현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선택한 것이다.

 

반전이 선사하는 참신함

싸이가 단기간 글로벌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최근 1∼2년 사이 나타난 K팝 열풍 역시 큰 도움이 됐다. 특히 SM타운 콘서트를 계기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남미에서도 골수 팬들이 생겨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K팝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싸이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기존 K팝 스타들이 보여준 전형성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성공은 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때 기존 K팝이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이룬 쾌거라 더욱 의미가 있다.

외국인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K팝의 전형적인 이미지는꽃미남’ ‘꽃미녀군단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이 나와 집단으로칼군무를 선보이는 것이다. 거의 곡예 수준에 가까운 K팝 스타들의 군무는 그 자체로 예술성이 느껴질 정도로 화려하지만 동시에 일반 대중은 시도해 볼 엄두조차 못 낼 정도로 복잡하다. 어느 그룹을 봐도 비슷비슷하다는 것도 문제다. , 아이돌 그룹마다 개성이 존재한다기보다는 공장에서 판박이로 찍어낸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느낌이다.

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기존 K팝의 아이돌 스타들과는 완전히 다른 궤를 긋고 있다. 그의 춤은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하기 쉽다. 대중들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더욱이 강남스타일의말춤카우보이의 본산인 미국인들에게 친숙한말타기문화에서 콘셉트를 따 왔다. 문화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매우 컸고 그 덕택에 강남스타일의 춤 역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다. 대중의 참여를 끌어내기에 최적의 요소를 갖춘 셈이다.

게다가 싸이는 뚜렷한 개성까지 갖추고 있다. ‘초콜릿 복근’ ‘식스팩이 기본인 기존 K팝의 여느 아이돌 스타들과 달리 그에게는 출렁이는 뱃살이 있다. 의상도 나름 신경 쓴 듯하지만 어딘가 경박스럽다. 10대와 20대가 판치는 가요계에서 그는 아이 둘을 가진 30대 가장이다. ‘간지와 거리가 있는 몸매지만 자신의 바디라인에 주눅들기는커녕 자신감 있게 춤을 춘다. 말 그대로반전의 집약체.

조각 같은 외모의 스타와 달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싸이의 평범한 외모와 행동거지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친근함을 선사한다. “결국 TV 스타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작정하고 길러진 기존 K팝 스타들과 달리 싸이는 솔직하고 느긋한 모습으로 편안함까지 선사한다. 싸이는 이처럼 연예인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친근함을 무기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저변을 확대해갈 수 있었다.

싸이라는 캐릭터 외에 뮤직비디오의 내용에도 반전과 해학이 담겨 있다. 목욕탕에서 수경을 쓰고 수영을 하고, 놀이터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선탠을 한다. 화장실 변기 위에서 노래를 하고, 아스팔트가 깔린 도심 한복판에서 말춤을 춘다. 난데 없이 지하철에서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 환호하고, 심지어 관광버스 안에서도 춤을 춘다. 어찌 보면 어이없지만 틀에 박힌 관습과 일상에서 벗어나 기발함이 돋보이는 에피소드들의 종합 선물세트다. 싸이라는 캐릭터에서 보여지는 반전과 코믹, 유머라는 코드가 뮤직비디오의 스토리텔링 과정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부조화를 통해 적절한 수준의 친숙함과 참신함을 제공함으로써 강남스타일은 대중들이 음악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더욱 넓혔다.

 

만국인이 공감하기 쉬운 코드- Fun

미국인들이 영화오스틴 파워에 열광하는 이유는 극 중 영국 첩보원인 오스틴 파워가 ‘B정서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B급 문화의 특징은 신선함과 해학이 담긴 풍자다.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고, 진중한 메시지보다는 통속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심하게 말하면 저급하고 경박하며 천박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시 못할 진실이 있다. 비록싼티가 나더라도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싸이가 지난 926 20여 일간의 미국 프로모션을 마치고 귀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밝혔던 것처럼 오스틴파워와 싸이에게는 B급 코미디라는 동일 코드가 존재한다. B급 문화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싸이의 음악 세계나 가치관은 그가 스스로 인정했듯 초지일관 B급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의 데뷔곡가 전형적인 예다. “나 완전히 새됐어라는 비속어 섞인 일곱 자의 문구를 통해 그는 여자에게 차인 남자의 울분을 코믹하게 반전시키며 스스로를 희화화했다. 춤은 말할 것도 없다. 여느 개그맨 못지 않게웃기는 가수가 바로 싸이다. 전문 댄서들이 추면 절대 우습지 않은 춤도 싸이의일자 몸통을 거쳐가는 순간 코믹 버전으로 바뀐다. 그만큼 그의 외모와 스타일은 독특하다. ‘(fun)’ 코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가사를 단 한 줄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웃고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강남스타일이 재미와 익살스러움을 주요 코드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비교된다. 노바디는 애잔함과 슬픔에 호소한다. 슬픔은 미묘한 감정이다. 3자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려면 상당한 몰입이 요구된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도 필요하다. 노바디를 영어 싱글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다. 반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클럽에서 들으면서 신나게 춤추고 놀기 위한 음악이다. 강렬하고 빠른 비트와 흥겨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일렉트로 팝은 중독성도 강하다.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사용했음에도 외국인들에게까지 쉽게 파급될 수 있었던 이유다.

 

성공요인과 시사점

① 정교한 콘텐츠 기획 통해 초기 바이럴(viral) 효과 극대화 수억 명의 사람들이 보고 퍼나르는 대박 콘텐츠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른바 높은 품질과 고감도의 명품 콘텐츠가 인기를 독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콘텐츠의 성공적인 파급 여부는 그것이 강력한바이럴 요소(viral factor)’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바이럴 요소로는 유명인의 출현, 예기치 않은 경험(unexpected experience), 재미(fun) 등을 꼽을 수 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에서 계속해서 터지는 바이럴 요소는 웃음과 해학, 그리고 반전의 재미다.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 속에서 깨알 같은 웃음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이 콘텐츠를트친페친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방송과 언론에 소개된 싸이의 성공담은반전이라는 싸이 마케팅의 스토리텔링 요소를 더욱 증폭한다. 배도 나오고 나이도 많은, 멋지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B급 문화의 대명사 싸이는 알고 보면 능숙한 영어로 미국 사람들을 웃기는 버클리음대 출신의 부잣집 도련님이다. 노래 가사와 춤은 좀 놀아본 그의 인생단면을 보여주지만 콘서트에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는 그를 보면 나름의 의식과 철학, 주관을 갖고 있는 젊은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A급과 B급 정서의 복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팬들로 하여금 싸이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만든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K팝을 비롯한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콘텐츠 전략의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첫째, 언어적인 요소보다 비언어적 요소의 파워다. 가사전달이 중요한 발라드보다 퍼포먼스 요소를 극대화한 댄스 음악이 글로벌한 K팝의 확산을 이끌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둘째, 세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편적 어필(universal appeal)과 함께 한국 특유의 정서 즉, 지역적 고유성(local authenticity)을 적절히 믹스해야 한다.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말춤은 한국인보다 오히려 미국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서울의 놀이터, 목욕탕과 관광버스는 외국인의 눈에 매우 이국적인 풍광이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차별화로 관객의 피로감을 넘어서야 한다. 싸이는 K팝 성공의 기반 위에서 기존 K팝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콘텐츠로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 가요에 식상할 만한 타이밍에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② 전방위 미디어 크로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상승효과 바이럴 캠페인이라고 하면 대개 소셜미디어와 SNS를 중심으로 한 BTL(Below-the-line) 마케팅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바이럴 캠페인의 전부는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매스미디어와 결합할 때 바이럴은 극대화된다. 던컨 와츠(Duncan Watts)와 요나 페리티(Jonah Peretti)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07 5월 호에 게재한 글 ‘Viral Marketing for the Real World’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빅 시드(big-seed) 마케팅을 주장했는데 입소문 마케팅, 순수한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정보의 재생산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애초에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강점은 정보의 도달율(reach)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는 유튜브와 미투데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컸지만 매스미디어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싸이는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TV 음악 프로그램과 토크쇼(힐링캠프) 등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도 최대한 많이 출현했다. TV 뉴스와 신문 같은 매스 미디어의 보도도 수시로 새로운 계층의 팬을 만들어 내면서 빅 시드(big-seed)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와 같이 BTL(Below-the-line) ATL(Above-the-line) 캠페인을 결합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TTL(Through-the-line) 캠페인이라 부른다. TTL 캠페인의 핵심은 각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의 즉시성과 자발성이 올드미디어의 고객 도달율, 신뢰성과 합쳐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미디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일본 광고대행사인 덴츠에서 펴낸 <크로스위치>는 단순한 미디어 믹스가 아닌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구사할 것을 주장한다. , 타깃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효과적으로움직이기위한 커뮤니케이션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 역시 초반부터 SNS를 활용한 사전 마케팅과 함께 적극적인 공중파 방송 출연을 병행하는 등 미디어 크로스 전략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Speed, Synchronization, Sequence ‘3S’ 전략 실행 강남스타일의 세 번째 성공요인은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권한 위임, 아티스트의 참여 등 YG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바로 Speed(속도), Synchronization(동기화), Sequence(연속성) 3S로 요약되는 커뮤니케이션 실행 전략이 그것이다. (‘YG 엔터테인먼트참조)

싸이의 6집 앨범 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YG의 싸이 캠페인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첫 음원 공개 시점인 715일부터 미국에서 싸이 열풍이 부는 데까지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음을 보더라도 얼마나 신속하게 싸이의 홍보와 마케팅 캠페인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음반 발매 4일 후에 시작된싸이판’ UCC 콘테스트는 2주 만에 전국적인 붐을 조성했다. 미국에서의 인기를 감지한 YG는 당초 예정돼 있던 일본 진출 계획을 과감하게 접고 즉각 미국 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시장 진출을 몇 년간 준비하는 기획사들과 대조적이다. ‘돌다리는 두드리면 부서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이유 있는 직관(informed intuition)’에 근거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기획력은 미국과 유럽시장에 토네이도를 불러왔다.

Sychronization 전략이란 동시다발적인 캠페인 전개를 통해 파급력을 극대화하는올미디어(all media)’ 전략을 말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음원과 뮤직비디오 공개는 물론 음악방송 출연까지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붐업(boom-up) 효과를 극대화했다. 주요 음악 사이트에 음원이 공개된 당일, 싸이는 TV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약 1시간 후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올라갔다. 입소문 마케팅을 기획할 때 초기에는 특정 타깃을 겨냥한소총 접근법(rifle approach)’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품의 바이럴 요소가 강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산탄총 접근법(shotgun approach)’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YG는 가능한 모든 홍보채널을 처음부터 다 활용해 후자를 택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했다.

마지막으로 강남스타일 캠페인은 싸이의 기존 팬을 중심으로 한 국내 허브(hub)에서 국내 대중(mass)으로, 그 이후에는 스쿠터 브라운, 티페인과 같은 해외 허브를 거쳐 해외 대중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됐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워낙 속도감 있게 전개됐기 때문에 동시에 전 세계로 파급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4단계를 거쳐 확산된 것이다. “허브를 찾아내고 그들에게 말할 것을 주라는 입소문 마케팅의 원칙을 그대로 지킨 결과, 순차적인 커뮤니케이션 경로를 타고 대 유행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참고문헌

Watts, Duncan J., and Jonah Peretti (2007), “Viral Marketing for the Real World,” Harvard Business Review (May).

덴츠 크로스미디어 개발 프로젝트 팀(2009), 크로스위치(휘닉스컴 신서3), 나남.

이데일리(2009.10.23). 박진영이 밝힌 원걸 성공 전략상향식 프로모션

경제투데이(2010.5.13). JYP, 원더걸스 활동 의혹정면 반박

스포츠조선(2011.12.20). ‘K팝스타양현석-박진영-보아 갈등, ? 태생부터 다른 SM-JYP-YG

스포츠경향(2012.8.8). 싸이강남스타일’ 2탄 있다! 뮤비조회수 2000만 클릭 눈앞!

헤럴드경제(2012.8.11). 싸이가 풀어내는 ‘B급 정서의 정체

프레시안(2012.8.16). 싸이강남스타일이 성공한 진짜 이유?

빅뉴스(2012.9.15). JYP 원더걸스의 실패와 YG 싸이의 성공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profkim@snu.as.kr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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