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의 성과 관리 코칭
편집자주
팀장은 리더이자 팔로어입니다. 고위경영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높여야 합니다. 팀장의 리더십 역량은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리더십 연구는 주로 고위경영진에게 국한돼 있었습니다. 김성완 통코칭 대표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팀장 리더십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실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1. 슬럼프에 빠진 팀
제품개발2팀 정 사원은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바로 팀장에게 갔다.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또 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 앉아서 차분히 이야기해봐요.”
“고객사에서 신제품 K청소기의 사양을 긴급 변경할 것을 요청해왔습니다. 현재의 흡입 출력을 20% 증가시키면서 진동 소음을 10% 이상 낮추라는 것입니다. 변경 사양서를 내일 중으로 정리해서 송부한다고 합니다.”
“아니, 누가 그런 전화를 했지? 협의도 없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되나? 아무리 주문제작이지만 너무 하는군.”
“K사 송 과장입니다. 저희에게 일방 통보식으로 사양 변경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 어디 이게 하루 이틀 이야기인가? 할 수 없지. 최 과장은 어디간 거야?”
“최 과장님은 B사 제품개발 관련 미팅으로 어제부터 출장 중입니다. 내일 들어올 예정입니다.”
“무슨 제품개발 미팅을 3일씩이나 하고 그래. 이 친구는 제품개발은 하지 않고 매일 어디를 싸돌아 다녀!”
“…….”
“우선 정 사원이 K사 제품변경 내용을 정리해서 최 과장에게 메일로 송부하고 검토 후에 대응방안을 보고하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정 사원은 K사의 제품변경 요청사항을 정리해서 회로파트장인 최 과장을 수신으로, 기구파트장인 박 대리를 참조로 하여 메일을 송부했다. 아울러 내일 오후 2시에 대책회의 소집을 알렸다. 메일을 보낸 뒤 정 사원은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 더운 날씨에 숨이 턱 밑까지 찌는 더위가 밀려왔다. 창문을 닫고 책상에 앉는데 바로 최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 사원, 이게 무슨 내용이지? K사가 왜 갑자기 제품사양을 변경하는 메일을 보내왔지?”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전화 와서는 경쟁사 신제품 사양이 현재의 K사 사양보다 월등하다며 긴급으로 현재 개발 중인 제품 사양 업그레이드를 요청했습니다.”
“제품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면 제품개발 기간이나 비용도 변경돼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있었어요?”
“듣지 못했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내일 사양 변경서를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아니, 정 사원은 지금 3년째 되는 사람이 어떻게 가장 기본적인 것도 챙기지 않지. 회사 나간다고 대충 일 처리하는 거 아냐? 자신이 개발하는 제품이면 마무리를 제대로 해 놓고 가야지.”
“과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는 K사에서 일방적으로 온 통보를 정리해서 보고했을 뿐인데 그것과 저의 이직 건과는 무슨 상관이죠? 저도 마무리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알았어요. 내일 회사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전화벨은 안타깝게도 ‘뚜∼’ 소리를 내며 끊겼다. 이런 상황 역시 하루 이틀 반복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 사원은 진짜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중소기업에 들어왔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벽, 기술 격차, 구성원의 실력, 무책임한 분위기 등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정 사원은 월초에 퇴직 건을 팀장에게 보고했다. 직속 선배인 최 과장은 자기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팀장에게 먼저 말했다고 열을 냈다. 그렇지만 왜 떠나는지, 이직한 뒤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싫으면 가라는 식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내에 상주하는 통 코치에게 점심시간을 활용한 원 포인트 코칭을 신청했다.
“통 코치님, 제가 회사를 떠나는 것은 저의 판단이지만 정말 이런 팀에서 3년을 일했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니, 무슨 이야기인가요? 올해 초에 만났을 때는 씩씩하게 일 잘하는 여성 엔지니어였는데….”
“씩씩하다니 고맙습니다. 근데 여자한테는 좀 어색한 느낌이네요?”
“내가 만난 정 사원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했어요. 그러니 어려운 밤샘근무나 촉박한 납기에도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나요? 그건 저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인정한 사실이고요. 근데 팀에서 무슨 일이 있나요?”
“팀 내부의 사정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지금 팀의 모습은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회사를 나가는 것은 개인적 일이지만 중소기업이라는 한계와 기술 격차, 팀 내부에서 자기 성과만 챙기는 모습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다 그렇죠. 우리 회사도 대기업에서 물량이 끊기면 끝장나지요. 전체 매출의 70%가 몇몇 대기업에서 발생하지요. 그런데 팀원들이 자기 성과만 챙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임지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이건 내 일이 아니니까’ ‘다른 팀이나 파트의 문제야’ 하는 식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보다는 서로 핑곗거리부터 찾습니다. 회로설계는 기구설계를, 기구설계는 회로설계를, 서로가 해결하기보다는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입니다.”
“그래요. 팀 내부의 문제도 서로가 협력해서 해결하기보다는 우선 책임을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문제에 대해 이 팀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팀장님도 곤란해 하시죠. 본인이 제품개발 출신이 아닌 품질관리팀 출신이라 사실 제품개발에 대한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시죠.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덮어 두는 편입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기다리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그래요. 그래도 제품개발팀장으로 온 지 2년이 됐는데 그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텐데 큰일이네요.”
“그래도 코치님께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리 팀에는 비밀로 해 주세요.”
“비밀보다는 오히려 팀 내부 구성원 간의 협력 부족 문제를 드러내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글쎄요. 드러낸다고 해결될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필요하시면 팀장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눠 보시면 좋을 듯하네요.”
마침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고 정 사원은 인사를 한 후 사무실로 돌아갔다. 통 코치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이 팀장에게 저녁 시간에 원 포인트 코칭을 제안하는 e메일을 보냈다. 오후 일과를 서둘러 정리한 이 팀장은 통 코치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통코치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사내 구성원 코칭으로 바쁘실 텐데 저까지 신경 써 주시고 고맙습니다.”
“제가 바쁜 이 팀장님을 뵙자고 했는데 흔쾌히 시간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회사 분위기도 어려운데 팀을 이끌어 가기가 어떠신지요?”
“물론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사업부는 실적이 좋은 편입니다. 어쩌면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모두 제품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는 제품개발팀의 덕이라고 볼 수 있지요. 현재 돌아가면서 팀장님들과 면담 중인데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사실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고객사의 제품개발 납기는 짧아지고 요구사항은 높아져 가는데 기술력은 따라가지 않고, 팀원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리고 우리 팀 정 사원은 잘 다니다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했고요. 뭐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다나? 하여튼 팔자 좋은 소릴 하고 있지요.”
“사실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래도 씩씩하게 잘 다니던 정 사원이 나가서 타격이 크겠습니다.”
“할 수 없지요, 절이 싫다고 떠나는 중을 잡을 수가 있나요? 인사팀에는 충원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퇴직 사유가 뭐라 하던가요?”
“글쎄요. 그게 뚜렷하지 않네요. 급여가 적은 것도 아니고, 다른 회사에 취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려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쉬고 싶다고 하네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참 편해요. 직장 생활 몇 년 했다고 힘들다고 못 다니고. 그럼 저는 벌써 몇 번을 그만뒀을 것 같네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른 이유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런 것 없습니다. 그냥 배부르니까 나가는 것이죠.”
“팀원들과 갈등이나 팀장님과의 관계는 어떤 것 같은지요?”
“글쎄요. 요즘 신규 제품개발건으로 깊은 이야기는 나눠보지 못했지만 최근엔 최 과장과 약간 소원한 것도 같고요. 정 사원의 성격이 워낙 거세서 최 과장이 힘들어 할 때가 가끔 있었죠. 하지만 그것은 통상적인 수준이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 혹시 다른 이슈나 문제는 없는지요?”
“사실 팀원들 간의 갈등보다는 협력이 잘 안 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회로설계파트와 기구설계파트, 회로설계파트의 구성원들끼리 서로 자기 할 일만 하고 다른 파트 일에는 관여하길 꺼립니다. 특히 회로설계파트는 사원들이 3명인데 최 과장이 워낙 바빠서 챙겨주지 못하는 실정이고 서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불만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팀원들 간에는 어떤 불만요인이 크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결과에 대한 책임과 평가, 보상 때문에 남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거나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자기 일, 자기 밥그릇 챙기는 풍토가 점점 심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조직의 계층이 얇아지고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고 사원/대리 계층이 증가하다 보니 업무 능력이 부족해서 협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역량강화를 위해 직무교육이나 학습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통 코치님! 어떻게 하면 팀 내의 협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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