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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미니 케이스 - 나루아토 유기농 가공 인증 사례

3년만에 겨우 두번째 제품 나오지만... 유기농의 꿈, 집념으로 이룬다

박동국 | 127호 (2013년 4월 Issue 2)

 

 

배경

‘형, 어떻게 하지?’

필자가 2010년 대학교 재학 중에 현미 가공 회사를 시작했다. 그때 창업 파트너인 선배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창업 전에는좋은 제품 잘 만들어서 잘 팔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떻게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사실 사업에선 어떻게 잘 만들어서, 어떻게 잘 팔지가 핵심인데 말이다.

 

필자와 파트너는 단순히 식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고객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취지로 회사명도 순수 한글로하늘이 주신(나루) 선물(아토)’이라 지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원료를 구해야 했으며 제품을 만드는 데도 차별화된 방법이 필요했다. 당시 경영학과 학생이던 필자는 실질적인 생산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그저 경영자의 마인드를 갖는 것과 경영기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상대적으로 생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겼다. 그런 상황에서 식품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산 프로세스 문제를 접했을 때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로서 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루아토의 첫 제품은 현미와 버섯을 가공한 건강식품인꽃송이발효현미강버섯이었다. 회사 비전에 맞게 필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유기가공식품인증을 이용하기로 했다. 유기가공식품인증은 전체 원료 중 95% 이상이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가공된 최종 식품도 원료의 유기적 특징이 유지돼야만 주어진다. 유기농 원료 역시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정식 유기농 인증을 받은 원료만 인정받았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현미를 구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보통 한 회치 물량을 가공하는 데 500㎏에서 1t의 현미강(현미 쌀겨)이 필요하며 1t의 현미강을 만들려면 8t의 현미를 도정해야 한다. 이만한 물량의 현미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곳은 흔치 않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공 프로세스다. 첨가물, 포장, 가공기계 등 신경써야 할 요소가 많았다. 화학물질이나 농약이 들어간 보조 원료를 사용해도 안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필자는 파트너와다음 달 안에 유기가공식품인증을 받자는 목표부터 세웠다. 그리고 다짜고짜 지역 유기농 식품 인증기관에 전화해저희가 유기가공식품인증을 받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라고 물었다. 담당자는처음 하시면 어렵기 때문에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계와 원료 구입으로 지갑은 비어 있는 상태였다. 남은 건 열정과 패기뿐 컨설팅 업체를 고용할 돈은 우리에게 없었다. 일주일간 유기가공식품인증 관련 기존 제품과 관련 법규를 공부했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저희가 사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되고 자금이 부족해서 직접 인증을 받고 싶습니다. 저희가 관련 서류를 하나씩 만들어서 보내드리면 시간 나실 때 봐주시고 빠진 게 없는지 체크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다. 담당자는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며 흔쾌히 승낙했다. 필자는 그의 도움을 받아 서류를 하나씩 채워나갔다.

 

해결과제

이렇게 거의 모든 인증 조건들을 충족해갈 무렵, 결정적인 허점을 발견했다. 역시 문제는 가공과정이었다. 현미를 도정해 현미강을 만드는 기계가 유기농 전용이 아니라 다른 원료에서 나오는 잔류 농약이 묻어 있을 수 있다. 이대로는 유기가공식품인증을 받을 수 없었다.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도정업체인 RPC(미곡종합처리장)를 인증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유기농 쌀과 일반 쌀을 따로 도정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 100억 원이 넘는 RPC 입장에서 이제 창업한 지 몇 달 안 되고 매출도 없는 신생 기업 나루아토를 위해 귀찮은 인증과정에 참여해 줄 리가 없었다.

 

2010년 당시는 지금처럼 유기가공식품인증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주변에 인증을 받은 기업을 찾기도 힘들었다. 직접, 처음 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선 담당 공무원과 인증 심사원에게 물어 보니 역시 RPC를 인증절차에 참여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우리가 원래 이용하려 한 RPC는 번거로운 인증절차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지역 농협이나 다른 인증기관들을 통해 수소문해보기도 했지만 유기농 전용 RPC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각 도청과 시군청의 친환경농업과에 전화를 걸어 유기농 전용 RPC를 문의했다. 마침내 전라도에서 한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여기도 이용할 수 없었다. 현미강은 도정 즉시 산소와 접촉하며 산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1시간 이내에 후처리 가공을 해야만 품질을 유지 할 수 있다. 그 시간을 넘기면 산화되며 좋은 영양분이 파괴된다. 해당 RPC에서 경남 진주에 위치한 나루아토 공장까지는 2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물론 유기농 인증을 받는 데에는 산화된 원료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고객에게 건강을 선물한다는 가치관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인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렇게 인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었다.

 

해결과정

고민하던 필자는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봤다. 그러다 DBR과 몇몇 경영 관련 서적에서 통계의 중요성에 대해 적은 글들을 보게 되고 통계적 방법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유기농 전용 RPC가 아닌 일반 RPC에서는 기계에 잔류 농약이 남아 있을 가능성 때문에 인증이 안 된다는 말에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일반 RPC라도 유기농 RPC와 동급 수준의 유기적 원료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원래 접촉하던 공장 인근 RPC에 문의했다. 이들은 유기농 현미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도정하는데 화요일은 하루 종일 유기농만, 목요일은 50% 유기농 원료를 도정한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는 화요일에 생산되는 유기농 원료만을 주요 원료로 선택하고 이 중 잔류 농약 성분을 측정했다. 그랬더니 초기 2회 도정량, 1t의 현미강이 나온 후에는 잔류 농약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 수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화요일에 생산되는 첫 1t 분량의 현미강과 1t 이후의 현미강을 가지고 약 200종 농약에 대한 잔류 여부 검사를 맡겼다. 검사 결과도 필자의 발견과 같았다. 1t 이후의 현미강에는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 결과를 통계적 기법으로 설명해 인증 서류에 첨부했다. 결국 나루아토의 현미 가공식품은 무사히 유기가공식품인증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단 한번, 사후 검사에서 1종의 잔류 농약이 미량 나온 적이 있다. 인증이 취소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슴이 철렁해 국립농수산품질관리원 담당자와 같이 고민했다. 분석 결과 이 농약은 원료 자체에서 나온 것이었다. 간혹 유기농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황이 너무 안 좋아 농약을 뿌리는 농업인이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유기농 인증이 취소된다.

 

이 경험 역시 필자에게 교훈을 줬다. 단순히 과거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믿지 않고 농사를 짓는 분의 가치관까지 보게 된 것이다. 농사를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유기농을 고집하는 농가와만 계약하게 됐다.

 

에필로그

창업한 지 3년 차가 될 때까지 출시된 나루아토의 제품은 1개에 불과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건강을 선물하자는 우리 스스로 만든 가치관을 지키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게 만든 첫 제품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브랜드와 마케팅부터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유기농 인증을 고집하고 또 영양분을 살리겠다는 처음의 각오를 지켰기 때문에 올해 두 번째 제품을 당당하게 출시할 수 있었다. 또 초반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며 쌓은 제조 노하우도 큰 자산이 됐다. 사업 도중에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기와 열정도 중요하지만 한발 물러나서 차근히 생각해보는 과학적 접근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작은 창업 기업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물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박동국 나루아토 pdklan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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