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J Case Study
편집자주
이 글은 <아시안케이스리서치저널(ACRJ)>의 케이스스터디 ‘Russian Restaurant with Japanese Cuisine Makes Foreign markets’ Selection: The Case of Two Sticks’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진선(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00년대 초, 러시아에는 일본 열풍이 불었다. 일식당은 비 온 뒤에 버섯 자라듯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었고 일본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2003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개업한 일식당 드베 팔로치키(Dve Palochki, ‘두 개의 막대기(젓가락)’이라는 뜻)도 이런 일본 열풍의 결과물이었다.
이 회사는 가벼운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체인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까지 도시 관광 중심가와 상업/주거 지역에 20곳의 드베 팔로치키가 문을 열었다. 매일 40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이 체인을 찾았고 일인당 평균 450루블(약 1만6000원)을 지불했다. 모든 지점은 휴일 없이 24시간 영업했다.
드베 팔로치키는 일본 요리를 판매했지만 일본 레스토랑처럼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고객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른 일식집들과는 달랐다. 독특한 매장 분위기와 독창적인 광고 캠페인을 조합한 자신들만의 마케팅 전략을 확립했다. 2008년, 이 회사는 5년 안에 러시아 내 주요 도시들에 300개가 넘는 새 지점을 열고 해외에도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드베 팔로치키의 마케팅 담당자인 야코프 팍(Yakov Pak)은 지점을 확장하면서도 서비스 품질은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해외 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창업
2002년 말, 레스토랑 사업가인 예브게니 카돔스키(Yevgeny Kadomsky)와 미하일 테벨레프(Mikhail Tevelev)는 독특한 분위기의 일식집을 열기로 했다. 그들의 의도는 전통적인 일식당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계획 단계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은 매장 내부에 탁 트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일식집과의 공통점이라고는 메뉴 정도였다. 매장 내부를 넓게 열어두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음식은 단지 대화를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그림 1)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드베 팔로치키의 독특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쌍둥이 화장실이다. 이는 레스토랑 화장실에는 변기가 최소한 두 개는 있어야 한다는 정부 규정에 대한 즉흥적인 해결책이었다. 창업자들은 공간이 좁아 한 칸밖에는 들어가지 않을 화장실에 두 개의 변기를 어떻게 놓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한 칸 안에 두 개의 변기를 설치했다. 이론적으로는 두 사람이 한 칸의 화장실에 함께 들어가 같이 일을 보거나 ‘다른 어떤 일’을 할 수도 있었다. 이는 ‘재미’와 ‘자유로운 해석’이라는 이 레스토랑의 콘셉트에 맞춘 것이었다 (이후 생긴 다른 체인점에도 이 같은 쌍둥이 화장실이 상징적으로 하나씩 만들어졌다).
드베 팔로치키 본점은 2003년 중반에 문을 열었다. 바로 그날 밤부터 고객들로 가득 찼다. 회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새로운 지점들을 개업하며 성공을 이어나갔다.
드베 팔로치키는 창업자들의 첫 번째 사업은 아니었다. 그들은 트렌디한 카페, 클래식 레스토랑, 클럽, 패스트푸드 레스토랑과 같은 다양한 형식의 가게들을 실험해왔다. 그들은 드베 팔로치키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사업을 접고 여기에만 완전히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의 월 평균 방문자는 15만 명이었고 총매출은 3000만 달러(약 330억 원)에 달했다.
시장 상황
2000년대 중반, 러시아의 레스토랑 산업은 연평균 20%에서 30%가량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대도시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 임대료가 너무 높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각 도시의 오래된 중심가(다운타운) 지역은 임대료도 높았고 기존 식당들과의 경쟁도 치열했다. 따라서 새로 생기는 체인들은 새로 생긴 상업지구(업타운) 쪽으로 지점을 확대하는 편을 택했다. 쇼핑센터의 푸드코트들이 수익을 많이 내는 지역이었다.
수도인 모스크바에 처음 일식당이 생긴 것은 1990년대 초였고 본격적인 일식당 붐은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엔 약 300곳의 일식당과 스시바가 모스크바에서 영업하고 있었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약 100곳의 일식당이 있었다. 2009년에는 그 수가 3배가량 증가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대략 300곳, 모스크바에는 1000곳의 일식당이 손님을 맞았다. 이들은 연간 약 2억 달러(약 2200억 원)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했다.
스시바는 러시아의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중 하나였다. 가게를 여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업에 7만 달러(약 7800만 원)가 들어가 커피숍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서는 총 50㎡에서 200㎡(약 15∼60평)의 공간이 필요했고 평균 투자 비용은 ㎡당 900달러에서 1500달러(약 100만∼160만 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스시바의 초기 투자액은 적은 편이었다.
이렇게 적은 초기 투자액은 일본 요리의 특성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일식집은 미니멀리즘과 금욕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또 일본인 조리사는 개점 초기에만 고용했다. 러시아인 조리사들에게 약 한 달간 스시 만드는 법만 가르쳐주면 됐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스시 요리사는 오직 고급 일식당에서만 필요했다. 각각의 요리를 조리하는 데는 평균 10분이 소요됐고 요리의 가격은 비용의 2배 정도로 책정됐다. 일식의 인기는 대단했다. 평균적으로 스시바 한 곳에서 하루에 250㎏가량의 생선과 쌀을 소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식당은 3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키도’ ‘와사비’ ‘긴노타키’와 같은 고급 레스토랑과 ‘플라네타 스시’ ‘드베 팔로치키’ 같은 중간 가격대의 식당, 마지막으로 ‘유라시아’ ‘야포샤’와 같은 저가 레스토랑이었다. 드베 팔로치키의 매니저 야코프 팍은 “러시아인들은 스시바와 일식당 사이의 차이를 잘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음식의 질이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독창성이었다. 모든 식당의 음식과 서비스의 질이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러시아인들은 미국인이나 유럽인처럼 입맛이 까다롭지 않았다. 그들은 질보다는 가격을 기준으로 식당을 선택하곤 했다.
드베 팔로치키의 마케팅 전략
메뉴의 가격대는 중간 수준이었지만 드베 팔로치키는 스스로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하고 쇼핑몰의 푸드코트에는 입점하지 않았다.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매출의 60% 이상은 단골 고객들에서 나왔다. 다른 식당들과 차별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빙을 담당한 종업원들과 매장의 분위기였다. 회사는 직원들끼리 서로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했다. 채용 절차에는 지원자들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인터뷰와 테스트 같은 많은 절차들이 포함됐다.
광고 역시 레스토랑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했다. 새로 개업하는 드베 팔로치키 지점을 알리는 옥외광고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처럼 채워졌다. 그중 대부분은 운전자들을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여기서 드베 팔로치키까지 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당신은 여기서 중립기어를 놔도 드베 팔로치키에 미끄러지듯 도착할 수 있다’와 같은 문장들이었다.
옥외광고와 더불어 드베 팔로치키의 독창적인 마케팅 아이디어 중에는 인접한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붙이는 작은 광고 전단도 있었다. 포스터에는 각 층의 입주업체들이 소개돼 있어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니폼 역시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마케팅팀은 통합된 드베 팔로치키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무미건조하고 천편일률적인 것은 지양하는 유니폼을 만들고자 했다. 동일한 유니폼이지만 종업원의 개성이 묻어나야 했다. 이를 위해 각 종업원이 셔츠 뒷면에 자기만의 문구를 쓰도록 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종업원은 등을 돌려 자신이 만든 슬로건을 보여주었다.
야코프 팍은 개개인의 슬로건이 힘들게 일하는 종업원 스스로에게 동기부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게임적인 요소들을 도입해 구성원들의 사기를 자연스럽게 올리고 싶었습니다. 종업원들이 ‘걸리지만 않으면 마약도 상관없다’ ‘탈영병’ ‘모든 사람은 다르다’와 같은 재미난 슬로건을 유니폼에 쓸 수 있게 해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고객과 종업원의 의사소통에 감정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앞에 서있는 사람은 단지 종업원이 아니라 하나의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았습니다.” 종업원들은 개인 슬로건뿐 아니라 유니폼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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