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estselling Author <장사의 시대(The Art of the Sale)> 저자 필립 델브스 브리턴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조은영(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의 본질은 무언가를 남에게 파는 일, 즉 장사다. 하지만 현대 기업에서 장사, 영업, 세일즈는 그 중요성만큼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일류 경영대학원에선 세일즈 잘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왜 영업을 전공한 경영대학 교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까? 경영대학이나 MBA스쿨 졸업자 가운데 마케팅 분야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영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적을까? <장사의 시대(The Art of Sale)>의 저자 필립 델브스 브러턴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영국의 <데일리텔리그래프>지 기자였던 브러턴은 2004년에 하버드 MBA 과정에 입학했다. 어느 교수에게 세일즈를 왜 가르치지 않느냐고 물으니 교수는 “세일즈를 공부하고 싶으면 어디 가서 한 2주짜리 야간 강좌를 들으라”며 핀잔만 줬다.
하버드 교수들이 가르치기를 거부한 세일즈의 비결을 알기 위해 브러턴은 직접 전 세계의 영업왕, 장사의 신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했다. 뉴욕에서는 베테랑 헤지펀드 매니저를, 모로코에서는 골동품 판매의 대가를, 일본에서는 다이이치생명의 보험 여왕 할머니를, 플로리다에서는 1등 홈쇼핑 진행자를 만났다. 그 결과물인 <장사의 시대>는 2012년 4월 미국과 영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한글판은 2013년 2월 나와 이 글을 쓰는 현재(4월 중순)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리스트 5위권에 들어 있다. 브러턴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이름난 프리랜서 경영 저널리스트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본인의 경험을 담은 <하버드 MBA의 비밀(Ahead of the Curve, 2008)>은 일류 MBA 지망생들이 즐겨 찾는 책이다.
영업의 1원칙은 평정심
브러턴이 세일즈의 귀재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뽑아낸 영업의 1원칙은 ‘넉넉한 품’이다. 어수룩한 고객을 등쳐먹거나 KO시키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고객에게 거절당하거나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좌절하거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눈을 들어 다음 기회를 엿봐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흔히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정보의 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이 생긴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알지 못하는 물건의 원가와 기타 시장에 대한 정보들을 손에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판매자는 이 정보 권력을 이용해 구매자를 속이거나 손에 휘어잡고 흔들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들에게 ‘손님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는데요?’라고 반문하는 호객꾼들이 대표적이다. ‘내가 너보다 시장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으니 네 손에 든 카드부터 펴보라’며 구매자를 압박한 것이다. 이런 상인들은 당장 물건 하나는 팔 수 있지만 평판을 잃는다.
진정한 판매의 고수는 전자상가의 호객꾼처럼 구매자를 압박하거나 구매자의 무지를 악용하려 들지 않는다. 고수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킨다.저자 브러턴은 모로코의 탕헤르(Tangier)시에 있는 한 골동품 상인을 예로 든다. 마지드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1970년부터 전통 시장에서 보석과 그릇, 카펫 등을 팔며 미국과 유럽의 부자들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었다. 그가 들려주는 ‘넉넉한 품’의 일화는 다음과 같다.
“한 번은 어느 미국인 남자가 들어와 물건을 둘러보더군요. 그는 은제품을 보고는 이거 은이에요?”라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말해주니까 대뜸 ‘모로코 은이겠지요’라고 대꾸하더군요. 여러 가지 금속을 섞어 만든 물건이라는 뜻이지요. 그러고는 다른 물건을 보고 골동품이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했죠. 그러니까 ‘당신네 뒷마당에서 만든 골동품이겠지요’라고 하더군요…. 그는 내내 저를 깔아뭉개려 하고 저는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반격할 틈을 노렸어요.”
마지드는 이렇게 반격했다. “마침내 그가 아름다운 상아 그릇 하나를 집어 들더군요. 장인들이 대대로 깎아 만든 그릇인데 그가 함부로 잡고 흔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의 손목을 잡고 물건을 빼앗아 조명에 비춰봤어요. ‘물건을 함부로 다루시는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의 역사를 들려주자 그는 자기가 어리석게 굴었다면서 뉘우치더군요. 그는 미안하다고 말했고,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그가 가게에 다시 들렀지요. 그날은 제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더군요. 좋은 은팔찌 몇 개를 사갔지요.”
또 다른 일화도 있다. 마지드에게 3000유로(450만 원)짜리 호박(amber)을 사갔던 프랑스 여성이 며칠 후 돌아와 ‘플라스틱 아니냐’며 환불을 요구했다. 마지드는 조용히 환불해주었다. 그리고는 그 여성과 같이 온 일행들에게 그 호박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여자는 돈을 낼 테니 호박을 다시 달라고 했다. 마지드는 ‘지난 번에 사간 이후로 호박 가격이 올랐다’며 120유로(18만 원)를 더 내라고 했다. 손님은 간곡히 부탁했지만 결국 오른 금액에 사갔다. 이번에도 역시 상인과 고객 모두 만족했다.
영업왕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고객이 사고 싶은 물건뿐 아니라 물건을 사려는 동기를 알아맞히는 능력이다. 누군가가 “이 집에서 제일 좋은 제품을 주시오”라고 말했을 때 그가 정말로 최고의 품질을 가진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고 싶은 것인지를 간파해야 한다. 후자인 경우, 손님과 품질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의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그냥 가장 비싼 물건을 잘 포장해서 넘겨주면 된다.
이러한 세일즈 능력은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세일즈의 대가들이 기업 경영자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브러턴을 인터뷰했다. 그는 코네티컷에 거주하며 기업가정신 기관인 카프만재단(The Kauffman Foundation for Entrepreneurship and Education)에 적을 두고 있다.
인터뷰
왜 세일즈를 다룬 책을 쓰게 되었나.
기자 생활을 하다가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서 하버드 MBA에 갔지만 거기선 ‘파는 것(selling)’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사업하는 사람들, 창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누구나 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출은 영업에서 나온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사업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문학이나 예술작품에서도 비즈니스는 영업의 다른 말이다. 난 학부(옥스퍼드대)에서 문학과 고전을 공부했는데 내가 본 책, 영화, 연극 중에서 비즈니스를 다룬 작품들에는 대부분 영업직군의 사람들이 나온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man)’이나 ‘글렌게리 글렌로스(Glengarry Glen Ross)’ 같은 작품들만 봐도 그렇다. 다시 말해, 일반인들은 사업이란 곧 영업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의 다른 모든 기능은 영업이라는 기반 위에 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영학계는 영업을 무시하고 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왜 그럴까.
비즈니스에는 일종의 계급제도가 있다. 가장 상위 계급은 전략과 재무가 차지하고 있다. 그 아래는 마케팅이, 그 밑에는 운영(operation)이 있다. 영업은 가장 밑바닥에 있다. 특히 미국식 경영학 교육에서는 모든 것을 계량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지한(serious)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영업은 인간적인, 인간관계의 영역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전략, 마케팅, 재무가 경영대학원의 주요 과목이 되는 동안 영업은 커리큘럼에서 밀려났다.
기업에서도 학교에서처럼 세일즈가 천대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회사에 따라 많이 다르다. 어떤 회사에서는 전략기획담당이나 재무담당자가 우대받고 영업사원은 은퇴할 때까지 영업만 하다가 은퇴한다. 하지만 반대로 영업이 모든 일의 중심이 되고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회사도 있다.
위대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예를 들자. 겉에서 보면 세일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맥킨지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은 다 세일즈맨이다. 맥킨지 파트너들의 역할은 밖에 나가서 기업에 맥킨지의 컨설팅 서비스를 파는 것이다. GE도, 시스코도 마찬가지다. 고위직에 올라가는 임원들은 모두 영업부서를 거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1등 세일즈맨이다.1 투자은행 업계에서도 높은 직책에 있는 임원일수록 영업을 많이 한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