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Interview with Bestselling Author <장사의 시대(The Art of the Sale)> 저자 필립 델브스 브리턴

“영업왕은 결코 호객꾼이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궁금해하라”

조진서 | 128호 (2013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조은영(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의 본질은 무언가를 남에게 파는 일, 즉 장사다. 하지만 현대 기업에서 장사, 영업, 세일즈는 그 중요성만큼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일류 경영대학원에선 세일즈 잘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왜 영업을 전공한 경영대학 교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까? 경영대학이나 MBA스쿨 졸업자 가운데 마케팅 분야 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영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적을까? <장사의 시대(The Art of Sale)>의 저자 필립 델브스 브러턴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영국의 <데일리텔리그래프>지 기자였던 브러턴은 2004년에 하버드 MBA 과정에 입학했다. 어느 교수에게 세일즈를 왜 가르치지 않느냐고 물으니 교수는세일즈를 공부하고 싶으면 어디 가서 한 2주짜리 야간 강좌를 들으라며 핀잔만 줬다.

 

 

하버드 교수들이 가르치기를 거부한 세일즈의 비결을 알기 위해 브러턴은 직접 전 세계의 영업왕, 장사의 신들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했다. 뉴욕에서는 베테랑 헤지펀드 매니저를, 모로코에서는 골동품 판매의 대가를, 일본에서는 다이이치생명의 보험 여왕 할머니를, 플로리다에서는 1등 홈쇼핑 진행자를 만났다. 그 결과물인 <장사의 시대> 2012 4월 미국과 영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한글판은 2013 2월 나와 이 글을 쓰는 현재(4월 중순)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리스트 5위권에 들어 있다. 브러턴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이름난 프리랜서 경영 저널리스트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본인의 경험을 담은 <하버드 MBA의 비밀(Ahead of the Curve, 2008)>은 일류 MBA 지망생들이 즐겨 찾는 책이다.

 

영업의 1원칙은 평정심

브러턴이 세일즈의 귀재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뽑아낸 영업의 1원칙은넉넉한 품이다. 어수룩한 고객을 등쳐먹거나 KO시키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고객에게 거절당하거나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좌절하거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눈을 들어 다음 기회를 엿봐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흔히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정보의 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이 생긴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알지 못하는 물건의 원가와 기타 시장에 대한 정보들을 손에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판매자는 이 정보 권력을 이용해 구매자를 속이거나 손에 휘어잡고 흔들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들에게손님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는데요?’라고 반문하는 호객꾼들이 대표적이다. ‘내가 너보다 시장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으니 네 손에 든 카드부터 펴보라며 구매자를 압박한 것이다. 이런 상인들은 당장 물건 하나는 팔 수 있지만 평판을 잃는다.

 

진정한 판매의 고수는 전자상가의 호객꾼처럼 구매자를 압박하거나 구매자의 무지를 악용하려 들지 않는다. 고수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킨다.저자 브러턴은 모로코의 탕헤르(Tangier)시에 있는 한 골동품 상인을 예로 든다. 마지드라는 이름의 이 인물은 1970년부터 전통 시장에서 보석과 그릇, 카펫 등을 팔며 미국과 유럽의 부자들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었다. 그가 들려주는넉넉한 품의 일화는 다음과 같다.

 

“한 번은 어느 미국인 남자가 들어와 물건을 둘러보더군요. 그는 은제품을 보고는 이거 은이에요?”라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말해주니까 대뜸모로코 은이겠지요라고 대꾸하더군요. 여러 가지 금속을 섞어 만든 물건이라는 뜻이지요. 그러고는 다른 물건을 보고 골동품이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했죠. 그러니까당신네 뒷마당에서 만든 골동품이겠지요라고 하더군요…. 그는 내내 저를 깔아뭉개려 하고 저는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반격할 틈을 노렸어요.”

 

마지드는 이렇게 반격했다. “마침내 그가 아름다운 상아 그릇 하나를 집어 들더군요. 장인들이 대대로 깎아 만든 그릇인데 그가 함부로 잡고 흔들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의 손목을 잡고 물건을 빼앗아 조명에 비춰봤어요. ‘물건을 함부로 다루시는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의 역사를 들려주자 그는 자기가 어리석게 굴었다면서 뉘우치더군요. 그는 미안하다고 말했고,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그가 가게에 다시 들렀지요. 그날은 제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더군요. 좋은 은팔찌 몇 개를 사갔지요.”

 

또 다른 일화도 있다. 마지드에게 3000유로(450만 원)짜리 호박(amber)을 사갔던 프랑스 여성이 며칠 후 돌아와플라스틱 아니냐며 환불을 요구했다. 마지드는 조용히 환불해주었다. 그리고는 그 여성과 같이 온 일행들에게 그 호박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여자는 돈을 낼 테니 호박을 다시 달라고 했다. 마지드는지난 번에 사간 이후로 호박 가격이 올랐다 120유로(18만 원)를 더 내라고 했다. 손님은 간곡히 부탁했지만 결국 오른 금액에 사갔다. 이번에도 역시 상인과 고객 모두 만족했다.

 

영업왕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고객이 사고 싶은 물건뿐 아니라 물건을 사려는 동기를 알아맞히는 능력이다. 누군가가이 집에서 제일 좋은 제품을 주시오라고 말했을 때 그가 정말로 최고의 품질을 가진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고 싶은 것인지를 간파해야 한다. 후자인 경우, 손님과 품질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의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그냥 가장 비싼 물건을 잘 포장해서 넘겨주면 된다.

 

이러한 세일즈 능력은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세일즈의 대가들이 기업 경영자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브러턴을 인터뷰했다. 그는 코네티컷에 거주하며 기업가정신 기관인 카프만재단(The Kauffman Foundation for Entrepreneurship and Education)에 적을 두고 있다.

 

 

 인터뷰

왜 세일즈를 다룬 책을 쓰게 되었나.

기자 생활을 하다가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서 하버드 MBA에 갔지만 거기선파는 것(selling)’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사업하는 사람들, 창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누구나 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출은 영업에서 나온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사업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문학이나 예술작품에서도 비즈니스는 영업의 다른 말이다. 난 학부(옥스퍼드대)에서 문학과 고전을 공부했는데 내가 본 책, 영화, 연극 중에서 비즈니스를 다룬 작품들에는 대부분 영업직군의 사람들이 나온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man)’이나글렌게리 글렌로스(Glengarry Glen Ross)’ 같은 작품들만 봐도 그렇다. 다시 말해, 일반인들은 사업이란 곧 영업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의 다른 모든 기능은 영업이라는 기반 위에 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영학계는 영업을 무시하고 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왜 그럴까.

비즈니스에는 일종의 계급제도가 있다. 가장 상위 계급은 전략과 재무가 차지하고 있다. 그 아래는 마케팅이, 그 밑에는 운영(operation)이 있다. 영업은 가장 밑바닥에 있다. 특히 미국식 경영학 교육에서는 모든 것을 계량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지한(serious)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영업은 인간적인, 인간관계의 영역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전략, 마케팅, 재무가 경영대학원의 주요 과목이 되는 동안 영업은 커리큘럼에서 밀려났다.

 

기업에서도 학교에서처럼 세일즈가 천대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회사에 따라 많이 다르다. 어떤 회사에서는 전략기획담당이나 재무담당자가 우대받고 영업사원은 은퇴할 때까지 영업만 하다가 은퇴한다. 하지만 반대로 영업이 모든 일의 중심이 되고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회사도 있다.

 

위대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예를 들자. 겉에서 보면 세일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맥킨지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은 다 세일즈맨이다. 맥킨지 파트너들의 역할은 밖에 나가서 기업에 맥킨지의 컨설팅 서비스를 파는 것이다. GE, 시스코도 마찬가지다. 고위직에 올라가는 임원들은 모두 영업부서를 거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1등 세일즈맨이다.1 투자은행 업계에서도 높은 직책에 있는 임원일수록 영업을 많이 한다.

 

 

 

 

영업을 중시하는 맥킨지 같은 회사는 직원들에게

영업 교육도 잘 시키는가.

아마도 우선순위가 낮을 것이다. 영업(sales)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컨설턴트처럼 똑똑하고 학력이 높은 사람들은 영업직원(salesperson)이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인도의 IT 회사인 인포시스(Infosys)가 미국의 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을 리쿠르팅할 때의 일이다. ‘Salesperson’을 뽑는다고 공고를 냈더니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번엔 똑같은 업무지만비즈니스 전략 컨설턴트를 뽑는다고 공고했더니 아주 많은 지원서가 들어왔다. 영업이란 말을 싫어하는 건 비즈니스 사회에 널리 퍼 져있는 선입견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영업의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힘든 일인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세일즈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해한다. 이 프로세스를 여러 단계로 분석하고 그 단계들만 익히면 누구나 세일즈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반면 영업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며 후천적으로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주변에얘는 타고난 세일즈맨이야라는 말을 듣는 친구나 가족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매력적이고, 같이 있을 때 재미있고, 남을 잘 설득한다. 이런 것은 분명 타고나는 측면이 있다. ‘누구나 이렇게 하면 훌륭한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성인이 된 다음에 성격을 고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재능이 전혀 없는 사람이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타고난 소질,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과 훈련. 이 두 가지 요소가 잘 섞일 때 위대한 세일즈맨이 탄생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외향적이고 술도 잘 마시고 성격이 세서 남을 잘 설득하는 사람들이 세일즈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파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만일 옷가게에서 몇 분에 한 벌씩 빨리빨리 옷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외모가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행기나 발전소처럼 판매 사이클이 3∼4년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제품을 팔아야 한다고 하자. 이럴 때는 아주 똑똑하고, 아주 침착하고, 아주 복잡한 프로세스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이 두 종류의 세일즈는 아주 다르다.

 

결국 모든 물건을 다 잘 팔 수 있는세일즈맨 타입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무얼 팔려고 하는지에 따라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회사가 팔고자 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맞는 세일즈 자질을 가진 인재를 찾아내고 그 인재에게 적절한 프로세스를 가르치는 것이 영업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다.

 

그렇다면 경영대학원에서는 세일즈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우선비즈니스는 순수 과학이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비즈니스의 인간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가까워져야 한다.

 

학교는 먼저 학생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에겐 어떤 재능이 있고 어떤 세일즈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솔직하게 던져봐야 한다. 이게 세일즈 교육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유명한 경영대학원일수록, 또 똑똑한 학생일수록 이런 자기 성찰 프로세스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며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기 어렵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는 신입사원 전원에게

길거리에서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을 팔게 하는

‘라마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이 실습

프로그램을 없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런 프로그램은 정말 21세기에는 필요가

없을까?

난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책의 리서치를 하기 위해 일본에 갔었다. 거기서 노무라와 같은 대형 은행들은 여전히 신입사원들을 모두 지점의 창구로 보내 보험영업 같은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중엔 나중에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부문의 거물이 될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시작은 모두 리테일 영업이다. 프랑스의 럭셔리 회사 LVMH도 마찬가지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이 회사가 보유한 루이비통, 에르메스, 크리스찬 디오르 같은 브랜드의 매장에서 몇 달 동안 근무해야 한다. 럭셔리도 본질은 소매업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거다.

 

모든 매출은 고객으로부터 나온다. 세일즈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은 30년이 지나 최고경영자가 되더라도 그 기억을 잊지 않는다. 더 많은 회사들이 이런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전자회사나 중공업회사, 컨설팅 회사 다 마찬가지다.

 

책에서 모로코의 골동품 상인을 가장 먼저 다뤘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영업에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세일즈를 할 때는 당신이 파는 제품에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 특히 선교를 해본 사람들은 어딘가에 믿음을 두는 것에 능하다. 기독교, 이슬람, 다른 어떤 종교도 모두 마찬가지다.

 

몰몬교 신자들의 예를 들자. 이들은 10대 후반이 되면미션이라 부르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세계 어디든지 가서 아침이면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메고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남들에게 몰몬교도가 되라고 설득한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는 몰몬교도들을실패에 익숙한 사람(failist)’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목표물로, 또 거절당하면 또 다음 목표물로 움직여 나가게 만든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다. 버마(미얀마) 같은 나라에서는 어린 수도승들이 아침마다 돌아다니면서 쌀을 시주해온다.2 어렸을 때부터 거절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시킨다. 이런 경험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나중에 세일즈를 해야 할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반면 편안하게,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약점을 내보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남들에게 거절당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도 잘 모른다. 사실은 그게 영업의 기본인데 말이다. 이렇게 자라난 사람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남들에게 거절당할 만한 상황은 계속 피해 다니게 된다.

 

얼마 전 닉 댈로이시오라는 17세 영국 고등학생이

‘섬리(Sumly)’라는 모바일 앱을 3000만 달러에 야후에

팔아서 화제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이 소년이

천재 프로그래머라기보다는 천재 장사꾼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그 소년은 아주 똑똑하고 좋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다. 그런데 그 소년이 어떻게 회사를 만들고 팔았는지, 그를 도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섬리는 소년이 만든 첫 회사다. 그런데도 창업 초반에 홍콩의 재벌인 리카싱이 운영하는 펀드를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그 다음엔 인기 영화배우이자 앤젤투자자로 유명한 애시튼 커처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 다음엔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리서치센터와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맺었다. 야후에 회사를 파는 데 스탠퍼드 커넥션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이 소년은 이 앱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이런 중요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도 같이 만들어 나갔다. 언젠가는 누군가 자기 회사를 사지 않을 수 없게 세팅을 했다. 아주 현명한 세일즈 방법이다.

 

사람들은 흔히 비즈니스를 물건을 만드는 것과 물건을 파는 것, 두 가지를 구별되는 프로세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세일즈는 한 번의 거래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제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제품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게 섬리의 교훈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마케팅이란 세일즈를 필요 없게

만드는 일3 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 동의하나.

마케팅과 영업의 갈등은 고전적인 주제다. 마케터와 영업인들은 서로를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말했듯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기업에서, 특히 마케터들로부터 무시당한다. 반면 영업직원들은 마케터들이 실제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도 못한 채 책상 뒤에 앉아서 끝없이 비현실적인 계획만 짜고 차트만 그려댄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실제로 고객을 만나고 물건이 팔리는 모습을 보는 건 영업인들인데 말이다.

 

드러커는 어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넓은 시각에서 보는 계획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려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팔고 싶다면 우선 어떻게 팔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레벨에서 보면 판매는 결국 가게 안에서, 직원과 고객이 만나는 곳에서 이뤄진다. 마케팅과 영업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난 드러커가 이 두 요소를 갈라놓으려고 그런 말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마케팅과 영업이 따로 놀면서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하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