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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지방 소멸 막는 ‘STAXX 프로젝트’의 도전

요즘 경북 영주를 힙하게 만든 것은?
돈이 아니라 ‘소셜벤처 생태계’였다

최호진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관 주도의 지역 활성화 사업이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관 협력 아래 소셜벤처 생태계를 조성해 영주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는 ‘STAXX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STAXX 프로젝트의 사업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영주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거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을 발굴, 육성해 기업 성장과 지역 발전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

2. 지자체 등이 출자한 지역 투자 펀드를 조성해 육성 기업 성장에 마중물을 붓는 동시에 지역 창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3. MZ세대에 소구할 만한 앵커 스토어와 공유오피스 및 비즈니스 스테이 공간으로 이뤄진 청년 교류 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거점 삼아 육성 기업 임직원, 지역 청년 및 창업가, 일반 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상호작용하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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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소멸 위험 지역은 118곳(52%), 소멸 고위험 지역은 51곳(22%)이다.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인 셈이다.1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속도다. 지난 2010년 기준 한 곳도 없었던 소멸 고위험 지역이 2020년 22곳으로, 올해 3월 기준 51곳으로 늘어났다. 불과 3년 만에 소멸 고위험 지역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상북도, 전라남·북도, 강원도, 충청남도는 관내 소멸 위험 지역의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소백산 아래 자리한 경북 영주시도 그중 하나다. 영주시는 지난 10년간 인구의 7.8%가 감소하며 2020년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영주시 인구는 10만749명을 기록해 인구 10만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도시는 빠르게 쇠퇴하는 중이다. 영주 관내 읍·면·동 19곳 중 17곳이 쇠퇴 지역으로 분류된다. 자연 인구 감소보다 인구 유출로 인한 감소가 더 큰 상태로 인구 감소로 인한 도시 쇠퇴가 또다시 인구 유출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에 영주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을 찾기 위해 분투해왔다. 유력한 돌파구는 관광이었다. 영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석사와 최초의 사액서원2 인 소수서원이 위치한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말 유학자로 국내에 성리학을 도입한 회헌 안향(安珦)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장 특유의 자원을 살려 영주시는 선비의 가치와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K-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 개관을 추진했다. 영주시 대표 관광 명소인 소수서원과 조선 시대 전통 가옥을 복원해놓은 선비촌 인근에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 테마를 기반으로 한 전시관을 조성해 다도 체험, 한지 만들기, 쿠킹 클래스 등 각 테마에 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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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사업(3대 문화권 사업)으로 추진된 선비세상은 10여 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투입된 총사업비는 1694억 원이었다. 그러나 야심 찬 포부와 막대한 사업비에 비해 성적표는 초라했다. 지난 6월 9일 열린 제273회 영주시의회 본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개장 당시 9912명이었던 유료 입장객 수는 올해 5월 1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약 150억 원을 들여 푸드코트와 지하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식당 하나 없는 상황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방문객 수에 임차하려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개장 전 예상한 2022년 임대 수입은 약 4억8300만 원이었지만 편의점 등 실제 임대 수입은 1400만 원에 그쳤다.

비단 영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08년 영주시와 함께 3대 문화권 사업에 선정된 경북 지역 내 다른 사업들도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경주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은 저조한 입장객 수에 2000원이던 입장료를 없앴고, 안동한국문화테마파크도 적자 우려에 당초 계획했던 1만5000원의 입장료를 5000원으로 낮췄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관 주도의 관광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로컬 창업 모델로 지역을 활성화해 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프로젝트가 있다. 영주시 구도심에 청년 교류 공간을 만들어 소셜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STAXX(스택스) 프로젝트’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와 SK㈜머티리얼즈, 영주시가 손잡고 출범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현재 영주의 지역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10개 소셜벤처를 발굴, 육성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로컬 창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스택스 프로젝트가 여타 지역 활성화 사업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일까. 어떤 전략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있을까. DBR이 임팩트스퀘어, SK㈜머티리얼즈, 영주시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스택스 프로젝트의 출범 과정과 사업 전략을 분석했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공헌에 대한 고민,
소셜벤처 생태계라는 해답을 찾다

스택스 프로젝트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주에 본사를 둔 특수 가스 제조, 판매업체 SK㈜머티리얼즈는 지역에 제공할 사회공헌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영주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SK㈜머티리얼즈에도 영주시의 소멸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지역 내 몇 안 되는 대기업이다 보니 당장은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를 일이었다. 기업의 터전인 영주시에 활력이 돌아야 사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에 지역 활성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직 내 젊은 직원들이 조를 짜 영주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설문 조사를 진행하며 지역의 니즈를 파악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영주시청은 주차 빌딩 건설을 제안했다. 당시 영주 신도심의 주차난이 심각했던 터라 지자체는 SK 이름을 크게 새긴 주차 빌딩을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SK㈜머티리얼즈 내부에서는 반도체를 소재로 한 체험관 건립안이 나왔다. 그러나 두 가지 안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주차 빌딩의 경우 일부 지역에만 혜택이 편중될뿐더러 추후 운영을 맡게 되는 기관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 질이 달라질 우려가 있었다. 반도체 소재 체험관은 자체적으로 경제성 분석을 진행한 결과, 방문객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으면 유휴 시설로 전락해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 반도체 기술 발달에 따라 체험 콘텐츠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SK㈜머티리얼즈가 본업이 아닌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긴 어려운 상황이었고, 타 기관이 맡아 운영할 경우 퀄러티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무엇보다 사회공헌 사업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아닌, 주차 빌딩이나 체험관 같은 시설을 기부채납3 하고 나면 그 이후의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일회적인 사업은 진정한 사회공헌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

SK㈜머티리얼즈는 일회적인 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자가 발전하며 지역과 선순환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모색했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안은 소셜벤처 육성이었다. SK그룹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 철학 아래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왔다. 조현철 SK㈜머티리얼즈 지속가능담당 부사장은 “그룹 기조에 따라 소셜벤처를 육성하고, 이들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닦아주면 장기적인 지역 활성화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20년 5월 SK㈜머티리얼즈는 지역 사회공헌 사업으로 소셜벤처를 활용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했다. 먼저, 프로젝트를 도맡아 운영할 액셀러레이터 기업 후보군을 접촉했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임팩트스퀘어는 액셀러레이터로서 지방 소멸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하며 소멸 위기 지역에 지사 설립을 염두에 두고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해당 지역을 활성화하는 신사업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벤치마킹한 도시는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아래 위치한 인구 10만의 소도시 ‘볼더(Boulder)’였다. 볼더는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Techstars)가 지역 내 테크 분야 스타트업들을 주도적으로 액셀러레이팅하며 미국 5대 스타트업 도시로 발돋움한 지역이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대가 없이 남을 돕는 ‘먼저 주기(Give First)’ 문화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 커뮤니티가 볼더의 장점으로 꼽힌다. (DBR mini box Ⅰ ‘볼더를 기술 창업의 성지로 만든 ‘먼저 주기’ 문화’ 참고.)

DBR mini box I



볼더를 기술 창업의 성지로 만든 ‘먼저 주기’ 문화



해발 고도 1600m, 로키산맥 동쪽 기슭에 위치한 미국 콜로라도의 도시 볼더는 인구 10만의 작은 대학 타운이었다. 그러나 테크 분야 창업 도시로 성장하며 2017년 기준 미국 내 국내총생산 18위, 1인당 국내총생산 7만 달러로 11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볼더 지역은 2016년 이래로 미국 내에서 인구수 대비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 인재와 일자리 비율을 종합한 지수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볼더가 테크 창업의 성지로 발돋움하는 데는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의 역할이 컸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인 브래드 펠드와 연쇄 창업가 데이비드 코헨은 2006년 볼더에 테크스타를 설립하며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테크스타가 볼더에 창업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핵심은 바로 조건 없이 돕는 ‘먼저 주기(Give First)’ 문화다. 테크스타 창업자 브래드 펠드는 볼더에 창업자와 투자자가 많지 않았을 당시 도시에 새로 유입되는 인재들에게 기꺼이 네트워크를 연결해줬다. 그가 투자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창업자들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물심양면 지원했다. 도움을 받아 성장한 창업가가 또 다른 창업가를 돕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먼저 주기’는 볼더 창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볼더에 뿌리내린 ‘먼저 주기’ 문화는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줬다. 지역사회와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조직들이 생겨난 것이다. 민간기업이 지분, 수익, 제품, 시간 등 어떤 형태로든 자산의 1%를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기부를 돕는 ‘콜로라도 1%의 기부(Pledge 1% Colorado)’라는 비영리조직이 대표적이다. 볼더에서 설립돼 성장한 랠리소프트웨어가 지분의 1%를 기부했는데 이 기업이 상장하면서 그 가치가 150만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2019년 기준 이 비영리조직에는 콜로라도 전역의 228개 기업이 가입해 있으며 기부액은 800만 달러에 달한다.



참고문헌
브래드 펠드·이언 해서웨이, 2021, 『스타트업 커뮤니티 웨이』, 제이커넥트


당시 임팩트스퀘어는 볼더를 벤치마킹해 액셀러레이팅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국내 지역 10여 곳을 추려 현장 답사를 다니고 있었다. 임팩트스퀘어가 추린 지역 중 영주는 후순위였다. 그러나 SK㈜머티리얼즈의 연락을 받고 영주를 우선적으로 검토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영주는 소백산 아래 자리한 인구 10만의 소도시로 볼더와 자연환경, 인구수가 비슷했다. 지역이 가진 펀더멘털도 유리했다. SK㈜머티리얼즈 외에도 KT&G, 노벨리스코리아 등 대기업 공장 3곳이 자리 잡고 있고 동양대, 경북전문대, 한국폴리텍대 영주캠퍼스 등 대학도 여러 곳 있었다.

영주로 사업 대상지를 최종 결정한 임팩트스퀘어는 SK㈜머티리얼즈가 주관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 운영을 위한 경쟁 PT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지역 스터디였다. 영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소셜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주가 가진 페인포인트부터 파악해야 했다. ‘지속가능한 영주를 위한 신년 대토론회’ ‘영주시 승격 40주년 기념 언택트 포럼’ 등 지자체가 주최한 토론회 자료를 샅샅이 찾아보고 영주를 수차례 방문하며 지역 청년, 대학 관계자 등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영주 지역의 페인포인트는 다음 4가지로 추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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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구 유출과 고령화

영주 지역의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했다. 자연 인구 감소보다 인구 유출로 인한 감소가 더 큰 상태로 생산 가능 인구의 13%가 줄어들어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상회하고 있었다. 이처럼 지역이 고령화되고 있음에도 청년 인구를 유입하고 유출을 방지할 효과적인 방안은 부재한 상황이었다. 청년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 소멸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해 보였다. 무작정 지역에 거주하는 ‘정주 인구’를 유입시키려 하기보다는 인구 구조 변화를 사회적 흐름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실행 가능한 대응 전략을 짜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역에 완전히 정착하진 않았지만 정기·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관계 인구’, 관광·사업 등의 목적으로 지역에서 1박 이상 머무는 ‘체류 인구’ 등 새로운 인구 개념을 바탕으로 각각의 특성에 소구해 다양한 인구를 끌어들일 방안이 필요해 보였다.

2. 노후한 원도심

영주는 원도심 공동화4 및 상권 위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대규모 주거 단지가 개발돼 주민들의 생활권이 신도심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원도심인 영주역 부근의 정주 인구, 유동 인구가 감소하는 중이었다. 이로 인해 하숙집, 식당 등 원도심에 위치한 대학가 주변 상권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었다. 원도심을 기존과 다른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가진 지역으로 포지셔닝할 방안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영주시가 원도심을 대상 지역으로 하는 610억 원 규모의 ‘역전재생 도시재생뉴딜사업’을 2021년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뉴딜사업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전략이었다.

3. 빈약한 창업 생태계

2020년 기준 영주는 창업 초기 단계를 지원하는 2개 기관, 경북전문대 메이커 스페이스와 동양대 창업보육센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예비 창업자와 설립 1년 내외의 초기 창업가를 대상으로 하는 인큐베이팅 단계에 지원이 집중돼 있었다. 액셀러레이팅 등 기업의 성장 지원 기관을 보유한 지역은 경산(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과 포항(포스코 기술투자)으로 경북 내 단 2곳뿐이었다. 초기 단계 이후 성장을 지원하는 기관이 부족한 탓에 영주 지역 창업자들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정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영주 내 주요 희망 창업 분야는 지역 상권을 타기팅하는 소규모 F&B에 편중돼 있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경북전문대 산학협력단장은 “큰 시장을 무대로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규모를 확장하는 전략을 홀로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며 체계적인 지원책을 포함한 창업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여러 조사와 인터뷰를 종합해봤을 때 영주 지역 내 창업 문화를 확산할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큐베이팅 단계 이후 비즈니스 성장과 성숙을 도울 전문성 있는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다.

4. 청년에 소구할 공간과 콘텐츠 부재

임팩트스퀘어가 지역 조사를 위해 인터뷰해 보니 영주 청년들은 “‘힙한’ 공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게 생겨야 영주에서 오래 살 것 같냐”는 질문에 “스타벅스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청년도 있었다. 경북전문대 관계자 역시 “학생들이 즐기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앞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젊은 인재가 모여드는 지역사회를 만들려면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만족할 만한 문화적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MZ세대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취향과 지향,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커뮤니티와 정주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고무적인 건 영주 구도심에 독립서점, 개성 있는 카페와 빵집 등이 차례로 만들어지면서 변화의 씨앗이 움트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영주의 페인포인트 분석을 바탕으로 임팩트스퀘어는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그렸다. 큰 축은 4가지였다. ▲소셜벤처를 집중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육성 기업의 성장을 견일할 지역 투자 펀드 ▲창업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청년의 취향을 반영한 청년 교류 공간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지역 자원에 기반한 소셜벤처 10곳을 선발해 집중 육성하고 지자체, SK㈜머티리얼즈 등이 출자해 조성한 지역 펀드 투자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었다. 또 MZ세대에 소구할 만한 공간을 조성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곳에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주최해 지역 내 창업 생태계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프로젝트 규모는 지역 투자 펀드 50억 원을 포함한 총 100억 원이었다.

임팩트스퀘어는 2021년 2월 SK㈜머티리얼즈가 주관한 경쟁 PT를 거쳐 프로젝트를 운영할 액셀러레이터로 최종 선정됐다. 심사에 참여한 박지훈 SK스페셜티 대외협력팀장은 “영주 스터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지역 분석과 지자체 예산을 끌어와 펀드 규모를 늘리는 등 지속가능하고 현실성 있는 비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팩트스퀘어를 운영 주체로 선정한 뒤 2021년 7월 SK㈜머티리얼즈가 50억 원을 기부하면서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현 STAXX 프로젝트)가 공식 출범한다.


프로젝트를 향한 의심과 오해,
‘맨땅에 헤딩’으로 지역사회 설득

영주 지역에 대한 탄탄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획했기에 이대로 실행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출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경북도, 영주시 등 지자체와 인근 대학 등 이해관계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할 수 있었지만 일부는 의심의 눈초리로 프로젝트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소셜벤처 생태계 조성을 통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경북도 내 전례가 없는 최초의 시도였다. 프로젝트에 대한 지역의 이해도가 부족하다 보니 오해도 있었다. 영주시는 610억 원 규모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었다. 지자체 주도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와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의 내용이 겹쳐 사업 효과가 상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자체의 오해를 풀기 위해 임팩트스퀘어는 발 벗고 나섰다. 임팩트스퀘어는 업계에서 이름난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였지만 서울이 아닌 영주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이에 영주에 이미 네트워크가 있는 SK㈜머티리얼즈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일주일에 수차례씩 서울과 영주를 오가며 지역 이해관계자들을 일일이 만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특히 영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는 프로젝트 효과가 상쇄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설득했다.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가 창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추후 영주시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이식할 수 있어 오히려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와의 미팅을 매달 정례화해 프로젝트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임팩트스퀘어와 SK㈜머티리얼즈, 경상북도, 영주시는 2021년 12월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관문이 남아 있었다. 경상북도의회였다.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지역 투자 펀드는 SK㈜머티리얼즈와 기타 기관 및 개인투자자, 경북도가 경상북도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북창경)를 통해 출자하는 식으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경북도 예산이 투입되기에 도의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2021년 10월 지역 투자 펀드 조성안을 경북도의회 심의에 올렸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심의 결과는 ‘유보 동의’였다.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도의회는 출연 사업 목적의 타당성과 출연 기관의 적정성을 지적했다.

도의회 심의가 진행된 2021년 하반기 SK㈜머티리얼즈는 배터리 소재 공장 건립 건으로 영주시의회와 갈등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회사 측은 당초 영주에 공장 신설을 추진하며 관련 부지를 물색했지만 높은 매입가로 인해 적합한 부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상주시에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본사가 위치한 영주가 아닌 타 지역에 공장을 신설한다는 결정에 영주시의회가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던 경북도의회는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가 상주 공장 건설 건으로 반발하는 지자체에 대응하기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 밖에도 경북도의회는 영주 기반 기업들에 영주시가 아닌 경북도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타당한지, 청년과 크게 관련 없는 경북창경이 펀드 출자, 공동 운용 기관으로서 적절한지 등을 꼼꼼히 검증했다.

도의회 1차 심의에서 고배를 마신 임팩트스퀘어와 SK㈜머티리얼즈는 유보 동의 사유에 대응할 논리를 촘촘히 만들며 재심의를 준비했다. 먼저,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지역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하며 검토해온 사항이며, 지역 투자 펀드를 포함한 사업 골자 역시 상주 공장 건설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2021년 상반기 SK㈜머티리얼즈가 임팩트스퀘어와 함께 검토해 확정했다는 소명안을 준비했다. 영주시 관련 사업에 경북도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영주 기반 기업에 60% 이상 투자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해 포괄적인 방향으로 경북 소재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부각했다. 또한 경북창경이 임팩트스퀘어와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북창경이 지역 내 잠재 투자 대상인 청년 기업 풀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어 딜 소싱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듯 1차 심의 당시 제기된 지적에 대해 촘촘한 논리를 세워 재심의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영주 경제속으로 프로젝트는 2022년 3월 열린 재심의에서 경북도로부터 5억 원 규모의 투자금 출자 확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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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XX 프로젝트의 전략,
‘기업 성장의 과실이 지역으로 흘러야 한다’

경북도와 SK㈜머티리얼즈, 임팩트스퀘어의 출자로 펀드액 35억 원이 모이고, 임팩트스퀘어는 본격적으로 육성 기업 선발을 시작한다. 브랜딩을 거쳐 프로젝트명도 ‘STAXX 프로젝트’로 새롭게 변경했다. 쌓고 채운다는 의미를 가진 ‘stack’을 어원으로 다양한 사람과 조직, 경험이 모여 가치를 쌓으며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였다.

소셜벤처 성장의 과실이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만큼 육성 기업 선정에 특히 공을 들였다. 공모를 열고 심사를 거쳐 선발하는 일반적인 절차와는 조금 달랐다. 임팩트스퀘어가 적합한 소셜벤처를 직접 발굴하는 수시 선발과 일반적인 공모 선발을 병행해 총 10개사를 육성 기업으로 선정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단순히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전국에서 적합한 기업을 직접 물색했다”고 말했다. 임팩트스퀘어가 육성 기업을 선발하며 중점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지역 자원과의 연계성

임팩트스퀘어가 육성 기업을 선정하며 핵심적으로 고려한 요소 중 하나는 지역 자원과의 연계성이다. 영주 향토 기업인 SK㈜머티리얼즈의 주요 비즈니스와 연계된 가스 관련 기술 기업을 유치하면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겠지만 그 과실이 영주 지역으로 흘러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긴 어렵다고 봤다. 기술 기업보다는 영주의 특산물과 인프라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이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기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콤부차, 그릭요거트 등의 식음료를 만드는 기업 ‘비네스트’가 대표적이다. 대구광역시 소재 기업인 비네스트는 사과를 원재료로 콤부차를 생산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대구 지역 사과 재배가 줄어들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비네스트의 페인포인트를 파악한 임팩트스퀘어는 영주 인근에 공장을 짓고 영주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공장 인근 과수원에서 사과를 납품받으면 훨씬 효율적인 데다 스택스 육성 기업에 선발되면 투자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했다. 임팩트스퀘어는 이처럼 지역 자원과 연계해 비즈니스 성장을 가속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직접 발굴해 프로젝트 합류를 제안하고 수락하는 기업들을 심사를 거쳐 선발했다.

영주의 자연 자원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업도 발굴했다.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기업 ‘백패커스플래닛’이다. 백패커스플래닛은 쓰레기, 용변 등 자연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LNT(Leave No Trace)’라는 강력한 지침 아래 지속가능한 캠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업이다. 또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소모품 및 식재료를 해당 지역에서 수급한다는 원칙으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백패커스플래닛은 전국의 우수한 유휴지를 대상으로 캠핑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거점이 될 만한 아지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를 간파한 임팩트스퀘어는 영주를 거점 지역으로 제안하며 프로젝트 합류를 설득했다. 스택스 육성 기업으로 최종 선정된 백패커스플래닛은 현재 영주시의 협조 아래 소백산 인근 유휴 야영장을 비롯한 시유지를 활용한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도 대표는 “영주 지역에서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제안하며 육성 기업을 끌어들인 ‘큐레이션 전략’이 선발 과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 지역의 페인포인트 해결

지역의 고질적인 페인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도 적극 발굴했다. 임팩트스퀘어가 영주 지역을 스터디하면서 알게 된 페인포인트 중 하나는 양질의 주거,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공무원, 기업 인사이동에 따라 영주로 오는 청년들이 1년 내에 전출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마땅히 지낼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세 매물도 거의 없고, 신축 아파트는 청년들이 입주하기엔 지방이라고 해도 너무 비싼 상황이었다. 영주에 본사를 둔 SK㈜머티리얼즈 구성원만 해도 700명에 달하는데 사택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지역에 양질의 주거 공간이 부족한 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꽤 있었다. 이에 임팩트스퀘어는 빈집을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을 적극 발굴했다. 바로 지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기업 ‘블랭크’다. 블랭크는 현재 영주 내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해 지역의 빈집을 리모델링한 뒤 영주에서 살아보고 싶은 외지인을 위한 공유 주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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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 직거래 플랫폼 엘그라운드도 지역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육성 기업이다. 사과, 부석태5 , 계란 등 영주는 고품질 농산물로 정평이 난 지역이다. 인삼, 인견으로 유명한 풍기읍도 영주 관내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품질에 비해 홍보가 미흡하다는 점이 영주의 고질적인 페인포인트였다. 지역 특유의 ‘선비 정신’ 때문이었다. 도 대표는 “농산품 품질 테스트에 나가면 영주 농산물이 늘 최상위권인데 선비 도시라는 자각이 있어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임팩트스퀘어는 지역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 엘그라운드를 적극 유치했다. 엘그라운드는 현재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영주산 고품질 농산물의 직거래를 중개하고, 생산자의 이야기와 재배 과정을 SNS 콘텐츠로 홍보하며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3. 성장 가능성

임팩트스퀘어가 수시, 공모 선발을 통해 선정한 10개 기업은 모두 영주가 아닌 타 지역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단순히 영주 자원을 비즈니스에 연계하고 지역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할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미 꽤 많은 스타트업이 자리 잡은 규모 있는 지방 도시에서는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기존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지만 인구 10만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영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성장을 가속할 만한 기업 풀이 거의 전무했다. 영주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타 지역에 소재한 기업이라도 영주를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확실해 보이는 기업을 데려와야 했다. 이에 임팩트스퀘어는 영주 자원을 활용하는 등 비즈니스를 지역에 연계할 수 있는 기업 중에서도 어느 정도 사업 방향성이 잡혀 액셀러레이팅에 용이한 창업 2~5년 차 기업들을 육성 기업으로 선정했다. 류인선 임팩트스퀘어 로컬사업총괄은 “사업 결과물이 바로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를 잘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을 선정했다”며 “투자까지 연계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특히 비즈니스 모델의 성숙도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창업 생태계의 구심점,
청년 교류 공간 ‘STAXX’

육성 기업으로 최종 선정된 10개사는 현재 영주를 기반으로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프로젝트 이름을 따 조성한 청년 교류 공간 ‘STAXX(스택스)’에 입주해 있다. 스택스는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청년을 비롯한 지역민들이 다양하게 연결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연면적 835.9㎡의 3층짜리 건물로 스택스 육성 기업들의 사무실과 공유오피스, 4개 실의 숙박 가능한 비즈니스 스테이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코워킹 스페이스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택스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략적으로 설계됐다.

1. 구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지역 활성화에 유리한 입지

먼저, 건물 입지부터 까다롭게 선정했다. 영주역 인근의 구도심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의 도시 재생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당 사업 구역 혹은 인근 지역 중 쾌적한 업무 시설 조성이 가능한 곳을 물색했다. 후보지는 영주역과 경북전문대 주변, 크게 두 군데로 좁혀졌다. 영주역 인근은 외부 방문객 유입에 유리한 위치지만 대다수 건축물이 노후화됐고 유흥 시설이 밀집해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경북전문대 주변은 영주역과 1㎞ 떨어져 있지만 대학가 상권으로 청년 유동 인구를 일정 수준 확보할 수 있으며 청년창업센터, 경북전문대 메이커 스페이스 등 창업 유관 기관이 인근에 있어 쉽게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경북전문대 인근으로 사업 대상지를 최종 선정한 임팩트스퀘어는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간호 실습이 줄어들면서 공실 상태로 놓인 경북전문대 소유의 신영간호학원 건물이 최적의 매물로 좁혀졌다. 류 총괄은 “경북전문대 바로 앞에 있어 청년들의 접근성이 좋은 데다 구도심과 신도심 중간에 위치해 이 둘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영주 지역의 도심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 MZ세대에 소구하는 앵커 스토어

신영간호학원 건물을 매입한 뒤 청년 교류 공간을 조성하며 공을 들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앵커 스토어다. 앵커 스토어란 혁신성, 지역성, 문화성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핵심 점포다. 스타벅스, 대형 할인마트 등이 전통적인 앵커 스토어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루프톱, 빈티지 등 ‘힙한’ 요소를 활용한 카페, 편집숍 등이 MZ세대를 끌어들이는 새로운 앵커 스토어 역할을 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 역시 MZ세대에 소구할 만한 F&B 브랜드를 유치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앵커 스토어로 개발하고자 했다. 임팩트스퀘어가 프로젝트 초기 지역을 스터디할 당시 “예쁜 카페나 핫플레이스 식당이 들어오면 영주에 오래 살 것 같다”고 말한 영주 청년들의 목소리가 영향을 끼쳤다. 청년 인구가 유출되는 영주에서 MZ세대의 니즈는 무엇보다 중요할뿐더러 ‘힙한’ 앵커 스토어를 유치하면 타 지역의 관계 인구를 끌어들이기에도 유리했다.

임팩트스퀘어는 카페노티드, 어니언, 아우어베이커리 등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F&B 브랜드 12곳을 추려 입점을 제안했다. 그러나 결과는 초라했다. 1곳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거절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들이 리스크를 안고 상권이 미비한 영주에서 기존보다 작은 규모의 사업을 시작할 이유가 없었다. 류 총괄은 “비즈니스적으로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며 “사업 초기 단계라도 우리 프로젝트 방향성에 동의하는 기업을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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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스퀘어는 유일하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 F&B 기업 피키차일드컴퍼니와 적극 협의에 나섰다. 2020년 설립된 대구 소재 기업 피키차일드컴퍼니는 “단순한 앵커 스토어 운영이 아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협의가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임팩트스퀘어는 앵커 스토어이자 스택스 육성 기업으로 피키차일드컴퍼니를 선발하는 방향을 검토했다.

검토해 보니 선정할 이유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로컬에 기반한 매장 운영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다. 옛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퓨전 한식집 동아식당, 피키차일드다이닝 등 ‘힙한’ 로컬 식당으로 대구 지역 골목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영주국제조리학교로부터 산학협력 요청을 받는 등 영주 지역 내 니즈와 인지도가 검증된 상황이었다. 또한 대구에서의 성공이 영주에서도 유효한지, 로컬의 가능성을 입증하고자 하는 멤버들의 열의도 컸다.

앵커 스토어이자 육성 기업으로 최종 선정된 피키차일드컴퍼니는 현재 스택스 1층에 바비큐를 판매하는 ‘미트필드’ 식당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영주 부석태를 바비큐와 함께 곁들이는 가니시나 소스에 활용하거나 부석태 된장비빔면과 같은 메뉴를 개발하는 등 영주 특산품을 메뉴에 조화롭게 사용하고 있다. 도 대표는 “영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힙한 식당을 만들어 현재 방문자의 절반 정도가 상주, 예천, 봉화 등 다른 지역에서 오고 있다”며 “관계 인구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3. 포용을 기반으로 로컬 창업 커뮤니티 조성

스택스의 근간을 이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포용’이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담벼락을 허물었다. 스택스는 육성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의 변화를 이끌 청년과 창업가 모두에게 개방돼 있다. 로컬 창업과 관련된 관계자라면 누구나 비용을 내고 공유오피스와 비즈니스 스테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육성 기업이 아닌 영주 지역 내 청년 창업 팀이 스택스의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는 등 변화가 움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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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제공을 넘어 스택스에서 창업 교육 및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열고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북토크 세션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육성 기업 임직원, 로컬 창업 관계자, 지역 청년 및 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스택스에서 상호작용하며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볼더의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대학 또는 연방정부 연구소의 하향식 설계가 아닌 창업자들에 의해 상향식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스택스 역시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커뮤니티를 이뤄 로컬 창업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 효과는 스택스 육성 기업 사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류 총괄은 “블랭크가 새로 앱을 개발하는 데 엘그라운드 엔지니어가 도움을 주거나 영주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서로 가진 지역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등 육성 기업끼리 서로 도우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을 살리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스택스 육성 기업 10곳은 지역 투자 펀드로부터 각각 1억~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후 영주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 역시 각 기업에 전담 멘토, 담당 매니저를 배정해 기업의 마일스톤 달성도를 점검 및 피드백하고, 연계 사업 등을 제안하는 ‘오피스 아워’를 매월 진행하는 등 액셀러레이팅에 주력하는 중이다. 10개사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인재를 채용하고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임팩트스퀘어뿐만 아니라 SK㈜머티리얼즈, 영주시도 조력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가 육성 기업으로부터 전달받은 비즈니스 경과와 페인포인트를 SK㈜머티리얼즈와 영주시에 공유하는 3자 협의체 회의가 매월 스택스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서 육성 기업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지자체, 액셀러레이터가 각각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모색한다. 일례로 지난달 협의체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어젠다 중 하나는 구인 문제였다. 육성 기업들은 현재 영주 지역 내 청년들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임팩트스퀘어가 협의체 회의에서 영주시 청년포털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육성 기업 구인 공고를 올릴 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영주시 관계자가 관련 부처와의 협의 의사를 밝히는 등 육성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조력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구매 지원 등을 통해 육성 기업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마중물을 부어주고 있다. SK그룹 임직원 혹은 외부 선물용으로 스택스 육성 기업인 피노젠, 디캔트가 영주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화장품을 구매하는가 하면 지난 초복에는 비네스트가 영주 사과로 만든 콤부차 1000여 개를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했다. 또 지난달에는 블랭크가 제주에 보유한 유휴 하우스에서의 ‘1주일 살기’ 상품을 SK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SK㈜머티리얼즈 및 블랭크 관계자가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한 해당 상품은 1시간 만에 완판됐다. SK㈜머티리얼즈 임직원이 25% 정도 구매하고 나머지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 구성원들이 구매했다.

단순 구매 지원뿐만 아니라 영주 향토 기업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지역에서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엘그라운드가 영주 지역 농산물을 자사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생산자를 모집할 당시 SK㈜머티리얼즈 관계자가 지역에서 발품을 팔며 섭외를 돕기도 했다. 관심 있을 만한 농민들에게 직접 콜드 콜을 하거나 영주시농업기술센터 등 유관 기관에 컨택하고, 가족 구성원이 농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개인 네트워크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도 대표는 “가만히 놔두면 급격히 침체되는 게 지역의 현실”이라며 “이런 다자 간 협력 구조로 엄청나게 애를 써야 지역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사라져가는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무적인 건 조금씩 변화가 체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 지역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자 하는 서울시 청년창업가들을 지원하는 ‘서울시 넥스트로컬 5기’ 모집에 총 10개 지역 중 영주시 지원자가 3번째로 많았다. 또 한국관광공사와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인구 감소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관련 스타트업을 모집해 6주간 실증 사업을 진행할 지역으로 영주시를 선정했다. 스택스 프로젝트로 창업 관련 민관 협력이 이미 구축돼 있다는 점이 영주가 실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이 밖에 SK실트론, SK텔레콤 등 SK그룹 내 계열사들이 스택스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영주로 견학을 오는 등 프로젝트의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스택스 프로젝트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도 대표는 “5년 내에 육성 기업 임직원을 포함한 100명의 청년이 영주로 이주하는 것”이라며 “20개 소셜벤처, 최소 100명의 청년이 이주하면 타 지역 사람들까지 더 많이 유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동력이 지역에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방 소멸 위기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조성되며 각 지자체가 지역 활성화를 위한 혁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새로운 로컬 창업 모델로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스택스 프로젝트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라져갔던 영주의 응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지역 고유 자원을 활용하는 ‘브리콜라주’ 모범 사례

김선태 존스홉킨스대 케리경영대학원 조교수 suntae.kim@jhu.edu



스타트업이 주축이 돼 이끈 21세기 정보기술(IT) 혁명 이후 창업이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전 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다. 인공지능(AI)이 미래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차고에서 시작한 유니콘 IT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좌우하는 시대, 많은 사람이 창업이라고 하면 첨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창업이 불평등과 지방 소멸과 같은 시급하면서도 복잡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도 쓰일 수 있을까?

창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달리 창업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은 아직도 암중모색의 단계에 있다. 스택스 프로젝트처럼 침체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창업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고속 성장을 통해 높은 수익을 실현해야만 특유의 위험을 감내할 수 있다는 벤처 투자의 논리 그 자체다. 필자는 창업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시도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디트로이트의 많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반의 성공이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종용하는 초기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스타트업들은 더 풍부한 자본, 인력, 지식 기반을 좇아 디트로이트를 떠나 실리콘밸리, 시애틀, 보스턴 등 창업의 중심지로 이동했다. 창업을 통해 디트로이트를 살리겠다는 시도는 기업이 성공할수록 결국 디트로이트를 떠나게 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동시에 투자에 기반한 액셀러레이팅이 핵심인 스택스 프로젝트 또한 이런 걸림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벤처 투자의 의도치 않은 역효과로부터 육성 기업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영주 지역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추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스택스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를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STAXX 프로젝트의 경쟁력

스택스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소셜벤처 육성 및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 ▲지역 투자 펀드 결성 ▲청년 교류 공간 조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축은 바로 영주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을 활성화할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젝트가 SK㈜머티리얼즈라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후원 기업의 사업 및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스타트업을 육성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혁신 요소가 드러난다. 지역 대기업이 속한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만 육성한다면 해당 산업의 집적 효과가 매우 높지 않은 한 육성 기업들은 영주에 굳이 남아야 할 이유가 없다. 즉, 대기업이나 향토 기업이 아니라서 지역에 뿌리가 없는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성숙하면 대도시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향은 필자가 관찰한 디트로이트 사례에서도 나타났다. 디트로이트 기반의 대기업이 후원한 액셀러레이터가 모기업과 연관된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했는데 성과가 좋은 스타트업일수록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디트로이트를 떠나야 할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맥락에서 스택스 프로젝트가 지역 대기업의 산업 분야에 연계된 기업이 아닌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소셜벤처에 집중했다는 점은 큰 경쟁력이다. 프로젝트의 긍정적인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온 스택스 육성 기업들은 영주 고유의 자원을 시장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주 사과 부산물을 활용해 콤부차를 만들거나 영주 소백산의 적송 부산물을 활용해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택스 프로젝트는 창업 연구에서 강조하는 ‘창업 브리콜라주(entrepreneurial bricolage)’를 잘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업 브리콜라주란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외부 출처에서 마련하는 것이 아닌 창업자들이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목적에 맞게 고치거나 재결합하는 모델을 뜻한다. 스택스 육성 기업들은 지역 특유 자원들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고(repurposing), 그것들을 재조합하며(recombinating) 혁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창업 브리콜라주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육성 기업들이 활용하는 지역의 자원들이 영주 고유의 것일수록, 또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을수록 이 기업들이 영주에 뿌리내리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STAXX 프로젝트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 요소들은 남아 있다. 먼저 성장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을 육성한다면 본래 아이디어가 가진 지역 특화성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성장을 통해 투자 이익을 창출할 의무를 갖고 이를 달성해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살아남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역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 프로젝트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으면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고속 성장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지역 특화 사업 모델들을 타 지역에도 복제가 수월한 모델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확장 가능성(geographical expandability)과 지역 배태성(local embeddedness) 사이의 갈등(tension)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영주에 깊이 뿌리 내려 오래 지속되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장 지표에 대한 희생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을 초기 단계부터 인지하고 창업가와 투자자, 지역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미리 관련 인식을 심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투자자, 영주시·경북도 등 지자체 관계자, 지역 내 기업 및 비영리조직, 대학 등 영주 지역 창업 생태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육성 기업 간의 관계 형성을 위한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지역 활성화가 미션인 스타트업은 지역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 창업 분야의 일반적인 이해관계자 범위를 넘어 더욱 폭넓은 지역 관계자들과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다.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사업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창업가와 지역 이해관계자와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기업은 진정으로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쌓는 지역 네트워크와 상호 간의 신뢰는 기업 성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불안 요소 중 하나는 육성 기업 대부분이 영주 지역 특유의 자원을 활용해 보편적인 소비자 수요를 창출하고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반면 영주 지역 특유의 문제들을 비즈니스로 해결할 아이디어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영주 지역 농축산물 생산자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촉진하는 엘그라운드는 영주 지역 농민들의 부족한 홍보 역량 및 유통망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또 인구 감소와 함께 늘고 있는 지역의 빈집들을 리모델링하는 블랭크는 양질의 주거 공간이 부족한 영주 지역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육성 기업은 보편적인 수요를 영주 특유의 자원을 통해 해결할 뿐 영주 지역 특유의 수요에 집중하고 있진 않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는 보편적인 사회, 환경 문제를 신기술 등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고 양적으로 성장하는 스케일업(Scale Up) 전략 외에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케일딥(Scale Deep)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특히 공공, 비영리 영역이 취약한 소멸 지역에서는 스케일딥 전략을 따르는 비즈니스가 지역 특유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스택스 프로젝트 육성 기업 대다수는 스케일업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들 궁극적으로는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고, 확장 이후에도 영주의 기반을 유지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성장 전략이다. 예를 들어,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백패커스플래닛은 전국적인 확장을 목표로 하고, 그 이후에도 영주를 아지트 삼아 지역 기반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성장 전략의 취약성은 확장 과정에서 기업의 지역적 앵커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환경이 더 나은 지역에서 이주 제안이 들어오거나 다른 지역의 기업과 합병됐을 때 기업 성장과 지역 발전이 디커플링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육성 기업들이 스케일딥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스케일업 전략을 통해 지역적으로 확장하는 기업에는 영주가 꾸준히 매력적인 지역 기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택스 프로젝트의 지역 투자 펀드를 분석해보면 우선 벤처 투자를 통한 고수익 실현의 압력이 비교적 낮은 공공 조직, 비영리 조직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현재 펀드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높은 투자 수익 실현을 위해 육성 기업의 빠른 지역적 확장을 요구할 동기는 일반 벤처투자자들에 비해 약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은 자신이 소유한 자원이 아닌 투자자들의 자원을 빌려 혁신을 추구하므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결과물을 제공할 의무가 있고, 때때로 이런 투자자들의 니즈는 재무적 수익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 조직과 비영리 조직의 기금 운용에 있어 재무적 투자 수익에 대한 압력은 덜할지 모르나 이 조직들 또한 자신들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다른 종류의 책임(accountability)을 가진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자원 조달을 담보하기 위해 프로젝트 육성 기업들은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활성화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할지,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어떤 니즈를 충족시키고, 이들의 미션 달성에 어떻게 기여할지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때론 새로운 측정법을 고안해 이런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 기록 및 공유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재무적인 지표인 투자 대비 수익률(ROI)에는 미처 담기지 못하는, 영주 특유의 사회 및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육성 기업의 가치 및 성과는 현재 투자자들조차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가치들을 프로젝트 차원에서도 발굴하고 강조해 육성 기업들을 재무적 성장을 향한 압박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케리경영대학원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위기, 가난, 차별과 같은 역경의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조직 형태가 나타나는지를 미국 디트로이트, B Corp 운동, 탈북민 창업, 한국의 COVID-19 대응 등 다양한 맥락에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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