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의 ‘반값 택배’는 편의점 점포 간 택배 서비스다. 고물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 니즈와 맞아떨어지며 출시 3년 만에 연간 거래 건수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런 급성장의 배경으로는 일반 편의점 택배의 절반 수준인 파격적인 운임 외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증가 △중고 거래 인기가 꼽힌다. 반값 택배는 GS리테일이 편의점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신사업을 구상하던 중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로 출시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업무를 맡는 데 소극적인 유관 부서, 수익화에 의구심을 가진 가맹점주와 택배 기사를 설득하기 위해 반값 택배 팀은 직무 DNA 가운데 하나인 ‘크게 생각하기’ 전략을 적용했다. 출시 전 ‘느린 택배’라는 프로젝트명을 ‘반값 택배’로 바꾸는 과정에도 이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반값 택배 이용객이 늘자 GS25는 기존 신선 식품 배송 차량 외에 전용 트럭 10대를 투입해 배송 기간 단축에 나섰다. 그 결과, 택배 접수 후 최장 4일이 걸리던 반값 택배의 배송 기간이 접수 후 1일(동일 구역권 기준)로 단축됐다. GS리테일은 반값 택배의 성공을 바탕으로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1년 국내 처음 도입된 편의점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 30년이 넘었다. 지난해 전국 편의점 가맹점 수는 처음으로 5만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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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넘어섰다. 국내 인구 1000명당 1곳에 해당하는 꼴이다. 이제 편의점은 더 이상 생필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세탁물을 맡기거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제공은 물론 각종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 편의점의 택배 서비스는 동네 곳곳에 거미줄처럼 퍼진 편의점 점포를 물류 기지로 활용한 대표 사례다. 편의점 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물류 회사와 계약을 맺고 택배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물류 회사와 편의점,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택배 업체 입장에서는 배송 기사가 여러 가구를 다닐 필요 없이 편의점 매장 한 곳에서 물품을 수거할 수 있다. 이는 배송 효율성을 높인다. 편의점은 택배를 접수하러 매장을 찾은 고객이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는 ‘매출 분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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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누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택배 기사가 집으로 찾아오길 기다리거나 우체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근처 편의점으로 가면 전국 어디로든 택배를 부칠 수 있다. 공휴일에 택배 접수조차 받지 않는 일반 택배와 달리 편의점 일반 택배는 365일 24시간 택배 접수가 가능하다. 다만 가격은 일반 택배 운임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택배 가격이 크게 오르며 편의점 일반 택배의 가격도 5000원을 넘어섰다.
이런 ‘택배 고물가’ 속에서 일반 택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택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편의점 업계가 운영하는 점포 간 택배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편의점 점포에 들러 택배 발송을 접수하면 택배를 받는 상대방도 점포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현재 GS25와 CU가 이 점포 간 택배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2019년 출범한 GS25의 ‘반값 택배’가 이 서비스의 원조다. CU는 2020년부터 ‘CU끼리 택배’라는 이름으로 점포 간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 3월 ‘알뜰택배’로 서비스 명칭을 바꿨다.
조금 느리지만 가격은 절반출시 초기 반값 택배는 접수부터 수령까지 배송 기간이 일반 택배보다 하루 이틀 더 걸리지만 요금은 최대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중량이 5~7㎏인 화물을 택배로 접수할 경우 일반 편의점 택배의 가격은 6800원, 반값 택배는 2600원이다.
접수 및 수령 방식은 간단하다. 고객이 GS25의 택배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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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물품을 접수할 때 상대편 고객이 물품을 찾을 수 있는 GS25 점포를 지도에서 선택하면 배송지가 접수된다. 물품이 상대방의 GS25 점포에 도착하면 고객이 택배를 찾아가도록 메시지가 전송된다.
반값 택배 배송에는 GS25 매장에 하루 두 번씩 삼각김밥, 우유 등 신선 식품을 공급하는 저온 배송 차량과 물류 센터가 활용된다. 전국 500여 대의 저온 배송 차량은 접수된 반값 택배를 1차 거점인 전국 30여 곳의 GS25 물류 센터로 운송한다. 화물은 GS허브센터로 집하된 후 다시 GS25 배송 차량을 통해 택배를 받을 점포로 이동된다. 택배의 접수, 배송, 수령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서비스가 GS25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이뤄지는 게 핵심이다.
총 1만7000여 개 GS25 매장에서 발생하는 반값 택배 건수는 출범 첫해 9만 건에서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00만 건을 넘어섰다. 택배를 부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편의점 매장에 들르기 때문에 연간 2000만 명이 반값 택배를 부치러 매장을 온 셈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기존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전례 없는 서비스 혁신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