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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에버랜드의 ‘유튜브 테마파크’ 전략

“푸바오, 티타남… 꼭 가서 보고 싶네”
온라인 속 놀이공원, 킬링 콘텐츠 된 비결은?

이규열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에버랜드는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판다 신드롬을 이끈 ‘푸바오’ 영상, 2022년 유튜브가 뽑은 대한민국 최고 인기 동영상 1위에 등극한 ‘소울리스좌’ 영상 등을 만들어냈다. 2011년 처음 가짜 뉴스 수정 등 정보 모니터링 목적으로 출발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드 미디어가 점차 주요 마케팅 채널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공략하기 위해 호응을 얻은 영상을 토대로 코너를 기획하고 스핀오프 영상을 제작했다. 현장 프로그램 진행, 안내 등으로 말솜씨가 다져진 사육사, 캐스트 등 임플로이언서(직원+인플루언서)들이 적극 출연하며 동물과의 케미,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낸다. 에버랜드에서 동물 영상을 촬영하는 개인 창작자들에게 공식적인 촬영 권한을 부여해 더욱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콘텐츠로 소개하게끔 했다.



“환상의 나라로 오세요.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곳∼” 유튜브 시대 이전까지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콘텐츠는 단연 에버랜드 테마곡이었다. 그러나 현재 에버랜드의 핵심 콘텐츠를 꼽으라면 단연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다.

2020년 국내 최초 판다 자연 번식 기록을 남기며 용인에서 태어난 ‘용인 푸씨’ 푸바오의 영상은 에버랜드의 유튜브 공식 채널 ‘에버랜드 – EVERLAND’와 ‘말하는 동물원 뿌빠TV’를 통해 퍼져나갔다. 푸바오가 사육사들에게 놀아 달라고 보채거나 신나게 흙바닥을 뒹구는 등의 모습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며 ‘푸린세스’ ‘푸쪽이’ 등의 별명을 얻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고 사랑스러운지 오죽하면 몇 시간씩 푸바오 영상만 보며 멍을 때리는 ‘푸멍족’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푸바오가 만 4살이 되기 전인 2024년 초에 짝짓기를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지난 5월 초 알려지자 푸바오 영상의 조회 수가 급증했고, 푸바오가 사는 판다월드는 푸바오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 가지 콘텐츠를 더 꼽으라면 2022년을 강타했던 ‘티타남’ 채널의 ‘소울리스좌’가 있을 것이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심드렁한 표정, 그와 대비되는 경쾌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놀이기구 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을 안내하는 이 영상은 2022년 유튜브가 뽑은 대한민국 최고 인기 동영상 1위로 선정됐다.

에버랜드는 놀이공원은 현장에서 즐겨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온라인 세상에서도 ‘환상의 나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8월 말 에버랜드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10만 명에 이르는데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로는 이례적인 숫자이다. 직원들이 직접 등장하는 예능 채널 ‘티타남’과 동물들과 사육사의 케미를 다루는 ‘말하는 동물원 뿌빠TV’ 역시 각각 구독자 28만 명, 50만 명을 자랑하며 3연속 히트를 치는 데 성공했다.

에버랜드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건 2011년. 당시에는 가짜 뉴스를 바로잡는 등 모니터링 목적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드 미디어(Owned Media) 채널을 활용했다. 점차 SNS와 유튜브가 핵심 마케팅 채널로 인식되자 에버랜드 역시 이들 온드 미디어를 콘텐츠 관점에서 접근하며 채널들을 구축해 나갔다.

많은 기업에서 온드 미디어를 꾸리려 하지만 소재, 광고성, 직원 참여 독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의 유튜브 담당자라면 ‘판다 자체가 유튜브 치트키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판다를 사육하고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역시 유튜브를 운영하며 ‘동물의 왕국’을 떠올리게 하는 동물들의 생태에 관한 짧은 스케치 영상을 주로 올린다. 세계 최고의 동물원으로 꼽히지만 유튜브 구독자는 36만여 명으로 에버랜드의 3분의 1 수준이며, 최근 영상의 조회 수는 1000~3만회 정도이다. 높은 명망과 흥미로운 소재가 있어도 이를 어떻게 콘텐츠로 소화하냐는 콘텐츠 담당자들의 몫인 것이다. 또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에버랜드 공식 채널에 올라간 영상은 총 2500개가 넘는다. 즉, 판다들 덕에 유튜브가 성공한 것도 맞지만 동시에 유튜브에 에버랜드가 꾸준히 공을 들여 누적한 것이 판다들의 인기를 견인한 것도 맞는 말인 셈이다. DBR이 2011년부터 시작된 에버랜드 온드 미디어의 콘텐츠 운영 전략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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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춘추 전국 시대, 가짜 뉴스를 잡아라

SNS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준다는 장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사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SNS는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정보의 난장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개 중 4개가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라는 등 가짜 뉴스였다. SNS를 통해 퍼진 가짜 정보에 곤혹을 치르는 기업들도 있었다. 2010년 애플이 아이폰4를 출시하고 이틀 만에 스티브 잡스를 사칭한 트위터 계정에 “아이폰을 리콜해야 할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일이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내용을 영국의 한 매체가 옮기며 때아닌 리콜 소동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버랜드는 SNS를 통해 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를 모니터링했다. 그러던 2011년, 급증하는 SNS 이용자 수와 그 파급력을 체감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SNS에 대응하기로 했다. 에버랜드의 홍보를 담당하던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커뮤니케이션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의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공식 채널을 개설한 것이다. SNS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에버랜드의 주요 소식을 알리는 채널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게시글을 올리는 식으로 운영하며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험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소하게 팔로워를 확보해 나갔다.

실제 SNS에 퍼진 에버랜드에 관한 가짜 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예컨대, 종종 일부 악성 사용자가 이미지까지 조작하며 “〇월 〇일 캐리비안베이 무료입장”과 같은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 이러한 거짓 정보를 감지하면 보도 자료를 내는 동시에 SNS를 통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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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에서 마케팅으로
사용자-채널-콘텐츠 삼박자 맞아떨어져야

2012년에 이르러서는 SNS가 하나의 마케팅 채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트렌드와 오피니언이 SNS를 통해 형성되고 전파됐다. 유명인이나 지인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한 게시글이 팔로우를 맺은 다른 유저들 사이에도 전파되며 입소문 효과가 생겨났고, 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시장 동향을 파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에버랜드에서도 하루에 2개 이상 콘텐츠를 업로드하기로 결정하며 담당자를 배치하고 제작사를 선정해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연간 약 8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에버랜드이지만 SNS에서 팬덤을 구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커뮤니케이션그룹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현장 이벤트를 진행했다. 에버랜드를 방문한 고객들이 에버랜드의 SNS를 팔로우해주면 즉석에서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 식이었다.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도 난항을 겪었다. 매일 콘텐츠를 업로드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모든 사업부를 전전하며 좋은 소재가 없는지 수소문해야 했다. 어렵게 소재를 찾아도 SNS 문법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텍스트, 시각 요소를 구성하는 일도 낯설었다.

그렇게 몸소 고군분투를 하다 보니 채널별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쌓여갔고 팔로워들도 차차 늘어갔다. 2012년 6월 에버랜드 페이스북의 팔로워는 1만 명 남짓이었는데 2014년 3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그룹, SK텔레콤에 이어 3번째였다. 당시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팔로워가 96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되는 SNS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에버랜드를 방문할 수 있는 할인 정보나 직원들만 알고 있는 에버랜드 이용 꿀팁 등의 콘텐츠가 단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블로그 ‘withEverland’에는 보도 자료와 SNS에 게재된 콘텐츠를 모아 올리는 동시에 블로그 문법에 맞게 텍스트와 사진을 중심으로 한 포스팅을 연재한다. 고객들이 에버랜드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사연으로 받아 웹툰으로 재구성한 ‘에버툰’, 삼성화재가 지원하는 안내견들의 성장기 ‘안내견 이야기’ 등을 직원들이나 블로그 기자단이 취재한 콘텐츠를 실었다. 특히, 판다 사육사가 직접 연재하는 ‘아기판다 다이어리’는 블로그 최고 인기 코너다. 현재 시즌2를 연재 중이며 짧은 호흡의 SNS 채널에서 담기 어려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현재 에버랜드 페이스북 팔로워는 580만 명 수준으로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명꼴이다. 2019년부터는 핵심 채널을 2030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전환했다. 사계절 다채로운 에버랜드의 모습을 담은 현장 사진, 이용 꿀팁을 담은 카드 뉴스, 참여형 이벤트 등 콘텐츠를 매일 꾸준히 업로드하며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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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한가득! 유튜브 테마파크가 되기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지나 바야흐로 대(大) 유튜브의 시대가 열렸다. 미디어·콘텐츠 기업은 물론 심지어는 영상과 관련 없어 보이는 일반 기업들까지 유튜브 채널을 개발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유튜브 이용률은 90.2%에 달한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올해 7월 국내 월간 실사용자수(MAU) 1위인 카카오톡은 4155만8838명, 2위인 유튜브는 4115만7718명으로 두 서비스의 MAU 차이가 역대 최소라고 발표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총사용 시간이다. 15억2920만 시간을 기록한 유튜브가 1위를 차지했으며 5억1876만 시간으로 2위인 카카오톡을 3배가량 앞질렀다. 이에 따라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은 기업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자산이 됐다.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부터 채용, 조직 문화 등 회사 내부에 관련된 정보까지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는 게 정석인 시대이다.

2019년에 이르러 에버랜드 내부에서도 유튜브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에버랜드는 2011년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 ‘에버랜드 – EVERLAND’를 개설해 운영해 왔다. 지금처럼 유튜브 플랫폼 자체가 활발하지 않았던 초창기에는 에버랜드의 영상 아카이브 채널처럼 활용했다. 에버랜드의 TV 광고 영상이나 동물, 놀이기구, 공연, 레스토랑, 굿즈 등 에버랜드 곳곳의 이모저모를 담은 1분 내외의 짧은 스케치 영상을 올리는 종합 채널인 셈이었다. 맛깔 나는 자막이나 현란한 영상 효과 등의 편집이 거의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영상이었다. 별도의 섬네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보기에는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정보 전달, 현상 스케치 영상이 평균 일주일에 하나씩은 꾸준히 올라갔다. 이에 좀 더 전략적 마케팅 관점에서 유튜브를 활용해 보자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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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그룹 역시 그 취지에 공감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유튜브에서는 명확한 채널 테마를 갖고 집중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페이스북에서는 지인을 중심으로 팔로잉을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한 게시글이 다른 팔로워의 피드에 노출되는 형식으로 콘텐츠가 전파된다. 반면 유튜브는 개인화된 피드를 제공한다. 기존에 구독한 채널과 유사한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된다. 지인들이 어떤 영상을 즐겨보는지는 알기 어렵다. 개인들의 취향, 관심사를 저격하는 콘텐츠가 먹히는 이유이다. 실제 당시 유튜브는 소위 ‘덕후’ 성향이 짙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선도하고 있었다. 먹방, 맛집 탐방, ASMR, 노래 커버, 테크 기기 리뷰, 게임, 운동 등 콘셉트가 명확한 유튜버들이 그 분야에서 갖가지 경험을 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개인들의 구독을 이끌었다.

그런데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은 동물, 공연, 놀이기구 등 에버랜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처럼 에버랜드 내의 발 빠른 정보 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공식 채널 역시 신뢰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목적으로 필요했다. 따라서 기존 채널을 동물, 놀이 기구 등 한 가지 테마에 초점 맞추는 방향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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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장벽은 자원의 부족이었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정보성 게시물들이 적극 소비되는 플랫폼이라면 유튜브는 그보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조된다.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춘 인기 채널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다양한 시각적 효과와 연출, 출연자의 입담 등으로 재미있게 콘텐츠를 구성한다. 이미지, 텍스트, 이따금 짧은 영상을 주로 만드는 기존 SNS보다 재미까지 챙긴 긴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유튜브에는 곱절 이상의 공력이 요구된다. 커뮤니케이션그룹에선 이미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에버랜드 대표 채널들을 운영하느라 특화된 유튜브 채널을 새롭게 오픈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마케팅팀이 손을 들었다. 유튜브를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인 만큼 마케팅 담당자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위해 에버랜드 곳곳을 누빈 마케팅 직원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에버랜드 유튜브를 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게 2019년 1월 마케팅팀이 개설한 첫 유튜브 채널 ‘티타남’을 선보였다. 시속 104㎞, 낙하각 77도로 국내에서 가장 스릴 있다고 알려진 에버랜드의 간판 놀이기구인 ‘T익스프레스 타주는 남자’라는 뜻으로 에버랜드 직원들이 직접 에버랜드 내의 놀이 기구를 탑승해 보거나 에버랜드에 대한 궁금증을 실험을 통해 해소해주는 예능 채널이다. 2020년 1월에는 ‘말하는 동물원 뿌빠TV(이하 뿌빠TV)’가 오픈했다. 에버랜드 동물들의 영상에 더빙을 입혀 동물이 직접 말을 거는 콘셉트의 동물 특화 채널이다.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조회 수 2792만 회를 찍고 태연, 뉴진스를 꺾으며 2022년 유튜브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 인기 동영상 1위에 등극한 ‘소울리스 좌’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상이 바로 티타남의 작품이다. 뿌빠TV의 대표 콘텐츠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이다.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판다들과 강철원 사육사의 케미가 돋보이는 코너로 100만 이상의 조회 수는 거뜬히 뽑아낸다. 최고 인기 영상은 갓난아기인 쌍둥이 동생을 돌보느라 바쁜 강 사육사에게 삐진 푸바오 영상으로 453만 회를 기록했다. 푸바오의 엄마이자 쌍둥이 판다를 출산한 아이바오의 지극한 모성애가 느껴지는 육아 영상, 출산 영상도 357만 회, 271만 회를 자랑한다.

공식 채널 또한 막대한 구독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2023년 7월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 8월 말 기준 11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국내 여행·레저 업계 최초이며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 중에도 GS25, SK텔레콤, 키움증권 등 극히 일부 채널만 달성한 성과다. 최고 인기 영상은 푸바오가 강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는 쇼츠 영상으로 조회 수 2015만 회를 자랑한다. 동영상 중에서는 강 사육사의 다리에 매달려 놀아 달라고 보채는 아기 푸바오의 영상이 조회 수 1557만 회로 최다다. 판다를 돌보는 송 사육사의 브이로그 콘텐츠 ‘판다와쏭’의 영상들 역시 1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자랑한다.

1)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실험 정신’

유튜브 알고리즘은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AI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이 소비 성향 등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해준다고 하지만 반대로 사람이 AI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찰떡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영상들이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큰 기대 없이 올린 영상이 대박을 치는 일이 유튜브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래서 유튜버들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에버랜드의 유튜브 채널들 또한 처음부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뛰어들기까지 공식 채널에서 9년간 확보한 구독자는 약 7만 명에 불과했다. 티타남 역시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1년 만에 11만 구독자를 모으는 등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듯 보였으나 이후 2022년 1월까지 2년간 구독자 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티타남 채널의 초기 성공에 힘입어 문을 연 뿌빠TV 역시 캐릭터 배우 섭외, 더빙 등 더 새로운 시도를 해봤지만 1년간 모은 구독자 수는 3000여 명에 불과했다. 현재의 구독자 수십~100만 단위의 채널로 성공하기까지는 알고리즘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실험이 필요했다.

· 에버랜드 공식 채널

다양한 소재의 영상이 올라가는 공식 채널에서는 동물, 어트랙션, 캐스트 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코너를 기획했다. 공식 채널 초기부터 적게는 수백, 평균적으로는 수천 개의 조회 수가 기록됐지만 일부 만 단위를 자랑하는 영상들도 있었다. 러바오, 아이바오가 대나무 먹방을 하는 2016년 영상이 조회 수 248만 회, 에버랜드에서 꼭 먹어야 할 8가지 간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24만 회를 기록했다. 놀이 기구 피터팬의 캐스트(아르바이트 직원)들이 탑승을 안내하는 퍼포먼스를 담은 2017년 영상 또한 680만 명이 시청했다. 지금으로부터 6∼8년 전에 올라온 이 영상들은 여전히 공식 채널 조회 수 상위권에 속한다.

이처럼 한 차례 인기가 검증된 영상들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코너를 꾸려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제작했다. 에버랜드 내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놀고먹고’, 아기자기한 굿즈를 다루는 ‘살래말래’, 캐스트들이 끼를 뽐내는 ‘핫캐스트’, 주토피아의 동물들이 출연하는 ‘ZOO뗌므’ 등이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소재들은 지금까지도 공식 채널 영상의 핵심 소재로 쓰이며 레서판다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오구, 그레서’ 캐스트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캐바캐’ 등 매년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바오 가족 영상은 채널 내 가장 핫한 콘텐츠다. 2020년 7월 푸바오 탄생 직후부터 ‘판다로그’, ‘판다스틱 베베’ 등 코너를 연재하며 아기 판다의 성장 스토리를 소개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숏폼 제작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판다 할배와 팔짱 데이트’ 등 판다 숏폼이 알고리즘을 타고 조회 수 역주행을 시작한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피드에서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섬네일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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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통해 관객들에게 메시지나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올해 8월에는 판다와쏭 코너를 통해 ‘정숙 관람 캠페인’을 진행했다. 판다들의 인기가 너무 커지자 일부 관람객의 소음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송 사육사는 직접 대나무로 ‘쉿!’이라 적힌 말풍선 모양의 팻말을 만들어 푸바오가 쉬는 나무에 설치했다. 마치 푸바오가 직접 ‘쉿!’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송 사육사는 “푸바오가 직접 부탁하는 듯한 인상을 주니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캠페인에 수용하고 동참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티타남

티타남은 시즌을 거치며 출연진이 바뀔 때마다 구독자 수가 정체되는 고비를 겪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냈다. 유튜브 제작에 강한 열의를 보였던 10년 차 에버랜드 직원 마케팅팀의 ‘고인물1 ’(김성오 프로)과 입사 1달 차의 ‘신입사원’(박태영 프로)이 시작을 끊었다. 예능 형식으로 기획된 만큼 신박한 아이디어와 강렬한 장면이 필요했다. 채널 섬네일에는 “에버랜드 직원들이 퇴사하고 개인 유튜브하려고 연습하는 채널”이라는 다소 발칙한 문구를 내걸며 공식 채널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여장을 한 채로 눈썰매를 타고, 호랑이 똥도 치우고, 영하에 민소매 티셔츠만 걸친 채로 티익스프레스를 타거나, 같은 기구를 10번 연속 타기도 했다. 티익스프레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고, 식당 설거지를 하고, 대왕 거북 등 목욕도 시켜주는 등 말 그대로 두 사람이 온몸을 바쳐가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직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형식의 유튜브 콘텐츠가 거의 전무했던 터라 개인 유튜버들처럼 채널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열정을 다해 콘텐츠를 만드는 두 직원의 모습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에 채널 게시 1년 만에 11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그러던 2020년 5월, ‘고인물’의 퇴사로 티타남은 재정비에 들어갔고 ‘점장’(김희원 프로), ‘꽃경화’(이경화)가 합류하며 3인 체제의 시즌 2가 시작됐다. 시즌 2에서도 티익스프레스 주변 초목 예초 작업, 아마존 익스프레스 물 빼고 청소하기 등 에버랜드 직원들만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했지만 구독자 수 증가는 다소 정체됐다. 코로나19라는 악재도 있었다. 이후 2021년 10월, 팀 내 업무 재배치로 ‘신입사원’과 ‘꽃경화’가 티타남에서 빠지게 됐다. 약 6개월 만에 출연진이 또 바뀌게 된 것이다.

이후 아마존 기종장(운행책임자)으로 맹활약하며 전설적인 퍼포먼스를 남긴 ‘아마존 족장’(손영훈 프로)이 구원투수로 합류하면서 점장과 함께 시즌 3를 이끌어가게 됐다. 이 같은 출연진의 변천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00만 단위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영상들이 누적됐다. 아마존 익스프레스, 피터팬 등 캐스트들이 노래와 댄스를 선보이는 퍼포먼스 영상, 출연진이 직접 무서운 놀이기구에 탑승하는 영상, 놀이기구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영상 등이었다. 다양한 영상을 시도하는 동시에 한 차례 반응이 검증된 소재를 다룬 영상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했다. 2019년 워크맨, 진용진 등 인기 유튜버 채널과의 컬래버 영상도 채널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러던 중 2019년 이미 두 차례 462만 회, 209만 회 조회 수로 대박이 난 아마존 익스프레스 퍼포먼스 영상이 2022년 4월 다시 한번 초대박을 쳤다. 바로 ‘소울리스좌’의 영상이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담당하는 김한나 캐스트는 말 그대로 ‘영혼 없는 눈빛’과 대비되는 생기 있는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마치 랩을 하듯 탑승을 안내했다. 이 영상은 “장기하가 놀라서 마우스를 떨어뜨리겠다” “국내 여성 래퍼 원톱” “퇴근을 간절히 원하지만 어떻게든 할 일은 하는 내 모습과 비슷하다”라는 등의 코멘트를 받으며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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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남은 소울리스좌 숏츠, 1시간 몰아 보기, 인터뷰 등의 영상을 기획하며 각각 1046만 회, 345만 회, 472만 회의 조회 수를 끌어내며 처음으로 유튜브 인기 급상승 영상에 선정됐다. 한순간 스타덤에 오른 소울리스좌는 에버랜드 장미 축제의 홍보 영상까지 촬영하게 됐는데 이 영상 또한 조회 수 1092만 회를 기록했다. “유명하기만 한 연예인이 아닌 열심히 일한 직원을 광고 모델로 세운 게 신의 한 수” “필요한 내용만 심플하게 전달해서 좋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2022년 5월, 티타남은 당시 퇴사를 고민하던 소울리스좌를 티타남의 정식 출연진으로 영입하고 그를 필두로 한 랩, 노래, 픽션물 등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 결과 11만 명에서 정체됐던 구독자 수가 약 반년 만에 20만 명까지 치솟았다. 소울리스좌 역시 매체 인터뷰, 광고 등에 출연하며 인플루언서로서의 인지도를 쌓아 나갔다.

2023년 1월, 소울리스좌는 개인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티타남을 떠났다. 코로나19 사태 때에 이어 다시 한번 힘을 잃는 듯했으나 최근 티타남은 새로운 동력을 발견했다. 김희원 프로(점장)는 “기발한 실험 콘텐츠가 1분 내외의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숏폼에 적합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최근에는 유튜브 숏츠 영상들이 100만∼9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랑이 발바닥이 고양이처럼 말랑말랑한지 직접 만져 보기, 캐리비안베이 온천물에 계란 삶아 보기, 놀이기구에서 안 내리면 또 탈 수 있을지 실험해 보기 등 사람들이 평소 생각해본 적 없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의 숏폼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경상도 억양의 김희원 프로, 기종장 경력으로 다져진 경쾌한 말씨의 손영훈 프로의 내레이션, 빠른 화면 전환, 시그니처 포즈인 요란한 걸음걸이 등을 티타남 쇼츠 영상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 뿌빠TV

뿌빠TV는 가장 크게 방향성을 바꾼 채널이다. 처음 뿌빠TV는 키즈 채널로 기획됐다. 동물들이 귀여운 목소리의 더빙으로 친근하게 말을 거는 콘셉트도 어린이들에게 소구하기 위함이었다. 기획 당시에는 6살 유튜버가 건물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키즈 채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던 때였다. 키즈 채널을 만들자는 합의가 이뤄졌고 그 소재가 무엇이 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동물을 선정하게 됐다. 즉, 동물보다 키즈 콘셉트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모양의 캐릭터 ‘뿌빠’를 만들어 출연시키고 동물을 주제로 한 교육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했다. 캐릭터 옷을 입은 배우도 섭외하고 동물들이 나오는 장면에 더빙도 해야 하는 등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콘텐츠였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기대만큼 구독자 수는 빠르게 늘지 않았다. 1년간 모은 구독자는 3000명에 불과했다. 러바오나 아이바오등 판다를 출연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공하는 키즈 채널에서 먹히는 영상 문법을 찾을 수 없었다. 교육적으로 접근하니 콘텐츠 자체의 재미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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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다. 내외부에서 아이들뿐만이 아닌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다면 채널의 방향성은 ‘키즈’에서 ‘동물’로 이동해야 했다. 뿌빠TV를 비롯한 동물 콘텐츠를 스터디해 보니 동물만 출연하는 콘텐츠는 야생 다큐멘터리가 아니고서야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출연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콘텐츠가 에버랜드에 더욱 적합해 보였다.

이에 사육사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강 사육사가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렇게 2021년 3월 강 사육사와 푸바오의 따뜻한 일상 이야기를 전하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이 탄생했다. 첫 에피소드 영상의 조회 수는 11만 회로 1000∼3만 회가량 조회 수를 보이던 이전 영상들에 크게 우회하는 수준이었다. “어린이 목소리 더빙보다 사육사님 목소리가 인위적이지 않고 훨씬 좋다” “할부지 목소리에서 애정이 뚝뚝 흐른다”는 등의 호응이 잇따랐다. 실제로 올해 8월 패널 서비스 설문 조사 결과, 푸바오의 인기 비결 1위로 ‘사육사 할아버지와의 끈끈한 케미(38.2%)’가 꼽혔다.

전지적 할부지 시점 론칭 이후에도 한동안 뿌빠가 등장했으나 전지적 할부지 시점의 압도적인 인기에 점차 출연이 뜸해졌고 현재는 이따금 이벤트성으로 등장하는 채널의 마스코트로 남아 있다. 푸바오가 아닌 러바오, 아이바오가 주인공이 되는 영상에는 ‘전지적 아부지 시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오 가족 이외에 레서판다-사육사, 사파리 동물들-사육사가 함께 출연하는 ‘도레미 레서가족’ ‘로스트밸리’ 등의 코너를 만들어 콘텐츠를 다양화했다. 현재 전지적 할부지 시점의 조회 수는 100만∼450만 회에 이르며 뿌빠TV의 구독자 수 역시 전지적 할부지 시점 이전인 2022년 1월 3만2000명에서 2023년 1월 6만1000명, 9월 현재 50만4000명으로 초고속 성장했다.

알고리즘의 인도에 따라 채널들 사이의 방향성이 일부 수렴하기도 한다. 공식 채널의 판다와쏭과 뿌빠TV의 전지적 할부지 시점은 판다와 사육사가 교감하는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아울러 공식 채널과 티타남 모두에서 라이프 가드, 캐스트 등 다양한 현장 직원이 출연한다. 공식 채널에서 에버랜드 내의 모든 소식을 전부 다루다 보니 소재의 중복이 생기는 것이다. 바오 가족은 SBS 예능 프로그램 ‘동물농장’과 이 프로그램의 파생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현재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를 담당하는 김수진 프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차별화된 각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으로 서로 연결돼 각 채널 간 콘텐츠 노출 확대나 구독자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공식 채널의 코너인 판다와쏭에서 푸바오 영상을 보면 추천 영상에 뿌빠TV의 전지적 할부지 시점 영상이 뜨는 등 유사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통해 푸바오 영상의 무한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2) 에버랜드의 바오, ‘임플로이언서’

판다 가족의 이름에 들어가는 ‘바오’는 중국어로 보물을 의미한다.에버랜드 유튜브에서의 ‘바오’는 단연 직원이자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는 에버랜드의 ‘임플로이언서’들이다. 임플로이언서는 ‘Employee(직원)’와 ‘Influencer(인플루언서)’의 합성어로 SNS나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직원들을 뜻한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 브랜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여겨진다. 올리브영 유튜브 ‘올영 TV’에서 올리브영 MD가 직접 사용해본 제품을 소개하는 등의 콘텐츠가 그 예시이다. 채용 시기에 직원들의 브이로그를 올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티타남은 마케팅팀 직원들이 몸과 혼을 바쳐 만드는 채널이다. 영상 기획은 물론 출연, 편집까지 내부 인력의 힘으로 제작한다. 티타남 대박의 주역 역시 에버랜드의 캐스트였다. 뿌빠TV가 방향성 전환에 성공한 것도 사육사들이 적극 출연하며 동물과의 교감이 강조되면서부터다.

사실 에버랜드 직원들은 콘텐츠 제작에 안성맞춤이다. 우선, 많은 사람 앞에서 안내 멘트를 던지거나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하는 캐스트는 다양한 끼를 갖춘 ‘관종(관심종자)’일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매년 캐스트들이 노래, 댄스, 뮤지컬, 치어리딩 등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캐스트 페스티벌’을 열어 가장 끼 많은 캐스트를 선발하기도 한다. 행사 기획, 홍보, 운영 등 모든 과정을 캐스트들이 진행하는데 작년 열린 페스티벌에는 약 1300명이 참가했다. 이처럼 레크리에이션이 발달한 사내 문화로 캐스트뿐만 아니라 직원들 역시 자신의 끼를 발산할 기회가 수차례 주어진다. 현재 티타남에 출연 중인 김희원, 손영훈 프로 역시 원래부터 에버랜드에서 끼로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문난 인물들이었다. 김희원 프로는 “티타남에 출연하고 싶은 캐스트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며 “캐스팅 참여가 부족할까 하는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영상 속 에버랜드 직원들에게 따로 유튜브와 관련된 교육을 시키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기초적인 카메라 사용 방법 정도를 알려준다. 다만 입사 교육에서 에버랜드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말하기 등 서비스 관련 교육을 받는다. 이후 캐스트, 사육사 등 관객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안내, 체험 프로그램 등을 직접 진행하며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현장에서 익힌다. 특히 베테랑 사육사들은 여러 차례 동물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에 대한 감각까지 익혔다. 강 사육사는 “원래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며 “그런데 오랜 세월 동안 고객들을 응대하다 보니 말하기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본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역량과 일치하는 것이 직원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채널 성장에 기여하는 동력이 된 것이다.

DBRmini box II: Interview: 강철원 사육사, 송영관 사육사



“촬영해보니 예쁜 짓 더 잘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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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옹∼ 아이바옹∼.”

판다월드에서 바오 가족을 돌보는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의 목소리다. 사랑이 듬뿍 담겨 듣는 사람들마저 기분 좋게 해주는 이들의 음성은 유튜브에서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

강 사육사와 송 사육사는 단연 에버랜드 유튜브의 일등 공신이다. 영상 속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에너지가 한가득이다. 판다들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걸고, 판다들을 위한 음식, 놀잇감을 손수 만들어 준다.

최근 쌍둥이 판다가 탄생하면서 밤낮 없이 교대 근무를 서는 등 업무가 과중해지자 유튜브에서는 피곤해 보이는 두 사육사의 건강을 걱정하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두 사육사는 유튜브를 통해 “건강을 걱정해줘서 고맙다. 할부지들 건강은 괜찮다”며 오히려 구독자들을 안심시켰다. DBR이 두 사육사에게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이유와 원동력을 물었다.

꾸준히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강철원 사육사(강): 판다는 워낙 인기 있는 동물인데 그중에서도 푸바오는 유독 귀엽고 하는 행동이 예쁘다. 사육사로서도 영상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실 동물들 앞에 있으면 평소에도 대화하듯 말하는 것이 버릇이 된다. 동물과 교감하고 대화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비음이 나는데 그 모습을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이처럼 유튜브 속 모습은 평소의 행동을 영상으로 담은 것에 가깝다.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영상을 촬영하며 동물들에게 위안받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송영관 사육사(송): 물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기에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내가 보살피고 있는 동물의 특성과 숨겨진 매력을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콘텐츠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가?

강: 동물의 건강하고 예쁜 모습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 사육사의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고, 생태나 습성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동물에게 접근해야 한다.

송: 아무래도 담당 사육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바오 가족과 일반 고객들이 보는 바오 가족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육사들이 가까이에서 바오 가족을 보고 교감하는 모습, 또한 사육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제로 하는 일들이 노출되면서 흥미로워 하는 것 같다. 따라서 판다의 특성과 습성에 맞춰 행동풍부화i 를 유도하거나 바오 가족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템들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래부터 말재주, 글재주가 좋은 편이었나?

강: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회사에서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다양한 고객 응대 과정도 거치며 자신감을 얻고 말하는 것을 즐기게 됐다.

송: 사육사들에게는 매일 동물의 컨디션을 기록하고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가 매우 중요하다. 그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감각도 익히고 블로그 연재에도 참여하게 된 것 같다. 최근에는 바오 가족의 스토리를 고객들에게 좀 더 잘 전달하고 싶고, 때로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게 해주고 싶은 생각에 한 사이버대의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글쓰기와 표현, 창의적 발상법 등을 익히며 실제 콘텐츠 제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직접 구조물, 음식 등을 만드는 것도 콘텐츠가 되는 것 같다.

송: 사육사들이 직접 사육 공간에 올바른 환경을 조성해 주는 작업을 수시로 하기 때문에 손재주가 좋으면 사육사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은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행동풍부화를 위한 작업에 콘텐츠를 위한 창의적인 콘셉트가 더해지며 더 특별한 바오 가족의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콘텐츠 작업 이후에 동물들을 돌보는 일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

강: 동물들의 영상을 촬영하다 보면 못 보던 장면이나 행동, 건강의 척도가 되는 숨은 부분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면밀히 관찰하게 되는 효과도 있어 동물과 더 가깝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뿌빠TV의 경우 사육사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진행한다. 뿌빠TV의 담당자인 마케팅팀 김수현 프로는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사실 각 동물 개체의 성격 차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사육사들의 말과 행동에서 힌트를 얻어 각 개체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육사와의 관계성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판다월드의 판다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러바오는 장난기가 많고 편식이 심한 도련님 같은 이미지다.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사육사들에게 애교를 부리는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하는 반면 맘에 들지 않는 대나무를 내팽개치며 땡깡을 부리기도 한다. ‘아여사’로 불리는 아이바오는 조심성이 많고 육아에 헌신적인 캐릭터이다. 두 차례 힘든 출산을 겪으며 사육사들을 믿고 의지하는 모습들이 비춰져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푸바오는 아빠의 성격을 닮아 활달한 말괄량이다. 흙바닥을 뒹굴며 노느라 털에 누렇게 때가 타 사육사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실내 사육장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에도 밖에 더 있겠다며 고집을 부려 사육사들이 설득하는 장면이 자주 비춰진다. 어릴 적에는 엄마 아이바오의 말을 잘 안 들어 따끔하게 혼난 적도 있다. 에버랜드는 유튜브 영상에서 사육사들의 말을 통해 이 같은 판다들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풀이해준다. 사육사들의 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 소스인 동시에 어떤 장면을 극화해서 사용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편집 지침이 된다.

반면 직원들이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하나의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콘텐츠에 등장한 직원이 일상생활에서 그릇된 언행을 저지르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타남과 뿌빠TV 모두 채널 콘텐츠에 대한 전권을 각 채널 담당자들이 맡는다. 이에 대해 장영수 프로는 “여론 모니터링에 대한 실무 경험이 많은 커뮤니케이션그룹과 마케팅팀이 주도하기에 자체적인 일정 수준 리스크 관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회사 유튜브 채널 참여가 아닌 개인 유튜브를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직원의 경우에는 회사 측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3) ‘팬덤’을 크리에이터로

에버랜드에서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건 에버랜드 직원들만이 아니다. 에버랜드의 관객들 또한 에버랜드를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한다. 특히 동물은 예로부터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다. 따라서 판다, 호랑이 등 에버랜드 내 동물들을 촬영해 수익을 올리려는 개인 유튜버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자극적이거나 부정확한 정보가 함께 전달되기도 하고, 유튜버들의 장시간 촬영으로 일반 고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팅팀에서 ‘ZCC(Zoo Creator Club)’를 기획했다. 사전 심사를 통해 에버랜드에서 인정한 공식 크리에이터로서 공식적인 촬영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들 외에 상업적인 용도로 허가 없이 촬영할 경우 현장에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진다. 심사 과정에는 사육사들이 참여해 유튜버들의 기존 영상을 검토한다. 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싣지는 않았는지, 동물의 행복을 존중하는 콘텐츠를 만드는지, 조회 수를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내용을 편집하지는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2022년부터 6개월마다 기수제로 운영되며 현재 4기 활동이 진행 중으로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총구독자 합은 50만 명가량으로 뿌빠TV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주토피아 곳곳에서 활동하며 에버랜드의 채널 담당자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고 있다. 최근 ZCC 중 하나인 ‘진진TV’ 채널에는 타이거밸리 호랑이들이 무더위 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소개한다. 에어컨이 설치된 내실과 야외 방사장을 자유롭게 오가며 생활 중인 호랑이들의 모습을 장시간 동안 촬영하며 폭염 속 동물원의 동물 관리에 대해 제기되던 대중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과거에는 개인 유튜버들이 촬영한 콘텐츠에서 잘못된 내용을 발견해도 연락망이 없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현재 에버랜드 차원에서 ZCC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지 않고 ZCC가 자유롭게 촬영하고 편집하지만 잘못된 내용이 있는 경우 연락해 시정을 요청한다. 개인 유튜버들의 모든 정보를 리뷰할 수는 없지만 가장 파급력이 강한 이들을 내부로 끌어들여 서로 윈윈한 것이다. 아울러 촬영 시간 등도 사전에 함께 협의하기에 촬영으로 일반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도 예방되고 있다. 현장에서 ZCC가 촬영하기 좋은 장소나 동물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일반 관객들의 후기들도 있다. 통제하기 어려운 개인들의 행동을 양성화된 제도를 통해 강점으로 승화해낸 사례이다.

장영수 프로는 “유튜브의 성공이 에버랜드 전체 매출을 견인한다는 상관관계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푸바오 열풍에 따라 판다월드 입장객 수와 굿즈 판매량이 급증한 것을 보며 유튜브의 파워를 실감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초부터 푸바오의 중국행 이야기가 회자되며 유튜브에 축적해왔던 판다 영상 조회 수가 급증하는 등 푸바오에 대한 인기가 재점화됐다. 올해 5월 마지막 주 판다월드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등 휴일이 이어졌던 첫째 주보다 20%가량 증가했고 6월에 들어서는 5월 첫째 주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유튜브 구독자 수 증가와 함께 푸바오 인기 역주행이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 3~4월과 비교했을 때 최근 에버랜드 판다 관련 굿즈 일평균 매출은 8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루 동안 푸바오를 돌보는 매니저가 되는 프로모션에는 1만3000여 명이 지원했고 80명까지 참석할 수 있는 푸바오 생일파티 현장에는 지원자 8000여 명이 몰려 1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21년 강철원 사육사가 글을 쓴 푸바오의 성장 에세이 『아기 판다 푸바오』는 5만2000부 이상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올해 8월 굿즈 플랫폼 텐바이텐과 협업해 한정판 푸바오 굿즈 세트를 내놓자 오픈과 동시에 주문 폭주로 텐바이텐 웹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한편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면 에버랜드 유튜브의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진 프로는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도 중국 측과 협의해 주기적으로 푸바오의 소식을 전할 것”이라며 “동시에 채널별 콘셉트에 맞게 계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스토리의 힘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

이진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zzin2024@hanyang.ac.kr



테마파크는 공간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콘텐츠다. 공간 스토리텔링은 물리적 현실의 공간(space)에 다양한 경험과 체험 요소를 부여해 그 공간을 의미 있는 장소(place)로 변화시킨다. 현실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허구적 맥락을 덧입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동화와 마법, 콘텐츠 IP와 캐릭터가 공간을 채우는 건축물이나 놀이기구와 결합해 익숙하지만 환상적인 공간을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OSMU(One Source Multi Use)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과 같은 콘텐츠 IP 확장 전략이 콘텐츠 산업의 주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테마파크는 공간 스토리텔링의 대표 콘텐츠로서 콘텐츠 IP 확장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허구적인 공간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는 AR이나 VR과 같은 실감형 기술과도 결합하며 공간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현실의 공간에 허구적인 맥락을 부여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그 허구적이고 탈일상적인 맥락을 지속시키는 일이다. 초기 투입 비용이 높을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지속가능성으로 인해 디즈니나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이 강력한 IP를 보유하지 않은 이상 시장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 2022년 10월에 개장한 일본의 지브리파크가 지브리스튜디오의 제작팀 해산 이후 신작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것은 지금까지 지브리스튜디오가 구축한 스토리의 힘이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테마파크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에버랜드가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화나 콘셉트 구축 작업을 시도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에버랜드 유튜브 공식 채널의 행보와 성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버랜드, 경험과 추억의 공간이 가지는 장소성

1976년 자연농원에서 시작해 에버랜드로 1996년 이름을 바꾼 이래, 에버랜드는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에버랜드는 생일이나 기념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공간이었으며,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수학여행이나 스카우트와 같은 단체 행사에서 찾는 특별한 곳이었다. 기념일이나 수학여행으로 에버랜드를 찾던 세대는 생애주기상 이제 자녀와 에버랜드를 찾고 어린이날과 핼러윈의 추억을 만든다. 인문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은 그의 저서 『공간과 장소』에서 인간의 경험을 통해 장소감(sense of place)이 형성된다고 말하며 공간과 장소를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장소에 대한 지식은 빠르게 획득할 수 있지만 장소에 대한 ‘느낌’을 획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감이라는 공간의 감각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 차곡차곡 쌓인 견고한 무엇이다. 비즈니스에서 이러한 시간의 축적에 기반한 감각과 느낌은 그 어떤 전략과 자원으로 단기간에 획득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허구적 콘텐츠 IP나 캐릭터를 기반으로 재현된 공간이 아니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출발했던 에버랜드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통과하며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 된 한국 사회에서 ‘일상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맥락을 획득했다. 이와 같은 에버랜드가 가진 공간의 맥락은 허구적 스토리의 빈자리를 대체하며 일상과 비일상을 결합한 에버랜드 유튜브 콘텐츠의 맥락으로 이어져 적극적으로 공간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일상적 미디어를 통한 내부 스토리의 전달

유튜브는 기업이자 플랫폼 서비스를 넘어 보편적 미디어의 지위를 얻었다. 유튜브는 우리가 사회와 문화를 인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레거시 미디어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유튜브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측면에서 철저하게 개인 미디어라는 점이다.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이 능동적인 수용자로서 사용자의 취향과 기호에 최적화되는 것은 물론 창작의 주체마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런 것까지 콘텐츠가 된다고?’ 하는 놀라움은 이제 새롭지 않다. 브이로그, 리뷰, ASMR, 먹방 등 드라마, 예능, 다큐, 시사 등 레거시 미디어의 콘텐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름 없는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지긋지긋하고 벗어나고 싶은 반복적인 일상은 무엇보다 강력한 콘텐츠가 돼 공감과 즐거움의 소재가 됐다.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티타남, 뿌빠TV 등의 채널은 테마파크라는 비일상적인 공간의 일상을 전한다. ‘환상의 나라’인 에버랜드의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사용자들은 흥이 넘치는 캐스트의 목소리와 몸짓에 대비되는 생기 없는 눈동자에서 알바생의 고단함을 읽어내고, 사육사와 놀고 싶어 애교를 부리는 판다와 애정 가득한 사육사의 손길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직원이 알려주는 에버랜드 이용 꿀팁 역시 누군가의 경험을 토대로 전해지는 가장 일상적 조언이다. 에버랜드는 일상적 미디어인 유튜브를 통해 가장 특별한 공간의 일상을 공유함으로써 에버랜드의 장소감과 공간의 맥락을 확장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의 확장만큼 혹은 그보다 더 효율적인 영상 콘텐츠를 통한 공간 맥락의 확장은 에버랜드를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익숙하고 친근한 환상의 나라로 재(再)이미지화한다. 자꾸 가고 싶은, 익숙하지만 신나는 공간은 허구적 스토리월드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던 에버랜드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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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텔링 관점에서도 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의 역할을 강조하는 마케팅 컨설턴트 클라우스 포그는 『스토리텔링의 기술』이라는 저서에서 기업의 내·외부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기업의 내부 스토리에는 직원, CEO, 설립자, 성공과 실패담 등 다양한 소재가 존재한다. 내부 스토리 중에서도 직원은 기업의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로운 동시에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포그는 기업의 핵심 스토리를 표현하는 스토리들이 집중돼 있는 영역을 ‘스토리 드라이버(The Story Driver)’라 지칭하며 그 스토리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것이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한다. 일상을 벗어나 신나는 경험을 하기 위해 가는 특별한 장소를 직장으로 둔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스토리는 흥미로운 소재로 작동하며 스토리 드라이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단을 넘어 목적이 된 콘텐츠

스토리텔링은 그 자체를 향유하는 것이 ‘목적’인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도구’로 사용하는 콘텐츠로 나눠진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스토리텔링 자체를 향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등은 스토리텔링을 도구이자 수단으로 활용해 이면의 목적을 전략적으로 취하고자 한다. 에버랜드 유튜브 콘텐츠의 시작은 에버랜드라는 제품이자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소비자는 누구보다 광고에 예민하다. 심지어 유튜브의 핵심 유료화 모델은 ‘광고 건너뛰기’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재미가 있고 의미 있는 향유의 경험이 일어난다면 광고는 콘텐츠가 된다. 테마파크라는 비일상의 공간과 테마파크의 일상이라는 유튜브 콘텐츠가 만나 만들어지는 시너지는 가지 않아도 간 것 같은, 그래서 다시 가고 싶은 공간에 대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여기까지 보면 마케팅 수단이자 채널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이는 ‘바오 가족’을 실제로 보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기도 하고, 놀이기구 가이드의 특별 공연을 방불케 하는 즉석 댄스나 진행을 놀이기구 그 자체만큼이나 즐긴다. 에버랜드의 유튜브 채널은 기업의 마케팅 수단이자 그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목적이 된 단계까지 나아간 셈이다. 특히 판다 가족의 일상 콘텐츠는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이 골드버튼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하나의 마케팅 액션을 넘어 독립적인 콘텐츠로 거듭났다. 이는 판다월드라는 현실 공간의 미디어적 확장이다. 대부분의 동물 유튜브 채널은 반려동물과 사람의 일상을 다루는 브이로그 형식이다. 이를 소비하는 사용자는 단순히 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힐링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순수하고 맹목적인 애정의 관계에서 위로를 얻는다.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이 체험 코스로서 판다월드를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맥락에서 판다들의 행동들을 클로즈업했다면 이렇게 폭발적이고 지속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부지’(사육사)와 ‘바오 가족’의 일상에 시청자들은 ‘뿌딩이’(구독자 애칭)로 초대된 것이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글로벌 테마파크 역시 유튜브 채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에버랜드처럼 구독자들이 영상 업로드 날짜를 기다릴 만한 정기 콘텐츠를 기획한 사례는 드물다. 여전히 주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만 방점을 두며 온라인은 여전히 부수적인 소통 채널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에버랜드는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 새로운 맥락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테마파크의 공간 경험을 미디어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며 웹 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스토리텔링 입문』(2023), 『모바일 게임 스토리텔링』(2020),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공저, 2015)가 있다. 논문은 ‘메타버스 개념과 유형에 대한 시론’(2021), ‘게임 IP 활용에 대한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인식 연구’(2021), ‘숏폼 동영상 콘텐츠의 유형 연구’(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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