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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현대차 연구전문가 제도

‘기술 전문가’ 커리어 경로를 별도 체계화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는 ‘핵심 엔진’ 키워

배미정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R&D) 본부가 지난 16년간 연구전문가 제도를 발전시켜온 과정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1. 기업의 관리자가 무능력자로 채워지는 비극을 막으려면 관리자가 되는 커리어 경로와 별도로 기술 전문가로의 커리어 경로를 마련해 인재에게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2. 핵심 인재를 위한 성장 사다리를 만들 때는 성장의 단계별로 필요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배움에서 오는 기쁨을 강력한 내적 동기로 삼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3. 관리자형 리더와 전문가형 리더의 자질을 리더십과 기술 전문성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형 리더에게도 기술 전문성이 필요하며, 전문가형 리더에게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만, 역할과 일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과 특성이 달라질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기업의 핵심 인재 육성과 지원 제도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찍이 2000년대 초부터 연구개발(R&D) 직군을 대상으로 ‘펠로우’ ‘마스터’ 등을 선발하는 제도를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인재에게 임원급의 금전적 보상과 더불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 직군의 기술력 신장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자에게 금전적 보상과 명예를 부여함으로써 관리직 임원 못지않은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 또한 다른 기업과 비슷하게 남양연구소의 연구 인력 중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한 인력을 연구위원과 수석연구위원으로 임명해 일반 보직 경로의 임원급 대우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현대차는 더 많은 기술 인재가 연구위원을 지향점 삼아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글로벌 R&D 전문가- 글로벌 R&D 마스터-연구위원으로 이어지는 기술 인재의 성장 경로를 구체적으로 체계화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직 경로로 따지면 팀장 후보군에서부터 기술 인재를 선발해 이들이 관리자로 승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일찍이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전문가 경로에 따라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연구전문가 제도를 구상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 2006년 도입 초기만 해도 글로벌 R&D 전문가와 연구위원밖에 없었다. 또 처음에는 연구전문가라는 낯선 커리어 패스에 대해 구성원들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6년에 걸쳐 제도 운용의 노하우를 쌓고 문제점을 파악해 꾸준히 개선해온 결과 오늘날 연구전문가 제도는 현대차의 미래 기술을 선도할 기술 리더를 육성하는 산실로 자리 잡았다. 현재 연구전문가 제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연구위원은 리서치랩을 통해 현업 조직에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중장기 기술과 고난도 신기술을 확보하는 연구 과제를 독자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2023년 9월 현재 글로벌 R&D 전문가 87명, 글로벌 R&D 마스터 35명, 연구위원 13명 등 연구전문가는 총 135명이다. 이는 전체 연구 인력의 1% 수준이지만 과정 중간에 보직 경로로 이동한 인력 등을 포함하면 430여 명의 핵심 인재가 연구전문가 제도의 틀 안에서 성장하면서 현대차의 선행 기술 연구뿐 아니라 현업의 양산 기술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DBR이 현대차에서 연구전문가 제도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연구개발본부 연구개발인사운영팀의 백정욱 팀장과 정상혁 매니저, 연구개발성장지원팀의 김세은 책임매니저, 그리고 연구전문가 경로로 승진해 현재 열에너지시스템 리서치랩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연 연구위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차 연구전문가 제도의 발전 과정과 향후 과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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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 전문가 경로의 탄생: 글로벌 R&D 전문가와 연구위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지난 2014년, 상사로부터 글로벌 R&D 전문가 지원 대상으로 추천을 받은 김재연 당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9년 차 책임연구원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탄탄한 연구 실적과 성과를 갖춘 그는 인정받는 관리자 후보자였다. 이런 그에게 글로벌 R&D 전문가 지원은 관리자가 아닌 연구전문가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관리자로 성장하는 것이 본인이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동안 내연기관차의 열에너지 연비 향상 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온 그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었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동차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한 때였다. 한국이 이들보다 앞서 나가려면 친환경차에 적합한 연비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당장 내연기관차 양산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존 부서에서는 5년 이상 걸릴 게 분명한 친환경 선행 기술을 연구할 기회가 부족했다. 김 연구위원은 “관리자보다는 열에너지 분야의 기술 전문가로 내가 앞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판단해 글로벌 R&D 전문가에 지원했다”며 “당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동료들과 수많은 실패를 거친 끝에 성공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열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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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는 2006년 관리직과 별도로 기술 인재를 육성하자는 차원에서 글로벌 R&D 전문가 105명을 선발하면서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해외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첨단 기술이 탑재된 프리미엄 차량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원가 경쟁력에서 더 나아가 기술력을 통한 차별화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던 시기였다. 글로벌 수준의 선도적 기술을 개발하려면 인력, 프로젝트 같은 조직 관리를 통한 양산 목표 달성의 부담 없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술자 경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기술 인재들이 단기 실적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연구전문가로 인증하는 ‘글로벌 R&D 전문가’를 선발했다. 회사 차원에서 최초로 인정한 공식 기술 전문가 인증이었다.

도입 초기 글로벌 R&D 전문가는 일반 기업의 과장과 차장급인 책임연구원 6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개인 지원과 현업의 추천을 받아 지원자 풀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인사운영팀이 주관해 서류 단계 심의와 면접 절차를 거쳐 선발했다. 평가할 때는 인사고과, 특허, 논문 등 기술 역량과 부서장의 추천 의견을 함께 검토했다. 선발 인원 수는 사전에 정해 놓지 않았으며 지원자별로 기술 역량을 절대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선발 인원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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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비슷한 시기에 보직 임원급 중에서 탁월한 기술 역량으로 실장 등의 직책을 맡겼지만 향후 상위 직책으로 가기엔 조직 관리 역량이 부족한 기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별도의 직위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의견이 나왔다. 피터의 원리1 에 따르면 위계적인 조직의 경우 직책의 적임자를 선택할 때 해당 직책에서 요구되는 미래의 직무 수행 능력보다 지금까지 거둔 과거 실적의 보상으로 승진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르면 뛰어난 기술자가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관리직에 오르지만 이 기술자는 관리 업무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피터의 원리에 따라서만 승진이 이뤄진다면 결국 조직의 관리자는 해당 직책과 맞지 않는 무능력자로만 채워질 위험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직원의 고유한 역량, 즉 기술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 현대차는 연구위원 직위를 새롭게 만듦으로써 임원급 인재의 뛰어난 기술력을 내부화하는 한편 기존의 글로벌 R&D 전문가들 또한 연구위원을 목표 삼아 기술 전문성을 꾸준히 계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자 했다. 2008년 실장급 보직 임원 2명을 연구위원으로 전환하면서 연구전문가 제도의 초기 밑그림이 그려졌다.

2. 연구위원과 현업 부서의 갈등, 리서치랩 도입으로 해결

제도 도입 초기에는 연구위원에게 개인 연구실과 연구비 등 과제 수행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연구위원은 관리자 경로와 다르기에 조직 관리의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위원 스스로 과제를 기획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은 연구위원이 직접 현업 부서의 도움을 받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연구위원은 ‘전문가’이므로 결코 ‘관리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실제 연구위원의 업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연구위원들이 과제를 추진하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업 부서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구위원 혼자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다.

또 근본적으로 연구위원의 역할을 두고 연구위원과 현업 부서에서의 인식 차이가 컸다. 연구위원은 원천 기술 개발에 관심이 컸지만 현업에서는 연구위원에게 당장 양산 차량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요구했다. 결국 현업과 활발하게 협업해 성과를 내려면 연구위원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보다 당장 현업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연구위원이 현업과 협업하다 보니 성과 평가 과정에서도 불만들이 제기됐다. 예컨대, 연구 성과 발표회를 할 때 이 성과가 과연 연구위원의 성과인지, 현업 부서의 성과인지가 모호해 양쪽 모두에서 뒷말이 나오곤 했다.

연구위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축적되면서 연구위원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운영과 평가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인사운영팀은 당시 연구위원 9명이 수행 중인 과제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위원의 역할을 재정립했다. 연구위원의 역할은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 걸릴 원천 기술보다는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연계된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직책으로 정의했다. 또한 연구위원이 혼자서 과제를 수행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2012년, 연구위원이 이끄는 연구 조직으로 ‘리서치랩’을 도입했다. 다만, 리서치랩은 기존의 관리 부서와 다르게 운영돼야 했다. 리서치랩은 연구위원이 고유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발휘해 장기적 도전 과제를 추진하는 조직이다. 장기적인 과제의 성격을 감안해 3년 파견을 기본으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평가 자체도 당시 다른 조직의 팀원 평가가 상대평가 체제였던 것과 달리 절대평가기준으로 연구위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곧 랩의 평가로 연결되는 조직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2012년 최초로 9명의 연구위원이 이끄는 리서치랩 9개가 만들어졌다. 초기 리서치랩은 엔진, 상용차, 소음진동, 주행 성능, 차량 재료 등 전통적인 차량 부문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는데 최근에는 첨단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선행 기술로 연구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리서치랩이 도입되면서 연구위원들의 성과가 회사 내에서 부각되기 시작했고 연구위원들의 연구 만족도뿐 아니라 연구전문가 제도에 대한 회사 내 인지도와 신뢰가 커지기 시작했다.

3. R&D 마스터 도입해 경력 사다리 체계화

연구위원 선발 첫해에는 보직 임원 출신이 연구위원으로 전환됐지만 그 이후로는 글로벌 R&D 전문가 풀에서 심사를 거쳐 연구위원을 선발했다. 그런데 글로벌 R&D 전문가에서 연구위원이 되기까지의 갭이 최소 5년 이상으로 길었다. 그 기간 동안 글로벌 R&D 전문가는 현업 부서에 배치돼 일하기 때문에 현업 업무를 하면서 본인의 연구 과제 또한 개발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컸다. 현업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서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통상 연구위원은 연간 한 자릿수로 선발되기에 바늘구멍을 뚫는 것보다 어려운 길로 보였다. 글로벌 R&D 전문가로 선발되고, 연구위원으로 가기까지의 여정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해가 지날수록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해졌다.

다른 한편, 연구위원들은 팀원급에서 갑자기 임원급으로 쾌속 승진한 것을 두고 주변의 시샘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연구위원 중 일부는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부족해 리서치랩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 경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인사운영팀은 글로벌 R&D 전문가와 연구위원의 중간 단계로 2014년 ‘글로벌 R&D 마스터’ 직위를 도입하고 글로벌 R&D 전문가 중에서 17명을 선정했다. 글로벌 R&D 마스터는 R&D 전문가 육성 과정을 수료한 인원 중에서 현업 상위 보직자와 임원의 추천 의견을 받아 대상자를 선별하고 인사운영팀에서 최종 심의 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이에 연구위원 선임 방식도 마스터 중에서 선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연구위원은 마스터 중에서 연간 성과 심의회의 성과 평가가 우수한 인원을 대상으로 현업 상위 보직자와 임원의 추천 의견을 받고 인사운영팀, 추천 임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협의해 최종 선임을 결정한다. 2014년 연구위원 중 2명이 수석연구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글로벌 R&D 전문가-글로벌 R&D 마스터-연구위원-수석연구위원의 4단계로 이뤄진 연구전문가의 경력 사다리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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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기술 인재들이 연구전문가로 성장하는 사다리의 각 단계에 필요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술 연구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고자 했다. 이 풀에 들어온 인재들은 단계별, 또한 연차별로 전문 기술과 더불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전문성을 확장하고 기술 융합의 관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예컨대, R&D 전문가 1년 차는 사내 교육으로 기술, 비즈니스, 고객 중심적 사고, 엔지니어십 등 4가지 관점의 연구전문가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이 과정은 인재들이 본인의 연구 기술에 고객 관점과 최신 기술 트렌드를 접목해 사업화 단계까지 발전시켜 연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년 차에 연구전문가로의 일반적인 소양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면 2, 3년 차에는 좀 더 개인의 전문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콘퍼런스 참여, 학회 활동 등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지원금을 제공한다. 또한 실무에서 본인의 연구개발 과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대 4개월간 사내 파견 형식을 통해 본인의 직무와 유관한 타 부서 파견도 지원한다. 더 나아가 소그룹으로 모여서 토론하는 지식 네트워킹 및 소그룹 융합기술 연구 활동을 통해 연구 과제 발굴 및 기획을 돕고 다음 단계인 마스터에서 독립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한다. 이런 체계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연구전문가는 본인의 기술 전문성을 연구 과제화 및 사업화 기회로 연결해 어떻게 기업 가치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집중 탐구하게 된다.

특히 글로벌 R&D 마스터의 경우 해외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 회사 지원을 받고 최대 1년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때의 연구 성과가 향후 연구위원으로 승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재연 연구위원은 2015년 미국 메릴랜드대 환경에너지연구소(CEEE)로 1년간 기술연수를 가서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수랭식 배터리 냉각 시스템과 이를 기반으로 한 히트펌프 등 열에너지 시스템을 연구했다. 김 연구위원이 파견을 준비할 때만 해도 현대차에 장거리 전기차 양산 계획이 없었기에 그의 연구 주제는 언제 양산에 적용될지 모르는 도전 과제였다. 그런데 김 연구위원이 미국으로 떠나던 바로 그 시기, 폴크스바겐의 디젤 사태가 터지면서 연비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당장 현대차 최초의 장거리 전기차를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낮에는 학교에서 연구하고 밤에는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남양연구소 동료들과 전기차 열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에 투입됐다. 미국에서도 밤낮없이 연구실에 틀어박힌 생활을 했다는 김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의 1년이 “회사로부터 받은 가장 큰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연수 기간 동안 나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고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시기의 연구 성과는 2018년 현대차가 만든 국내 최초 장거리 전기차 코나에 적용됐으며 그가 2018년 R&D 마스터를 거쳐 2021년 연구위원으로 승진하는 데 기여했다. 김 연구위원은 동절기에 난방으로 인한 전기에너지 소모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를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인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 열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와 급속 충전 시간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특허 230개를 보유한 그는 기술자에게 주어지는 국내 최고 권위의 상인 산업 기술 유공 표창(2021년)과 올해의 발명왕(2022년)에 선정됐다. 김 연구위원은 “연구전문가 제도 덕분에 일찍이 전기차 기술에 올인해 도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5∼10년 이후의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DBR minibox Ⅰ “실패 페널티 없어… 10년 내다보고 기술 연구” 참고.)

연구전문가의 경력 사다리가 완성되면서 현대차에서 기술 인재들은 연구전문가 경로에서도 보직 경로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위치가 어느 수준이며,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우고,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이들이 배움과 일을 통해 성장할 때마다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조직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R&D 기술포럼이 대표적인 예다. 연구위원이 담당하는 리서치랩을 중심으로 선행 기술 연구 성과와 미래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분야별 기술 연계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 행사이다. 매년 회사의 전략 방향에 맞춰 대주제를 선정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연구원뿐 아니라 그룹사 전체 임직원, 외부 연구기관 등 매년 2000여 명이 참여해 연구 성과 공유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4. 보직 경로로 이동 허용 등 연구전문가 풀 확대

현대차는 그동안 연구전문가 제도를 통해 우수 인재 풀을 검증하고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더 많은 인재가 기술 역량 향상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풀을 확대하는 쪽으로 운영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 예로, 2022년부터 그동안 6년 차 이상 책임연구원만 글로벌 R&D 전문가 지원이 가능했던 연공 요건을 폐지했다. 연차에 상관없이 책임연구원이면 누구나 연구전문가 경로에 도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상혁 인사운영팀 매니저는 “요건을 폐지한 이후로 차량, SW 개발 등 전 분야에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기존 대비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글로벌 R&D 전문가로 선발돼 육성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전문가 경로로 들어온 이후, 예컨대 글로벌 R&D 전문가로서의 육성 과정을 진행 중이거나 수료한 뒤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보직 경로로 이동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가 트랙과 관리자 트랙 사이의 벽을 없앴다. 그동안은 핵심 인재 양성 경로를 보직자와 연구전문가 경로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한 번 선택하면 서로 넘나들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이 방식으로 운영해 보니 두 트랙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다양한 역량을 육성한다는 방향과도 맞지 않았다. 일례로, 현재보다 조직 문화가 위계적이었던 초창기에는 글로벌 R&D 전문가를 지원할 때 본인의 의지보다 상사의 추천으로 이뤄진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한 전문가 육성 교육을 받으면서 본인 스스로 보직 경로가 더 맞다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생겼다. 다른 한편, 보직 경로의 임원급에서도 본인이 관리자이기는 하지만 기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큰데 별도의 전문가 트랙을 만들어 인정해주는 데 대한 반감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연구위원 중에서 기술 전문성뿐 아니라 리더십이 탁월한 사람도 있는데, 특히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들을 보직 임원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런 구성원들의 각양각색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인사운영팀은 리더십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리더를 이분법적으로 칼로 자르듯이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즉, 관리자는 제너럴리스트이기에 리더십이 전문성보다 더 중요하고, 연구전문가는 스페셜리스트이기에 전문성이 뛰어나야지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정욱 인사운영팀장은 “연구소에서 관리자 리더는 리더십뿐 아니라 전문성도 뛰어나야 기술적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며 “연구전문가는 기술 전문성이 그냥 뛰어난 수준을 넘어 월등히 탁월한 인물로 리더십을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을 뿐 실제로 리더십까지 훌륭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연구전문가를 선발할 때는 리더십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기에 연구전문가 중에 리더십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리더십이 탁월한데도 불구하고 선행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연구위원 중에서 리더십이 탁월한 사람은 보직 경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실제로 연구위원이 미래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선행 기술 분야의 보직 임원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반대로 보직 임원이 연구위원으로 전환하려는 경로는 막고 있다. 연구위원은 보직 임원과 달리 소규모 프로젝트 여러 개를 독자적으로 꾸려 나가야 하는데 대규모 조직 단위로 일했던 리더가 연구위원의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도입 17년째를 맞는 연구전문가 제도는 남양연구소 연구 인력들에게 일반 보직 경로와 다른 방식으로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성장 경로로 자리 잡았다. 인재들은 매년 글로벌 R&D 전문가 선발 공고가 나올 때마다 진정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기만의 성장 동기를 고민하게 된다. 예컨대, 기술 개발을 통해 양산 품질 개선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기술의 원리를 파고들어 선행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인지를 스스로 따져보는 것이다. 백정욱 팀장은 “일의 본질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서 나오는 즐거움과 이를 성취하는 데 따른 보람”이라며 “기업은 이런 강력한 동기를 바탕으로 인재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하고 유연한 성장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문제 해결의 방식도 기존 기술의 단순 고도화로부터 새로운 관점의 적용과 기술 간 융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연구전문가 제도 또한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선, 진화할 전망이다. 백 팀장은 “기술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연구위원에게 기대되는 역할 또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위원에게 필요한 새로운 역할과 과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리서치랩을 중심으로 개별 연구위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전문 지식의 공유를 통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연구전문가들끼리의 네트워킹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세은 책임매니저는 “연구전문가들 간의 유연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공동 학습과 융합 연구의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DBR mini box I: Interview: 김재연 열에너지시스템 리서치랩 연구위원

“실패 페널티 없어… 10년 내다보고 기술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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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전문가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장점은 실패에 대한 관대함이다. 친환경차 열에너지 시스템 분야의 경우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이 불모지였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기술을 최초로 연구하고 실제 양산차에 적용하기까지 수년에 걸쳐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 글로벌 R&D 전문가 풀에 들어온 이후로 실패를 두고 추궁을 당하거나 페널티를 받은 적이 없다. 인사팀에서도 실패라는 결과보다 문제를 해결해나간 과정과 그로부터 나온 통찰이 현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했다. 당장 양산 개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실패한 경험과 시간 자체를 헛되게 보지 않는 문화가 있었기에 연구전문가로서 꾸준히 신기술 개발에 도전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현업 부서는 연간 목표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기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R&D 전문가는 최소 2년, R&D 마스터는 3∼5년, 연구위원은 5∼10년 이후를 바라보고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리서치랩의 연구 프로젝트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현재 총 8명이 15개에 가까운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보통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두세 개 과제를 함께 진행한다. 리서치랩은 대학의 연구실과 달리 전문성을 증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궁극적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연구 과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수준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탐색해야 할 기술, 탐색은 끝났고 개발 및 검증해야 하는 기술, 검증이 끝나 양산 적용을 검토해야 하는 기술 등으로 연구 과제를 예상 소요 기간을 감안해 적절히 분배하고, 랩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이클을 관리하고 있다. 예컨대, 3∼5년 후를 목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5∼10년 후를 목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빨라졌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미리 탐색하지 않으면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

연구위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로벌 R&D 전문가 때는 팀 단위, R&D 마스터 때는 팀과 실 조직 단위에서 필요한 기술을 고민했다면 연구위원의 리서치랩은 그룹 차원에서 5년 이후의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탐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열에너지시스템 리서치랩은 기존의 전기차 등 지상용 모빌리티의 열에너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연구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향하는 그룹의 2025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목적 차량, 로봇, 전기 항공기, 수소 솔루션 등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열에너지 솔루션과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R&D 전문가는 이미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 기술 전문성을 입증한 전문가이기에 본인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어떻게 다른 기술과 연결시킬 것인가, 혹은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적용할 것인가를 창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난 10년 이상 동료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매진해 히트펌프 등 전 세계 1등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친환경차 열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양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함으로써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기술 리더로 남고 싶다.

또한 내가 연구한 기술을 전수하고 후배들을 기술 리더로 육성하는 것도 연구위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협업한 후배들 중에서 글로벌 R&D 전문가가 되거나 일반 팀장이 된 후배들이 있는데 굉장히 뿌듯하다. 리서치랩의 구성원은 내게 팀원이기보다 함께 연구하는 동료에 가깝다. 각자의 강점이 뚜렷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의견과 관점을 반영했을 때 최선의 연구 결과가 도출된다. 더 많은 후배가 기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연구전문가 제도에서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돌이켜보면 글로벌 R&D 전문가로 선발된 이후 회사가 인정해준 만큼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이 컸고 때론 지치기도 했다. 후배들도 이 과정을 잘 견디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룹 내부와 달리 외부에는 아직 연구전문가 제도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예컨대, 글로벌 R&D전문가 혹은 마스터에 선발됐다고 가족 등 주변에 자랑했을 때 그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명함에 글로벌 R&D 전문가 혹은 마스터를 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금 더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연구전문가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1.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경력 경로를 명확히 정의



박종규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한국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개발자(Grey-haired programmers)’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 자주 접하는 이 단어는 ‘개발자(Programmers)’라는 특정한 직업이나 직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연구개발 관련 인력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본인의 전문성을 가지고 왕성히 활동하고 있을 때 주로 사용된다.

우리에게는 왜 아직도 이 단어가 생소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개발 전문인력들이 어느 정도 경험과 경력을 쌓으면 다음 경력 단계로 관리직, 즉 사람을 관리하는 매니저나 사업을 책임지는 임원이 되는 길을 주로 생각해 왔으며 회사의 승진제도 역시 이에 맞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인재의 육성과 활용이 기업의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먹거리를 결정하는 회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이들이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관리직으로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는 반갑고 또 바람직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몇몇 대기업에서 시작된 이중경력 경로(Dual ladder career path) 제도는 앞서 말한 관리자 중심의 경력개발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무엇보다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핵심 인재들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그 주요 목적이 핵심 인재 유지(Retention)에 있었던 만큼 그 혜택을 누린 이들은 극히 일부였고, 이 제도를 경력 개발(Career development)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보완하거나 확대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는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통해 조직 관점과 직원들 개인 관점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고, 더 많은 연구개발 인재들이 회사 안에서 경력 계획을 세울 수 있게 경력 목표와 구체적인 경력 경로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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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점과 직원 개인 관점의 밸런스

HR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경력 개발(Career development program, CDP)’은 회사 관점의 ‘경력 관리(Career management)’와 직원 관점의 ‘경력 계획(Career planning)’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필요에 따른 인적자원의 최적 활용, 즉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조직 관점은 물론이고 조직 내 구성원이 자신의 경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를 확인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인 개인 관점까지 고려해서 그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경력개발제도를 설명할 때 [그림 1]과 같은 저울 이미지가 자주 사용된다.

연구전문가 제도는 여러 시도 끝에 두 관점을 조화롭게 만들어 연구개발 인력들의 경력 개발에 대해 조직과 개인의 만족을 모두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원천 기술 개발 등 연구위원들이 원하는 과제를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게 해 개인 관점의 경력 개발과 만족에 더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이후에는 현업과의 갈등이라는 부작용을 해결하고 현재 양산되는 차와 관련된 시급한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하는 조직의 요구를 반영해 연구위원의 역할을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연계된 선행 기술 연구로 재정의함으로써 조직 관점의 요구 역시 제도에 반영했다. 이와 함께 리서치랩이라는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을 통해 그 두 관점을 잘 조화시켰다. 이 균형은 리서치랩 도입 후 연구위원들의 연구 만족도와 성과뿐 아니라 연구전문가 제도에 대한 회사 내 인지도와 신뢰가 높아졌다는 데서 확인 가능하다.

두 관점의 조화를 위해서는 조직 관점 경력 개발의 운영 주체인 인사(Human Resource Management, HRM) 기능과 개인 관점 경력 개발의 운영 주체인 교육 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HRD) 기능의 긴밀한 협조 역시 필수적이다. 연구전문가 제도는 연구개발인사운영팀과 연구개발성장지원팀의 협업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 먼저, 인사운영팀은 연구전문가들의 경력 단계를 정의하고 대상자를 선발하는 데 직접 관여하고, 성장지원팀은 경력 단계별로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대상자들이 해당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기회를 통해 성장한 연구원들은 다시 다음 경력 단계의 대상자가 되면서 순차적인 경력 개발 단계를 밟아가게 된다. 이렇게 연구전문가 제도의 주요 이벤트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리된 두 팀의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협력으로 연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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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경력 경로의 제시

경력 개발이 가진 대표적인 이미지는 ‘길(path)’이다. 직원들은 개인의 경력 개발을 생각할 때 경력 경로(Career path)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회사 안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경력개발제도를 운영할 때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력 경로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경력 목표 및 그 목표로 올라가는 각 단계는 물론 각 단계별 요구 사항을 포함해야 함을 의미한다. ‘실질적’이라는 조건은 그 경력 목표와 경력 단계가 여러 사람에게 열려 있고 또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력 목표라는 산꼭대기를 향해 등산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 정상에 오른 이가 거의 없거나 혹은 그 등산길에 이정표 같은 가이드가 부실하다면 도전할 마음조차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는 글로벌 R&D 전문가-글로벌 R&D 마스터-연구위원-수석연구위원의 4단계로 이뤄진 경력 경로와 단계별로 필요한 핵심 역량과 기술 역량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2014년 이전의 3단계 경력 경로는 글로벌 R&D 전문가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가능성조차 낮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R&D 마스터라는 신규 직위를 도입해서 경력 경로를 세분화한 것은 실질적인 경력 경로를 마련한 좋은 예다. 이에 더해 더 많은 인재가 연구전문가 경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그 풀을 확대하고 글로벌 R&D 전문가 지원 조건을 완화한 것(예: 글로벌 R&D 전문가 지원을 위한 최소 연공 요건 폐지)은 인재 활용뿐 아니라 동기부여 및 몰입 강화라는 경력개발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에 충실한 바람직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단계별·연차별로 필요한 전문 기술을 비롯한 주요 역량들을 정의하고 그 역량에 기반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사내·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연구전문가 경로가 매우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잘 짜인 경력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R&D 마스터들을 대상으로 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1년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현대차가 기술 인재들의 능력과 가치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직원들이 더 높은 동기와 몰입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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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트랙이 디폴트i 인 해외 기업

경력 경로나 경력 사다리 개발은 SHRM(Society of Human Resource Management)ii 에서 툴킷iii 으로 제공할 만큼 많은 기업이 활용하는 HR제도 중 하나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해외 기업들은 직원들의 개발과 몰입도 제고, 인재들의 유입과 유지를 위해 다양한 경력 관리 및 경력개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외 IT, 엔지니어링, 제약회사 등 바이오 기업들은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관리자 경로로 가기를 원치 않는 기술 인재들을 위해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와 같은 이중 경력 경로나 전문가 트랙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소위 ‘머리가 희끗희끗한 개발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림 2]의 오른쪽 이미지처럼 전문가 트랙(Technical Track)을 디폴트로 한 이중 경력 경로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과학자, 개발자, 연구개발 등 특정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경력 목표를 펠로우(현대차의 경우 수석 연구위원)로 삼고, 경력 경로의 디폴트 역시 전문가 트랙으로 정한 후, 그중 관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인원들만 별도로 관리자 트랙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왼쪽 이미지인 Y자 형태의 전통적인 이중 경력 경로나 관리자 트랙이 디폴트가 되는 경력 경로보다 기술 인재들과 그들의 전문성을 훨씬 더 중시하고 그들을 회사 안에 남겨놓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R&D 이외의 다른 직군이나 핵심 인재 관리로의 확대 적용

앞서 설명한 전문가 트랙 중심의 이중 경력 경로 제도는 연구개발(R&D)이 핵심 조직 역량인 기업들이 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경력개발제도의 상위 개념인 핵심 인재 관리(Talent management)나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 관점에서 연구개발 이외에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직군이나 핵심 인력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경력개발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례들도 있다. 예를 들어, 보험심사역의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역량이 매우 중요한 보험회사들은 해당 전문 역량 개발을 중심으로 대상자들의 경력 경로를 일반 직군과는 다르게 세분화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보험심사역의 직군을 견습 심사역(Underwriter Trainee)-보조 심사역(Assistant Underwriter)-Underwriter)-선임 심사역(Senior Underwriter)-부사장 심사역(VP, Vice President of Underwriting)-최고심사역(CUO, Chief Underwriting Officer) 등의 경력 경로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 기업은 조직 차원의 전략적 니즈를 반영한 세부 역량이나 직군을 타깃으로, 다시 말해 특정 인력을 위한 이중 경력 경로나 별도의 경력개발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 회사나 운영 주체들의 경험이나 준비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전 직원이나 모든 직군을 대상으로 제도를 설계하기보다 소수를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는 그 대상이 되는 남양연구소 연구 인력들에게 공식적인 경력 경로로 인정받고 있다는 면에서 성숙기에 접어들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계획이 연구전문가들 간의 네트워킹 강화를 통한 공동 학습과 시너지 확보라는 점은 회사 내 지식 전수나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기술 중심의 승계 계획(Technical Succession Planning)iv 은 물론이고 회사 내 인력들이 보유한 사회적·인적 관계망을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소셜네트워크 중심의 승계 계획(Social Network Succession Planning)v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부품과 철강은 물론이고 로보틱스나 AI 등 다양한 분야의 내·외부 관계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내부 전문가들 사이의 네트워킹 강화를 넘어 외부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거나 발전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의 연구위원들이 자신의 지식뿐 아니라 양질의 내·외부 네트워크까지도 전승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상위 경력 단계에 있는 연구전문가들이 구축한 좋은 관계를 후배들이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경력 개발은 물론이고 지식 관리나 승계 계획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확장과 발전을 통해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가 연구개발(R&D) 인재의 육성과 활용이 중요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 좋은 본보기와 베스트 프랙티스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2.

팀장의 위기, 업무·인재 리더 분리로 해소



김진영 커넥팅더닷츠 대표 jykim.2ndlife@gmail.com



구글에는 제프 딘이라는 유명한 개발자가 있다. 한때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을 선도했고, 부사장 직책까지 맡았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현재 그는 아무런 자리를 맡고 있지 않다. 자신은 독립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임을 선언하며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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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전문가 투 트랙의 필요성

한국의 팀장은 일반적으로 관리자를 의미한다. 실무자(팀원)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일하는 스페셜리스트지만 팀장부터는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업무 총괄, 회의 참석, 보고와 지시 등 관리자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인재 육성, 감성 지능, 코칭 등과 같은 리더 역할까지 요구받는다. 실무자는 하드 스킬(직무 역량)을, 관리자는 높은 소프트 스킬(리더십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경험상 한국 팀장의 20%가량은 소프트 스킬 부족을 체감한다. 실무자였을 때 훌륭했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 혼란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팀장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아직 한국에서 면(免) 팀장은 흔한 일이 아니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의 경력을 고려해 면 팀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전문성은 있으나 관리력 또는 리더십이 부족한 리더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만약 이들이 비자발적인 퇴사를 결정하게 되면 회사는 전문가를 잃게 되는 꼴이다. 따라서 전문가 트랙을 만들어 제너럴리스트가 되지 않아도 조직 내에서 오랫동안 기여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효과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의 남양연구소는 연구전문가 제도를 통해 연구 역량이 특출난 인재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과거 국내 몇몇 대기업에서 비슷한 제도가 있었지만 현대차의 연구전문가 제도만큼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발전하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전문가 트랙에 있는 사람들을 임원 레벨까지 승진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임원까지 오를 수 있도록 확실한, 관리자-전문가 투 트랙 체계를 확립했다. 기술 개발에 적성이 맞는 직원을 위해 안정적인 경로 개발의 길을 확장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작년 말 삼성전자는 우수 엔지니어 중 ‘DE(Distinguished engineer)’를 선발해 전문가 트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관리자와 전문가 모두를 아우르는 인재 체계 개편에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과 육성, 다 잘하기 어렵다

사실 한국의 중간관리자(팀장, 파트장, 부서장 등)는 조직의 실적을 내야 하고, 직원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실적은 결과 중심이고, 육성은 과정 중심으로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결과를 만들려면 직원을 압박해야 하며, 결과까지 이르도록 동기를 끌어내야 한다. 다시 말해, 중간관리자는 관리자의 역할과 리더의 역할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많은 기업의 팀장이 스스로 팀장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다고 말한다. 일은 넘치는데 마땅히 리더십을 발휘할 수단은 부족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 추궁은 심해서 그렇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팀원 상당수마저도 팀장이 되기를 꺼리고 있다. 우리 팀장이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팀장 업무의 효율화 정도가 아니라 일의 절대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까지 와버렸다. 관리자-전문가의 투 트랙 제도는 이런 답답한 팀장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나 삼성전자처럼 이공계 직무에만 한정되는 투 트랙 체계는 다른 직무로도 확산할 수 있다. 예컨대, 호주 최대 통신사 텔스트라(Telstra)i 는 ‘업무 리더(leader of work)’와 ‘인재 리더(leader of people)’로 관리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운용하고 있다. 즉, 업무 리더는 실적 달성을 맡고, 인재 리더는 역량 강화를 맡는다. 이는 애자일 방식을 준용한 것이다. 애자일 형태의 조직에서 업무는 ‘스쿼드’ 단위에서 수행하고 실적을 내며, 역량 개발(기술 지원, 역량 면담 등)은 챕터 단위에서 진행한다. 즉, 스쿼드 리더가 업무 리더가 되고, 챕터 리더가 인재 리더가 되는 식이다. 이렇게 관점이 상이한 두 업무(실적 달성, 인재 육성)를 구분하고 전문화해 더욱 적합한 사람을 배치함으로써 높은 효율을 끌어내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 수준을 감안해 강점 활용을 극대화한 조직 운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IBM, 구글, 메타 등에서도 일부 조직에는 ‘인재 리더(people manager)’를 별도로 두며 관리자의 업무를 분업화하고 있다. 이들은 업무에 따라 적용 방식을 다르게 한다. 어느 팀에는 팀장(team lead)과 인재 리더가 각각 한 명씩 배치된 경우도 있고, 인재 리더가 여러 팀의 팀원을 동시에 담당하기도 한다. 또한 인재 리더가 프로젝트 관리자를 수행하기도 한다. 업무의 강도와 투입 인력의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업무 리더와 인재 리더는 평소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과 달성과 인재 육성의 톱니바퀴를 맞춰가며 과업 수행을 촉진한다. 업무 중심으로 ‘역할’에 대한 유연한 사고가 반영된 사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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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 대한 새로운 생각

경력 개발의 길을 확장하기 위해선 우선 부서(팀) 제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오래된 기업에 가 보면 팀장을 10년 이상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임원 승진은 안 되고, 퇴사 처리는 어려우니 계속 직함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 활성화 측면에서 좋지 않다. 순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서(팀)를 고정으로 생각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역할’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역할에 대해 리마인드를 한 후 가장 적합한 사람을 팀장으로 앉히는 것이다. 이러면 팀장으로 임명되고 내려오는 것은 하나의 일상이 된다. 선배 또는 팀장이 실력 없고,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오래 다녀서 연봉만 높다는 후배 직원의 불만을 상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텔스트라의 사례처럼 직제의 공식적 변경이 당장 어렵다면 ‘전문가 위원회’ 구성을 고려할 수도 있다. 중간관리자 레벨에서 전문성 활용이 필요하거나 관리자로서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이동시켜 배치한다. 그들에게는 ‘시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과제’를 부여한다. 대개 조직에는 중요하지만 뒤로 미뤄뒀던 일이 있게 마련이다. 혹여 이들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부서 이동 시 이임 파티를 열어주고, 전문가 수당을 지급한다.

전문가 위원회의 미션을 잘 수행한 경우 본인의 요청에 따라 현업 부서 복귀를 고려할 수 있다. 상설화되면 관리자-전문가 간의 인력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이처럼 투 트랙 제도는 직원에겐 경력 개발의 활로와 고용 유지의 안정을 줄 수 있고, 회사로선 경쟁력 보전과 조직 활성화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중간관리자(팀장)의 붕괴까지 우려되는 현재 기업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필자는 전략, 신사업, IT 기획자로 24년 동안 조직에서 일했다. 현재는 리더십 코칭과 강의로 조직의 변화를 돕고 있다. 저서로는 『팀장으로 산다는 건 1, 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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