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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이사회, 현금 쌓아두고 구경만 할 건가

래리 베닝슨(Larry Bennigson) | 131호 (2013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봄 호에 실린 컨설팅 회사 세이지파트너스의 파트너 래리 베닝슨(Larry Bennigson)과 세이지파트너스의 특별 연구원 프랭크 S. 레너드(Frank S. Leonard)의 글 ‘Bringing Opportunity Oversight Onto the Board’s Agenda’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에는 현금이 넘쳐난다. 2013년 초, 금융기업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등가물의 규모가 1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1  하지만 S&P 500 지수에 포함되는 50개 기업을 상대로 최근에 실시된 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들은 자본 지출을 불과 2%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자본 지출을 꺼리면 대규모 성장 기회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2  침체된 경제 상황과 수중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고려하면 많은 기업들이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타당하게 여겨진다. 또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처럼 긴급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도전 과제에 대해 최근 진행 중인 논의에서 기업 이사회가 맡아야 할 중심적인 역할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가치 창출을 감독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사회가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들은 재계가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낮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재계는 이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보다는 기존의 가치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기대해 왔다.

 

이사회는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해 기존의 가치를 보호할 책임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책임 등 2개의 포괄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이사회가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사회의 감독 역할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다다랐다.3  위험 관리와 위험 중심 사고가 다수의 이사회 안건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사회는 업무 시간과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위험 문제에 할애한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가 위험 감독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위험 관리 산업이 충분히 발달돼 있다.4

 

안타깝게도 이사회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감독하는 데 훨씬 적은 관심과 자원을 할애한다. 가치 보호를 위해서 위험 감독이 중요하듯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기회 감독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근원적인 기회 창출 역량 감독에 깊이 개입하는 이사회는 드물다.5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이란 가치 창출을 위한 기회를 탐색하고, 인식하고, 창출하고, 추구하는 방식을 뜻한다. 물론 이사회는 대개 기회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기회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사회실에서 ‘기회 감독(opportunity oversight)’ ‘기회 창출 역량(opportunity-generating capability)’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사회의 위험 감독 역할 및 기회 감독 역할 간에 존재하는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필자들은 수십 년 동안의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이사회가 위험 관리에만 골몰한 채 기회를 외면하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성장이 약화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사회 차원의 불균형은 예상치 못한데다 바람직하지도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점차 강화되고 증폭돼 성장을 방해하며 사실상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위험 관리 옹호론자들은 자신이 제안하는 틀을 활용하면 위험과 기회를 두루 감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이런 주장을 믿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 의하면 사람들은 원래 위험을 싫어한다. 이익보다는 잠재적 위험을 좀 더 크고 즉각적인 것처럼 여긴다. 이런 태도로 인해 인지 위험 왜곡 및 잘못된 판단이 초래될 수 있다.6  위험 중심 사고(risk thinking)는 무엇이 잘못될 수 있으며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주목하는 반면 기회 중심 사고(opportunity thinking)는 무엇이 잘 될 수 있고 어떤 기회가 있는지 주목한다. 위험과 기회는 주주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 맞물려 상호 작용을 한다. 하지만 위험과 기회는 체계적으로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으며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는 위험 감독과 기회 감독 간의 불균형을 인지하고 기회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위험 감독과 기회 감독 간의 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위험 감독의 중요성 및 유효성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기회 감독

이사회는 기업의 위험을 감시하고 위험에 대처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도 감독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지속적으로 기회(신기술에서부터 신제품, 새로운 비즈니스에 이르는 모든 것)를 추구하며 이사회는 가장 중요한 기회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기업이 고려하는 기회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적 역량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사회는 드물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기회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 및 발전 상황을 적극적으로 감독하는 이사회도 많지 않다.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을 육성하는 것이 이사회의 가치 창출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이사회는 다음과 같은 2개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자사가 전략의 토대가 되는 기회를 실현할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자사가 새롭게 떠오르는 중요한 기회와 어울리도록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사회가 기회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내용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 기회를 인지하고 추구하는 문제에 관한 기업의 전반적인 접근방법.

●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회 창출 역량.

●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과 전략적 도전 과제 간의 관련성.

● 역량 개선을 위한 최고경영진의 업무 계획.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는 기업마다 다르다. 중요한 고객과의 협력 관계, 산업 단체나 자문위원회의 개입, 충분한 R&D 예산, 시장 조사를 위한 검증된 노력 등이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좀 더 포괄적인 구성 요소로는 혁신 관리 능력, 기회를 자각하는 조직 문화, 미래를 주시하는 레이더(주변 환경에서 중요한 추세와 변화를 일찌감치 포착하는 능력) 등이 있다.

 

처음에는 자사가 어느 정도의 기회 창출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적절하게 평가할 방법을 찾고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조직적 요소를 파악하는 방법을 결정하기가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 창출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조직의 위험 관리 역량을 적절히 평가하는 것보다 힘들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회 창출 역량 평가는 조직의 위험 관리 역량 평가 못지 않게 중요하다.

 

감독의 불균형

1800년대에 이사회가 설립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가치, 특히 기업 소유주의 재무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었다.7  1800년대 이후 이사회의 의무는 꾸준히 증가하고 발전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다름아닌 위험 감독이다. 지난 20년 동안 입법기관과 규제기관, 주주들은 이사회에 좀 더 강력한 위험 감독 역할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사실상 이사회가 거의 모든 불운과 잘못된 결정, 잘못된 결과, 부실한 관리 사례를 예측할 것으로 기대한다.

 

위험 관리 관행의 숫자와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위험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사회의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제한적인 공급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 또한 전혀 놀랍지 않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성장을 위협할 수도 있는 감독의 불균형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위험과 관련된 요소가 전사적인 경영 관행 및 관점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 미래 기회를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인식 가능한 자산과 매출, 시장 가치의 잠재적인 손실을 수치로 표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이사회 구성원, 최고경영진, 회계사, 분석가, 학자들은 공통된 위험 개념 및 틀, 즉 하나의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기회 감독을 위한 공통의 언어와 공통의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관리자 및 이사들과 감독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흔히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반응이 관찰된다. 첫 번째 반응은기회 관리는 CEO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 반응은이사회는 기회를 감독할 만한 경험이나 시간,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기업의 위험 관리 역량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은 CEO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기회 창출 역량 감독에 많은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회 창출 역량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이사회에 기회 감독을 위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 역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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