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10월 호에 실린 컬럼비아경영대학원 금융학 부교수 마이클 J. 모부신(Michael J. Mauboussin)의 글 ‘The True Measures of Succes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필자는 약 10여 년 전에 대형 금융 서비스 기업에서 근무했다. 어느 날, 고위급 경영자 중 한 분이 필자에게 회사 전반의 수익성 현황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필자가 소속돼 있었던 주식 부서는 투자 관리자들을 만족시키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으며 양질의 연구, 신속한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하는 주식 거래, 많은 기업들이 갈망하는 IPO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 극대화를 이뤘다.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의 숫자가 수백 개에 달했으며 우리 부서의 최대 고객은 뮤추얼펀드 회사 A사였다. 연구원들을 A사로 파견해 A사의 분석가 및 포트폴리오 관리자들과 논의를 하도록 했으며 A사가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자본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IPO를 배정할 때 A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우리 부서 직원들은 몸무게가 800파운드에 달하는 거대한 고릴라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필자가 맡은 임무 중 하나는 주식 부서의 고객별 수익성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 부서 직원들은 규모가 큰 각각의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대략적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매우 놀랍고 반직관적이었다. 기대와 달리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A사의 수익성은 최하위에 속했다. 그동안 우리 부서 직원들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알랑거렸던 A사보다 별다른 자원을 요구하지 않았던 중간 규모 고객들의 수익성이 훨씬 높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재계에서 너무도 빈번하게 관찰되는 실수 때문이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그동안 수익성을 파악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엉뚱한 지표를 측정해 왔던 것이다. 우리 회사가 성과 평가를 위한 지표로 활용해 왔던 매출은 수익성이라는 전반적인 목표와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전략 및 자원 할당에 관한 결정이 목표 달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필자는 본 논문을 통해 어떻게 이런 실수가 기업 속으로 파고들어 잘못된 결정을 초래하고 성과를 저해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어쩌면 독자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회사도 그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또한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통계 지표를 선택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머니볼이 주는 메시지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베스트셀러 <머니볼(Moneyball)>을 통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가 용의주도하게 선정한 통계 자료를 활용해 어떻게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우승 야구팀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머니볼>이 출판된 후 약 10여 년 동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사례가 기업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철저한 분석이 이뤄졌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도 <머니볼>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계속해서 엉뚱한 통계 지표에 목매는 것이 그 증거다.
루이스가 설명한 방법을 도입하기 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인재 발굴 담당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선수를 채용했다. 인재 발굴 담당자들은 선수를 평가할 때 달리고, 공을 던지고, 공을 처리하고, 공을 치고, 강하게 쳐 내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재 발굴 담당자들은 대부분 평생 동안 야구계에서 활동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선수의 잠재력과 가장 중요한 통계 지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재 발굴 담당자들의 인재 채용 기준과 직관은 실제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받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실제로 중요한 통계, 즉 확실하게 성과를 예측하는 통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당시 야구팀 감독들은 득점을 논할 때 기초적인 숫자(팀의 평균 타율)에 주목하곤 했다. 하지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경영 본부는 적절한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출루 능력이 각 선수의 득점 가능성을 훨씬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인재 시장에서 출루율은 다른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게 책정돼 있었다. 이 같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타율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쏟는 등 타율을 중시하는 본능을 애써 외면했다. 이런 노력 덕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승리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채용할 수 있었다.
주주가치 창출을 원하는 경영자들 역시 통계 지표를 선택할 때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를 측정하고, 관리하고, 전달하기 위해 기업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지표(흔히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라고 불린다)로는 판매성장률(sales growth)과 주당순이익 성장률(earning per share growth·EPS)을 비롯한 재무적 척도와 고객 충성심, 제품 품질과 같은 비재무적 척도가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살펴보겠지만 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이런 척도들은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와 그리 큰 관계가 없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엉뚱한 통계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타율을 기준으로 득점을 예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만 따지고 드는 야구선수 발굴 담당자와 마찬가지로 이런 경영자들은 어떤 지표가 자사 비즈니스와 가장 큰 관련이 있을지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자신의 직관이 옳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인지 편향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결정이 왜곡돼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필자는 현장 근무, 강의, 이런 편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등 3개의 편향이 이런 상황과 특히 커다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신. 자신의 판단과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은 신뢰가 현실과 반대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운전에서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과신이 관찰된다.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교수 데이비드 라커(David Larcker)와 브라이언 타얀(Brian Tayan)이 연구한 사례를 보자. 고객 만족이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패스트푸드 체인 B사의 관리자들은 낮은 직원 이직률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B사의 어느 경영자는 “우리는 낮은 이직률이 핵심 동인이라는 사실을 그냥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직관에 확신을 가진 B사의 경영자들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목적으로 직원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직률을 낮추면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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