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이사회, 현금 쌓아두고 구경만 할 건가

131호 (2013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봄 호에 실린 컨설팅 회사 세이지파트너스의 파트너 래리 베닝슨(Larry Bennigson)과 세이지파트너스의 특별 연구원 프랭크 S. 레너드(Frank S. Leonard)의 글 ‘Bringing Opportunity Oversight Onto the Board’s Agenda’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에는 현금이 넘쳐난다. 2013년 초, 금융기업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등가물의 규모가 1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1  하지만 S&P 500 지수에 포함되는 50개 기업을 상대로 최근에 실시된 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들은 자본 지출을 불과 2%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자본 지출을 꺼리면 대규모 성장 기회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2  침체된 경제 상황과 수중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고려하면 많은 기업들이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타당하게 여겨진다. 또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처럼 긴급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도전 과제에 대해 최근 진행 중인 논의에서 기업 이사회가 맡아야 할 중심적인 역할은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가치 창출을 감독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사회가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들은 재계가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낮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재계는 이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보다는 기존의 가치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기대해 왔다.

 

이사회는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해 기존의 가치를 보호할 책임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책임 등 2개의 포괄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이사회가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사회의 감독 역할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다다랐다.3  위험 관리와 위험 중심 사고가 다수의 이사회 안건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사회는 업무 시간과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위험 문제에 할애한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가 위험 감독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위험 관리 산업이 충분히 발달돼 있다.4

 

안타깝게도 이사회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감독하는 데 훨씬 적은 관심과 자원을 할애한다. 가치 보호를 위해서 위험 감독이 중요하듯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기회 감독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근원적인 기회 창출 역량 감독에 깊이 개입하는 이사회는 드물다.5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이란 가치 창출을 위한 기회를 탐색하고, 인식하고, 창출하고, 추구하는 방식을 뜻한다. 물론 이사회는 대개 기회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기회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사회실에서 ‘기회 감독(opportunity oversight)’ ‘기회 창출 역량(opportunity-generating capability)’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사회의 위험 감독 역할 및 기회 감독 역할 간에 존재하는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필자들은 수십 년 동안의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이사회가 위험 관리에만 골몰한 채 기회를 외면하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성장이 약화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사회 차원의 불균형은 예상치 못한데다 바람직하지도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점차 강화되고 증폭돼 성장을 방해하며 사실상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위험 관리 옹호론자들은 자신이 제안하는 틀을 활용하면 위험과 기회를 두루 감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이런 주장을 믿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 의하면 사람들은 원래 위험을 싫어한다. 이익보다는 잠재적 위험을 좀 더 크고 즉각적인 것처럼 여긴다. 이런 태도로 인해 인지 위험 왜곡 및 잘못된 판단이 초래될 수 있다.6  위험 중심 사고(risk thinking)는 무엇이 잘못될 수 있으며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주목하는 반면 기회 중심 사고(opportunity thinking)는 무엇이 잘 될 수 있고 어떤 기회가 있는지 주목한다. 위험과 기회는 주주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 맞물려 상호 작용을 한다. 하지만 위험과 기회는 체계적으로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으며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는 위험 감독과 기회 감독 간의 불균형을 인지하고 기회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위험 감독과 기회 감독 간의 균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위험 감독의 중요성 및 유효성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기회 감독

이사회는 기업의 위험을 감시하고 위험에 대처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도 감독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지속적으로 기회(신기술에서부터 신제품, 새로운 비즈니스에 이르는 모든 것)를 추구하며 이사회는 가장 중요한 기회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기업이 고려하는 기회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적 역량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사회는 드물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기회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 및 발전 상황을 적극적으로 감독하는 이사회도 많지 않다.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을 육성하는 것이 이사회의 가치 창출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이사회는 다음과 같은 2개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자사가 전략의 토대가 되는 기회를 실현할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자사가 새롭게 떠오르는 중요한 기회와 어울리도록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사회가 기회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내용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 기회를 인지하고 추구하는 문제에 관한 기업의 전반적인 접근방법.

●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회 창출 역량.

●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과 전략적 도전 과제 간의 관련성.

● 역량 개선을 위한 최고경영진의 업무 계획.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는 기업마다 다르다. 중요한 고객과의 협력 관계, 산업 단체나 자문위원회의 개입, 충분한 R&D 예산, 시장 조사를 위한 검증된 노력 등이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좀 더 포괄적인 구성 요소로는 혁신 관리 능력, 기회를 자각하는 조직 문화, 미래를 주시하는 레이더(주변 환경에서 중요한 추세와 변화를 일찌감치 포착하는 능력) 등이 있다.

 

처음에는 자사가 어느 정도의 기회 창출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적절하게 평가할 방법을 찾고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조직적 요소를 파악하는 방법을 결정하기가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 창출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조직의 위험 관리 역량을 적절히 평가하는 것보다 힘들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회 창출 역량 평가는 조직의 위험 관리 역량 평가 못지 않게 중요하다.

 

감독의 불균형

1800년대에 이사회가 설립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가치, 특히 기업 소유주의 재무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었다.7  1800년대 이후 이사회의 의무는 꾸준히 증가하고 발전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다름아닌 위험 감독이다. 지난 20년 동안 입법기관과 규제기관, 주주들은 이사회에 좀 더 강력한 위험 감독 역할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사실상 이사회가 거의 모든 불운과 잘못된 결정, 잘못된 결과, 부실한 관리 사례를 예측할 것으로 기대한다.

 

위험 관리 관행의 숫자와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가 위험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사회의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제한적인 공급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 또한 전혀 놀랍지 않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성장을 위협할 수도 있는 감독의 불균형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위험과 관련된 요소가 전사적인 경영 관행 및 관점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 미래 기회를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인식 가능한 자산과 매출, 시장 가치의 잠재적인 손실을 수치로 표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이사회 구성원, 최고경영진, 회계사, 분석가, 학자들은 공통된 위험 개념 및 틀, 즉 하나의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기회 감독을 위한 공통의 언어와 공통의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 관리자 및 이사들과 감독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흔히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반응이 관찰된다. 첫 번째 반응은기회 관리는 CEO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 반응은이사회는 기회를 감독할 만한 경험이나 시간,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기업의 위험 관리 역량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은 CEO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기회 창출 역량 감독에 많은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회 창출 역량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이사회에 기회 감독을 위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가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 역시 변해야 한다.

 

 

 

 

기회 창출 역량

필자들은 지금껏 기업이 뛰어난 기회 창출 역량을 보유해야 하며 이사회가 효과적으로 기회를 감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혁신을 강조하고,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다른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계획은 기회 창출 역량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기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과정인 이사회의 연간 전략/비즈니스 계획 검토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를 통해 필자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가치 창출 역량을 탐색하고, 창출하고,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실현하기 위해 조직 프로세스와 관리 프로세스를 두루 활용하는 능력이다. 기업의 효과적인 기회 창출 역량 구축 및 이사회의 효과적인 기회 창출 역량 감독을 위해서는 이사회와 고위급 경영진 사이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협력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또한 기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가치 창출 성과를 달성하고 유지하는지 이해하고 감시하는 이사회가 필요하다.

 

필자들의 경험에 미뤄보면 성공적인 기회 접근방법은 전략과 프로세스, 사람을 통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각화된 대기업인 3M은 잘 발달된 기회 창출 역량을 통해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3M의 기업 책자에는혁신 문화 3M의 가치 창출 노력을 상징하는 특징이라고 소개돼 있다.8  하지만문화혁신만으로는 기회를 포착하고 추구하기 위한 3M의 심층적인 노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대신 3M은 다음과 같은 말로 자사의 기회 철학(opportunity philosophy)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한다. “수많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격언을 받아들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3M의 비즈니스 모델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을 발명해 유기적 성장을 장려하는 것이다.”9  3M은 이런 목표를 지지하기 위해 40개 이상의 기술 플랫폼과 인사 정책(기회와 연계된 보상, 경력 계발, 기술 직원들이 근무 시간 중 15%를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 할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15% 규칙), 다양한 조직 프로세스를 결합한 통합적인 기회 창출 역량을 의식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3M은 이를 위해 사내 아이디어 시장을 확립하고, 탐구를 위한 투자를 지지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아이디어 공유와 위험 감수, 끈기를 권하는 조직 문화를 장려했다. 3M의 공식을 복제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3M 경영진은 매우 뛰어난 자사의 기회 창출 역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배웠다. 2001년에 전사적으로 식스시그마(Six Sigma) 프로그램을 도입한 3M 경영진은 이 프로그램이 창의성을 억압해 기회 창출 역량을 저해시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10  좀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감독했더라면 식스시그마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면을 포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기회 창출 역량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목표다. 기회와 위험 간의 균형은 역동적이어야 한다. 또한 각 기업은 자사의 균형을 발견하고 보호해야 한다.

 

기업은 사내에서 기회 창출 역량 구축을 시도할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기회 창출 역량을 확보할 수도 있다. 애플(Apple)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최근 애플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애플 경영팀이 엄청난 시장 기회를 상상하고 시장 기회를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부 역량을 구축하지 않았더라면 애플의 주주 가치가 지금쯤 어느 정도일지 질문을 던져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반대로 몬산토(Monsanto)는 화학기업에서 생명과학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G.D. (G.D. Searle & Co.)을 인수하는 방안을 택했다.

 

2010, 영국 기업과 네덜란드 기업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PLC(Unilever PLC) CEO 2020년까지 환경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50%로 낮추는 동시에 자사의 매출을 두 배 늘릴 것이라고 공개 발표했다. 유니레버 CEO가 발표한 목표는 주주와 투자자들을 향한 약속이다. 그와 동시에 유니레버에 전례 없이 다양한 기회를 추진하고 기회 창출 역량 확대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요구한다. 유니레버 경영진은 혁신적인 기술이 R&D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지만 그와 동시에 소비자의 취향, 습관, 행동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통해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유니레버는 기회를 추구하기 위해 6개의 글로벌 연구 센터 및 100개가 넘는 글로벌/지역 개발 센터에 투자를 한다. 유니레버 브랜드에 걸맞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도록 R&D팀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매 단계에서 개발팀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유니레버는 기회 창출 역량이 균형을 잡기 위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유니레버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한편으로는 정확하게 차세대 혁신 아이디어를 찾아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속하게 경쟁기업의 행동이나 시장점유율 확보 기회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11

 

반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스트바이(Best Buy)와 노키아(Nokia), 소니(Sony) 사례는 제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경쟁 태도를 벗어나 가치 창출 기회를 찾아내고 추구하는 데 실패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잘 보여준다. 세 기업은 모두 가치 창출 기회를 찾아내고 추구하는 데 실패한 탓에 급격한 주주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이사회가 기회 창출 역량 감독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더라면 이 기업들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일부 기업들은 기회 창출 역량의 취약성과 기회 자체의 부족을 혼동한다. 하지만 그간 필자들이 경험한 바를 토대로 살펴보면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려면 가치 창출 역량을 상상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기회 창출 역량은 기업이 창출하는 기회의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위험 감독과 기회 감독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하는 한 기업은 바람직한 수준을 넘어 좀 더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기회와 위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직면하는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 중 하나다. 물론 조직 차원에서 지나친 위험 감수와 기회주의에 대비하려면 위험을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회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떻게 위험 기반 사고를 적용해야 할지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위험 관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타성에 젖고, 결정이 지연되고, 기회를 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은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기회 감독을 위한 단순한 모형을 제안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이사회는 위험 관리 감독을 위한 도구에 비해 기회 감독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가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사회는 기회 창출 활동을 감독하는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현 상황을 정직하게 평가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효과적인 기회 감독을 위한 방법참조.)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자사가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갖고 있는가?’ ‘자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회 창출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이사회가 평가할 수 있는가?’

 

많은 기업들이 기회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도입한다. 필자들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회 창출 역량에 진지하고 장기적인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회 감독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이사회는 매우 드물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 상장된 30개 기업의 지배 구조 문서를 살펴본 결과, 기회 감독을 위해 나름대로의 접근방법을 개발한 몇몇 기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알트리아그룹(Altria Group),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머크(Merck), 화이저(Pfizer), P&G, 월마트(Walmart) 등 최소한 7개가 넘는 기업들이 좀 더 기회 중심적인 이사회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7개 기업의 각 이사회는 기회 창출 역량을 구성하는 전략적 요소에 주력하는 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사회 구조가 이사회가 채택한 관행의 유효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없듯이 공식적인 지배 구조 문서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수나마 고무적인 사례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동물 사료 및 물고기 사료 부문에서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기업 뉴트레코(Nutreco)는 기회 관리를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 뉴트레코 이사회는 혁신/지속 가능성 위원회를 설립해뉴트레코의 혁신 안건을 감독할책임을 맡겼다.12  2012, 뉴트레코의 혁신/지속 가능성 위원회는 기회 감독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뉴트레코의 기회 창출 지침 역할을 하게 될 뉴트레코지속 가능성 비전 2020(Sustainability Vision 2020)’을 발표했다.

 

기업이 뉴트레코처럼 기회 감독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려면 이사회가 자체적인 도구와 관행을 개발해야 한다. 이사회의 기회 감독 역량을 강화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사회가 이런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CEO가 기회를 활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이사회 구성원들이 열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이사회와 고위경영진이 협력을 하려는 의사와 협력에 참여할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치 보호가 이사회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위험 감독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치 보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치 창출이다. 이사회는세계 수준의 기회 감독을 우리 회사에 적용하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미래 창조 역량은 기업이 갖춰야 할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따라서 이사회는 기업의 미래 창조 역량에 정면 대응해야만 한다.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토대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래리 베닝슨·프랭크 S. 레너드

래리 베닝슨(Larry Bennigson)은 컨설팅 회사 세이지파트너스(Sage Partners)의 파트너이며 상장 기업에서 선임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을 지내는 등 여러 기업의 이사회에서 활동해 왔다. 또한 베닝슨은 하버드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프랭크 S. 레너드(Frank S. Leonard)는 세이지파트너스의 특별 연구원으로 30년 동안 독립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해 왔으며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319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