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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은 신뢰다

조영호 | 13호 (2008년 7월 Issue 2)
미국 심리학자 로지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메시지를 잘 읽고 그 메시지에 동의하는 지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였다.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약간의 반란은 좋은 것이며, 자연계에서의 폭풍처럼 정치계에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약간의 조작을 가했다. 한 반에서는 이 메시지에 ‘토머스 제퍼슨’, 다른 반에서는 ‘니콜라이 레닌’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인 두 사람의 이름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제퍼슨을 본 반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메시지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레닌을 본 반에서는 반대로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잘 읽고 반응하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학생들은 메시지보다 그 메시지를 이야기한 ‘사람’에 대해 반응한 것이다. 제퍼슨은 미국 제3대 대통령으로서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반면에 레닌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에 속한다. 존경하는 사람이 이야기했으니 맞는 이야기일 거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야기했으니 틀린 이야기일 거라고 답한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심리다. 많은 경우 말의 내용보다 말을 하는 사람이 문제가 되고, 정보나 지식 자체보다 그것이 제공되는 상황이나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이성보다 감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신뢰하는 사람이 이야기하면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그러나 싫어하거나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이 이야기하면 아무리 ‘좋은’ 얘기, ‘옳은’ 얘기라 하더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하려 한다.
 
변화를 추진하고 개혁을 시도할 때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해진다. 익숙한 것은 버려야 하고 불편은 감내해야 하며, 심지어 기득권도 내놓아야 하는 것이 변화인데 여기에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이 ‘인지적 접근’이다. 정보를 주고 교육을 시킨다는 이야기다. 숫자를 나열하고, 과학을 동원하며, 논리로 사람들을 제압하려 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누가 이야기하는가? 저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뭔가 꿍꿍이가 있지는 않은가?
 
변화를 추진하려면 변화를 추진하는 주체가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들은 변화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희생하고 진정한 대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나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정서적 신뢰의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신뢰의 위기인 것이다. 변화와 개혁에 성공하려면 우선 신뢰받는 사람들로 팀을 짜야 한다.
 
필자는 아주대와 KAIST를 졸업하고 프랑스 엑스마르세유제3대학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조직학회 등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으며, 풍부한 기업 컨설팅 경험을 보유한 조직문화 및 조직변화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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