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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기업

신성미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 “혁신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위기 상황에 용감하게 대처한 기업이 위기가 끝난 뒤 한층 강해질 것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이런 진부한 말들이 들린다. 위기에 맞설 방법으로 거론되는 전략들도 뻔하다. 혁신, 신규 시장 창출, 다각화, 인수, 수직 통합, 새 비즈니스 모델, 직원들의 능력 향상….
 
<히든 챔피언>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의 경영 석학 헤르만 지몬은 이와 같은 방법들이 경제위기에 부딪힌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방법들은 장기 전략으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위험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단기 전략으로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방법들은 많은 자원과 현금을 필요로 하며, 대개 수년이 지나서야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으면서도, 몇 주 또는 몇 달 내에 판매량, 매출, 현금 흐름, 수익에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해법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러한 ‘속성 해법’ 3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2007년부터 지속된 금융위기로 고객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안전과 자금 조달을 더욱 중시한다. 가격 탄력성 또한 변화하는데, 위기가 닥치면 가격을 내려도 판매가 예상만큼 늘지 않고 가격을 올리면 판매는 두드러지게 감소한다. 기업은 이러한 고객 행동 변화에 맞춰 속성 해법을 짜야 한다.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속성 해법으로는 우선 소비자에게 다양한 보장(warranties)을 제안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구매 시 소비자의 위험을 낮춰주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퓨전소프트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1년 내에 판매가 2배로 늘지 않는 고객사에 환불을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고객의 구매 저항이 상당히 줄었다.
 
영업력을 키워 단시간 안에 매출을 늘리는 것도 속성 해법이다. 저자는 금속업계에서 영업 사원이 고객과의 연락 및 방문 등 ‘핵심 판매 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전체 근무 시간의 48%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영업 프로세스를 조정해 영업 사원들이 핵심 판매 활동에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업무를 재배치하면 된다. 위기땐 업무가 많지 않아 시간이 남는 직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고객 문의에 답하고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는 업무를 맡기면 된다. 사무직원들을 영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도 좋다. 경쟁사의 영업 사원을 스카우트하는 방법도 있다. 경쟁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 우수한 영업 사원들이 이직을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훌륭한 직원을 좀 더 쉽게 스카우트 할 수 있다. 이런 직원들은 이미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단기간에 매출을 개선할 수 있다.
 
저자는 불황이라고 해서 무작정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가격을 내리면 경쟁사들도 덩달아 가격을 인하하기 때문에 기대만큼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다. 때문에 직접적인 가격 인하보다는 간접적인 할인이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대량 구매 시 가격을 깎아주거나,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사면 할인해주는 ‘묶음가격전략’을 쓰거나 ‘덤’을 끼워주는 방법이 있다. 간접 할인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도 되므로 직원들을 해고할 필요가 없다. 만약 가구회사에서 100달러짜리 가구를 덤으로 줬다면, 가구회사로서는 변동비만 계산하면 되므로 그보다 적은 돈을 들인 셈이지만 고객은 100달러짜리 가구를 공짜로 얻었다고 생각하는 이점이 있다. 저자는 “위기 시에는 시장점유율보다는 수익과 현금 흐름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경쟁사들끼리 공격적인 가격 대응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위기를 이기는 속성 해법이다. 제조업체라도 매출의 상당부분이 서비스에서 나온다. 독일의 기벨러는 대형 석유 탱크를 만드는 회사다. 금융위기 이후 신규 주문이 줄자 기벨러는 이미 설치된 석유 탱크를 대상으로 청소, 찌꺼기 제거, 세제 제거, 내부 코팅 작업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미 자사의 석유 탱크를 설치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DBR 42호 스페셜 리포트 ‘Servicizing’ 참조)
물론 헤르만 지몬이 이 책에서 제시한 33가지 속성 해법을 모두 실행하긴 힘들다.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 제품, 시장, 경쟁, 원가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직원들이 그 해법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실무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파이의 크기가 커져도 파이가 결코 공정하게 분배되진 않음을 세계사는 보여줬다. 일부 사람들만 파이를 만드는 법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답은 파이 만드는 법을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잠재력과 능력이 있기에 자기 삶의 경영인이 될 수 있다”며 대안 경제학으로 ‘휴머노믹스’를 제안한다. 이는 ‘배우는 법에 대한 교육’을 뜻한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하는 경제학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업 내부 자원의 연구개발(R&D) 및 혁신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P&G, 인텔, IBM, 제록스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혁신 사례를 근거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소개한다. 이는 기업 외부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혁신을 가속화하는 전략이다.(▶DBR 45호 스페셜 리포트 ‘R&D Innovation’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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