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Coaching

“못난 놈” 꾸중 들으며 자란 2세·3세 자존감 낮아져 기업에 독이 될 수도

193호 (2016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 산업화가 시작한 이후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수많은 기업들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대교체에 불안을 느끼는 2세와 3세가 많다. 특히 성장과정에서부터 겪은 아버지와의 갈등이 긴장감을 고취시키고, 이것이 개인적, 조직적 불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비난과 폭력을 행사하는 창업주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초로(初老)의 자식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재계 리더도 있다. 그렇게 키운 아들은 자존감이 낮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도 믿지 못한다. 격려가 인색한 아버지 밑에서 자기효능감을 쌓을 기회를 잃었다. 아들이 앞으로 큰 사업을 잘 일궈나가게 하려면 그가 바로 설 수 있게 등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이미 아들의 상처를 보듬기엔 늦었다고 판단된다면 지난 세월의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후계자는 스스로 심리적 힘을 키워야 한다.

 

영화베테랑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인간적인 열혈 형사들과 극악한 재벌 3세 및 그의 비호세력들 간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그래서 선과 악이 명확하다. 나약한 듯 보이지만 가난한 자와 어린이의 편이었던 선()은 결국 철옹성 같던 악질적 자본에 수갑을 채운다. 하지만 선과 악이 아닌불쌍한 사람으로 시선을 바꾼다면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산과 악을 떠나 등장인물 중 불쌍한 사람은 누구일까.

 

배우 유아인이 영화 속에서 연기한 재벌 3, 조태오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막장 드라마의 주인공 요건을 다 갖췄다. 외모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매너 역시 기가 막히다. 아버지 병문안을 가기 위해 탄 병원 엘리베이터에서는 경호원들의 제지를 만류하며 휠체어를 탄 환자들을 친절히 태워준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 아량도 넓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는보이는것에 불과했다. 실상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까 안절부절하고 연예인들과 환각파티를 벌이며,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직접 마약까지 투여하며 낙태를 종용하는 망종이다.

 

하청의 하청으로 몇 백만 원을 떼여 1인 시위를 하는 트럭 운전수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유혈이 낭자한 주먹다짐을 시키고는 수표 몇 장 들려 내보낸다. 그것도 어린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항의를 계속하는 운전수를 결국 직접 때려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기에 이른다. 이를 파헤치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 경찰을 살인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한다. 마치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들을 짜깁기한 듯 끔찍하지만 익숙한 시나리오다.

 

재벌가 가정의 명암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불쌍한 사람은 누구일까. 억울하게 죽은 서민, 자본의 잔혹함을 맛본 사람들은 분명 피해자다. 그러면 조태오는 어떤가. 극악한 범죄자지만 그의 성장과정을 보면 인간적인 동정심이 우러나기도 한다. 그는 재벌가 출신이긴 하나 서자다. 그의 가정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치열한 전쟁터였다. 아버지의 인정과 관심을 통해 얼마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물려받느냐 하는 전쟁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배가 다른 형과 누나를 뛰어넘어야 했다. 그의 실제 꿈 따위는 가족 중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사업에서 이겨야 했고, 이 전쟁의 심판은 아버지였다.

 

 

 

 

이는 재벌이 아니라도 자수성가한 기업가 가정에서 쉽게 목격이 된다. 큰 사업을 일으키거나 물려받은 재벌가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려 한다. 본인이 사업을 일으키는 동안 지켜본 험한 세상을 한없이 약하기만 한 내 자식이 이겨낼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일군 사업을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내 자식은 장성을 해도 아이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1세들의 심리 속에는 은연중 2세에 대한 질투심도 내재돼 있다. 나는 온갖 고생을 해서 이렇게 힘들게 기업을 일궜는데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나온 아들이 얄미울 수 있다. 그런데도 단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헤매는 아들이 그렇게 못나 보일 수 없다.사업을 일구는 동안 기득권, 자본가들에갑질을 당했던 생각을 떠올리면 태어날 때부터 기득권, 자본가인 아들의 얼굴에까지 그들에 대한 적대감이 투영된다. 게다가 부자 관계에는 본원적으로 긴장감이 존재한다. 프로이드는 이를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 같은 2세라도 딸보다 아들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그리고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 언어적, 심지어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 재벌가의회장님이 아들에게 폭력을 가한다고 이를 말릴 사람은 거의 없다.

 

 

성장과정에서 으레 겪는 좌절과 실패 때마다 아들은 아버지와의 사이에 이런 갈등과 긴장감을 경험한다. 실제로 경영자와 후계자 사이에선 이런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들을 어린 아이 나무라듯 큰소리로 꾸짖는 대기업 오너도 있다.

 

아랫사람들 앞에서 이런 일을 겪은 아들은 자존심은 둘째치고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제왕적인 아버지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된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전쟁이라는 링 위에 홀로 세워진 아들의 중압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링은, 혹시라도 생존하지 못한다면 한 푼도 쥐지 못하고 쫓겨날 수 있는 가혹한 시험대다. 물질적 풍요에 익숙한 이에게 돈 없는 인생이란 공기 없는 세상, 죽음과도 같다. 특히 이 링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한 푼도 쥐지 못하고 쫓겨날 수도 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던 이에게 돈 없는 인생은 공기 없는 삶이고,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아버지 눈 밖에 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깥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들에겐 애초부터 없었을지 모른다.

 

재벌가 아들이 아버지에게 받은 무시와 가혹함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람이기도 한 조직원들을 갖은 핑계로 무시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하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

 

이렇게 가혹한 싸움이지만 이런 환경에서 자란 2, 3세는 모든 경쟁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세상 사는 데에 가장 강력한 심리적 힘은 자존감이다. 이 자존감이 있을 때, 정정당당한 경쟁을 할 수 있고, 모험과 도전을 할 수 있고,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자존감은 부모의 인정과 격려를 통해서 생성이 된다. 오히려 강하게 키운다는 미명하에 가혹한 기존을 들이대며 부족함을 계속 강조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자존감은 생길 수가 없다.게다가 아버지는 내가 봐도 대단한 사람이다. 따라서 아버지보다 좋은 교육을 받고 훌륭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마음속에서는 열등감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남들이 볼 때는 대단한왕관을 쓰고 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마저 (나만큼이나) 나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조태오는 어려서부터 갖은 폭력에 노출된 아동학대 피해자다. 자아 존중감도 낮다. 아버지와 형에게 얻어터진 뒤 집 밖에 나와 초등학생에게뭘 째려봐라고 시비를 걸 정도로 찌질한 어른으로 자랐다.

 

이러한 재벌가 아들이 아버지에게 받은 무시와 가혹함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사람이기도 한 조직원들을 갖은 핑계로 무시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하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 이들은 내면적으로 인간적 갈등이나 죄책감이 들더라도 그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뿐이라고 위로하며 심리적 갈등을 해소한다.

 

조직원들에게 가혹한 대접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후계자들도 많다. 물론 이러한 폭력은 복종을 낳지 존경과 사랑을 낳지 않는다. 게다가 스스로 이룬 것도 없는 젊은금수저은수저가 하는 말을 충심으로 따를 부하직원은 많지 않다.

 

 

아들이 무기로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은 돈과 지위뿐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고, 진정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중에 기본 욕구다. 배우자에게 존중을 받는다면 그나마 상황을 개선할 수 있지만 결혼마저도 정략적 차원에서 강요된 선택이었다면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결국 그는 폭력이나 마약, 향응을 통해 자신을 잊는 것 외에는 대안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건강한 삶을 개척할 수도 있지만 조태오처럼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주위에는 사실 다양한 스케일과 버전의 조태오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잘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폭력에 익숙해진 나머지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후계자들도 있다. 그들은 기이한 행동을 하거나 고도로 지능화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불행한 개인사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본격적 산업화가 시작한 이후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수많은 기업들이 세대 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아들은 평생 아버지의 그라운드에서 뛰게 된다. 훌륭한 2세와 3세도 많지만 불행한 2세와 3세는 대부분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강하게 키우는 게 답일까

 

강하게 키워야 훌륭한 리더가 될까. 그럴 수도 있다. 아버지의 강한 기질을 물려받아 아버지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혹은 그 아픔을 승화시키거나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매우 많다. 실제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리더 가운데 아버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무기력한 경우가 많았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아버지는 가난한 열차 검표원이었다. 직업 특성 탓에 아들과 함께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부모의 이혼으로 친아버지는 10살 때 단 한 차례밖에 만나지 못했다. 그 외에는 잠시 의붓아버지와 살거나 아버지 없이 자랐다. 빌 클린턴도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고 정주영 회장도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홀로 성장했다. 노벨상 수상자와 정상에 올라선 리더와 기업가들 중에도 유복자가 적지 않다. , 아버지가 강하게 키워야만 강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 사례도 많다. 물론 전통적인 엄한 아버지의 모습이 보편적이었던 시대에 성장한 세대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실제 기업 코칭 과정에서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비난과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심지어 초로(初老)의 자식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재계 리더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키운 자식은 자존감이 매우 낮아질 확률이 높다.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격려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늘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자랐기에 자신이 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는지를 보고 자신의()’을 형성하는데, 이 가운데 이 부정적 평가가 많아지면 아이 스스로가 자신은못난 놈이라는 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강한 아버지 가운데 자식에게못난 놈이란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속뜻은 자극을 받아 더 잘하라는 것일테다. 하지만 아버지의 발언 취지와 달리 아이는 자신이 실제로 못났다고 생각해 버리고 만다. 게다가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갖은 역경 속에서도 일어 선 자신에게 설정했던 기준을 적용하거나 자신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에게 자신이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잘해내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아이로 보이지 않고, 미래의 경영자로 보이기에 어린 시절에 당연히 나타나는 수많은 실수를 그냥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자유롭게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라야 하는데,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바로 잡아놓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어린 아이를 더욱 무섭게 몰아세우는 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무언가를 새로 시도한다거나 용기를 내어 개척하는 행동 등을 애초에 포기하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은 기분을 갖게 되고, 아버지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미생으로 남게 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이 어린 시절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식이 장성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은 아들도 어린 아이처럼 보인다. 계속 믿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부모들이 이런 불신을 드러낼 때 생겨난다. 부모의 질책이 이어지면 아들은 아버지의 말대로 상황에 순응하는, ‘부족한어린 아이로 남는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신의 중요한 역할을 잊고, 좋은 학교와 좋은 선생이 그들을 훌륭한 경영자로 키워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부모로부터 인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되기 어려운 것이다.

 

부모의 올바른 대응 방법은?

 

1, 혹은 2세 경영자들은 내가 세운 사업을 내 자식이 더 크게 키워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아들의 어떤 면을 강하게 키워야 하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아들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면 폭력에 대한 맷집이 강해질 뿐이다. 이 과정에서 망가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존감이 강한 아이를 만들어야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해지고 사업도 키워나갈 수 있다. 자기가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며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자존감의 핵심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 사이에 인기인 스칸디 대디(Scandinavian daddy, 북유럽 스타일의 육아로 엄마만큼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친구처럼 다정한 아빠)는 아들을 자존감과 책임감이 강한남자로 키우려 한다. 이를 위해선 기다림,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이를 잘하려면 마음으로만 말고 표현해야 한다. 사업을 물려받기 전까지는 부모가 그렇게 혹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혹독한 사업에 나서기 전에 몸과 마음을 잘 다져놓는 것이 중요한데, 자존감, 자기 효능감, 자율성, 책임감 같은 게 더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자식에게 부모는세상이다. 자식은 부모를 꺾고 나가야 세상을 꺾을 수 있다. 부모가 꺾을 수 없는 철옹성이면 그는 세상에 정면 승부를 할 수가 없게 된다. 부모는 어느 순간 져주어야 한다. 나약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이다 보니 부모에 순응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부모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부모의 사랑과 인정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사춘기 때 인간은 독립된 개체로서의 첫발을 내딛는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에 대한부정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전면적 부정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 만들어 간다. 또한 이 시기에 인간은 자신이 얼만큼 세상을 이길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한다. 이것이 바로 반항이다. 사회와 부모에 대한 반항은 자아가 생기고 어른이 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부모는 자식에게 져줘야 한다. 그래야 그 기세를 몰아 세상과 맞설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부모가 져주지 않고 더 큰 힘으로 그 반항을 꺾어버린다면 인간은 부모에게 순응하는 것이 유일한 자기의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를 증오하면서도 의존하게 된다. 이를 통한 결과물이 마마보이, 마마걸이다. 마마보이와 마마걸의 기본 정서는 애정이 아니라 뿌리 깊은 두려움이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부모에게 맡기고, 무기력하게 부모를 따른다.

 

자존감과 함께 성공을 예측하는 심리적 요소는 자기 효능감이다. 이는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며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실제 실력을 능가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훌륭한 부모는 자식이 이런 자기 효능감을 느낄 기회를 마련해 준다. 자기 효능감은 보통 설득이나 성공의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형성이 된다. ,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하다. 해 본적 없는 일 앞에서 할 수 있다는 격려가 자기 효능감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성공을 했을 때 더 큰 자기 효능감을 갖게 된다. 작은 일에서 성공을 반복하면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끈기와 노력도 이끌어낸다.

 

자식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올리고자 하는 욕심에 부모들이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해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거나 갖은 수단을 동원해 교내외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하고, 명문 학교에 진학시키며, 리더 자리에 앉게 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친구들 앞에서 우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스스로 최선을 다해 도전을 하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경험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도전하고 성공하지 못한 데서 오는 섭섭함이나 아쉬움, 도전에 대한 의지의 기회도 주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취한 창업주들은 자식에게 이런 도전과 성취를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줘야 한다. 그리고 실패와 패배를 맛볼 기회도 줘야 한다. 실패와 패배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시행 착오를 통해 더욱 강한 자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는 그 자녀가 몇 살이건 성인이 됐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사람은 기대에 부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가 스무 살이건 중년에 들어섰건, 지금부터라도 인생에 책임을 지고,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나가도록 해야 한다.우리보다 근대화가 일찍 이뤄진 서구나 일본에서 자식들이 스무 살이 되면 월세를 얻어 독립하도록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물리적 독립은 정신적 독립의 기초가 된다. 또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독립을 이뤄야 온전한 성인으로 독립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재벌 2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대학 생활을 일본에서 했다. 차를 좋아했던 이 회장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중고 차를 구입해 튜닝을 한 뒤 비싸게 되파는 일을 하는 등 자신의 무언가를 계획하고 이뤄내는 경험을 했다. 레슬링 선수 생활을 한 것 역시 아버지 개입 없이 영욕을 맛보고 성장할 수 있는 세계였다.

 

 

전 세계 경제, 학계, 문화계 등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유태인들의 경우도 열여섯 살에 가족 친지가 목돈을 마련해 줘 종잣돈을 관리하고 운영하도록 한다. 그리고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독립을 시킨다는 것은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 세계의 리더를 선발해 교육한다는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요구하는 것도 학생의 이러한 자질이다. 성적은 그러한 자질을 설명해주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기타를 홀로 배워 학교 밴드부를 만든 노동자 계급 출신의 한인 학생이 그리 높지 않은 성적에도 하버드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버드대 측이 이렇게 강한 자아와 심리적 힘을 가진 학생이 결국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를 더욱 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이런 일들을 마련하면 된다. 울타리 바깥에서 성장해서 돌아올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 부모의 도움 없이 무엇이든 이뤄 오도록 요구하거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무전 세계 일주가 되었건, 창업이 되었건, 공부가 되었건, 본인이 선택하여, 본인이 홀로 오롯이 무언가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1세가 성장한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설령 사업이 아니더라도 거기서 얻은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 자율성과 책임감이 그들을 진정으로 강한 자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기회를 모두 놓쳐 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과다. 자식에게 자신의 의도를 솔직히 털어놓고, 지난 세월의 폭력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차마 그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고 부모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경제적인 것으로 그 마음을 대신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역효과만 낸다. 부모가 죽으면 다 내 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마 부모에게 사과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 티켓이다. 사과도 한 번 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진다. 독일이 전쟁 피해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과는 망가진 가족 관계를 개선시키고, 개인적 상처를 치유하며, 자식은 드디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다.그리고 아버지만 만족시키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 명을 책임지는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진정 내 사업을 아낀다면, 내 자식을 아낀다면 한 번은 내 등을 내 주어야 한다. 사업할 때,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부탁하고 읍소해 본 적이 있는가. 자식에게 눈 딱 감고 그때처럼 하면 된다. 내 자식은 나 개인과 내 사업에 있어 그들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다.

 

후계자로 살아가려면

 

자존감을 키워주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부모를 원망해봐야 소용없다. 그가 사과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의미 없다. 스스로 일어나야만 한다.

 

경영 승계는 프로토콜이 있을 것이고, 경영 지식이야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학습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미숙해도 중간 승계 과정을 도와줄 유능한 경영진이 있으니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내가 심리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이런 어린 시절을 겪고, 아직도 이런 아버지를 겪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내 정신이 건강해 지지 않으면 경영지식도, 그 어떤 경영방식도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종업원, 고객, 그리고 이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돌보는 것이다.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 폭력으로 얼룩진 어린 시적을 보낸 사람들을 상담하는 방법은 그들에게 끊임없는 격려와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마구잡이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넥타이 색깔 잘 골랐다” “밥 잘 먹는다” “시간 딱딱 잘 지킨다” “잘할 수 있다같은 칭찬과 격려 말이다. 물론 이런 격려가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런 것이 필요한 존재다. 이런 칭찬은 진정성이 없지 않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결과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면 더욱 좋다. ‘Self-talk’라는 셀프 리더십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게 어렵다면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배우자를 얻는 것이다. 함께 살다 보면 좋은 소리만 하긴 힘들겠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하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좋다.

 

만약 그럴 형편이 안 된다면 서포트 그룹을 만들어라. 가능하면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절대적 지지 그룹이 좋다. 무슨 말을 해도 받아주고, 서로의 편이 돼 줄 수 있는 그룹을 만들면 좋다. 이는 조언 그룹과 다르다.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일 필요도 없다. 그냥 마음 편하게 내 편만 들어주는 사람들이다. 내 마음을 터 놓을 수 있으면 좋다. 간혹 같은 2세 모임에서 이런 좋은 사람들의 그룹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그룹마저 만들기 어렵다면 멘토가 있으면 좋다. 현명한 시각을 갖고 있으며 지나치게 비판적이지 않고, 유머도 갖춘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며, 내 정서를 돌봐줄 수 있는 전문 상담가, 정신과 의사, 코치 등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영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다. 내 내부로부터 오는 힘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야 한다. 나 스스로 자존감을 느끼고, 자기 효능감, 자율성,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도전을 해야만 한다. 물론 처음엔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해야 한다. 몇 번을 하든 결과만 만들어 내면 된다. 부모님의 힘 없이도 내가 무언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나다. 내가 뿌듯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우면 된다. 그리고 나면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부모에게 내가 차세대 리더로 역량을 갖췄다는 점을 알릴 수 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만 생기면 부모는 자식을 신뢰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 역시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란 것도 억울한데 나머지 인생도 센 아버지 그늘에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이제부터는 강한 부모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런 인생을 선택한 셈이 된다. 나의 이러한 도전이 나도 살고, 부모님도 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가 일군 사업에 피땀을 바치는 조직원들을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다.

 

 

김현정아주대 경영대학원 특임교수 Hyun8980@gmail.com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Global Leadership Center 방문연구원,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 리더십을 연구하면서 리더십 개발을 위한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