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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경영

분노를 파악하면 분노가 사라진다 이성의 뇌를 사용해 “너 화났구나” 말을 걸자

김태흥 |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우리 뇌의 편도체는분노공포를 담당한다. 편도체가 마비된 쥐는 꼬챙이로 찌르고 막대기로 괴롭혀도 분노하지 않는다. 공포심도 없어서 고양이와 한 울타리에 넣어놔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편도체에 칼슘이 쌓이는 병을 가진 환자들도 공포심, 모욕감,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바로 이 편도체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방어기제 역할을 하는 셈인데 감정노동 시에는 바로 이런 이유로 고통이 커진다. 이럴 때에도 역시 인간의 뇌 중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을 활용해원시의 뇌가 가진 편도체에 말을 걸어주면 고통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 “너 화 많이 났구나라고 자신의 뇌에게 말을 걸어라.  

 

편집자주

최근감정노동을 하는감정노동자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고객만족이 화두가 된 이후로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사람(고객)을 상대하는 근로자들이 처하게 되는 어려움을 일컫는 데에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사무직 직장인에게도 적용되는 단어가 됐습니다.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소장이감정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연재합니다.

 

필자주

이 연재는 필자가 출간한 <거기 누구 없소: 사람 잡는 감정노동> <감정노동의 진실: 나도 사람이다>와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카페, 그리고 교육과정에서의 강의안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감정노동 중 가장 힘든 것은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는 일이다. 화가 나고 분노하면 우리는 몸에서 느끼는 게 달라진다. 아마 이런 것을 느낄 것이다.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진다. 눈이 충혈되는 것 같고, 피가 머리로 몰리는 것을 느낀다. 독기가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 난다. 분노의 호르몬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증세다.

 

이걸 계속 참고 있으면 그 유명한 병화병으로 발전한다. ‘화병은 실제 영어 병명으로도 hwa-byung(화병)이다.

 

원시의 뇌와 편도체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당신의 뇌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우리 뇌 속에 분노하는 부위가 따로 있는데 그 부분이 흥분하는 것이다. ‘편도체라고 하는 부분이다.

 

우리 인간은 먼 옛날 파충류에서 포유류를 거쳐 인간까지 진화하는 동안 과거의 뇌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 진화된 순서대로 가장 안쪽의 뇌가 파충류의 뇌이고 중간이 고대 포유류의 뇌(동물의 뇌-변연계)이고 가장 바깥쪽이 인간의 뇌다. 하나의 학설이지만 어쨌든 뇌가 수억 년 진화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고대 포유류 뇌가 감정과 분노를 담당하는 부위다. 그 뇌 속에서도 편도체(아미그달라)라는 부위가 분노 담당인데 바로 생존을 위해 경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분노, 공포, 증오, 절망, 폭발 등의 감정이다. 이 부위를 잘 달래주지 않으면 분노가 공포와 절망으로 바뀔 수 있다. 감정노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공황장애(수시로 공포를 느끼는 증상)로 발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지난번 연재에서 설명한서열에서 뒤로 밀리는 감정은 곧바로 우리의 편도체를 자극한다. 직장에서 진급에 누락되는 것을 견디기 힘든 것도 바로 포유류 뇌 속의 편도체가 분노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후배가 자기 상사로 온다면 정말 사표를 쓸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데, 이것은 우리의 본능 중에 제일 예민한 서열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에 뇌가 분노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원시시대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장치였다. 부족 간 전쟁이 심한 아마존 부족들을 보라. 부스럭 소리만 나도 옆 부족의 침입인지, 사자인지 경고 신호등이 켜진다. 그리고 수시로 이어지는 전쟁과 사냥에서 고대 포유류의 뇌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사자와 가까운 부족 간의 전쟁이 없는 지금 직장과 사회에서의 서열전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동물의 본능이 우리를 원시시대의 감정으로 데려다주는 것이다.

 

 

 

분노와 경고가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다음은 편도체를 마비시킨 쥐를 가지고 한 실험이다. 편도체가 마비된 쥐는 꼬챙이로 찌르고 막대기로 아무리 괴롭혀도 분노하지 않았다. 도망가지도 않고 방어하지도 않고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었다. 그 우리에 고양이를 넣어봤다. 쥐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공포를 느끼는 부분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잡혀먹으면서도 찍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실험을 진행한 조셉 르두(Joseph E. LeDoux) 박사는 공포심 연구 전문가다. 그는 공포란 두려움에 대한 학습된 기억이 편도체의 중심핵으로부터 시작돼 시상 하부를 통해 자율신경계를 자극하거나 뇌간을 통해 행동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르두 박사는 공포 조건화라는 실험을 통해 공포와 두려움의 기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로 흰 쥐나 토끼 같은 실험동물에게 강한 전기충격을 줘 고통을 느낄 때 동시에 특정한 소리를 함께 반복해서 들려주면 시간이 지나 그 특정 소리만 들려도 강한 공포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물의 편도체를 제거하면 더 이상 그 특정 소리에 대해 공포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실험을 통해 편도체는 공포에 대한 기억에 관여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편도체에 칼슘이 쌓여 기능을 못하는 환자가 있다. 이들은 아무리 모욕하거나 무시하고 욕을 해도 화를 내는 일이 없다고 한다. 아니 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포 비디오를 봐도 전혀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무섭다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분노와 공포의 스위치가 완전히 꺼진 것이다. 이는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 California) 다마시오 박사가 진행한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이 편도체 부위를 통제하는 곳이 인간의 뇌 중 신피질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생겨난 부분이다. 바로 이성과 지성을 담당하는 부위,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부위, 바로 이 부위가 있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동물의 뇌(변연계)’에게 말을 걸 수 있다. 인간의 뇌가 말을 걸어주면 원시 뇌의 주요 부분인 편도체는 고분고분해진다.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다.

 

“너 화났구나? 많이 화났네…”라고 그냥 알려만 줘라.

 

그러면 뇌가 스스로 분노의 불길을 끌 것이다.

 

지난 1회와 2회 연재에서나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알려주거나저 사람은 지금 자신의 삶에서 뒤로 밀린 서열을 내 앞에서 회복하려고 하는 거다라고 일깨우는 순간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고 했는데 이 모든 건 같은 원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필자가 자주 사용하고 주위 사람에게 알려주는 대화법이 있다. 어떤 집단에서든지 남에게 상처주는 말만 골라서 하는 인간들이 꼭 있다.

 

“야, 무슨 남자가 이렇게 쫀쫀해?”

 

상대방의 기세를 꺾고 심리적인 서열에 위로 올라서려는 수작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심리적 서열이 뒤로 확 밀림과 동시에 편도체에서 분노의 감정이 생겨난다. 그리고 스트레스호르몬 코르티솔이 온몸을 휘감는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은 속으로 분노하면서 참거나 반격의 찬스를 엿보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대응한다.

 

“응∼ 나 쫀쫀해어떻게 알았어?”

 

 

이걸로 상황이 끝난다. 한번 해보라. 나는 당당해지고 상대방은 기가 죽는다. 갑자기 나의 뇌의 분노는 없어지고 평온해지며 상대방이 할 말을 잃는다. 나의 심리적 서열이 더 앞서는 느낌도 생긴다. 상황을 그대로 나의 뇌에게 말하는 위력을 느껴보라. 이를 활용하는 대화법을 실제 써보라. 상대방이 나의 단점을 파고들 때(사실 큰 단점도 아니고 다만 대화일 경우가 많지만) 그 말을 그대로 받아서 말해보라.

 

“야,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응, 나 그래∼”

 

상대방의 입은 막히고 나는 심리적인 승리감을 맛볼 것이다. 나의 편도체는 불쾌한 감정을 끄고 유쾌해지리라.

 

이제 다시 감정노동으로 돌아가 보자. 진상 손님 때문에 정말 힘들 때가 있다. 마음에선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손님이 악을 쓰고 발악하거나 물건을 던질 때면 공포심이 느껴진다. 이때 나의 두뇌에게 말을 걸어 주자.

 

“너 화나고 있구나, 그치? 넌 분노하고 있어.”

 

“이건 진상 손님일 뿐이야, 괜히 흥분하지마, 나의 두뇌야.”

 

당신의 편도체는 곧 잠잠해 지고, 분노의 불길은 수그러들 것이다.

 

우리 두뇌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알려주면 어느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그 다음 또 하나의 놀라운문구가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주문처럼 이 말을 해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음이 가라앉고 나에게 큰 위로가 되면서 어려운 상황을 이길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신기한 마법의 주문이 따로 없다. 이 주문에는 여러 가지 버전의 이야기가 있는데 다음 이야기가 가장 많이 전해지고 있다.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

 

이에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정작 거기에 새길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때 솔로몬이 일러준 글귀가 바로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will pass away)”였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생 설문 조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1위 에이브러햄 링컨의 좌우명도 바로 이것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고 한다. 링컨이 노예 해방과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미국을 통일시킨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그 사람보다 더 불행했던 사람도 흔치 않다. 사실, 그의 인생은 모든 불행이 그를 따라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젊어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으며 항상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그의 인생을 살펴보자.

 

미국 대학생

설문 조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1위 에이브러햄 링컨의

좌우명도 바로 이것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였다고 한다.

 

7세 때 산골로 이사하느라 초등학교를 1년밖에 다니지 못했고, 9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남의 집 정원사, 뱃사공 노릇도 했다. 19세 때는 가장 사랑하던 누나가 해산 중 돌연 사망했다. 22세 때는 빚을 얻어 친구와 동업을 했는데 갑자기 친구가 죽어 그 빚을 혼자 떠맡아 30세에 빚을 다 갚았다. 28세 때 4년간 따라다녔던 애인이 다른 남자한테 시집을 가버렸다. 30세 때 한 처녀와 만나서 약혼을 했는데 갑자기 그 약혼녀가 숨을 거뒀다. 33세 때 키가 매우 작고 욕을 심하게 잘하며 열등감이 아주 많은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날마다 싸웠다. 지방 하원의원에 세 번이나 출마했는데 세 번 다 낙선했다. 41세 때 4살 난 아들은 사망했다. 43세 때 또 1살 된 아들이 죽었다. 45세 때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는데 낙선했고, 49세 때 부통령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51세 때 또 상원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대 초반의 링컨은 자살 유혹 때문에 호주머니에 칼이나 총을 넣고 다니지 못했고, 나무에 목을 매달고 싶은 충동 때문에 숲 속을 혼자 산책하는 것조차 몹시 두려워했다고 한다. 몇 번의 자살 위기와 우울증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탱해준 한마디는 바로 이 말이었다고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결국 그는 인생의 온갖 불행을 다 극복하고 53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말은 묘하게도 우리에게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3회 연재에 걸쳐 서술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감정노동 현장에서 우리의 마음을 실제 컨트롤 하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소장 taehoong@naver.com

김태흥 소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26년간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 우연히감정노동을 만나 충격을 받고 감정노동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1년 감정노동연구소를 설립했고 정부기관과 기업체에서 강의해오면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거기 누구 없소: 사람 잡는 감정노동> <감정노동의 진실: 나도 사람이다>를 집필했다. 감정노동관리사 자격증(국가등록 민간자격증) 과정을 개설해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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