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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버는 가장, 중독, 무기력 가족 불행의 원인 ‘3종 세트’

한근태 |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가족 내 불행의 원인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3종 세트가 있다. 돈만 벌어오는 가장, 중독, 무기력이 그것이다. 가족은 하나의 감정덩어리다. 한 사람이 불행하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없다. 특히 부부간 갈등은 실망, 자책, 불안, 후회 등 수많은 부정적 감정을 가져온다. 이 감정은 가족이라는 피뢰침이 모두 흡수해버린다.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은 수많은 실망과 갈등을 낳는다. 한편 인간에게는 성장과 독립이라는 중요 과제가 있다. 배우자보다 부모를 우선시하는 태도는 결혼을 파멸로 이끈다. 그런데 자녀의 독립을 방해하는 부모가 많다. 자녀가 독립하기를 바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의존하길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승에서 천국을 경험하고 싶은가? 가정을 그렇게 만들면 된다. 역으로 이승에서 지옥을 맛보고 싶으면 가정을 그렇게 만들면 된다. 그만큼 가정은 삶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필자는 가정에서의 성공을 최우선 순위로 살고 있다. 다른 모든 것에서 성공해도 가정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가족들과 친밀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처럼 딱한 인생도 없고 그런 인생을 성공한 인생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유 중 하나는 가정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저절로 잘 굴러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도 나중에 언제든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인이 나를 오해해도 날을 잡아 풀어주면 다 풀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착각 중 착각이다. 대인관계 중 가장 어려운 것이 가족관계다. 한번 어긋난 관계는 회복하기 쉽지 않다. 오늘은 그런 것에 관한 책 <가족의 발견>을 소개한다.

 

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한 심리학

가족의 발견

저자 최광현, 부키, 2014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다. 착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착한 아이는 착한 아이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주변 환경과 어른들 요구에 자신을 그렇게 맞춘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자기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신경을 쓴다. 그들은 갈등을 회피한다. 착한 사람들이 갖는 지나친 겸손과 조심성, 소극적 태도는 종종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된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형제끼리 싸우지 않고, 예의 바르고 겸손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부모의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가짜 나를 만들고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부모가 제시하는 역할에만 맞추면 타인의 견해에 쉽게 동조하는 사람이 된다. 가짜의 나 대신 진짜 내가 돼야 한다. 진짜 내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목소리와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뭔가 지나치게 참거나 억누르는 것은 위험하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다 보면 집중력을 잃고 지적 에너지도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할 때도 쉬고 싶은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야 효과적이다.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바른 것만을 강조하거나 너무 공부만을 주장하면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내면의 압력이 너무 쌓이면 터질 때 걷잡을 수 없다. 평생을 착한 딸로 살았고 결혼 후에도 착한 아내와 엄마로 살고 있는 여성 중 우울증과 무기력에 쌓여 사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누르고 타인에게 맞추는 노력은 내면에 긴장과 불안을 유발한다.

 

분노도 조심해야 한다. 대학 중퇴 후 10년 동안 게임만 하면서 산 남자가 있다. 그는 자기감정과 생각, 욕구를 조금도 표현하지 않았다. 여러 인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더니 돌고래 인형을 선택했다. 이유를 묻자 자기 처지가 수족관 돌고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10년 동안 집 안에 갇혀 살게 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분노라고 답했다. 그는 스무 살 때까지 대학 앞에서 자취생활을 했다. 매일 게임만 하는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부모는 그를 3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보냈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면서 너무 억울하고 분한 나머지내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리겠다고 결심한다. 3개월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수치스럽고 두렵고 무서운 경험이었다. 이후 자신을 망치기 위해 10년을 보냈다. 이처럼 억압된 분노는 독이 될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 등교 거부, 게임을 비롯한 중독, 비행, 자살, 자해, 폭력 등과 같은 문제는 자기표현에 대한 결핍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욕구와 분노를 드러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비뚤어진 자기표현인 것이다. 가족이 의사소통에 서툴고 미숙한 태도를 갖고 있으면 가족 구성원은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고 표출하지 못해 분노가 쌓이게 된다. 분노의 표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은 욕구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욕구와 분노가 표출되지 못한 채 내면에 쌓이면 분노는 부패되고 변질돼 원망이라는 감정으로 변한다. 분노는 사랑과 관심, 이해를 원하는 감정이지만 원망은 파괴를 원하는 감정이다. 상대를 파괴하거나 자신을 파괴하려 한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기감정을 읽고 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출발점은 자기 내면에 쌓여 있는 감정의 정체를 알아가는 것이다. 다음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자친구 문제로 고민이 많은 남자가 있다. 이런 문제이다. “여자친구는 두 달 이상 남자를 사귀지 못한다. 자신만이 유일하게 2년 넘게 사귀고 있다. 그녀는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잠적하거나 심각해진다. 물론 사정이 있다. 그녀의 엄마는 일찍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독립하기까지 끔찍한 경험을 했다.” 한마디로 그녀는 결혼을 두려워한다. 사랑한다는 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여러분이 이 남자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누가 열쇠를 갖고 있을까? 그녀에게 필요한 건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남자다. 이전의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변화시키려 했고 그게 잘 안 되자 떠나갔다. 관계의 문제는 상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대인관계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해결의 열쇠는 우리가 쥐고 있다.

 

 

모든 인간은 권력을 추구한다. 가족문제도 권력과 관련이 있다. 권력이 없으면 무기력해진다. 평생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며 지루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간 인생이 망가진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과 판단에 따라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실제 오늘날 권력을 상실하고 삶의 주도권마저 빼앗긴 사람들은 무기력에 빠지며, 동시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폭력은 무기력에서 발생한다.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기력이다. 무기력하다는 자기 인식이 더욱 무기력한 상황을 불러온다. 무기력이 원인과 결과가 돼 지속적인 불안을 겪게 된다. 실제 가족 안에서 권력도 없고, 주도권도 없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자녀에게 집착한다. 자녀의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는 엄마가 된다. 더 나아가 자녀와 한편이 돼 남편에게 대항하기도 한다. 주도권을 잃은 남성은 우울, 분노, 폭력, 무관심과 지나친 냉담함으로 가족을 힘들게 한다. 가족 문제의 모든 어려움은 권력문제에서 비롯된다. 가족 치료사 제이 헤일리는 이렇게 말한다. “자살충동도 고통을 주는 환경 문제보다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이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자살을 선택한 자매들이 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고 평온해 보이는 가정이다. 근데 애지중지 키운 두 딸이 교대로 자살을 시도했다. 문제는 지나친 통제였다. 부모는 자녀의 일상을 속속들이 감시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통제범위를 벗어나면 못 견뎌 했다. 한번은 딸이 친구와 제주도를 갔는데 옆방에 투숙하면서 딸을 내내 감시했다. 자녀의 블로그, 카톡까지 모든 것을 검열했다. 이 집에선 어떤 비밀도 허용되지 않았다. 딸들은 부모의 지나친 통제에 지쳐갔다. 모든 결정 또한 부모가 내렸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아기들도 배고프면 밥을 달라고 우는데 성인은 말할 것도 없다.

 

트라우마가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트라우마 그 자체가 아니다. 트라우마로 인한 수치심과 죄책감이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분노, 원망, 슬픔보다 괴로운 감정이다. 한번 만들어지면 평생을 괴롭힌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낫기 때문에 만들어진 감정이다. 이를 내면화한 사람은 심각한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병리적 상태로 진입한다. 라캉은 이를자기 안에 3인칭 존재가 들어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형편없는 존재인지 잊을 만하면 다시 일깨워 주는 또 다른 나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다. 수치심의 원인은 수치심이 내재된 가족에게 있다. 수치심은 어린 시절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보다는 불신이 더 강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가족, 부모와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이를 떨치기 위해서는 그런 감정이 현재의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게 출발점이다. 다음은 용서이다. 용서는 과거의 고통을 분리시킬 수 있는 힘이다. 분노를 똑바로 보는 것이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행복한 가족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족은 불행의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유명한 톨스토이의 말이다.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보다는 문제의 패턴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가족 문제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가족 불행을 불러오는 3종 세트가 있다. 돈만 벌어오는 가장, 중독, 무기력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상처의 원인과 결과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독을 일으키는 것에는 알코올, 게임, 주식, 도박, 섹스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무서운 것은 숨은 중독, 보이지 않는 중독이다. 일명 오피스 중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명문대 출신에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뤘지만 중독에 의존해 살아간다. 알코올 중독자는 자신에게만 피해를 주지만 오피스 중독자는 가족과 직장, 사회에 긴장과 갈등을 가져오고 다음 세대에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이들은 인격과 성품보다 효율성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내면적 취약성은 가족에게 심각한 상처를 준다.

 

무기력은 자신감과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나타난다. 자기학대적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절대적인 가부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가족 안에서 힘을 보상받으려 한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꼬투리를 잡아 화를 내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위압적으로 대해 가족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 무기력한 사람은 자신의 무기력을 숨기고 폭력과 폭언 통제와 간섭을 통해 가족 안에 친밀감이 형성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겪는 적개심과 분노, 무기력, 우울을 가족 모두가 경험하게 한다.

 

누구나 내면에 쌓인 그림자를 갖고 있다. 여자들은 수다를 떨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남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대부분 투사를 통해 해결한다. 자기 집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하지 않고 남의 집에 갖다 버리듯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아내와 아이에게 무단 투기하는 것이다. 다음은 자신에게 날린다. 그렇게 행동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한다. 술과 여자로 위로를 받는 형태도 있다. 프로세스는 이렇다. 마음의 상처가 있다. 부정적 감정이 발생한다. 스스로 해결을 시도한다. 안 되면 투사를 한다. 남을 공격하거나 자신을 공격한다.

 

부모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부모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자녀는 문제행동을 보일 뿐 아니라 특정한 신체적 증상도 보인다. 거식증,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가 대표적이다. 거식증에 걸리는 사람은 반항적이거나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피해도 주지 않는 유형이다. 주위를 신경 써서 가능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되는 것은 가족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이 완충제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자기 몸을 던져 가족을 지키려는 행위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기존의 갈등이 덮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음식 거부는 가장 강력한 저항과 거부의 행동이다. 거식증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가족의 특징은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불안하고 침울하고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가족 관계 속에서 아이는 엄마의 안색을 살피고 아빠의 비위를 맞추는 고달픈 나날을 보내게 된다. 식이장애를 호소한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뭔가 호소하는 것이다.

 

미 해군사관교수 자카리 쇼어는 전후 일본 정부가 저지른 최대 실수를 특수위안시설협회를 만들어 미국 군인들에게 합법적인 매춘을 제공한 것이라고 꼽는다. 일본 정부는 사창가를 만들어 매춘 한 회당 15엔을 받았다. 담뱃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매춘을 제공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점령군을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 시설을 제공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왜 그랬을까? 일본은 태평양전쟁 중 그들이 점령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수많은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래서 미군들 역시 자기들처럼 행동할 것으로 생각했다. 불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보통 여성을 성범죄로부터 구할 의도로 합법적인 매춘을 조장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을 보면서 남을 판단한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남도 그렇게 생각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문제는 여기서 유래한다.

 

 

부부간 성격차이로 갈등을 빚는다. 근데 성격차이란 무엇일까? 성격차이는 성격이 다른 것을 뜻하지 않는다.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성격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미워한다. 우리가 일본을 미워하는 것은 달라서가 아니라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보다 더 큰 적의와 분노를 야기하는 것이다. 깊은 갈등은 언제나 이질적인 두 존재보다 가장 유사한 두 존재, 두 집단, 두 문화 사이에서 발생한다.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은 수많은 실망과 갈등을 낳는다.

 

인간에게는 성장과 독립이라는 중요 과제가 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서적 독립과 분리다. 배우자보다 부모를 우선시하는 태도는 결혼을 파멸로 이끈다. 결혼을 하면 그동안 충성하던 대상이 바뀌고 부모와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녀의 독립을 방해하는 부모가 많다. 정서적 독립은 자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바로 부모들이다. 허전함과 아쉬움을 느낀다. 군대에 간 아들이 훈련 중 어머니라고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익숙하다. 독일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저기서 엄마를 찾나요?” “왜 울지요?”라고 되묻는다. 부모와 자녀의 강한 애착 관계는 한쪽으로는 친밀감과 연대감을 주지만 다른 측면에서 정서적 독립을 어렵게 한다. 부모들은 대놓고 독립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상반된 이중신호를 보낸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미래를 열심히 준비해서 너의 인생을 개척하고 결혼해서 독립하라. 하지만 나는 네가 독립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품을 떠나지 말고 여전히 정서적으로 의존하라고 말한다.

 

최악의 부모는 자녀에게 그림자를 짊어지게 하는 사람이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소망과 욕구를 자식에게 안기는 사람이다. 일명투사라 부른다. 문제아는 그 가족 그림자 투사의 희생인 셈이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부모의 그림자를 주지 않는 것이다. 방법은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이다.

 

가족은 하나의 감정덩어리다. 한 사람이 불행하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빠의 한숨 소리에 다같이 우울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엄마의 웃음소리에 모두가 행복해질 수도 있다. 부부간 갈등은 실망, 자책, 불안, 후회 등 수많은 부정적 감정을 가져온다. 이 감정은 가족이라는 피뢰침이 모두 흡수해버린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어둡고 긴장된 표정으로 집에 들어왔을 때 집에 있던 가족이 순식간에 그의 감정상태를 알아채고 영향을 받는 식이다. 긍정적 측면은 가족 한 사람의 부정적 감정을 가족 전체가 여과장치가 돼 걸러주고 완화해준다. 가족은 살아 있는 하나의 유기체다. 구성원이 따로 독립된 존재가 아닌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그런 것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요즘 우리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바로 가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

 

 

  • 한근태 한근태 | - (현) 한스컨설팅 대표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
    - 대우자동차 이사 IBS 컨설팅 그룹 상무
    -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kthan@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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