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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김남국 | 242호 (2018년 2월 Issue 1)

내가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한 사회과학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잘 모를 때가 훨씬 많습니다.

『도마뱀을 설득하라(제임스 크리민스 著, 한빛비즈, 2017)』라는 책에 소개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슈퍼마켓 앞에서 스타킹 네 켤레에 각각 A부터 D까지 라벨을 붙여놓고 가장 좋은 제품을 골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왜 그 제품을 선택했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투명도, 신축성, 디자인 등 다양한 근거를 들며 특정 제품을 고른 이유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네 가지 스타킹은 모두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딱 하나, 제품이 놓인 위치만 달랐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스타킹이 놓인 위치는 선호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맨 왼쪽에 놓인 A제품이 가장 좋다는 선택을 받은 비율은 12%, 그 옆에 놓인 B는 17%, C는 31%였고 맨 오른쪽 D는 40%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의식적, 직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1이 숙고와 사유를 하는 시스템2를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인간은 오감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의 대부분을 시스템1이 처리한다고 합니다. 가끔 필요할 때에만 시스템2가 개입합니다. 스타킹의 사례처럼 놓인 위치에 영향을 받은 시스템1이 선호도를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자 시스템2가 개입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이는 이유를 사후적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는 가짜 믿음을 갖게 됩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잇따라 수상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자들이 인류에 크게 기여한 게 바로 시스템1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들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제품의 컨셉을 성공적으로 수립하기 어려운 이유도 사람들의 선호도가 대부분 시스
템1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시스템1이 시스템2보다 정보처리 능력 면에서 2만5000배 이상 크다고 합니다. 시스템1은 시스템2보다 훨씬 앞서서 위험을 정확히 감지하기도 합니다. 결국 시스템1에 소구할 수 있는 제품 컨셉을 찾아내야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이 밝혀낸 가용성, 감정, 프레이밍 등이 시스템1을 공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맞다, 게보린’처럼 특정 컨셉으로 일관되게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면 가용성이나 대표성이 높아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을 높입니다. LG전자가 ‘바이오’란 이름으로 에어컨을 냈을 때에는 반응이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에 시원한 바람을 연상시키는 ‘휘센’이란 브랜드로 고객들의 감정을 자극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제품 판매량은 급증했습니다. 또 손실보다는 이익 프레임으로 컨셉을 잡았을 때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물론 시스템1의 구조는 아주 일부만 규명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의 컨셉을 잡는 과제는 비즈니스맨의 영원한 숙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인 컨셉을 잡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컨셉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론과 실제 사례, 고객 중심의 컨셉 수립 방안 등을 집약했습니다. 새로운 컨셉으로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혁신가와의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이번 리포트에 제시된 다양한 견해들을 바탕으로 지난하고 어려운 과제인 컨셉 수립과 관련해 좋은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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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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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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