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블루오션 전략의 핵심 요소는 ‘창의적인 조직’이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전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선 남들과 다른 접근 방식과 통찰력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평적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제대로 보상해주는 성과주의가 창의성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의 특성인 ‘절차와 규정’, 위계와 같은 특성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한 단면만을 본 것이다. 조직을 약화시킬 경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더 커져 오히려 과감한 시도를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창의적 조직은 조직의 특성을 강화해 개인과 조직의 새로운 시도를 장려해야 한다. 즉, 기업이 그동안 기업 활동을 하면서 쌓은 경영 지식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하는 절차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블루오션 전략은 변화관리 방법론이다. 현 고객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판단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숨어 있는 미래 고객, 즉 비고객(non-customer)을 탐색하는 것을 강조한다. 낡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조직의 보신주의를 탈피하는 방법인 셈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소수의 개성과 상황적 우연에서 벗어나서 반복적으로 구현 가능한 혁신의 ‘방법론’을 고민한다. 따라서 린스타트업(lean startup)과 같은 창업론과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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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과 같은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경쟁하면 결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기 힘들다. 나만이 일등을 할 수 있는 작은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의 진입로가 된다.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피터 시엘(Peter Thiel)의 창업론은 블루오션의 비고객 탐색 관점을 잘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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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객 탐색은 종종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 개인의 창의성을 전제한다. 새로운 시장의 구현과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 서로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창의 조직을 고민할 때, 탈규율, 탈권위, 탈집단을 통해 개인 창의성을 제고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조직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키우는 데 치중한다.
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성과주의식 해결책은 실패의 위험을 개인에게 오롯이 전가하기 때문이다. 창의성과 같은 개인의 역량은 역설적으로 시스템의 역량이 뒷받침될 때 발현된다. 따라서 블루오션을 탐색하는 창의적 조직은 효율성의 논리로 오랫동안 유폐된 경영조직의 복권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시장과 경쟁하지 말라블루오션적 관점에서 조직 창의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장과 조직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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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입장에서 살펴보면 경제 활동은 회사 외부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회사 내부에서 이뤄지는 거래로 나뉜다. 회사 외부 거래는 상법의 규율을 받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다. 거래비용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시장(계약)’이라고 부른다. 회사 내부 거래는 노동법의 규율을 받는 영역으로 근로 계약이 중심을 이룬다. 거래비용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조직(기업)’이라고 부른다.
시장 계약은 갑이 을에게 특정 재화 혹은 서비스를 특정의 가격으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갑이 원하는 것을 제값을 주고 교환할 수 있는가, 또 교환의 결과물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교환의 결과물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즉, 교환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 시장 계약의 효율성은 담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 즉 조직은 바로 시장 계약의 효율성이 멈추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거래비용 경제학 혹은 계약이론 전체의 대전제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제대로 전달할지 여부를 측정하기 어려울 때(즉, 거래 계약서를 사전적으로 완전하게 만들기 어려울 때), 그 누구도 선뜻 돈을 지불하고 거래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조직은 측정이 어려운 재화와 서비스의 공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제도이다. 대부분의 생산활동 혹은 생산과정은 제값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원가회계에서 가치사슬 단계별로 원가를 특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은 이처럼 가격 측정 혹은 성과 측정이 어려운 교환을 조율하는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