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용인 팹 1기 2년 당긴다]
“AI발 메모리 부족에 만들면 곧 돈”… 마이크론, 美에 2500억 달러 투입
中업체들 상장 자금으로 공정 개발… 韓정부는 전력 인프라 등 가속도
대만 TSMC, 美 설비투자액 상향
정부와 삼성전자가 용인 국가산업단지 내 첫 팹(Fab) 가동을 2029년으로 당초보다 2년 앞당긴 것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공급난 속에서 신규 생산 거점을 조기 확보해 수요를 선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들면 곧바로 돈이 되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공장을 빨리 짓는 게 최선의 전략이 된 셈이다. 미국 마이크론과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까지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쏟아내며 글로벌 반도체 패권 쟁탈전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 글로벌 기업들 생산설비 확대 전쟁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삼성전자는 메모리 수요 부족을 메우기 위해 용인 국가산단 가동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용인 국가산단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심이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라 메모리-파운드리 복합 단지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 첫 팹 역시 메모리 전용이거나 파운드리와 병행하는 팹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AI시대, 메모리 반도체는 그야말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이미지·영상을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 AI’가 대세가 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더 급증해서다. 일각의 ‘메모리 고점(피크아웃)’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공급 부족 장기화를 예상하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난달 29일 국민보고회에서 “적극적인 투자에도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라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10일 외신 인터뷰를 통해 “2030년대까지 메모리 수요가 기업의 생산 능력을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 화성에 조성된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특별시에 각각 400조 원, 총 800조 원을 투입해 메모리 팹 4기를 짓는 것 역시 수요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이에 더해 경기 평택·용인 및 충남 지역 반도체 인프라에 총 1706조 원을 투자하며, SK하이닉스도 경기 용인과 충북 청주 등에 총 7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이 건설 중인 뉴욕 메가 팸. 뉴욕=뉴시스
글로벌 경쟁사들도 메모리 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퉈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자국 내 설비 확충에 2500억 달러(약 376조 원)를 투입하고, 일본 히로시마 공장 HBM 라인에 93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자한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도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선단 공정 기술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유회준 KAIST 교수는 “메모리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글로벌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TSMC가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 웨이퍼 및 패키징 공장. TSMC 제공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설비 확충이 진행 중이다. 대만 TSMC는 미국 내 파운드리 설비 투자액을 1650억 달러(약 248조 원)로 상향했으며, 인텔은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첨단 공정 기술을 개발한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라피더스에 2조3500억 엔(약 22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도 용인 6기를 메모리-파운드리 복합단지로 구성해 미래 파운드리 수요 폭증 시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 정부, 메모리 패권 수성 위해 총력전 조기 증설에는 인프라 확충 등 ‘선결과제’가 적지 않지만 정부도 최대한 산단 조성 속도에 맞춰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용인 국가산단 부지 조성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성훈 사장은 매주 추진 실적을 직접 점검하며 공정을 관리할 계획이다. LH는 토지 보상 절차와 착공 준비를 병행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체 사유지 중 협의 보상이 완료됐거나 재결(이의 신청) 절차를 남겨둔 토지가 70%를 넘어 연내 보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 및 용수 인프라를 공장 가동 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서·남부·서부발전이 각각 1GW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를 건설해 초기 가동에 필요한 3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한다. 이후 호남권과 용인을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선로를 확충할 계획이다. 공업용수는 하수 재이용, 발전용수 활용, 국가·일반산단 통합 복선관로 구축 등을 통해 확보한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 승인 등 관련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여 반도체 시설 투자 및 가동 지연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성식 부의장은 12일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인프라 투자에 여러 법적, 규제적 병목을 실제로 타개해 내야 한다”면서 “그것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첨단산업 분야 전반의 규제 합리화의 돌파구임을 입증해 내야 한다. 그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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