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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eativity in My Hand

좋은 것 추가보다 중요한 낡은 핵심 빼기 ‘줄 없는 줄넘기’에 세상이 놀랐다

박영택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무엇을 개선하고자 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언가 더 좋은 것을 추가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 문제해결을 하면 기존 시스템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가격도 올라간다. 또한 이러한 접근방법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닫힌 세계에 위배되는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에서 보듯이 정말 창의적인 신상품을 원한다면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을, 그것도 가장 핵심적인 것을제거(Subtraction)’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해야 한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앙꼬 없는 찐빵의 재발견

 

1501년 당시 26세의 젊은 청년 미켈란젤로가 버려진 대리석을 이용해 조각한 다윗상(David Statue)은 르네상스 시대의 명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전해져오는 이야기가 있다. 다윗상을 본 교황이 찬탄을 금치 못하며그대는 어떻게 이런 걸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가?”라고 미켈란젤로에게 묻자그야 간단한 일이죠, 다윗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제거했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디자인 분야에서제거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종종 인용된다.

 

SIT의 첫 번째 사고도구인제거는 더 좋은 것을 추가하려 하지 말고 기존에 있던 것을 빼보라고 한다. 물론 스캠퍼(SCAMPER)와 같은 전통적 아이디어 발상법에도 제거라는 개념은 있었다. 전통적 발상법에서 말하는 제거는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커피처럼 유해한 것이나 부작용이 있는 요소를 빼자는 개념이지만 SIT의 제거는 우선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제거해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자에서는 다리를 없애고 자전거에서는 바퀴를 제거하라는 식이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 때문에 첫 번째 사고도구인 제거는 심리적으로가장 저항이 큰 경로(The Path of Most Resistance)’라고 한다. 이러한 경로를 따르면 어떤 효용이 있을까?

 

의자에서 다리를 없애면 온돌방이나 일식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좌식의자가 된다. 흔히 방석의자라고 불리는 이 의자는 다리가 달린 보통 의자의 경쟁상품이 아니다. 또한 이동용 자전거에서 바퀴를 제거하면 운동용 실내 자전거가 되는데 이동용 자전거와 운동용 자전거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이처럼 핵심적인 요소를 제거하면 신제품으로 인해 자신의 기존 시장이 줄어드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예를 몇 개 더 보자.

 

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알코올이다. 알코올이 없는 술을 생각해보자. 그런데 알코올이 없어도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2009년 일본 기린 사가 출시한 무알코올 맥주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1개월 만에 품귀현상을 보였으며 올해의 히트상품 4위로 선정됐다. 이후에도 무알코올 맥주는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알코올 섭취에 대한 부담 없이 시원한 맥주 맛을 즐기고 싶은 임산부나 20∼30대 젊은층이 많이 구매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운전자나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이 회식 자리에서 이를 찾는다. 이보다 더 큰 잠재시장이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금기시하는 중동지역에서 무알코올 맥주가 유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일 때 무알코올 맥주라고 하는데 일반 맥주에 비해 칼로리가 40%가량 적다. 또한 술이 아니라 청량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세가 붙지 않아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다른 예로 줄넘기를 생각해보자. 권투 선수들이 체중관리를 위해 줄넘기를 애용하는 것을 보면 줄넘기는 다이어트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간편한 운동인 것 같다. 그런데 줄넘기용 줄에서 줄을 빼보자. 점프스냅 사는 세계 최초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특허로 등록했다.

 

줄넘기에서 줄이 없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실내에서도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다. 회전하는 줄이 천장에 매달아 놓은 전등을 깨뜨릴 일도 없고, 천정이나 바닥을 때리는 소리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기분을 내고 돌려도 줄이 발에 걸리질 않는다. 앞으로 돌리고, 뒤로 돌리고, 엑스 자로 돌리고, 한 번 뛰어 두세 번을 돌려도 걸리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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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택

    박영택ytpark@skku.edu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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