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키타현의 교육 개혁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일본의 교육 개혁은 수년째 국정과제로 제시되고 있지만 계속 표류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한다는 취지로 2002년 도입된 일본의 ‘유토리 교육’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이런 가운데 전국 학력고사에서 8년째 1위를 차지한 ‘아키타(秋田)식 학습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계적 체질 개선과 개인보다 집단의 성과를 중시하는 방침, 구성원 간 분업을 통한 체계화된 실행은 ‘만년 꼴찌’에 머무르던 아키타 학생들을 우등생으로 바꿔놓았다. 아키타 교육의 성공은 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먼저 ‘단계적 설득’의 중요성이다. 기업이든, 직원이든 하루아침에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사소한 습관의 개선부터 시작해야 장기적으로 진짜 변화가 이뤄지고 성과가 나온다. 둘째, 장기 투자와 이해관계자 협력의 중요성이다. 교육이나 인력 개발에 대한 투자 성과는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된 모든 이들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 유도를 위해 노력했다.
공교육 위기 일본, 아키타에서 해답 찾는다
“학교가 위험하다.”
지난 9월20일 발간된 일본 경제 주간지 <동양경제(東洋経済)>는 8월 발표된 전국 학력 테스트에서 드러난 일본 47개 도도부현(일본의 지역자치단체 구분 단위) 간 격차를 들어 ‘일본 공교육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유토리 교육이 실패로 돌아간 뒤 일본 정부가 수년에 걸쳐 교육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교원들의 업무 과중과 학생들의 학습 의욕 저하만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유토리 교육의 실패’ 참조.) 특집호는 경제지가 교육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2013년 1월, 아베 총리 직속으로 열린 교육재생실행회의는 ‘아베듀케이션(Abeducation, 아베 총리와 교육의 조어)’의 서막이었다. “21세기 일본에 적합한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을 재생하기 위해 내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교육 개혁을 추진한다”(일본 수상관저)는 목표로 올해 7월까지 총 5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일본 고등교육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영어능력 강화와 온라인 교육 확대, 대학 지배구조의 개혁을 통해 세계 100대 대학 순위에 현재 2곳(도쿄대와 교토대)인 일본 대학을 10개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글로벌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계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교육계는 ‘글로벌 인재’ 양성에 앞서 공립학교에서의 기초 교육 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구잡이식 교육 개혁안에 떠밀린 현장의 일선 교사들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교실을 떠나고 비상근 교원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점차 불거지는 일본 공교육의 위기는 학교와 가정의 연결고리를 중시하는 아키타식 교육법이 다시 한번 세간의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됐다.
만년 꼴찌 산골마을 학생들의 기적
“교육으로 아키타(秋田)현을 살리자.”
일본 혼슈 북서부 끝자락의 아키타현은 농업에 의존하고 있어 소득지수가 낮고 인구 수는 105만여 명에 불과하다. 일제고사가 사라지기 전인 1955년에는 전국 학력 순위에서 최하위 수준인 40위권에 맴돌았다.
아키타현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교육을 통한 지역 살리기에 나섰다. 경제력도, 학력도 없는 아키타현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아키타현 교육 관계자들은 현민들을 찾아다니며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알렸다. 이들을 설득해 1997년부터 현 전체 예산의 6분의 1을 투입해 ‘소규모 학습 추진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학교에서의 교육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개발했다. 학교별 시간표와 교사의 배치 계획까지 세심히 조정했다.
결과는 10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2007년 부활한 전국 학력 테스트에서 아키타현은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학과 국어 기초지식능력을 평가한 결과다. 처음엔 일시적인 현상이나 우연으로 치부됐다. 해가 바뀌어도 ‘우연’은 계속됐다. 2014년 8월 발표된 올해 전국 학력 테스트 발표 결과에서도 아키타현은 1위였다. 학력 테스트가 중지된 2011년을 제외하고 7년 연속 선두다. 아키타 학습법을 벤치마킹한 오키나와(沖縄)현도 ‘만년 꼴찌’를 벗어나 전국 학력 테스트 순위가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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