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모리초등학교 & 조지타운데이스쿨
Article at a Glance – 혁신
미국 공립학교 모리초등학교는 말도 못하는 갓난아기를 ‘선생님’으로 초빙하는 ‘공감의 뿌리’ 수업은 물론이고 매일 30분씩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아침조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있다. 조지타운데이스쿨은 유치원생 시절부터 노숙자들을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게 할 정도로 사회봉사 활동을 핵심 커리큘럼으로 삼고 있다. 또 식민지 시대 미국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2박3일 일정의 몰입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감 역량을 계발하도록 유도한다. 공감 교육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물론이고 사회 정서적 능력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
미국 워싱턴DC 소재의 공립학교인 모리초등학교(Maury Elementary School) 4학년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실 바닥에 녹색 담요를 깔아 놓고 특별한 교사를 기다린다. 바로 생후 1년도 안 돼 말도 할 줄 모르는 ‘갓난아기’ 선생님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교실로 들어오면 학생들은 일제히 환영의 노래를 읊조리며 담요 주위로 모여든다. 어머니는 학생들이 둥그렇게 만들어 놓은 원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아기가 어린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도록 한 바퀴 빙 돈다. 노래가 끝나고 학생들이 담요 주위에 둘러앉으면 어머니도 아기를 누인다. 몸짓과 표정, 소리로만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드러낼 수 있는 갓난아기를 통해 아이들은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분노, 행복과 좌절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접한다. 공감(共感) 교육 프로그램인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 수업의 한 장면이다.
만 5∼13세 아이들을 타깃으로 설계된 공감의 뿌리는 캐나다의 사회적 기업가 메리 고든이 1996년 고안했다. 고든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육성하는 국제 비영리조직 아쇼카(Ashoka)가 선정한 아쇼카펠로(Ashoka Fellow)1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감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와 갓난아기 사이에 오가는 교감을 교실 환경으로 끌어들였다. 공감은 ‘이론’이 아니라 오직 ‘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이 갓난아기와 공유하는 체험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아기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접하며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또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현재 공감의 뿌리는 캐나다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전 세계 7개국에서 60만 명의 아이들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모리초등학교 아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리초등학교처럼 예산 제약이 심한 공립학교에서 별도의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이런 공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21세기를 살아갈 성숙한 시민으로 아이들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읽기나 수학 능력만큼 공감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이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변화의 창조자로 만들겠다(Everyone a Changemaker)’는 아쇼카의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아쇼카가 지난 2012년부터 전 세계에서 공감 교육에 힘쓰는 학교들을 ‘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스쿨(Ashoka Changemaker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발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쇼카는 미국 내 60곳을 포함해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총 100여 개 학교를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했다. 이른바 100여 개의 ‘공감 학교(Empathy School)’ 중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모리초등학교(공립)와 조지타운데이스쿨(Georgetown Day School, 사립) 두 곳의 공감 교육 사례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Illustration: Fernando Volken Togni @ YCN
1. 모리초등학교(Maury Elementary School)
지난해 아쇼카 체인지메이커 스쿨로 선정된 모리초등학교는 2009년 현 교장인 캐롤라인 알버트-가비가 부임할 때만 해도 워싱턴DC 내 대표적인 ‘실패 학교’ 사례로 꼽히던 곳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성적이 형편없었다. 지난 2002년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도입된 후 매년 치러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테스트 결과, 읽기와 수학 능력 모두 워싱턴DC 학교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워싱턴DC 학교 학생들은 대략 절반 정도가 성취도 목표를 달성(Pass)한 반면 모리초등학교의 경우 불과 3분의 1 정도만이 ‘Pass’ 등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현재 모리초등학교는 워싱턴DC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기 공립학교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전체의 70%가 ‘Pass’ 등급을 받을 정도로 눈에 띄게 발전했다. 지난해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을 수강한 4학년 학생들만 따져보면 이 비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알버트-가비 교장이 부임할 당시 245명이었던 재학생 수는 현재 369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생 수가 갑작스레 많아진 통에 모리초등학교는 4년 전 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트레일러를 설치해야 했다. 메인 빌딩에서 늘어난 학생들을 전부 수용할 수가 없어 부속 건물을 따로 지어 4개 학급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워싱턴DC 공립학교 중 학생 수용 공간이 부족한 학교는 모리초등학교가 유일하다”며 “현재 모리초등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대기자 수만도 600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알버트-가비 교장은 이처럼 워싱턴DC 캐피톨힐 지역 학군 내에서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모리초등학교를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워싱턴DC 공립학교 올해의 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과연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4년 전 트레일러 신축 때문에 위치를 옮겨 다시 만들어야 했던 운동장 이전에 얽힌 이야기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모리초등학교 학생들
(Provided by Maury Elementary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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