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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100주년의 교훈

김남국 | 157호 (2014년 7월 Issue 2)

1914 628, 오스트리아 황태자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보스니아의 한 청년에게 암살되면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전쟁은 1460일간 이어지면서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았습니다.

 

영국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Great War’라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엄청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차 대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희생자가 엄청납니다. 무려 3252만 명의 사상자(사망, 실종, 부상 합계)가 발생했습니다. 또 기관총, 독가스, 비행기 폭격, 탱크 등 신무기가 나왔고 국가 총력 지원 체제와 대전략의 등장 등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단절적인 변화(discontinuous change)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군 지휘관들은 기존 사고의 틀에 얽매여 전략과 전술의 변화를 제대로 모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기관총의 등장으로 무기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지만 전장의 리더들은 교본에 나와 있는 대로돌격 앞으로만 반복, 참극을 낳았습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기관총 탄알에 병사들을 돌격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에서처럼 병사들이 포복과 각개약진을 하며 조직적으로 대응하면 기관총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환경이 변하면 전략이 변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당대 최고의 엘리트들은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눈앞에서 병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도 변화를 꾀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1차 대전이 경영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대의 기관총이 수백 명을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대오를 지켜가며 꼿꼿하게 서서 돌격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군 지휘부였던 귀족들은 옷에 더러운 흙을 묻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설령 포복, 각개약진 등의 전술을 생각해냈다 하더라도 체계적인 훈련도 받지 않았고 공동체 의식도 별로 없는 병사들이 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만약 각개약진을 명령했더라도 대부분 병사들은 총탄 피하기에 급급해 전진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또 다른 전쟁과 엄청난 피해를 경험하고 나서야 환경 변화에 적응한 전략과 전술이 개발됐습니다.

 

1차 대전 당시의 새로운 환경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환경 변화의 내용과 절묘하게도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신기술의 등장, 기존 권위의 붕괴와 수평적 문화 확산, 생산수단으로서가 아닌 목적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재발견 등은 1차 대전과 현재 상황이 갖고 있는 공통점들입니다. 환경 변화의 폭과 강도가 엄청나고 불확실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전쟁의 안개(fog of war)’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의 가정이나 계획과 달리 항상 새로운 상황이 항상 연출된다는 뜻입니다. 넓은 시야를 갖고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조직 문화를 갖춰나가는 것은 전쟁 지휘관이나 경영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DBR은 당시 환경변화의 본질을 분석하고 교훈을 찾기 위한 스페셜 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환경 변화를 선도하고 싶은 경영자라면 1차 대전 당시의 상황에 자신을 투영시켜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역사는 자주 반복됩니다. 지금도 많은 기업에서 기관총이 등장했는데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경영자들이 많습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사람들만이 현명하게 미래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100년 전의 역사적 사건이 제공하는 위대한 영감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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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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