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우용 DBR 4기 독자패널(액센츄어)
DBR 115호 ‘“동남아 광고판 ‘라인’이 점령했던데” NHN, 틈새욕구·해외공략 전략 通했다’에서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해외(일본, 동남아 등) 시장을 대상으로 ‘closed SNS’ 서비스를 통해 기존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 스마트폰 메신저 시장에서 성공했다. 포화된 시장에서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ies)을 극복하고 기존의 다른 서비스 사용자들을 새로운 서비스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알고 싶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라인과 같은 SNS는 네트워크 외부성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네트워크의 크기(사용자 수)라고 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네트워크의 크기가 상당히 차이가 나면 아무리 특출난 서비스를 만들어도 극복하기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후발주자였던 페이스북이 선발주자였던 마이스페이스를 단시간에 추월한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실명기반인 페이스북과 익명기반인 마이스페이스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같은 서비스의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만일 라인이 현재와 같이 ‘closed SNS’ 분야에서 경쟁할 것이라면 라인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더 많은 사용자 확보다.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나 더 효과적인 수익모델 창출은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SNS 시장은 기본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이지만 국가별로 차별화된 시장이 존재한다. 마치 포도송이와 같아서 멀리서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포도알들이 서로 연결돼 있기는 하지만 서로 상당히 독립돼 있는 각각의 시장이 존재한다. 현재 카카오톡은 그중 상당히 큰 한국이라는 포도알을 차지하고 있다. 라인은 한국에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대만과 같은 다른 포도알을 현지화 전략 등으로 공략했고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국내 혹은 해외 특정국가에서만 성공하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글로벌 시장이 점점 통합되면서 전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외 인맥과의 연결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좋은 예다. 싸이월드는 실명기반의 SNS에서 글로벌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주도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만일 글로벌 시장이 통합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국내에서 매우 성공적인 서비스로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혹은 초기에 글로벌 시장 개척에 좀 더 사운을 걸고 주력했다면 전 세계적인 SNS로 자리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해외 시장 개척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실명기반 SNS인 페이스북이 등장하고 사용자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SNS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국내 사용자가 페이스북으로 옮겨갔다. 해외의 지인과 SNS를 하려면 싸이월드로는 되지 않고 페이스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글로벌 정보는 페이스북에 더 많기 때문이다. 포도송이 예를 다시 사용한다면 싸이월드는 포도알 하나에서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전체 포도송이(글로벌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점유율을 늘리면서 한국이라는 포도알도 페이스북에 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일 각 포도알이 분리돼 있었다면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은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점점 각 포도알의 연결이 강해지면서, 즉 글로벌 시장이 통합되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이 경우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많은 쪽이 당연히 유리해진다.
물론 수년 내에 전 세계 Closed SNS 시장이 하나의 서비스에 의해 완전히 통일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글로벌 시장이 완벽하게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정부의 통제도 있고 문화권이 달라서 많은 독자적인 SNS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통합의 정도가 강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서비스의 수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라인이나 카카오톡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서 새로운 시장 개척(현지화 전략을 통해서)을 게을리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다른 경쟁자에게 이미 가지고 있는 시장도 내줘야 할지 모른다.
김형숙 DBR 4기 독자패널 (조인컨설팅그룹)
DBR 116호 스페셜리포트 “비효율적이고 느슨한 공간, 코코넛위기 버퍼가 된다”에서 코코넛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신뢰조직’을 제안했다. 예상치 못한 비상상황 발생 시 이를 조기에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직무에 대해 ‘고신뢰조직’을 구축한다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코코넛위기에 대한 초동 대응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로 제안된 119구조대, 병원 응급실 등은 핵심업무 자체가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고신뢰조직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일반적인 기업경영에서 위기대응만을 위한 ‘고신뢰조직’의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지난 DBR 114호 ‘다양성,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꾸준한 관찰과 조정이 성공열쇠’에서는 조직구성원의 다양성 관리를 위한 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관리자는 실무에서 직접 조직구성원을 가까이 관찰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다양성을 극대화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느낄 것 같다. 때문에 “여성이라서…” “외향적으로 보여서…”라는 선입견이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든다. 다양성 관리를 위해 CEO나 관리자가 어떠한 역량을 길러야 하며 조직문화 속에서 어떠한 점을 잘 관찰해야 하는지, 선입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다양성 관리의 원칙을 알고 싶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고신뢰조직은 불확실성과 급변성, 복잡성 등이 그 핵심 특징인 21세기 초경쟁환경이 도래함에 따라 예측 못한 코코넛위기의 발생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기업들이 검토하기 시작한 새로운 조직형태다. 따라서 고신뢰조직을 기업들이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 명확한 사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TFT나 프로젝트팀, 또는 임시위원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애드호크라시(adhocracy) 조직은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계층적 관료제 조직(bureaucracy)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형태로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고신뢰조직의 특징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존 기업들 중에서 소위 특정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이뤄진 임시팀이 문제발생 현장에 급파돼 문제를 해결하는 SWAT팀을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경우는 간혹 있으며 이 또한 고신뢰조직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진남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리더 혹은 조직의 관리자들 자신이 조직성원들의 특성에 따른 선입관에 매몰되는 경우 조직의 다양성 관리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관리자 개개인의 노력과 함께 조직차원에서 다양성에 대한 의식을 제고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 성별에 따른 차이, 성격에 의한 차이가 어느 한 특성을 가진 조직성원을 절대적 우위에 있게 하기보다 서로 다른 자원 혹은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조직목표의 달성을 좀 더 용이하게 한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모든 조직성원들의 개인특성을 무시하고 선입견 없이 동일하게 대우하겠다는 관점보다는 각각의 성원들이 가지는 차이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부서와 조직의 목표에 이들의 특성을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평등이 가장 불평등, 불공평한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관리자들은 조직성원들의 표면적/내면적 다양성을 철저히 이해하고 보장하면서도 조직성원들 간에 높은 수준의 목표유사성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은 다양한 관심과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기에, 개인/그룹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고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부서 혹은 조직수준에서의 공통의 관심과 목표를 만들어 유사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감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문화 특성상 성별, 연령, 직급 등에 의한 조직성원들 간의 서열화와 이에 따른 의사소통 부족, 조직 내 주류(主流) 그룹에 의한 정보 독점 및 발언권의 독점을 극복하는 일은 관리자들이 다양성 관리에서 가장 관심을 쏟아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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