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Marketing’ 간판을 내린 이유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사람들은 성공을 바라고 실패를 피하려 합니다. DBR은 성공을 꿈꾸는 비즈니스 리더에게 실전형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연말최고 마케팅(Best Marketing)’ 사례 5개를 골라 성공요인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성공 사례가 성공을 위한 좋은 교훈을 준다는 판단에서 나온 기획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과거 방식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게 아니라 우리가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잠정적이고 상대적인 인식일 뿐입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성공 경험이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실패가 성공의 일등 공신이 되기도 합니다. 전자의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개념이성공의 덫(success trap)’입니다. 후자와 관련한 개념은똑똑한 실패(intelligent failure)’입니다.

성공의 덫과 똑똑한 실패 모두 학자들의 엄밀한 실증 분석을 통해 이미 입증된 개념입니다. 성공을 경험한 조직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과도한 자신감을 갖기 때문에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실패를 경험했을 때 조직 학습이 크게 촉진돼 이후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다양한 사례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Best Marketing’이란 제목으로 지난 몇 년간 진행했던 DBR의 시도는 잠정적 성공, 혹은 상대적 성공에최고라는 이름을 붙여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특징을 가진 것이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닙니다.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하면 과거의 성공 때문에 망할 수도 있고 과거의 실패 덕분에 흥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성공과 실패는 조직에서 상호보완적인 특징을 가집니다. 전체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분의 실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대로 실패 없이 성공만 하는 조직은 겉으로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지 않는 암세포가 자라듯 조직 전체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기업과 경영 관리자들은 성공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현명한 실패를 장려합니다. A.G. 래플리 전 P&G CEO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얘기는 점진적 혁신만 추진했다는 증거라며 높은 성공률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는 점진적 혁신 대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과감한 혁신을 단행하라고 조직원들에게 요구했습니다. 훌륭한 팀장은 팀원들에게 실패한 증거를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많은 실패 사례를 제시한 직원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유능한 직원일수록 다양한 시도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프란체스카 기노 하버드대 교수는역설적이지만 성공했을 때 한층 더 매서운 눈으로 성공 원인을 분석해야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대부분 기업이 성공했다고 느끼는 순간 냉철하게 성공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샴페인부터 터뜨리는데 이런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입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성공과 실패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 통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DBR은 최고 마케팅 사례를 뽑는 관행을 바꿨습니다. 대신잠정적성공으로 볼 수 있는 5개 사례(응답하라 1997, 애니팡, 싸이의 강남스타일, 휴롬, 카누)와 더불어잠정적실패로 볼 수 있는 5개 사례(대한축구협회, 티아라, 이동통신사 보조금 정책, 아이스치킨, 웅진그룹)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잠정적이라는 단어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은 사례를 배출한 기업이라도 자기 확신에 빠지거나 자만심을 갖게 되면 그 성공때문에몰락할 수 있습니다. 또 잠정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더라도 조직 학습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잘 활용하면 큰 성공을 일궈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는 작년까지 사용해왔던 ‘Best Marketing’이란 간판을 내렸습니다. 대신 ‘Business Cases’로 바꿔 달았습니다. 올 한 해 비즈니스계에 있었던 다양한 잠정적 성공 및 실패 사례를 통해 생생한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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