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동국 DBR 3기 독자 패널(나루아토)
DBR 103호 Special Report ‘Platform Leadership’을 읽고 최병삼 수석연구원께 질문한다. 인지도가 약한 기업에서 초기 플랫폼을 구축할 때 자신보다 큰 기업을 자사의 플랫폼으로 넣을 수 있는 전략에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애플의 플랫폼은 개인 프로그래머나 중소 앱 관련 프로그램 회사들을 자사의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자사보다 작은 회사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자신보다 큰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지 궁금하다.
또 김창욱 센터장께 질문한다. 자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회사들에 제공할 수 있는 혜택에 대한 평가방법도 궁금하다. 쉽게 말해 수익을 배분할 때 애플은 3대7, 아마존은 5대5로 하고 있다. 수익비율을 어떤 기준으로 설정한 것인지, 또 그것을 평가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현재까지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혜택이 단순히 수익적인 면에 한정되는 것 같은데 그 밖에 참여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만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기업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적의 기술과 적절한 포지셔닝으로 훌륭한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는 많다. 즉, 플랫폼 전략에 있어서는 기업의 규모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큰 기업이지만 자신의 업의 특성상 플랫폼 기업이 되기 어려운 기업들도 있다. 정리하면 작은 기업이라도 큰 기업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면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다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겠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질문에 충실하기 위해 주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참여시키는 경우를 가정하고 설명하도록 하겠다.
최적 솔루션 제공: 큰 기업이라고 모든 사업의 모든 영역을 직접 담당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등 전 세계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핵심부분은 ARM이라는 영국기업이 거의 독점적으로 설계한다. PC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인텔이 독점한 것과 비슷하다. ARM의 칩은 설계가 단순해서 전력사용량과 열 발생량이 적다. 이런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특성 때문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핵심기술을 개발하기만 하면 거대 기업들에 사업의 토대, 즉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핵심자산(소비자 등) 확보: 아무리 거대 기업이라도 광고를 위해서는 별도의 광고 플랫폼을 이용한다. 그래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소비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미디어는 거대 기업의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 목 좋은 곳을 선점한 유통업체가 글로벌 기업들의 매장을 유치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대조건 제시: 크고 지명도가 높은 기업을 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특히 플랫폼 구축 초기에는 우대조건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사업을 시작할 때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나 거대 방송사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조건을 내걸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이런 우대조건이 없더라도 신규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용도 홍보 및 지원: 거대 기업이라고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가 소비자에게 홍보하기 위해 SNS 사이트를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단지 페이스북에 팬 페이지를 운영하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페이스북에 코카콜라 페이지를 개설한 것은 코카콜라가 아니라 전혀 관계없는 두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이 팬 페이지가 인기를 얻자 코카콜라가 그들에게 페이지를 공식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코카콜라도 초기에는 페이스북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할지 잘 몰랐는데 두 청년이 이를 깨닫게 해 준 셈이다. 즉,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코카콜라 같은 큰 기업을 파트너를 끌어들이려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앞서 이 플랫폼이 그 기업에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김창욱 삼성경제연구소 복잡계센터장
1. 수익 배분 비율 결정의 기준에 대해: 수익 배분 비율이라는 것은 참여 기업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서 수입을 얻었을 때 플랫폼 사용료를 얼마나 부과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앱개발자에게 애플리케이션 판매액의 30%를 플랫폼 사용료로 징수하고 있다. 이전에 통신사가 자신의 포털에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제공하던 시절에는 매출의 50% 정도를 통신사가 가져갔다고 한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애플의 앱스토어가 매우 유리하다. 반면 안드로이드마켓에서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한 사용료는 부과하지 않는다. 단지 통신사와 앱개발업자가 애플리케이션 판매액을 30대70으로 나눠 갖도록 하고 있다. 이는 통신업자에게도 애플리케이션 판매의 수익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안드로이드 폰의 채택을 유인하게 하기 위해서다. 결국 플랫폼 사용에 대한 대가를 얼마나 부과할 것인가는 어떻게 해야 참여기업을 나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얼마나 사용료를 부과해야 참여기업이 나의 플랫폼에 끌릴 것인가는 플랫폼 간의 경쟁상황과 참여기업의 해당 플랫폼에 대한 지불의사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간 경쟁상황과 관련해서는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애플은 기존 통신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앱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고 안드로이드는 통신사에도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애플보다 유리한 조건을 통신사에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플랫폼에 대한 지불의사와 관련해서는 지불의사가 큰 쪽에 많은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DBR 기사 ‘아키텍처와 거버넌스’의 본문에서 설명했듯이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반응 정도의 차이 때문에 PC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보다 게임기의 게임 소프트 개발업체가 많은 사용자 기반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사용료 지불의사가 더 크다. 따라서 PC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에는 플랫폼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게임 소프트 개발업체에는 상당한 로열티를 부과한다.
2. 참여기업을 유인하는 기타의 방법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MS-DOS를 기반으로 많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도록 하기 위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발업체에 제공했다. 이는 DOS가 가진 여러 기능을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에는 전담 지원조직까지 만들어서 개발업체를 지원하고 개발자 콘퍼런스를 통해 기술과 정보를 공유했다. 이후 이러한 개발자 지원 시스템은 구글, 아마존 등에서 광범위하게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참여기업 전체에 제공하는 혜택이 아니라 특정한 참여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히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할 때 통신업체에 플랫폼 지위를 허용하지 않는 것 때문에 통신업자들이 아이폰 채택을 꺼려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폰 채택을 유인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2위 이하 업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협상을 통해 아이폰의 독점공급권을 주는 방식으로 통신업체를 끌어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기 Xbox를 출시하면서 유명 게임개발업체인 EA(Electronic Arts)가 Xbox용 게임을 개발하도록 하기 위해 별도의 보상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처럼 개별 협상을 통해 특정 참여기업을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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