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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동력

제조업의 지식기반 고도화가 해법

송재용 | 15호 (2008년 8월 Issue 2)
최근 한국 경제 및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어떻게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가”다.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급속한 경제개발 과정에서 한국은 경공업에서 시작, 중화학공업으로 신성장 동력을 성공적으로 발굴해 왔다. 이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에 부응해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전에 한국 기업들은 신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등 성장 일변도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기업 주도의 신성장 동력 발굴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삼성, LG 등이 주도해서 지금까지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외환위기 과정에서 과도한 신사업 진출 등 양적 팽창 위주의 공격적 전략을 펼치던 기업 상당수가 망하고 주주 이익 중시의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업 전략이 크게 변했다. 이 결과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기업들보다 낮아지고 이익률도 향상됐다.
 
온라인게임 등 IT 산업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는 대규모 신성장 동력 산업을 발굴하지 못했다. 1990년대 신성장 동력으로 진입한 조선, 중공업, 메모리반도체, LCD, 휴대전화 산업 등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이처럼 경제위기 이전에 진입한 주력 산업들이 속속 성숙기에 접어들고, 중국과 인도 등의 부상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양상이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는 곧 성장 정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앞으로 10∼20년 후 우리를 먹여 살릴 신성장 동력의 발굴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그러면 신성장 동력은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가.
 
필자는 경영전략 교수로서 기업의 신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국가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관련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장경제 아래에서 기업이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런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및 기초 지식 확보 측면에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세계적 추세다. 이를 감안할 때 기업의 경영전략 관점에서 국가의 신성장 동력 발굴 전략의 원칙을 제시하고 평가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21세기 초반의 글로벌 지식기반경제 시대의 도래 등 메가트렌드에 대한 고려와 함께 기업의 신사업 발굴 원칙과 방법론을 중심으로 국가 및 기업이 어떻게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신사업 발굴시 메가트렌드 변화 분석해야
이를 위해 먼저 기업의 신사업 발굴 원칙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기업이 신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신사업 검토 시 규모·성장률·수익성 등 산업의 매력도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진출 대상 산업의 매력도를 검토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석 기법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5 forces’ 기법이다. 5 forces 기법은 기존 기업의 경쟁양상, 진입장벽과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 공급업자의 협상력, 구매자의 협상력, 대체재로부터의 위협을 산업의 구조적인 매력도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인으로 보고 분석을 진행한다. 기존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진입장벽이 낮을수록, 공급업자나 구매자의 협상력이 강할수록, 대체재 위협이 높을수록 특정 산업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신규 진입자 입장에서도 이 다섯 가지 측면에서 진입 대상 산업의 구조적인 매력도를 분석해 좀 더 매력적인 산업에 진입한다. 다만 신규 진입자 입장에서는 기존 기업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을수록 진입이 쉽기 때문에 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한편 산업의 매력도는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로 이어지는 산업의 수명주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매력적인 신성장 동력 산업은 아직 경쟁구도가 확립되지 않고 고속 성장이 이뤄지는 도입기나 성장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규 진입 대상 산업을 선정할 때는 좀 더 거시적 측면에서 앞으로 10∼20년 이상 영향을 미칠 외부 환경 상의 메가 트렌드 변화도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저출산·웰빙 지향성 등 사회문화적 트렌드와 자원전쟁의 심화, 환경 문제의 중요성 증대, 산업혁명에서 글로벌 지식 기반 경제로의 이행 등이 현 시점에서 신규 진출 대상 산업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메가 트렌드다.
 
특히 글로벌 지식 기반 경제의 전개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메가 트렌드다. 지식경제 시대의 대표 산업으로는 생명공학(BT)·나노기술(NT)·정보기술(IT)·로보틱스 등 지식기반 하이테크 산업과 컨설팅업·투자금융업·의료서비스·고등교육서비스·소프트웨어산업·문화콘텐츠산업 등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이 꼽힌다. 이들 지식 기반 산업에서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지식재화를 누가 먼저 창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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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재용jsong@snu.ac.kr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연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의 석학종신회원(Fellow), 미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국제경영분과(International Mana-gement Division)와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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