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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개방형 혁신

덕업일치된 덕후 한 명의 힘 아무도 생각 못한 혁신을 가져다준다

김경훈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가끔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아 협력하기 어려운 것 같은마니아혹은오타쿠들과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혁신은정의하기(identify)’ ‘통찰을 얻기(insight)’ ‘아이디어 내기(idea)’ ‘실행하기(implementation)’의 과정을 거치는데, 각 단계마다 마니아를 활용할 수 있다. 마니아는 1)자사 브랜드 마니아 2)경쟁사 브랜드 마니아 3)해당 카테고리 혹은 주제에 대한 마니아 4)연관 주제 마니아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렇게 분류된 네 종류의 마니아가 각 단계마다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내 회사, 내 브랜드의 마니아층이 어떻게 나눠져 있고, 그들이 누구인지부터 당장 파악하라.

 

 

 

영화를 볼 때 독자 여러분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필자의 경우,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큼만 검색을 한다. 스포일러를 읽게 돼 영화의 재미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다음에는 전혀 다르다. 특히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의 경우에는 영화를 본 후 본격적으로 그 영화에 대한 글들을 검색해서 읽어보면서 놓쳤던 부분들과 영화 속에 감춰진 잔재미를 글을 통해 알게 된다.

 

예전에는 어떤 영화에 대해 검색을 하면 유명 영화 잡지와 영화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평론가들의 글이 먼저 검색 결과에 나타났고, 이들 평론가의 글을 읽고 나면 더 읽을 만한 글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엔하위키라는 위키에 있는 영화 관련 글들이 검색 상위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요즘은 엔하위키의 뒤를 이어 받은 나무위키의 글들이 검색 결과에 나온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나무위키에서 영화 관련 글을 찾아보기 위해 검색어를스타워즈 나무위키식으로 입력하기도 한다.

 

<그림1>과 같이 검색하면 여러 기여자들이 함께 모여 만든 집단지성의 산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다른 영화와 연계된 부분, 배역에 대한 내용(예를 들면, 레이의 정체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 감독과 배우에 대한 내용 등 깊이 있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기여자들은 위키의 마니아인 동시에 스타워즈의 마니아들이다. 마니아들이 가진 지식과 판단력, 그리고 열정이 모여서 놀라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나무위키의 위력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는 지금 구글에서개그콘서트 나무위키로 검색을 해보라. 현재 개콘에서 방영 중인 코너부터 종영된 코너까지 개콘의 모든 코너에 대한 상세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개콘의 흑역사도 깨알같이 정리돼 있다. 잘 읽어보면 위키와 개콘을 사랑하는 개콘덕후1 가 아니고서는 작성하기 어려웠을 법한 내용들도 많이 나온다.

 

나무위키는 여러 분야의 마니아들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우리가 그들을오타쿠라고 부르든, ‘오덕’ ‘덕후’, 혹은마니아라고 부르든 상관 없이 특정 분야에 심취한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으로 나와 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혁신시키고 있다. 2015 10 <동아일보>에 김배중, 김정은, 이새샘 기자가 보도했던 “‘학위 없는 전문가’… 마침내 세상이덕후를 존중하다라는 기사를 찾아보라. 키덜트 장난감은 물론이고 연극 공연계, 식품 업계에서 마니아들은 전문성을 무기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마니아들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마니아들을 그저 특이한 소비자 혹은 얼리어답터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마니아들을 특이한 소비자로 여기는 예는 2000년에 출간된 <먼나라 이웃나라 7권 일본인 편>에 잘 설명돼 있다. (나무위키의오타쿠항목에 인용된 것을 재인용한다.)

 

“오타쿠는 원래 집이라는 뜻인데, 가령 비디오 게임 오타쿠는 이 세상의 관심사는 오로지 비디오 게임뿐으로 집 안에 틀어박혀 한 가지 관심사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이런 호칭이 붙었대.2 비디오 게임 오타쿠는 마나아의 차원을 넘어서 비디오 게임의 모든 것에 대해 완전히 꿰뚫고 있음은 물론, 게임을 만든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그 게임을 완전히 소화해 버리지.

 

가령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비디오 게임이 시장에 나오면, 가게 앞에서 밤을 새워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누구보다 먼저 그 게임을 사서는 며칠이고 집 안에 틀어 앉아 그 게임을 완전히 터득해 버리지. 그러고는 그 게임의 문제가 무엇인지, 만든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점까지 끄집어내어 자신들 동아리에서 만든 전문잡지에 실어.3 오타쿠들은 전문가 중에서도 최고 전문가들이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무서운 눈인 셈이지. 상품에 눈곱만 한 오류나 문제점이 있으면 어김없이 질책이 쏟아지니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오타쿠에게 책 잡히지 않으려 노력하고 이는 완벽한 최고의 상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해.”

 

이 책이 나온 지 16년이 지났지만 마니아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태도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들 마니아를 소비자 집단 이상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몇몇 기업들은 열성적인 소비자들을 혁신 파트너로 여기고, 이들 소비자와 협업을 통해 많은 혁신을 이뤄냈다.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아는 레고(Lego)나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같은 기업들은 열성적인 소비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돕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성공했다. DBR 162호에 소개 됐던 락앤락의 주부 커뮤니티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4

 

이처럼 소비자 커뮤니티를 통해 마니아들과 협업하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수는 있다. 오늘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동안커뮤니티에 맞췄던 초점을 열성적인 소비자들 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이고도 전문적인마니아로 옮겨보고자 한다. 가끔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사회성이 부족해 협력하기 어려운 것 같은 이들 마니아와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큰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아도, 당장 한두 명의 마니아와 시작해볼 수 있는 혁신은 없을까? 마니아와의 협업은 어떤 영역에서 가능하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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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훈

    김경훈http://linkedin.com/in/HarrisonKim

    - (현)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 근무
    -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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