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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IST·CKGSB China - Korea EMBA 지상중계

중국에서는 채널이 왕! 中 진출? 글로벌 전략보다 현장을 봐라

김문수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의 특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특성보다는 글로벌 전략을 앞세우다 실패했다. 특히 다국적 기업 가운데 중국 현지의 경쟁 업체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많다. 대부분이 중국의 여론 동향 등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다. 한꺼번에 직접 인수하려 하기보다는 금융투자회사를 동원하거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점진적 지분 인수 등의 대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또 합작회사 설립 과정에서 지분율이 높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강연자 소개

텅빙셩 CKGSB 유럽캠퍼스 부학장 겸 전략경영학 교수는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략적 제휴 부문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편집자주

DBR은 중국 명문 경영대학원인 CKGSB(장강경영대학원)와 기업 핵심 인재 교육을 선도하는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가 공동 개설한 China-Korea EMBA 과정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CKGSB는 홍콩의 리카싱재단의 후원으로 설립됐으며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등 8000여 명으로 구성된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1기 과정이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519 2기가 시작됩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 지난 324∼27일 베이징에서 진행된대중협력의 성공전략모듈에서중국시장 진출 전략을 주제로 한 텅빙셩 교수의 강의 내용을 요약합니다. 과정문의: sykim@assist.ac.kr

 

1. 차이나드림을 재조명하는 다국적 기업들

 

중국 경제 성장의 명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졌다. 과거 10%대에서 계속 최저점을 돌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전거를 탈 때 속도가 느려지면 중심 잡기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경제도 성장 속도가 늦어지면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와 달리 균형을 잡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는 여러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 과잉이 문제다. 중국 내에 수천 개의 철강업체가 난립하면서 철강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의 철강 생산량만 합해도 전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덕분에 베이징 시민들은 스모그 속에서 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과거 경제 발전 모델이 지속될 경우 생태 환경이 붕괴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정부가 4조 위안, 지방정부가 6조 위안을 투자해서 경제를 살려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겼다. 아파트 가격 급등 같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투자가 경기 부양 효과로 잘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려면 소비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중국 국민들은 저축을 선호한다. 사회보장 체제가 완벽하지 않은데다 돈을 모으는 전통도 있어 소비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

 

조세개혁은 현 중국 정부의 중요한 화두인데 각 지역의 세무당국마다 잣대가 다르다는 게 문제다. 어떤 지역에서는 세무당국이 세수 목표를 빨리 달성하지만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기 때문에 기업에 세무조사를 해서 목표치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세무환경에 유리한 곳으로 옮겨가는 다국적 기업들이 많다.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 높고, 투명성은 낮다. 이런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 기업들은 관시로 대응하고 있다. 모든 국가에서 관시가 중요하겠지만 중국은 다른 점이 있다. 다른 국가에서는 정상적으로 일을 하다가 진행이 잘 안 되면 관시를 찾는데, 중국은 처음부터 관시가 필요하다. 중국 공항에서 비행기 정시 출발 비율이 약 60% 정도다. 30분 정도 기다리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관제탑 근무자를 알고 있다면 한참 뒤에 대기하고 있던 비행기가 먼저 뜰 수 있다. 관시의 심도와 깊이는 이렇게 위력적이다. 그래서 관시로 거래비용 줄이려는 기업들이 많다.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경제학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다각화 수준이 높아질수록위계비용(governance cost)’이 상승한다. 중국은 거래비용이 매우 높은 나라다. 그러면 기업의 다각화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거래비용과 위계비용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다각화 이뤄지기 때문이다.

 

 

왜 중국의 거래비용이 높을까? 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이 업자는 증서가 없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관료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왜 원석을 선물했는지 물었더니 원석이고 증서가 없을 경우에는 가치판단이 안 되기 때문에 안전한 뇌물이 된다고 하더라. 이런 비용은 회계장부에 기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비용이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부패 법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고 있다. 구글은 엄격한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을 수 없다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결과, 경쟁사였던 바이두가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다. 로레알과 레브론 등은 초기 중국에 진출했다가 경쟁에 뒤처져 중국에서 일부 혹은 전체 사업을 철수했다. 월마트도 중국에서 고전했다. 일부 점포는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폐점하기도 했다.

 

다국적 기업의 도전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3가지다. 첫째, 전반적인 비용 증가이고, 둘째는 법적 규제환경의 변화, 셋째는 현지 경쟁의 심화다. 과거 기업들은 중국의 제조원가가 낮아 중국에서 생산을 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부동산 59%, 교통비 45%, 인건비 63%, 원자재 70%가 올랐다. 첨단 고급 인력들의 인건비도 외국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물론 인건비가 싼 중국 내륙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대안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중국 내륙의 인프라 미비로 내륙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까지의 물류비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인건비는 효율까지 계산하면 미국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 이상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과거 중국은 세계의 신발공장이었는데, 지금은 베트남에서 훨씬 더 많은 신발이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동남아로 옮겨가고 있다. 동남아는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의 법률은 다국적 기업에 우호적이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 3년간 중국에서 발표된 새로운 규제는 50개 정도다. 인도는 이 기간 동안 119개의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물론 다국적 기업 임원들은 투명성을 높여주고 부패를 척결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뇌물수수 문제가 불거졌는데 의사들을 초청해서 식사를 대접하고, 약을 사달라고 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GSK는 다른 제약회사들도 이런 관행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고속도로에서 과속단속에 잡힌 운전자가 왜 다른 과속 운전자를 잡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식이라며 GSK의 논리에 대응했다.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변하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독점방지법도 중국의 국유기업 대부분이 독점이나 과점 상태이기 때문에 애매하게 제정됐다. 이 법은 2008 8월부터 시행됐는데 그 이전에는 중국에 독점방지법 자체가 없었다. 중국에서는 통신, 항공, 석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3개 기업 정도가 과점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정부는 통신 3사가 격렬하게 경쟁하면 3명의 CEO가 서로 돌아가면서 다른 회사의 CEO를 맡도록 했다. 이런 인사는 격렬한 경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이 국유기업의 경쟁을 시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국유기업에서 생겨난 수익이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준다. 둘째, 국유기업은 경제 주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책임도 막중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국유기업들이 하고 있다. 국유기업이 이익만 추구하면 정부 과제를 추진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바로 국유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보통 내수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부 기업의 경쟁력이 쌓이고 이를 토대로 해외 진출을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제 정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이런 규제를 강하게 시행하면 국유기업에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에서 시행되는 반독점법은 대규모 국영기업의 독점적 지배력을 통제할 수 없는 불완전한 법이다. 불완전해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생각한다.

 

지식재산 충돌

 

중국 정부는 하이테크 분야의 지식재산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지분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유는 기술 등 지식재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런 정책은 절반의 성공을 가져왔다. 중국은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및 판매 국가로 부상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기술을 확보했을까? 공장마다 30%의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이듬해에는 35%로 높이는 식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다국적 기업들은 기술을 쉽게 양도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동력 시스템을 본토에서 생산하고 있다. 내부 거래 가격도 대단히 높아 중국 파트너는 합작회사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다국적 기업의 기술을 제대로 양도받은 사례는 하나도 없다.

 

 

무선통신 분야에서 지멘스는 TD-SCDMA 기술을 개발했는데, 중국이 이걸 싸게 사서 발전시킨 후 중국의 표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전 세계에는 미국식, 유럽식에 이어 중국식 표준이 만들어졌다. 중국에서는 3개의 통신사업자가 기술을 각각 하나씩 활용했다. TD-SCDMA는 가장 강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차이나모바일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 기술은 미국식이나 유럽식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TD-SCDMA는 기술개발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중국만 쓰는 기술이고 성능이 떨어져 고인 물 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과 유럽에서 쓰는 기술은 흐르는 물처럼 발달하는데 중국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은 정보 보안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이다. 미국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통신 인프라를 구매하지 않는다. 중국 통신장비를 사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애플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중국 정부 관료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SAP나 오라클 등 외국 제품을 알리바바 등이 거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물론 중국 본토에서 개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기 쉽지 않았지만 몇 년 버티다 보니 이제 전자상거래가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 결국 다국적 IT 기업들은 중국 회사와 협력해서 기술을 이전하며 중국 시장에서 더 버틸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기술을 공개하지 않다가 퇴출되느냐의 선택을 해야 한다.

 

최근 중국 로컬기업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화웨이, 하이얼, 레노버, TCL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로컬기업들이 더 잘 안다. 월마트의 대항마격인 우마트(WUMART)가 있다. 월마트는 우마트와 경쟁하려 했지만 지금은 우마트가 있는 곳은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항상 우마트가 월마트보다 10% 정도 쌌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다. 베스트바이도 GOME, SUNING 등 막강한 경쟁자와 경쟁을 해야 했다. 중국인들은 싼 제품을 원했고, 베스트바이는 결국 실패했다. 건축자재 등을 파는 미국 기업 홈디포도 거의 실패했다. 중국인들은 DIY(Do It Yourself)를 싫어한다. 인건비가 싼데 직접 DIY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중국은 여전히 대규모 경제 국가이고 지속적으로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인건비에 주목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인건비도 높다. 또 중국 시장은 2류 시장이 아니다. 2류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해도 부작용이 클 것이다. 삼성은 중국에서 부실한 AS로 불만을 샀다. AS 기간도 짧고 보장 내용도 적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생겼다. 그러자 삼성은 중국 소비자들의 핸드폰 파손율이 높아 다른 국가와 같은 서비스를 해주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런 방식은 현명하지 못한 대응이다. 스타벅스는 미국보다 중국의 커피 가격을 더 높게 책정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왜 중국에서 가격이 비싸냐고 묻자 임대료가 높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샌프란시스코나 뉴욕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임대료가 더 높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 대우를 하면 리스크가 커진다. 할리우드 영화도 미국과 중국이 동시개봉을 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2류 제품이 아닌 가장 좋은 제품을 중국에서 팔아야 한다.

 

초기 다국적 기업들은 중간 업체들, 대리인을 통해서 물건을 팔았다. 중국의 채널이 복잡하기 때문에 개입을 잘 하지 않았다. 과거엔 이런 방법이 맞았다. 그러나 최근 더 많은 다국적 기업이 자체적으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대리인을 활용하면 소비자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 매출 상황을 보고 대응하려면 배는 이미 떠났다. 럭셔리 브랜드들도 과거에는 제품만 제공했다가 현재는 직접 유통망을 운용하는 사례가 많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Think local, act global’의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 로컬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하게 행동해야 한다. , 로컬 특성을 글로벌 전략보다 앞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베이 같은 결과를 경험할 것이다. 이베이는 중국에서 ‘think global’을 먼저 했다. 이베이는 한때 독점적 전자상거래 업체였는데, 로컬 경쟁사였던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모델을 들고 나왔다. 이베이는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한쪽이 무료고 한쪽이 유료면 고객들은 어디를 선택하겠나. 이베이는 전 세계 시장에서 유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만 무료 정책을 취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결국 중국에서 떠나고 말았다. 이베이 CEO는 중국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너무 경시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보조금 지급 같은 변형된 무료 정책이라도 펼쳤다면 살아남았을 것이다. 반면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는 중국 업체인 디디다처와 협업하면서 1000만 위안의 보조금 풀고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중국은 우버의 최대 시장이다.

 

2. 중국 시장에서의 제휴 및 인수합병 전략

 

인수합병 추진 전략

 

해외시장 진출에는 수출, 합작기업 설립, 완전자회사 설립, 인수합병(M&A) 4가지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수출은 초고가 명품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돼 ‘Made in China’가 붙은 제품이 초고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때문에 초고가 명품 기업들은 중국에 공장을 세우기보다 수출을 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벤츠나 BMW 같은 브랜드라도 중국에서의 생산을 고려해볼 수 있다. 중국의 시장 환경에 보다 유연한 적응이 가능하고 순발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벤츠나 BMW는 실제로 다른 해외 지역 제품보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를 더 크게 만든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체면을 중시하는데다 해외에서는 벤츠나 BMW를 자가 운전하는 고객이 많은데 중국에서는 대부분 운전기사를 고용하기 때문에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총액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완전자회사도 증가세다. 다만, 합작기업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합작기업이 많았는데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투자 장벽이 풀려 완전자회사 설립이 늘고 있다.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국유기업의 개혁과 구조전환이라는 트렌드를 타야 한다. 많은 국유기업의 효율성이 낮고 적자를 보는 사례도 많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지분개혁을 추진 중이다. 국유기업 지분을 양도할 때 기존 경영자들이 최대 수혜자가 된다. 기존 경영자들이 오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유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 싸게 사들이는 일도 가능해진다. 중국 곡물국 산하의 한 국영기업은 적자가 심했다. 그런데 능력 있는 한 CEO가 취임 후 3년도 안 돼 적자기업을 흑자로 만들었다. CEO는 회사 지분 20%를 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는 거절했다. 이미 수익성이 좋아졌는데 왜 매각하느냐는 이유에서다. CEO는 실망했고, 대학에 가서 박사 과정에 등록해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 CEO가 떠나자마자 회사는 적자로 돌아섰고 다급해진 정부는 다시 CEO를 불러 낮은 가격에 20%의 지분을 팔았다고 한다. CEO 입장에서는 실적이 너무 빨리 좋아지면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야 하고 정부도 지분을 내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실적을 너무 빨리 상승시키면 안 된다. 지분을 50% 넘게 확보한 다음부터 마음껏 실적을 높이려 하는 경영자가 많다.

 

인수합병은 특정 경제정책 회피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항공업은 외자기업에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M&A를 통해서는 일부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실제 한 항공사가 중국 항공사의 지분 매입을 추진했다. M&A는 경쟁사를 제거하고 경제정책 장벽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부 다국적 기업은 중국의 유력 경쟁업체를 인수해서 브랜드를 없앤 다음에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중심의 포트폴리오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중국의 최대 과일 주스 업체인 후이위안(Huiyuan) 24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다. 그러자 중국 언론은 후이위안 브랜드가 주스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데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 코카콜라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며 M&A에 반대했다. 그런데 실제 후이위안 브랜드는 과일 100% 주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60%였고 전체 과일 주스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1%에 그쳤다. 과일 주스는 100% 과일이 포함된 주스와 과일이 5∼50% 포함된 주스, 과일이 포함되지 않은 주스 등 3개의 시장으로 구분된다. 중국 언론은 이 가운데 후이위안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100% 과일 주스 시장에서의 점유율만 부각시켜 반대 논리를 합리화했다. 이런 여론으로 인해 결국 합병은 무산되고 말았다. 중국 상무부도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반독점법의 첫 번째 적용 사례로 남게 됐다. 또 다국적 기업이 인수하려는 회사의 중국 경쟁사가 국유자산이 외국 자본에 유출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여론 몰이를 해서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이 M&A에 성공하려면 중국 소비자들을 보호할 것이며, 현지 브랜드를 소멸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사전에 여론몰이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여론이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버린 다음에는 상황을 되돌리기 힘들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한 번에 M&A를 하지 말고,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푸(Nanfu)라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있는데, 2002년 모건스탠리에 지분 72%가 매각됐다. 1년 후 질레트는 다시 이 지분을 사들였다. 만약 질렛트가 난푸를 직접 인수했다면 경쟁사 인수와 관련한 여러 논란이 일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모건스탠리가 중간에 끼자 일절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미국 회사(모건스탠리)가 다른 미국 회사(질레트)에 매각하는 건 중국 상무부와도 무관한 일이 된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다국적 기업과 중국 현지 기업이 먼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이 합작회사의 지분을 다국적 기업이 사들이면 대중들의 주목도가 훨씬 덜하게 된다. 2대 주주가 1대 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건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전략적 제휴 사례와 교훈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매력도는 높지만 시장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휴를 추진했다. 어떤 기업은 성공적으로 제휴를 활용한 반면 일부 기업은 실패하기도 했다. 중국에서의 전략적 제휴의 성공 방법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와하하와 다농 사례를 소개한다.

 

와하하는 1987년 쭝칭허우() 회장이 설립한 식품회사로 어린이 영양 드링크를 생산하면서와하하를 마시면 밥이 맛있어져요라는 광고로 유명해진 기업이다. 와하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쭝칭허우 회장은 생산설비가 부족했고 조직에도 매너리즘이 팽배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설비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만 은행을 통해 조달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 했다. 이때 프랑스 다농그룹과 만나 투자 협의를 시작했다. 결국 1996년 프랑스 다농그룹과 홍콩 바이푸친그룹 등이 4300만 달러를 투자해 합작회사 지분 51%를 갖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제휴가 맺어졌다. 이 계약 이후 11년간 다농과 와하하는 총 39개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합작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와하하는와하하브랜드 사용권을 합작회사에 양도했다. 또 계약 수정을 통해 합작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회사는와하하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98년 홍콩 바이푸친그룹은 와하하 합작회사 지분을 다농그룹에 넘겨서 다농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쭝칭허우 회장은 1998년 비탄산 음료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기 위해 탄산음료 시장에 진출하려 했다. 하지만 합작 파트너인 다농은 코카콜라와 펩시라는 강자가 포진한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며 반대했다. 쭝칭허우는 그러나페이창 콜라를 출시했고 농촌에서 시작해 도시로 진출하는 역발상으로 2001년 탄산음료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다농은 중국 시장에서 천리마를 찾아서 육성하는 전략을 취했다. 다농은 와하하 외에도 또 다른 천리마도 찾고 싶어 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인수한 회사가 생수업체 러바이스였다. 문제는 러바이스가 와하하와 경쟁하는 몇 안 되는 현지 경쟁업체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쭝칭허우 회장은 반대했지만 다농은 인수를 강행했다. 다농은 러바이스 인수 후 경영진을 물갈이했지만 러바이스의 생수 시장점유율은 30%에서 5%로 하락했고 차 음료 등에서도 적자를 기록했다. 쭝칭허우 회장은 러바이스를 강하게 견제했다. 이런 과정에서 쭝칭허우 회장은 다농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고 와하하의 경쟁사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강한 불안감도 느끼게 됐다.

 

 

이후 쭝칭허우 회장은 다농과 합작관계가 없는 회사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비합작회사도와하하브랜드를 사용했다. 실질적으로 다농과의 합작회사와 경쟁하는 다수의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다농은 이런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농은 37개의 비합작회사가 합작회사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와하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9개는 쭝칭허우나 그 가족이 소유한 해외 회사가 지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다농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은 2005년 쭝칭허우 회장이 의도적으로 합작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후 담판을 벌여 사태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다농 측과 쭝칭허우 회장은 시장가격보다 싼 값에 와하하 지분을 다농에 넘긴다는 합의를 했으나, 며칠 후 쭝칭허우는 이 합의를 거부했다. 이후 중재신청 등 긴 법률 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2009년 말 다농이 합작회사 지분 51%를 전량 매각하면서 오랜 논란이 끝났다.

 

제휴 관계가 청산되고 다농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다농은 여러 회사에 투자해서 천리마를 찾으려 했는데 이 전략이 문제를 일으켰다. 만약 다농이 재무적 투자자라면 여러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농은 전략적 투자자였다. 파트너의 경쟁사를 인수하자 파트너 입장에서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칭다오맥주와 AB인베브는 이런 관점에서 매우 좋은 사례다. 칭다오맥주는 오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후계자는 많은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성공하지 못해 부도 위기를 겪었다. 이때 AB인베브가 지분을 단계적으로 투자했다. 특히 칭다오맥주는 4개 공장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색깔이 다 달랐을 정도로 생산 공정이 표준화되지 않았는데 AB인베브의 투자 이후 선진 기술이 유입돼 균질한 맥주를 만들 수 있었다. 칭다오맥주와 AB인베브는 상대의 동의를 얻어서 M&A를 추진한다는 사전 계약을 맺었다. 실제 AB인베브는 하얼빈맥주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칭다오맥주가 사전에 동의를 해줬다. 칭다오맥주는 AB인베브가 하얼빈맥주를 인수하지 않으면 남아공 회사인 SAB가 인수를 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지분 제휴 관계가 있는 AB인베브 인수가 더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칭다오맥주는 중가 시장에서, 하얼빈 맥주는 저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제휴 파트너가 인수하는 게 직접적인 경쟁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사전에 M&A에 대한 룰을 정하면 분쟁의 소지가 줄어든다.

 

다농의 또 다른 잘못은 대주주였음에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작회사의 경영은 와하하 측이 전담했다. 장기적으로 경영에 참여를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국의 법률 환경에서는 주주권이 경영권을 압도할 수 있다. 다농이 설령 와하하의 지분 49%를 사들였다고 해도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경영에 참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망 등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쭝칭허우는 유통망 간 불필요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무리한 할인 경쟁을 용납하지 않았고 지역별로 명확하게 영역을 구분해줬다. 이 과정에서 쭝칭허우는 강력한 유통망 장악력을 갖게 됐으며 다농과의 분쟁이 벌어지자 유통망 종사자들이 집회를 열어 쭝칭허우를 지지한다는 공개적인 선언을 했을 정도다. 쭝칭허우는 만약 합작회사 지분을 빼앗긴다 하더라도 브랜드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중국에서는 채널이 왕이다.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채널이 더 중요하다. 유통망 종사자들이 쭝칭허우를 지지하면서 다농은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 중국의 법률 환경에서 지분율만 믿으면 안 된다. 강력한 브랜드나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분율이 높다고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제휴는 어린아이의 옷과 같다. 어린아이는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면 몸에 맞지 않게 된다. 제휴 초기 상황에 맞춰진 옷을 계속 입어야 한다면 얼마나 문제가 많겠나. 어차피 구조가 파괴될 바에는 시한을 정해 놓고 관계를 맺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웨이와 3COM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미국 시장 진출을 원했고 중저가 시장인 가정용 라우터부터 공략했다.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 화웨이가 진입하자 시스코는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벌였다. 화웨이는 이 법률 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3COM과 제휴를 맺었다. 법정에서 3COM은 화웨이의 기술 수준이 높다는 점을 설명하며 증인이 돼줬다. 물론 단순히 법정에 증인 한 명을 세우려고 합작회사를 만든 건 아니다. 화웨이와 3COM과 시스코가 서로 특허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화웨이와 3COM이 제휴를 맺고 설립한 H3C라는 회사는 문제될 게 없었다. 결국 1년 만에 화해를 했다. H3C는 미국에 잘 상륙했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화웨이는 지분을 매각했다.

 

김문수 대표

누드 교과서로 잘 알려진 이투스의 공동 창업자 현재는 비즈니스 영어 및 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 사이트인 ‘BeNative’를 운영하는 스마투스를 이끌고 있다. aSSIST 석박사 통합과정 (빅데이터 전공) aSSIST·CKGSB China-Korea EMBA 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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