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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독자 세미나: ‘C레벨의 진심’ 강연 지상 중계

리더의 ‘책임’이란 ‘반응하는 능력’이다

정리=김윤진, 장재웅, 백상경, 배미정 | 419호 (2025년 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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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5월 21일 개최한 ‘싱커스 토크(Thinkers’ Talk)’는 말보다 행동과 내공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온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DBR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 세미나입니다. ‘C-레벨의 진심―나만의 업계 멘토가 전하는 리더의 작동 원리’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DBR 인기 인터뷰 코너 ‘리더에게 리더가’를 통해 깊은 울림을 준 리더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생생한 노하우와 지혜를 배우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습니다. HR 전문가로 대표이사가 된 한독의 백진기 대표, 전(前) LG화학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현재 엔젤식스플러스 대표로 활약 중인 유진녕 대표, 아마존 출신으로 글로벌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교훈을 전하는 이찬희 놀유니버스(야놀자) CPO(최고제품책임자), ‘보상 없이도 열일하는 조직’의 해법을 제시해왔으며 저서 『노력의 배신』 등을 집필한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까지, 각 분야에서 실전을 통해 검증된 리더들이 무대에 섰습니다. 자신만의 리더십 원칙과 조직을 움직이는 내면의 동력에 대해 솔직하게 공유한 이들의 강연 내용을 지면으로 요약해 생중계합니다. 앞으로도 DBR은 ‘싱커스 토크’ 행사를 통해 구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오프라인 강연의 장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즉각적 피드백은 몰입을 낳고, 몰입은 성과를 만든다”
백진기 | 한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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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는 사람, 소위 ‘고성과자’와 그렇지 않은 직원들 사이에는 실제로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해외 한 컨설팅 회사가 특정 직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분석한 역량 모델링(competence modeling)에 따르면 상위 5~10%에 해당하는 영업사원은 평균적으로 다른 사원에 비해 약 2.7배의 성과를 낸다. 같은 비율의 상위 프로그래머는 무려 6배의 성과를 낸다고 한다. 특히 리더의 경우 그 차이는 훨씬 극적이다. 뛰어난 리더는 그렇지 않은 리더에 비해 약 22배 생산적이다. 이처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지속 성장하는 직원들이 조직 내에 득실득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지속 성장하는 리더들이 조직 곳곳에 있어야 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패는 지속 성장하는 리더가 직원과 시스템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버무리는가에 달려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 상수이자 변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상수다. 기업들이 MBTI, DISC1 , BIG52 , 스트렝스 파인더(StrengthsFinder)3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이런 상수, 즉 고정된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일과 관련된 본능이 있다. 바로 ARC다. 여기서 A는 자율성(Autonomy), R은 관계성(Relatedness), C는 역량(Competency)을 뜻한다. ARC 본능은 MZ세대든 기성세대든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다. 누구나 가만히 내버려둬도 스스로 관계를 맺고 역량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사람에게 상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상수와 변수의 합’이다. 특히 상위 5~10% 고성과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인 역량은 시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입사 당시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직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선형적으로 성장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저조해지기도 한다.

동기부여 여부도 제각각이다. 동기를 설명하는 대표 이론으로 유타대 경영대학의 프레더릭 허츠버그 교수가 제시한 이론이 있다. 미국의 조직행동 연구자인 그에 따르면 직무 만족은 위생요인(hygiene factor)과 동기요인(motivator)에 의해 결정된다. 위생요인은 급여나 복지, 사무 환경처럼 결핍 시 불만을 유발하지만 충족돼도 동기를 유발하지는 않는 요소다. 예컨대 컴퓨터가 고장 나 있고 조명이 어둡거나 책상과 의자가 불편하다면 위생요인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기요인으로 성취감, 인정, 성장과 같은 내재적 동기로서 구성원이 일에 몰입하고 의미를 느끼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충족되지 않은 위생요인은 복리후생 정책이나 업무 환경 개선을 통해 해결하고 불만을 제거해줘야 비로소 동기요인이 작동한다.

몰입의 정도도 모두 다르다. 조직 몰입이 높아 회사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나 충성심이 강하다 해서 반드시 업무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고 업무를 잘한다 해서 조직 몰입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한국의 조직 몰입 수준은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조직 몰입률은 12~13%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사실상 마음이 떠 있다는 뜻이다.

몰입을 끌어내는 동료와 피드백

조직 몰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함께 일하는 ‘동료’다. 내 친구 중에 스마트한 친구가 다니는 회사는 그 자체로 스마트한 회사가 된다. ‘우리 팀원이 누구인가’는 자부심의 원천이며 좋은 동료와 함께한다는 사실은 직원의 몰입과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도 결국은 동료 때문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지, 매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운 동료가 있는지는 몰입을 결정짓고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몰입을 끌어올리는 데는 피드백의 역할도 중요하다. 스티브 올드피드라는 영국 출신 CEO는 한독, 사노피, 아벤티스가 합병되던 시기에 한국 법인의 대표로 부임해 임원들에게 스프링노트 한 권씩을 나눠줬다. 필자에게는 좋아하는 색깔을 묻고, 보라색이라고 답하자 보라색 스프링노트를 준비해 주기도 했다. 노트에는 필자가 직접 설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붙였고 매주 1~2회씩 면담하며 무엇을 할지, 무엇을 안 해야 할지 반복해서 묻고 조율하면서 기록해 나갔다. 이렇듯 피드백은 끊임없는 대화를 수반한다. 실시간 피드백이 필요한 이유는 평가 결과에 대해 ‘서로 놀라지 않기 위함(no surprise)’이다. 만약 평가를 받은 사람이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거나 의아해 한다면 이는 평소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런 과정 속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단순한 평가자가 아니라 직원을 성장시키는 ‘코치’가 된다. 농구나 축구처럼 점수가 바로바로 표시되는 게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각적인 피드백은 몰입을 만들고, 몰입은 성과를 만든다.

리더로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습관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리더의 태도다. ‘네 일, 내 일’을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임(responsibility)’이란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다. 반응을 보여주는 능력이 곧 책임이라는 의미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건 내가 할 수 있다” “이건 내가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리더의 기본이다. 또한 어떤 사안을 접했을 때는 나만의 관점으로 문제를 재정의(redefinition)해야 한다. 복잡한 문제는 3단어로 요약하거나 도식화해 단순화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전략이란 수많은 리소스 중에서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변수들을 식별하고 정렬했다면 이렇게 단순화된 메시지를 기반으로 망설이지 말고 즉시 실행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하!” 하는 인사이트를 스스로 얻는 경험이 조직과 리더 모두에게 지속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실패한 직원에게도 새 기회 줘야 진정한 혁신 가능”
유진녕 | 엔젤식스플러스 대표(전 LG화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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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기업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세계 1위 산업을 다수 배출했다. 그런데 더 이상 이러한 방식으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이 우리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우리 영역 대부분을 잠식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퍼스트무버 전략의 핵심은 ‘자율성’에서 나온다

퍼스트무버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톱다운(Top-down) 방식과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조화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맞물릴 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연구 과정을 예로 들겠다. 1999년 당시 LG화학은 소형 전지 기술에서 일본 기업에 뒤처져 있었다. 이때 고(故) 구본무 전 회장과 여종기 전 LG화학 기술연구소장이 합의를 통해 ‘자동차용 전지’ 개발이라는 과감한 장기 목표를 세웠다. 2000년에 개발을 시작해 2005년에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2011년에는 순수 전기차용 전지를, 2016년에는 320㎞ 주행 전지를, 2019년에는 500㎞를 운행할 수 있는 전지를, 2023년에는 3세대 고밀도 전지 개발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과는 모두 ‘물 주기’와 ‘가치 부여’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경영진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톱다운으로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신뢰를 충분히 제공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중장기 관점에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연구원의 6가지 특징

연구원 개개인의 호기심을 조직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원이라는 직군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기본적으로 자율(Autonomy)을 매우 선호한다. 관리자의 직접적인 감독을 꺼리며 기술 개발 과정에서 자아실현을 이루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성과가 뒤처질 때에는 큰 좌절감을 느끼고 해당 조직보다는 연구 집단의 원칙과 윤리의식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연구원들은 조직의 목표 자체에 열광하지 않더라도 방향성이 맞으면 온전히 몰입해 뛰어난 성과를 낸다. 반면에 지나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면 오히려 불안감을 느껴 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전통적인 기업은 이러한 연구원 특성을 효율이 떨어지거나 충성도가 낮은 것으로 오해하며 연구원의 창의성과 몰입을 억압해왔다. 하지만 단언컨대 연구원의 특성은 연구개발(R&D)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므로 억압하기보다는 존중하고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LG화학 창의적 조직문화의 비결

이런 연구원의 특징을 조직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먼저 ‘신뢰(Trust)’ ‘도전(Challenge)’ ‘프로정신(Professionalism)’ ‘공유(Sharing)’라는 공유가치를 설정했다. 연구원들은 ‘원장과의 대화방’ 무기명 게시판을 통해 회사 지침과 어긋나는 상황을 제기할 수 있게 했고 기술 유사성 기반의 연구 동아리를 자율로 결성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선정해 몰입하게 했다. 매달 두 팀씩 진행하는 ‘테크 포럼’에서는 각자의 기술 과제를 발표하고 동료의 아이디어를 수렴하며 집단지성을 형성했다. 또한 ‘연구위원 제도’를 도입해 매니지먼트 리더와 테크니컬 리더의 승진 경로를 분리함으로써 연구자가 관리직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런가 하면 협업 강화를 위해 내부 Q&A 시스템인 ‘인트라넷 애스크(Intranet Ask)’를 운영해 기술 질문에 답변하는 동료에게 마일리지나 카페 쿠폰을 인센티브로 제공했으며 ‘엑스퍼트 서치 시스템’을 통해 5500명 연구원의 키워드와 경험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전문가를 신속히 찾도록 지원했다. 매년 개최되는 ‘I 포럼’에서는 하루 동안 150편의 포스터 발표와 30건의 발표를 통해 연구 성과를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했다. 이 모든 제도는 “조직문화란 리더의 리더십이 만들어내는 조직 분위기”라는 정의 아래 이뤄졌다. 즉 조직문화의 99%는 리더가 어떤 가치와 태도로 조직을 이끌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가 강조하는 리더십의 세 가지 핵심 요소는 ‘밑질 줄 아는 마음’ ‘집요한 추진력’ ‘유연한 사고’를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가자는 구성원과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아야 한다. 또한 R&D의 핵심은 ‘실패 관리’로, 실패한 구성원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신뢰를 부여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경영이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상식에 달려 있다. 즉 구성원의 마음을 이해하고 일관성 있게 지시하며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 리더는 조직문화의 99%를 만드는 주체이며 지속가능한 혁신과 구성원 행복을 동시에 달성할 때 비로소 진정한 기술 경영이 완성된다.



“아마존에서 배운 것, 소신 있게 반대하기와 주인의식”
이찬희 | 놀 유니버스(NOL UNIVERSE) C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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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은 SK텔레콤이었다. 당시 네이트 드라이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티맵의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을 했다. 이후 미국 시카고대로 건너가 MBA(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아마존의 프로덕트매니저(PM)가 됐다. 처음엔 PM이 뭘 하는지도 몰랐다. 아마존의 프로덕트(상품)라고 하면 전자책 ‘킨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PM, 시니어 PM을 거쳐 나중엔 조직 관리자까지 맡았다. 새로운 신규 사업을 하거나 글로벌 확장 분야에서 새로운 나라에 아마존을 론칭하거나 크로스보더 부문, 해외 직구를 아마존을 활용해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부분들이 주요 업무였다. 2022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지금은 ‘놀 유니버스’가 된 당시 야놀자에 몸담게 됐고 전체 프로덕트 총괄 업무를 4년째 담당하고 있다. 지금 놀 유니버스 전체로 보면 구성원이 1600여 명 정도다. 여기서 200여 명의 프로덕트 조직을 이끌면서 배운 것과 시행착오, 좀 더 생각해볼 것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I will take it from here.
(이제부턴 내가 맡아서 처리할게.)

과거 나는 한 나라에 이미 잘 안착된 이커머스 플레이어와 아마존의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일을 했다. 수천 명을 채용하고 몇 개의 물류센터를 지어 몇 년 뒤에야 손익을 맞추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모델이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이었다.

아마존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배송 속도다. 크로스보더 쇼핑에서도 속도가 매우 중요한 미션이었다. 미국에 있는 상품을 구매하면 어느 나라건 9일 내에 배송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 당시 경쟁사들의 해외 직구 배송 속도를 측정했을 때 미션 달성은 매우 어려웠다. 기존 방법으론 고객들의 기대 수준에 맞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한국 배송만을 위한 정기 항공편을 별도로 띄울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나아가 비용을 감안할 때 하루에 몇 번을 몇 시에 띄워야 하느냐를 정해야 했다. 데이터도 중요하고 전망도 하지만 결국 의사결정의 영역이다. 로지스틱스 분야 리더, 디렉터들과 수많은 미팅과 토론을 했지만 지난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때 나의 리더가 한 말이 “이제부턴 내가 맡아서 처리할게”였다.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영역, 불필요한 부담과 리스크를 주는 영역은 분명 존재하고, 여기서부턴 더 큰 권한과 네트워크, 인사이트를 가진 리더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어떤 회의에서 혹은 누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시간 낭비 없이 실질적으로 거기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Is this a one-way door decision?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인가?)

일방문(One-way Door) 결정은 되돌리기 어렵고 비용이 큰 결정이다. 신중한 분석과 리더의 숙고가 필요하다. 양방문(Two-way Door) 결정은 쉽게 되돌릴 수 있다. 리스크가 낮다. 빠른 실행과 실험을 장려할 수 있고 현장 팀이나 개인에게 결정을 위임해도 된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무료 배송하는 조건은 매우 일반적이다. 현장 팀은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지간하면 금액을 낮추고 싶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배송할 때마다 손해가 나선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이 금액을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도 지난한 문제 중 하나다. 온갖 데이터를 준비해 새로운 지역에서 이 금액을 낮출 때와 유지했을 때의 리스크를 따진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왜 일방문 결정으로 가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초기엔 무료 배송 조건을 29달러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적합하지 않으면 35달러로 바꿀 수 있고, 한정 기간 특가로 시작하면 나중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왜 그런 방법을 생각하지 않느냐는 거였다. 처음부터 하나의 정답을 두고 다투고, 그게 틀리면 우리가 실패할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는 말이었다. 특히 “일방문 결정이 양방문 결정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준비해달라”는 얘기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사안을 판단하는 저변 자체를 바꿀 수 있어서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프로세스, 툴은 조직이 제공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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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up for success.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만들다.)

내가 매니저가 되고 나서 들었던 말이다. 그때까진 내 프로젝트들을 얼마나 잘하면 되는지 생각을 했고 잘해왔다. 그래서 승진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구성원들을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느냐였다. 어떤 지원과 도움, 도전과 피드백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성공을 도와야 팀과 나, 나아가 회사의 성과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용한 도구는 ‘원온원 미팅’이었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원온원 미팅에서 가장 많이 들은 ‘무엇을 도와줄까?(How can I help?)’라는 질문이 유용하다. ‘이게 필요하겠네?’가 아니라 진짜 필요한 도움을 이해해야 제대로 성공을 도울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성공은 너의 것, 실패는 나의 것(Success is yours, failures are mine)’이란 말도 중요하다. 공로와 보상을 인정하는 것은 오너십과 동기를 부여하는 기초다. 실패는 리더의 책임이다. 리더가 검토하고 승인한 사안인 만큼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고 혁신과 도전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Don’t worry about being right.
Worry about getting it right.

(내가 옳은 것인지 걱정하지 말고 올바른 결과를 내는 데 집중하라.)

누가 맞느냐를 따지지 말고 어떤 것이 더 좋고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나의 자아보다 더 나은 결정과 제품을 추구해야 한다. 개인의 입지보다 올바른 방향을 찾는 목표 지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옳은 결과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에러가 난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장애가 생긴다. 고객 불만이 쏟아진다. 이러면 보통은 이야기가 ‘내가 그래서 이렇게 하자고 했잖아’ 식으로 흘러간다. 이게 내 책임이 아니고 당신의 책임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 집중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문제가 생기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유를 분석하고 새롭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사안을 논의할 때 서로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을 보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확률적으로 이 경우가 당연히 더 좋은 결정이 나온다. 나의 의견에 대한 반대를 내 개인에 대한 반대나 무시 혹은 비판으로 봐선 안 된다. 이게 진짜 협력적 문화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누가 잘못했냐고 따지기보다 우리가 원팀이고 목적을 함께 달성했다는 걸 일깨워준다.

아마존의 원칙, 한국에서 했던 도전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16가지는 너무도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소신 있게 반대하기(Have Backbone)’, 다른 하나는 ‘주인 의식(Ownership)’이다. 소신 있게 반대하기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때 정중하지만 굽히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다. 옳을 일을 위해서 굴하지 않는 자세다. 주인의식은 리더가 회사의 주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단기적 결과보다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고 자신의 팀을 넘어 회사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이들 원칙은 매일 열리는 회의에서 끊임없이 인용되고 인센티브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런 게 한국에선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리더에게 명확한 방향 제시를 기대하지만 미국 직원들은 자율성 부여를 원한다. 공정한 평가를 바란다는 점은 같지만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한국 직원들에게서 압도적으로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한국에선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직설적인 피드백을 언짢게 바라보는 경우도 많았고 아예 서로 피드백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 문서와 데이터를 요구하면 불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하면 일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일을 왜(Why) 이렇게 했는지 물어보면 지적을 한다고 생각거나 기존에 익숙지 않은 역할을 부여하면 ‘이걸요?’ 하는 반응도 돌아왔다.

지난 3년 동안 어려움을 딛고 놀 유니버스에 맞게 이런 문화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테면 구성원에게 안전감, 안정감을 주기 위해 일대일 미팅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내가 단호한 의견을 냈는데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일부러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다른 인풋이 생기면 또 바뀔 수 있다는 부분도 말하는 식이다. 구성원의 오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각 과제마다 명확한 담당자를 지정해 달성을 책임지게 하는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리더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일의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부분이 조직의 중간관리자, 리더들이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보상보다 자율성 보장이 직원 동기부여에 효과적”
김영훈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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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A 역사상 가장 성공한 농구 선수로 꼽히는 윌리엄 러셀은 어린 시절 농구를 너무나 사랑했다. 그런데 프로가 돼 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농구가 나에게 주던 마법과 같은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는 본래 재미있어서 하는 활동이었는데 외부에서 보상이 주어지면 사람들이 그 활동을 보상 때문에 한다고 추론하게 되는 ‘과잉정당화’ 효과를 보여준다.

이런 과잉정당화 효과를 보여주는 다수의 심리학 실험 결과가 있다. 한 실험에서 5살 아이들을 세 가지 조건으로 나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첫 번째 조건은 미리 상을 약속하고 실제로 상을 준 경우, 두 번째는 상을 약속하지 않고 나중에 상을 준 경우, 세 번째는 아무 상을 주지 않은 경우였다. 그리고 2주 후 자유 시간을 줬을 때 그림을 가장 많이 그린 조건의 아이들은 놀랍게도 세 번째 조건, 아무 상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보상을 미리 약속받은 첫 번째 조건의 아이들은 자유 시간에 오히려 그림을 덜 그렸다. 내적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수학을 게임화했을 때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했는데 토큰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중단하자 참여도가 보상을 안 줬을 때보다도 더 떨어졌다.

왜 그럴까? 보상은 겉으로는 동기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적 동기를 외적 동기로 치환시키기 때문이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지만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는 대학 진학이라는 강력한 보상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보상 때문에 학생들은 좋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하게 돼서 시험 과목을 싫어하게 된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 아닐 수도 있는데) 월급 때문에 일한다고 생각하게 돼서 일하는 것이 싫어진다. 다시 말해 보상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적 동기를 떨어뜨린다.

또한 보상의 효과를 지속시키려면 보상의 정도를 계속 증가시켜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위 10%에게만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에서 보상을 받지 못한 90%의 직원들은 오히려 동기가 떨어진다. 최근 ‘조용한 사직’이 이슈가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어차피 인센티브를 더 받지 못할 것임을 아는 직원들은 최소한으로 일하려고 한다.

진정한 동기부여의 방법은 보상이 아니라 인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요양원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자율성이 있다고 생각하도록 조작된 노인들은 93%가 건강이 좋아진 반면 통제권이 없다고 생각한 노인들은 20%만 좋아졌다. 18개월 후 사망률도 각각 15%와 30%로 2배 차이가 났다. 그만큼 인간의 자율성이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력하다.

결론적으로 보상은 동기부여의 수단이 아닌 조작이며 인간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보상 대신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동기부여에 훨씬 효과적이다. 유연한 근무시간을 적용하고 의사결정에 참여도를 높이고 개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등의 노력이 거액의 보상보다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사회는 보상과 처벌로 구조화돼 있어 사람들이 평생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며 살게 만들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인간의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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