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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브라질 진출 사례

최고의 직원식당 · 세심한 노사관리 ‘노동차 천국’ 브라질에 ‘현대 WAY’ 세웠다

김동원,김주희 |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경영전략

 

현대차는 인적자원관리와 노무관리 등 철저한 현지화로 브라질에 진출한 지 채 4년이 못 돼 시장점유율 5위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 2014 830, 브라질 노동자들의 대정부 시위로 전국의 자동차 공장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현대차 공장에서만은 멈추지 않아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브라질 진출에서는 최적의 노사단체 조합을 구성하는 것과 직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 등 두 가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넓은 국토 면적과 약 2억 명의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을 지닌 나라다. 시장 규모도 크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많은 기업들이 이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 18개 자동차 기업이 브라질에 진출했다. 그중 피아트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GM, 포드 등이 빅 4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2년 현대자동차 브라질 법인이 현지에서 자동차를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굳건한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현대차는 매년 점유율을 높여갈 뿐만 아니라 품질과 서비스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질에서 현대차는 BMW와 아우디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 빅 4 업체들은 낮은 OEM 가격을 활용해 브라질 시장을 주도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은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TCO) 측면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서비스 및 디자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층 확대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브랜드 효과를 활용해 현지 전략 브랜드 HB 시리즈 차종들을 중간 차급 내에서 상위에 포지셔닝하되 경제성을 강조하는 방향을 택했다. 시장성이 높은 ‘Rational Youth(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했다. 이들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무자녀 남성으로서 고학력이면서 고용전문직이 많다. 전체 소비자의 27.4%를 차지하면서 현대차 HB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70%)도 높았다. 또 이들은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며 상품성 못지않게 가격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에 현대차는 실용적인 가치를 충족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디자인, 경쟁사 대비 최저 수준의 유지 비용, 최장 5년의 보증기간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현대차는 브라질에 진출한 지 채 4년이 안 돼 현지 5위 자동차 기업이 됐다. 2010년만 해도 현대차의 브라질 점유율은 3%였다. 그해 피아트는 22.8%였으며 폴크스바겐, GM, 포드 3사의 총 시장점유율은 50.8%였다. 4가 시장을 거의 장악한 셈이었다. 현대차가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폴크스바겐, GM, 포드의 시장점유율은 44.2%로 하락했고 현대차는 5.8%로 상승했다. 최근까지도 이런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판매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반응도 좋다. HB20은 브라질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2012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총 18개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글로벌 자동차 조사기관 JD POWER가 발표한 종합 고객 만족도 조사결과에서 현대차 엑센트가 소형차(Sub-compact car) 부문 1위에 올랐고, 법인 부문에서도 현대차 브라질 법인이 1위에 뽑혔다.

 

브라질에서 현대차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품질, 현지화 모델 개발, 뛰어난 서비스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 외에 또 하나가 있다. 바로 현지화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노사관계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다. 이 덕분에 2014 830, 브라질 전국의 자동차 공장이 대정부 노동계 시위 참여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현대차 공장에서만은 기계가 멈추지 않았다. 성공적인 노사관계 정립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평가다.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의 브라질 진출 전략을 담았다.

 

 

DBR Mini Box왜 현지화인가

 

 

현지화란 국제사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실현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이질적 문화 혹은 경영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 기업으로 현지 사회의 규칙이나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각종 경영 위험을 최소화하고 노동력이나 부품의 활용 등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자 추진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생산 공정의 가치를 높이고, 노하우를 축적하고, 현지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종업원들에게 긍지를 심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문으로서 인적자원관리와 노무관리가 있다. 현지화 전략의 효과적인 실행은 현지 근로자들의 문화 및 언어,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한 높은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인적자원관리의 유효성은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노동조합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에(유성진, 1997) 현지 노사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서 진출 기업의 현지 경영환경 적응력을 가름하게 된다.

 

 

 

 

 

 

브라질 코스트와 현지화

브라질의 관료주의, 관세, 문화뿐만 아니라 노조친화적인 정치 환경은 기업에 비용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랫동안 강성노조와 한배를 타고 경영 활동을 해 온 현대차에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 관계에 대한 고려였다. 안정적인 생산이 가장 중요한 완성차 조립업체의 특성상 협력적 노사관계는 핵심 경쟁우위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노조와 기업이 성패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2009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브라질 노동력의 특성을 분석하고 현지에 적합한 인사와 노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이다.

 

현대차가 브라질 시장 진출을 결정할 즈음 현지 자동차 판매 예상 대수는 대략 362만 대였다. 현대차는 그중에서 15만 대 이상을 자사에서 판매하고자 했다. 그래서 공장을 설계할 때 연간 생산 능력 15만 대를 목표로 했다. 추후에는 이를 확대해 연간 18만 대까지 안정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위해 저자에게 브라질 노사관계와 관련한 자문을 요청했다. 이 요청을 받고 2차에 걸친 연구를 시작했다. 1차 연구는 개별적 HRM 전략을 바탕으로 현장 근로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집중하는 것, 2차 연구는 노동조합과 생산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집단적 노사관계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DBR MiniBox브라질 노동법 규정

 

브라질 노동법에서 사용자는경제 활동의 위험을 감수

하면서 노무 제공을 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개별적인 혹은 집단적인 사업으로 규정돼 있다. 고용관계를 체결한 해당 직접 고용당사자뿐만 아니라 원청기업까지 사용자에 포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원청기업이 하청 노동자들의 불만제기 사항까지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2011년 브라질 노동부가 스페인 유명 의류업체 자라(Zara)를 고발한 것이 그 예다. 브라질 노동부는 자라의 하청 봉제업체에서 아동 노동과 노동 착취가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자라를 고발했다. 당시 48가지 규정을 위반사항이 드러나 자라는 100만 헤알( 7억 원)의 벌금을 물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은 2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초과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정규직의 장기 휴가, 건강상 휴직, 임신 휴가에 따른 일시적 대체 노동에 한해서만 임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고용기간은 최대 90일이다. 1회에 한해서 계약 갱신을 할 수 있고 최장 6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으나 이를 초과할 경우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서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과 같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때는 대부분의 경우 노조와 협의 또는 합의를 해야 하며 노조가 반대하면 비정규직 고용이 불가능하다. 1년 근무하면 30일의 휴가를 줘야 한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열두 달 근무 이후 13번째 월급이라 불리는 상여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봉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

 

 

2011년 지우마 호세프 정부는 사용자가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업무시간 이후 근로 명령을 내릴 경우 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법을 공표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e메일을 통한 작업지시도 포함한다. 해고와 관련해서도 정당한 해고가 아닐 경우 사용자는 미지급 임금과 13번째 임금 및 추가 제반 수당을 줘야 한다. 매월 임금의 8%를 적립한 근속기간보장기금(FGTS) 총액의 50%도 지급(정부 납부 세금 10% 포함)해야 한다.

 

 

노동자 보호주의에 입각한

제도적 특징을 가진 브라질

필자는 2009년 말 현대차 브라질 현지공장이 증축될 부지를 처음 방문했다. 붉은 대지가 드러난 사탕수수밭을 보면서미래의 현대차 브라질 공장법인은 어떤 모습일까란 생각을 했다.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브라질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어떤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뤄낼 것인가? 이는 현지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관행과 노무관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노동조합은 CUT FS. FS는 실리주의에 기반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노조이고, CUT 소속의 브라질 금속노조는 집권당인 브라질 노동자당의 중심 세력 중 하나다. 브라질 노동자당은 2002 60%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당선된 룰라 대통령을 배출했다. 브라질 금속노조는 세계 3대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를 표방하는 노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브라질 노동법은 노동자 보호주의에 입각해 매우 세밀한 사항까지 규제하고 있다. 그래서 브라질은노동자 천국으로 불린다. 1943년 제정된 브라질 노동법에 대해 서구 국가들은 가장 진보적인 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는 너무나 세부적인 규정이 많은 관계로 기업경영활동의 유연성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브라질에는 노동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노동검사와 노동법원이 있다. 기업의 94%가 노동소송에 시달린다. 소송 수는 연평균 200만 건에 이르며 재판 기간도 보통 7년 이상이 걸리는 소송이 많다. 노동검사가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법 위반사례를 적발하고 기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노동공익검사가 휴식시간 없이 서서 작업한 것, 1일 규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게 한 것, 휴일 없이 근무하게 한 것 등을 이유로 한 기업 관계자를 기소하기도 했다. 근로자의 건강을 해치게 할 만한 작업환경과 불법 임시직 고용 등의 이유를 추가로 기소하면서 해당 기업에 25000만 헤알( 1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브라질 노동법의 기본 바탕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노동법원은 보통 근로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따라서 근로자가 소송에서 100% 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부분 승소를 통해서라도 보상을 받는다. 이런 문화를 반영해 브라질 근로자들은 정당하든, 아니든 간에 해고를 당하면 사용자를 대상으로 부당해고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브라질의 개별적 노사관계는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재직 중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소송을 피하려면 기업들은 평소 종업원들에 대한 업무평가, 성과평가, 직무태도 등에 대한 상황을 치밀하게 문서로 작성해 놓아야 한다.

 

노동소송을 겪고 있는 사례를 분석해보면 미국 기업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한국 기업이었다. 일본 기업의 노동소송 건수가 가장 적었다. 이는 일본계 기업이 개별 근로자들의 고충처리에 적극적으로 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고충처리절차의 제도화와 운영상의 공정성 확보 및 증빙서류를 철저히 관리해 노동소송에 잘 대비해야 한다.

 

 

 

 

 

 

 

 

사용자 조직과 노동조합,

그리고 단체교섭의 특징

현대차가 현지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최적의 노사단체 조합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브라질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모두 해당 지역의 독점적 대표권을 가진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에 각각 가입한다. 가입 여부는 자율이지만 대부분의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독점적 대표권을 가진 단체에 가입한다. 지역에 따른 단일 노조와 사용자 단체의 합법적 지위만을 인정하고 있는 ‘Unicidade sindical(Union unity)’법 조항은 군인과 경찰 및 소방관을 제외하고 모든 노사단체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 브라질 법인도 노사단체 가입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현대차가 진출할 상파울루 주 피라시카바시 지역은 이미 금속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STMP가 있었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에 노조가 결정돼 STMP에 가입할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문제는 현대차가어떤 사용자 단체에 가입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사용자 단체 가입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시 단위로 교섭을 하는 브라질의 관행을 감안했을 때 사용자 단체 가입은 필수 선택사항이었다. 대부분의 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상파울루 주에는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사용자 단체인 SINFAVEA가 대표 사용자 단체로 있었다. 그런데 상파울루 도심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피라시카바시에는 또 다른 유력 금속사용자단체 SIMESPI가 있었다.

 

현대차는 SIMESPI SINFAVEA 단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어떤 사용자 단체를 선택해야 STMP와 동등하면서도 생산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두 단체 모두 장단점이 명확했다. SINFAVEA의 경우 강성노조인 CUT를 대응해왔던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며, 자동차 중심의 전문성을 가졌다는 강점이 있었다. 단점은 상파울루시를 중심으로 한 경쟁 완성차 회사와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이었다. SIMPESPI는 금속산업이 발달한 피라시카바시의 특성을 반영해 농기계 생산설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을 대표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동차 완성차 회원이 없기에 자동차 산업 관련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STMP와 오랫동안 교섭을 해온 경험은 장점이었다.

 

브라질 공장의 노조에 대한

권한과 권리를 존중하되

동시에 개별적 고용관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브라질 단체교섭은 Convencao Coletivo(CC) Coletivo CAordo(CA) 등 두 개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CC는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이 시 단위 또는 주 단위로 진행하는 것으로, 주요 협상 내용은 근로조건과 노조활동 사항이다. CA CC와 별개로 이뤄지는 기업 수준의 교섭으로 시 단위 노동조합과 개별 사용자 간 교섭이 이뤄진다. 주요 협상 내용은 법정 성과 상여금(PLR)이다. 2002년 이후 기업별 교섭이 확산되면서 CC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노사가 협상해야 할 사안들이 노동법에 의해 규정되면서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이 직접 논의할 사항들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 간의 산별교섭은 형식적으로 변했고(정흥준, 김윤호, 김동원, 2013) 기업별 교섭은 더욱 확대됐다. 노사 간의 교섭의제 중에서 기업성과분배 등을 포함한 기업 특수 의제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교섭력이 강한 노조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개별 사용자 간 교섭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도 기업별 교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의 교섭구조 변화와 노동조합의 경제적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도 사용자 단체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 3> 20002011년 동안 타결된 임금의 인상률을 보여준다. A는 피라시카바시 지역의, B는 상파울루 지역의 임금 인상 타결률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A지역 STMP SIMESPI 간의 교섭을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약 8.78%였다. 복수의 금속노조와 SINFAVEA의 협상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 평균 임금 인상률은 9.76% A지역보다 0.98%p 정도 높았다. 심지어 2003년에는 피라시카바시와 상파울루 지역의 임금 인상 타결률이 각각 15.00% 18.10%로 피라시카바시가 약 3.00%p 정도 차이가 나기도 했다. A지역의 임금인상률이 B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SIMESPI STMP와 오랜 기간 피라시카바시 지역에서 주요 노사 파트너십을 구축해오면서 쌓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반영해 현대차는 결국 자동차 전문성을 지닌 SINFAVEA가 아니라 SIMESPI를 선택했다.

 

 

현대차의 개별 고용관계 관행

브라질 종업원이 현대차 직원으로서 소속감과 조직 몰입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이슈였다. 이를 위해 개별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이 필요했다. 한국에서의 현대차 노사 관행을 보면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대응 역량은 매우 높은 반면 개별적 고용관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브라질 공장의 노조에 대한 권한과 권리를 존중하되 동시에 개별적 고용관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현대차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사전에 종업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해소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상담실인 하모니룸(Harmony Room) 2곳에 설치했다. 이 공간을 만들 때도 종업원들이 쉽게 상담실을 찾을 수 있도록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입지를 골랐다. 하모니룸 A는 경영지원실 직원들이 상담을 담당하면서 작업장 내부에서 종업원들이 겪는 고충을 바로 접수하고 해소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1차 창구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하모니룸 B는 직원들이 전문 상담사에게 심리적 고충, 가족상담, 사회관계, 재정문제 등 개인적 이슈를 상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담실을 찾은 직원 수는 2012 95, 2013 122명이었다. 2013년 접수된 상담 사례를 보면 약물 중독, 심리상담, 부부 및 가족관계, 건강문제, 학업문제 등 이슈도 다양했다. 긴급한 불만은 핫라인 제도를 통해 해소했다. 사내에서 0099로 전화를 걸면 긴급제의, 불만사항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핫라인으로 접수된 사안은 현황파악, 조사, 개선, 피드백까지 최단 시간 처리하는 원칙을 갖고 운영했다.

 

건의사항이나 제안, 혹은 불만사항을 망라하고 부담 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의견 박스(Suggestion Box)도 만들었다. 이 박스에는 익명으로 의견을 넣을 수 있다. 기명으로 운영되는 하모니룸이나 핫라인에 비해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 2012년 접수된 의견 중 90%가 종결처리됐다. 현대차는 의견 박스보다도 더 빠른 처리를 위해 전자메일로 건의할 수 있는 제도도 고려하고 있다.

 

또 공장장이 직접 주관하는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정례적으로 운영한다. 공장장을 비롯해 경영지원실장, 생산실장, 생산임원, HR 부서장, 노무팀장 등이 함께 참여하며 각 부서별로 현장의 이슈를 파악한다. 또 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으면 추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담회에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기도 한다. 종업원들이 브라질 공장의 경영상태와 운영현황을 파악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한 것이다. 스킵 레벨 미팅(Skip level meeting)도 한다. 현지인 간부사원과 그보다 두 직급 낮은 직원들이 직접 대면미팅을 하는 것으로 직속 상급자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오픈 미팅(Open meeting)은 다른 한 직원이 타 부서 상급자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로 다른 부서들 간의 상호 업무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브라질 법제도상 사용자에 대한 인정범위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부품 협력사의 노무관리에 대한 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부품 회사의 현지 노무인과 현대차 브라질 법인 노무팀장 간의 월례회의를 통해 부품사의 노사관계 현황을 파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종업원들의 불만과 제안사항을 조속히 파악하고 해소하기 위한 것들은 운영 방향성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현대차 브라질 법인장이 노무관리의 원칙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 것은 의미가 있다. 경영진이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 외에도 회사는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 지급품, 식사, 간식, 그리고 가정사까지 포함한 개인 상담을 모두 포괄해 종업원들의 고민을 나의 고민으로 함께 나눈다. 관리자들은 전 직원들의 이름을 외우고 인사하며, 법인장은 직원들의 생일마다 카드를 보낸다. 이질적인 언어로 충분한 소통이 어려운 점은 축구 등의 체육활동을 하면서 극복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남성 위주의 제조업, 특히 완성차 제조업체에서는 보기 힘든 노무관리 경영원칙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 노무관리의 캐치 프레이즈는 ‘Heart To Heart - Hands In Hands - Hope on Hope’.

 

직원들이 현대차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위경영진은 식당 설계와 관련해

따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식당에서는

임원과 직원이 먹는 장소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

위계적 간극을 좁히고자 했다.

 

 

브라질의 음식문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의 사내식당은 전 세계 그 어느 자동차 제조공장의 식당보다도 직원들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브라질 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료 및 귀빈들이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 현대차 브라질 주재원이 가장 자랑하는 곳도 식당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식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서로 관계를 맺는다. 브라질 사람에게 계산대에서 음식 주문과 함께 값을 치르고 나오는 패스트푸드는 단순히 간식을 먹는 장소일 뿐 식사를 하는 곳은 아니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브라질에서 실패한 이유도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170개가 있는 KFC 매장이 브라질에는 23개밖에 없다. 현대차 브라질 법인은 이런 브라질 문화를 파악하고 식당 메뉴와 인테리어, 조명 등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직원들이 현대차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위경영진은 식당 설계와 관련해 따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식당에서는 임원과 직원이 먹는 장소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 위계적 간극을 좁히고자 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50, 이들은 하루 2660명을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 더운 날씨 때문에 식자재에 대한 까다로운 관리는 필수다. 종업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만족도 조사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 2014년 식당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각각 86.9%, 88.5%였다.

 

주재원 현지화 교육

주재원을 파견할 때 현대차는 직원에게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강조한다. 이런 교육은 많은 기업에서 하고 있는 것이지만 현대차는 현지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대응 차원의 별도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사례를 보면 브라질에서 인권 침해와 관련한 소송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벌금이 지나친 경우도 많다. 한 노동검사는 인권 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을 상대로 약 2000만 헤알( 14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해당 기업의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벌금이 50만 헤알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브라질이 인권 침해와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이에 현대차는 도덕적 괴롭힘(moral harassment)과 관련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향후 인권 침해 관련 소송에 휘말리거나 검찰 측에 관련 이슈로 적발될 경우 이런 예방교육은 참작요소로 작용해 벌금면제나 감면이 가능하다. 적극적인 예방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제언

브라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보통 두 가지 과제에 당면한다. 노동조합과 법제도 환경에 대한 적응, 내부 직원들의 소속감을 심어줌으로써 효과적인 동기 부여를 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지 노동력 및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해당 지역 노조의 특징을 잘 파악해야 한다. 노사관계 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집단적 노사관계 측면에서 사용자 단체의 가입 여부, 가입하기로 한 상태에서 복수의 사용자 단체가 있다면 어떤 단체에 가입할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집단적 노사관계를 잘 설계해야 임금인상 협상 과정에서 전략을 잘 수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임금 인상을 타결하고, 경쟁사와 비교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장 가동 이후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영역 중 하나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므로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의 가능성을 미리 줄일 필요가 있다.

 

노동법의 세부적인 사항을 숙지하는 것은 물론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개별 노사관계 사항은 노동검사에 의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엄격한 법 준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관리자를 채용할 때는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이 유리하며 현지 주재원을 대상으로 철저한 노동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기업의 노무관리와 노사관계의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브라질 근로자들이 기업에 대한 몰입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동기부여를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노동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동기부여 제도보다 근로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여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인사관리를 할 때는 신뢰가 깊지 않은 개별적 노사관계 문화를 감안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A Stranger in a Strange land

불행하게도 현대차를 제외한 다수의 기업들이 브라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동조합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도 브라질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벌금을 물거나 소송을 당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브라질은 한국 기업에 ‘strange land’.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에 진출하면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신들이 먼저 대면하는 브라질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브라질 근로자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브라질 근로자를 먼저 이해하고 이들이 한국 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대차가 브라질 진출 전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문 중 하나도 노사관계였다. 브라질 공장이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노사관계는 가장 중요한 이슈다. 현대차 브라질 법인의 노무관리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에 와서 현지 근로자들을 대하면서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정이 많아요. 내가 해준 것보다 곱절로 보답을 해주는 느낌을 받아요. 한국에 가면 브라질 사람들이 그리워질 것 같아요.”

 

현대차는 더 이상 브라질 근로자들에게 stranger가 아니다. 현지 직원들이 현대차에 가지는 애정과 자부심, 이것이 바로 현대차가 브라질에서 이룬 성과다.

 

 

김동원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dokim@korea.ac.kr

김주희 고려대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연구교수 kmwf@korea.ac.kr

김동원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노사관계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노사관계 분야로 국제 및 국내 저명 학술지에 다수 논문을 발표했으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노사관계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고용노사관계 학회 학회장으로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고용노사관계학회(International Labour and Employment Relations Association)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주희 연구교수는 미시간주립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노동경제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려대에서 고용관계론과 라틴아메리카 지역학을 강의하고 있다. 국내 노사관계에 대한 기업체 대상의 교육 활동 및 브라질과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고용관계 및 멕시코와 브라질의 노사관계와 법제도다.

  • 김동원 김동원 | -(현)고려대 경영대 교수
    -(현)경영대 학장, 노동대학원장 겸임
    -(전)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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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희 | (현) 몬테레이 공과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
    (현) 고려대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공동
    (전) 고려대 노동연구원 연구교수

    jooheekim@tec.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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