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연결성과 기회

177호 (2015년 5월 Issue 2)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란 제품 또는 부품에 스마트 기능을 보유한 칩이나 센서를 설치해 이들 기기가 네트워크로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기술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은 이 상황을 잘만 활용한다면제품의 서비스화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는나이키 플러스를 통해 판매된 신발을 서비스로 연결하고 있다. 조깅화에 내장된 칩이 스마트폰과 연결돼 있어서 고객의 체중과 보폭 등을 고려해 달린 거리와 소모된 칼로리 등을 계산해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스마트폰을 통해 운동기록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고 커뮤니티에서 팀을 구성해 서로 경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나이키는 고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다. ‘나이키 플러스는 나이키의 수익모델을 제품판매에서 제품의 서비스화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는 개념이제조업의 서비스화.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3차 산업혁명(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 이라는 저서에서 ICT(정보통신기술)와 융복합 기술의 발전이 제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1차 산업혁명은 인쇄술과 증기기관의 발전이 주도했고, 2차 산업혁명은 전화와 전기기술이 이끌었다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석 등과 같은 새로운 ICT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제조기업이 만든 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가진 칩들이 내장되고, 이 칩들이 만들어 내는 방대한 자료를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제조업의 서비스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GE(General Electric). GE는 자사가 제작한 제트엔진, 발전소 터빈, 의료용 영상진단기구와 같은 기계에 연료와 온도, 진동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고객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행기가 태평양을 한 번 횡단하면 약 1조 바이트의 정보가 만들어지는데, GE는 이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엔진장애를 사전에 방지하고 연료의 소비효율을 높여 비행기의 운항효율을 높여준다. 항공사들은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엔진의 유지보수와 이로 인한 항공기의 지연과 취소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GE는 절감된 비용의 일부를 수익으로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GE의 매출액 가운데 75%가 제품의 판매가 아닌 이러한 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화하면 제조업의 가치사슬에 두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기존 제조산업의 공급자 사슬에서 IC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제품이나 부품에 센서와 스마트 기기, OS와 소프트웨어, 통신장치 등이 설치돼야 하므로 공급자 사슬에서 ICT 기업의 역할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기업들과의 협력도 불가피하다. 둘째,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기존 사업영역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구글은 스마트홈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2014 1월 자동온도조절기 생산업체인 네스트(Nest) 32억 달러에 인수했다. 네스트의 자동온도조절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가정 내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구글의 계획이다. 네스트는 구글에 인수되면서 자동온도조절기 시장에서 에너지 서비스 시장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온도조절기 시장에서 네스트와 경쟁관계에 있던 허니웰(Honeywell)은 이제 구글이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IoT ICT에 기반한 혁명이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들은 제품의 NFC, 블루투스, 와이파이 기능을 집어 넣는 것 정도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여기는 사례가 많다. 빅데이터와 지독한 연결성. 그 혁명이 제공하는 위기와 기회를 자신이 속한 산업 전반의 변화 속에서 살펴봐야 할 때다.

 

 

이호근 한국경영정보학회 회장(연세대 경영대 교수)

필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매경 이코노미스트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정보학회 제23대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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