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Kramer Speech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범수(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 FSG 대표는 ‘동아비즈니스포럼2011’에 참석해 ‘비즈니스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업들이 CSV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했다. 그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CSV 개념을 체계화한 경영 전문가이며 4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CSV 전략 수립과 실행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요약.
CSV 구현 사례와 의미 평가
CSV는 기업과 사회 모두에 중요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과 NGO들은 현실 비즈니스에서 어떤 방법으로 CSV 이론을 실행할 수 있는지를 여러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해 보고자 한다.
GE는 60억 달러를 투자해 저가의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해 저개발국의 1억 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제품 혁신을 통한 이 신사업은 기존 비즈니스 대비 2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10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될 예정인데 이는 정부나 비정부기구(NGO)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만이 주도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인 것이다.
시스코(CISCO)는 자사의 장비를 구매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할 고객들 중 숙련된 네트워크 관리자의 수가 부족해 향후 성장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시스코는 네트워크 관리자를 직접 교육시키기로 결정한다. 캘리포니아에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갖춘 원격 교육 센터를 짓고 ‘시스코 네트워킹 아카데미’를 본격적으로 론칭했다. 미국 모든 주와 저개발국들을 중심으로 학교, 정부 기관 등 지역 파트너들과 협업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서울에 있든, 뉴욕에 있든, 아프가니스탄에 있든 모든 교육 이수생들에게는 동등한 자격증이 주어지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약 400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시스코는 풍부한 잠재 고객군과 훌륭한 인력풀(pool)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이들에게 새로운 직업과 고용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는 인도 복제약(generic) 시장에 진출하면서 의료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인도에서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조차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고 전문지식에 근거하지 않은 진단과 처방이 빈번했다. 이에 노바티스는 300만 명의 의료기관 종사자를 채용해 기초 의학 보건 교육을 제공하고 5만 개의 지역 보건소를 연계해 재고 현황 공유 체계를 만드는 등 지역의 의학생태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됐으나 30개월 정도가 지나자 수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관련 시장에 접근하지 못했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노바티스는 이와 같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베트남 등 다른 저개발국에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ICICI라는 보험회사도 좋은 예다. ICICI는 영세 농민들에게 작물 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위성 사진과 날씨 정보 등을 활용해 여러 데이터를 수집해 저가의 마이크로 보험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금은 100만 명이 넘는 농부들이 이 보험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영세 농민들은 저가의 보험을 통해 그동안 가뭄과 홍수로 1년의 농사를 망치던 것을 방지해주는 안전망을 갖게 됐다.
이상의 사례들은 CSV적 사고가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줌과 동시에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CSV에서는 비즈니스와 사회의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즈니스 영역은 돈을 버는 데에만 집중해 사회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사회 혹은 정부 영역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고 수익 창출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CSV에서는 이들 간의 전통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만나게 된다. 기존 관점에서는 정부나 비정부기구만의 관심 영역으로 치부되던, 절대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았던 비시장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큰 시장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들만이 CSV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한 교과서 출판 회사가 좋은 예다. 사회 문제에 대해 CSR적 접근으로 대응해 오던 이 회사는 FSG를 통해 CSV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서 기업과 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사업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그들은 우선 교과서 출판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결국 학생들이 얼마나 제대로 배워 좋은 학업 성적을 내는지가 핵심 이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 미국 교과서 시장에서는 다른 논리가 적용됐다. 얼마나 잘 배울 수 있느냐의 기준보다는 그림이 얼마나 예쁜지, 혹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 만한 다른 무엇이 있는지 등에 따라 판매부수가 좌우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 교과서가 다른 교과서보다 더 잘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측정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 출판사는 이 부분에 자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경쟁사들과의 핵심 차별 요소가 됨과 동시에 사회를 바르게 이끄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들은 곧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타사의 교과서와 비교해 자사 교과서가 학생들의 학습 역량 증진에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분석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학습서를 개발해 냈다. 결과적으로 해당 산업에서 자신들의 경쟁 지위를 완전히 새롭게 포지셔닝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또 CSV는 단순히 기업의 평판을 좋게 유지하기 위한 활동과는 구별되는 굳건한 수익 창출 사업이다. CSV는 회사의 비전과 운영 방향을 완전히 재편성하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회사에 대한 많은 비난과 반대 시위가 일자 CSR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홍보와 광고만 잘하면 사람들이 선한 회사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월마트는 비즈니스의 핵심 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월마트의 차별 우위는 저가로 제품을 공급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가를 줄이는 데에만 골몰한 나머지 환경적 비용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유통 경로와 포장재 등에 변화를 시도해 약 2억 달러를 절감했다. 그들은 연료비 등 다른 부문에서도 더 비용을 절감해 보다 에너지 효율적인 유통업체로 거듭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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